“소비자·생산자 모두 이익 얻게 하겠다”
  • 이철현 기자·이규대 인턴기자 ()
  • 승인 2011.06.08 16: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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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형석 농협중앙회 축산물판매분사장 인터뷰 / “유통 단계 줄이고 마진은 최소화”

채형석 농협중앙회 축산물판매분사장(54)은 농협 안심 축산물의 ‘산파’ 역할을 담당했다. 농협중앙회는 지난 2008년 축산경제기획부 산하에 안심한우추진사업단을 꾸렸다.채형석 분사장은 당시 사업단장을 맡아 팀원을 꾸리고 안심 축산물 사업을 기획했다. 안심 축산물 첫 번째 브랜드인 ‘안심한우’를 만든 이도 채분사장이다. 지난 1979년 농협신용 사업 부문으로 입사한 그는 지난 2002년 1월 축산기획부 사업단장을 맡으면서 축산물 유통과 인연을 맺었다. 채분사장은 지난 10년 축산물 유통을 총괄하면서 농협 내 최고의 축산물 전문가가 되었다. 지난 6월1일 ‘안심벌꿀’ 출시 기념식 행사를 마치고 사무실로 돌아온 채형석 분사장을 만났다.

안심 브랜드 사업은 어떻게 시작하게 되었나?

지난 2008년 광우병 촛불 시위가 발생하면서 안전한 소고기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커졌다. 윗선에서도 ‘쌀과 소만큼은 농협이 책임져야 한다’라는 의지가 강했다. 그에 관한실무는 농협이 해야 하지 않겠나 하는 생각이 들었고, 이후 ‘안심축산한우추진단’을 꾸려 논의를 시작한 것이 계기가 되었다.

‘안심한우’ 사업이 갖는 의의는 무엇인가?

그 이전에는 생산 관련 대책만 이야기했다. 이미 적정 규모의 두수가 생산되는 상태였는데도 말이다. 유통 관련 대책이 없었다. (한우 유통에서) 가장 큰 문제는 규모이다. 가장 유명한 한우 브랜드인 ‘횡성 한우’조차도 그 규모가 크지 않다. 우리는 유통 시장 점유율 50%를 목표로 하고 있다. 유통 브랜드로서 규모를 키워, 유통 단계를 투명하게 간소화하고 그 과정에서의 마진을 최소화해 소비자와 생산자에 모두 이익을 주려고 한다.

한우 사업으로 시작한 것이 지금은 한돈, 계란, 오리 등으로까지 확장되었다.

사업 첫해 안심한우 공급량이 3만2천두를 기록했다. 지난해에는 5만두를 조금 넘었다. 올해는 7만두 돌파를 목표로 삼았다. 이렇게 안심한우 공급량을 늘려나가게 되면서 자연스럽게 제2, 제3의 품목을 생각하게 되었다. 소고기만이 대한민국의 축산물이 아니지 않나. 우리 식탁에서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는 축산물들에는 최대한 개입해 그 안전성을 증명하는 제품을 내놓으려 한다.

‘안심한돈’ 사업도 ‘안심한우’와 유사하게 진행되었나?

각 축산물마다 유통 방식은 천차만별이다. 소는 독립 농가를 대상으로 직접 구매한다. 반면 돼지는 생산량의 80%가 기업의 손을 거친다. 전체 생산량의 20%도 안 되는 조달 규모를 가지고서는 남들과 똑같은 방법으로 하면 안 될 것 같았다. 그래서 ‘유황포크’라는 브랜드를 추가로 도입했다. 차별화 전략을 시도한 것이다.

선호도가 강한 한우에 비해, 한돈 같은 경우에는 값싼 외국산을 더 선호하지 않나?

신토불이 정신이 강한 곳으로 한국만 한 데가 없다. 우리 소비자들은 가족이 먹는 것만큼은 가능한 한 국산으로 하기를 원한다. 돼지고기도 마찬가지다. 행사용으로 여럿이서 소비할 때는 수입 돼지고기를 찾는다. 하지만 가계의 경우에는 단연 국산을 선호한다.

축산물 대형 패커로서의 입지를 구축하려 한다고 들었다. 해외 사례를 벤치마킹한 것인가?

주요 개념만 따온 것이지 사업 방식은 다르다. 대부분의 해외 패커는 수출 위주이다. 이와 달리 농협은 대한민국 축산 시장과 소비자를 대상으로 해야 한다. 또 농협의 사업은 어디까지나 조합원을 위한 것이다. 브라질의 JBS나 칠레의 아그로슈퍼 같은 경우 농가를 없애고 자사의 농장을 만드는 식이다. 농협이 그럴 수는 없지 않나. 따라서 축산 농민을 존속시키는 ‘협동조합형 패커’여야 한다.

국내 축산 농가 소득에는 어떻게 기여하게 되나?

구체적 액수의 마진을 약속하는 것보다는 판로 걱정을 하지 않도록 해주는 것이 크다. 또한 유통 과정에 소요되는 비용을 절감해 소비자와 생산자에게 모두 도움을 준다. 농가에서 몰랐던 정보를 찾아 알려주기도 하고 출하 비용을 보전해주기도 한다. 협동조합이 유통 시장 내에서 이렇듯 다양한 힘을 발휘할 수 있다면 이익은 분명히 농가에게 돌아간다. 협동조합은 이익 극대화를 목적으로 하지 않기 때문이다.

농협의 안심 축산물을 판매하는 소규모 전문점의 경우, 우리 축산물만 판매하는 것으로 충분한 수입이 가능한가?

보통 정육점에서는 ‘이것이 한우가 맞는가’라는 질문을 반복적으로 받는다. 하지만 농협에서 인증한 안심 축산물 전문점에는 이런 질문이 없다고 한다. 수입 축산물과 함께 팔때보다 매출이 평균 30~40% 정도 늘었다고 이야기한다. 100% 국산 축산물만 판다는 인증이 판매를 촉진시키는 것이다. 또한 깔끔한 인테리어로 매장을 가꿔주고, 전단지나 무료 시식회 등을 통한 광고에도 막대한 지원을 한다.

안심 축산물 판매 전문점을 지정하는 기준은 무엇인가?

점주가 어떤 마인드를 지녔는지가 가장 중요하다. 수입산을 팔아 당장 돈을 더 챙기는 것을 포기할 수 있어야 한다. 국내산 축산물만 취급해야 한다.

서울의 전문점 개수를 1천개까지 늘린다는 목표를 갖고 있다. 과연 가능하겠는가?

현재 능력만으로 가능해 보이는 것은 목표가 아니다. 목표를 정할 때는 거기에 의지까지 더해야 한다. 조금 무리하지 않은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여야 계획이라 할 수 있다. 신규 점포 개장이 아니라 기존 정육점을 바꾸는 것이기 때문에 가능할 수도 있다고 본다.

점주들이 인증을 받고 나서 몰래 수입산 축산물을 팔 수도 있지 않을까?

이에 대해서는 다양한 시스템을 동원해 예방한다. 축산물의 킬로그램 수까지 정확히 표기해 관리한다. 한 달에 한 번씩 불시 점검을 실시하고 수시로 정기 교육도 실시한다. 무엇보다 국내산 축산물만 팔아도 충분한 수입을 얻을 수 있다.

안심 축산물 브랜드 사업을 통해 궁극적으로 얻고자 하는 바는 무엇인가?

생산부터 유통까지 장악하는 브랜드를 만들면 생산자도 좋고 소비자도 좋다. 큰 규모의 시장 점유율을 협동조합형 패커가 가지고 그 이익을 소비자와 생산자에게 돌려주어야 한다. 이를 통해 무엇보다 소비자가 우리 축산물을 외면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신토불이 정신으로 한우 생산 기지를 지켜주는 소비자들께 항상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다. 그런만큼, 앞으로 축산물을 유통하는 사람들은 절대로 소비자를 속이면 안된다. 농협은 아무도 보지 않는 곳에서도 소비자를 속이지 않는 업체가 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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