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저축은행 부실의 몸통은 김양 부회장”
  • 부산·이철현 기자 (lee@sisapress.com)
  • 승인 2011.05.10 0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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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저널> 단독 입수 검찰 공소장에 드러나…부회장이 프로젝트파이낸싱과 SPC 인사 혼자 결정

 

▲ 박연호 회장(가운데)이 김양 부회장(오른쪽 얼굴)과 함께 지난 4월13일 영장 실질 심사를 받기 위해 서울중앙지법에 출석하고 있다. ⓒ뉴스뱅크이미지

지난 4월15일 서울 서초동에 있는 대검찰청 11층 중수부 압수물건검색수사실에서는 부산저축은행그룹 경영진 여덟 명에 대한 대질 심문이 있었다. 부산저축은행 부실 4인방이라 꼽히는 박연호 회장, 김양 부회장, 강정우 감사, 안아순 전무를 비롯해 김성채·이안용·서종기·김용부 집행이사가 중수부 상황관리팀 팀장인 윤대진 부장검사가 지켜보는 가운데 박연호 회장의 혐의와 관련해 갑론을박했다. 

박연호 회장마저 눈치 볼 정도의 절대 권력

박회장: “자네들도 알다시피 김양 부회장을 비롯해 실무 경영진이 주요 프로젝트를 주도한 탓에 나는 아는 것이 없지 않는가.”

집행이사:  “프로젝트 보고 회의에 참석하시고 때로는 의견까지 피력하지 않으셨습니까?”

박회장:  “보고는 들었지만 당시 딴생각하고 있었네.”

윤대진 부장검사는 박회장과 집행이사만을 따로 불렀으나 박회장은 여전히 모르쇠로 일관했다. 윤대진 부장검사는 대질 심문을 끝내고 집행이사 네 명을 따로 불러내 “박회장은 자기가 잘못한 것이 없다고 생각하는 듯하다”라고 말했다.

이 자리에 참석한 부산저축은행 한 임원은 “박회장이 대주주로서 자기 잘못에 대해 인정할 것은 인정하는 모습을 보였으면 좋았을 뻔했다. 무조건 잘못한 것이 없다고 주장하는 바람에 검찰이 박회장에게 화가 난 듯하다. 그렇다 보니 박회장의 비리와 혐의를 밝히는 데 수사력이 모아지고 있는 듯하다”라고 말했다.

이와 달리 김양 부회장은 검찰 조사에서 ‘부실과 관련한 모든 책임은 내게 있다’라고 밝히고 있다. 부산저축은행의 한 임원은 “김양 부회장은 뼛속까지 보스 기질이 차 있는 사람이다. 자기가 한 것을 하지 않았다고 부인하기에는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김양 부회장은 부산저축은행그룹 내에서 절대 권력이었다. 프로젝트파이낸싱 의사 결정을 독점하다시피 했고 토의나 논쟁은 불허했다. 부산저축은행 소속의 한 지점장은 “(김부회장은) 카리스마가 넘치고 논리 전개가 치밀해 논쟁이 있을 수 없었다”라고 말했다.

최대 주주인 박연호 회장(22.88%)마저도 김양 부회장의 눈치를 보았다. 협력사나 관계사 신임 임원이 인사차 찾아와도 “경영 관련 사항은 김양 부회장이 관장하니 그와 상의하라”라고 말할 정도이다.

김부회장은 오너의 눈치를 보는 전문 경영인이 아니었다. 더욱이 우호 지분을 끌어모으면 박회장과 표 대결에서 승부를 예측하기 힘들 정도로 박빙세를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부회장의 지분은 9.62%밖에 되지 않으나 손윗동서인 김민영 부산저축은행과 부산2저축은행 대표이사는 지분 5.27%를 소유하고 있다. 강성우 감사는 5.28%를 갖고 있다. 강감사는 광주일고 출신으로 김부회장의 고교 1년 후배이다. 강부회장의 오른팔이라는 별명을 갖고 있을 정도이다. 부산저축은행 2대 주주인 박형선 해동건설 대표이사(11.17%)는 김부회장의 고등학교 동기이다.

강성우 감사·안아순 전무가 오른팔 노릇

박회장이 내세울 수 있는 것은 창업주의 적자라는 것밖에 없다. 박회장의 아버지인 박상구 명예회장은 지난 1981년 부산상호신용금고를 인수해 부산저축은행그룹으로 키웠다. 지난 2004년 자기 지분 45%를 아들 박회장에게 물려주고 나머지 45%는 회사 성장에 기여한 대가로 김양, 김민영, 강성우에게 증여했다. 박회장이 2000년대 초반 불법 대출 혐의로 감옥에 가 있는 사이 김부회장은 경영권을 완전히 장악했다.

김부회장은 2003년 11월25일 부산저축은행 대표이사로 취임했다. 지난해 1월8일 불법 대출 혐의로 물러나기까지 부동산 시행 관련 대출로 승승장구했다. 대표이사에서 물러났지만 회사의 실질적인 최고경영자는 여전히 김부회장이었다.

김민영 대표이사는 김부회장의 뜻에 어긋나는 일은 하지 않았다. 절대 권력은 썩기 마련인가 보다. 김부회장은 김성진 산경M&A캐피탈 대표와 손잡고 대규모 프로젝트 시행 업무를 벌였다. 산경M&A캐피탈이 시행 프로젝트를 물색했다. 시행 업무를 주관하는 특수 목적 회사(SPC) 설립에도 관여했고 SPC 회계 업무와 회계 감사까지 맡았다. 산경M&A캐피탈이 건설 시행 사업을 기획하고 재무 업무까지 담당한 것이다. 지금까지 산경이 설립에 개입한 SPC는 29건에 이른다.

김성진 산경 대표가 두뇌라면, 강성우 감사와 안아순 전무는 팔이었다. 부산저축은행의 한 지점장은 “김부회장이 보스라면 강감사는 행동대장이었다”라고 말했다. 김부회장이 결정하면 강감사는 그것을 실행에 옮겼다.

안전무는 지난 2004년 초부터 부산저축은행 여신심사위원장을 맡고 있다. 김부회장이 승인한 프로젝트에 형식상 임원회의 표결이 있던 것처럼 대출 서류를 꾸미는 업무를 수행했다. 박연호 회장은 적극적으로 가담하지는 않았으나 주요 경영 현안을 보고받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부산저축은행의 한 임원은 “골프장 프로젝트에 관해서는 좋고 나쁜 것까지 의견을 낼 정도였다”라고 말했다.

<시사저널>이 지난 5월4일 단독 입수한 검찰 공소장에 따르면, ‘부산저축은행 부실 4인방’은 SPC 1백20개를 설립하고 이곳에 4조5천6백21억6천만원을 불법 대출한 혐의를 받고 있다. 부동산 경기가 꺾이면서 시행 프로젝트가 잇따라 차질을 빚자 대출금 회수에 ‘빨간불’이 켜졌다. 김부회장은 지난 2008년 7월1일 시행 프로젝트 부실을 감추기 위해 회계 장부에 손을 대기 시작했다. 대손 충당금을 과소 계상하거나 미실현 이익을 과다 계상하는 방식으로 적자를 흑자로 만들거나 손실 폭을 줄였다.

예를 들어 부산저축은행은 정우종합건설, 선진엔터프라이즈, 부금테크, 희정, 리모델건설 같은 파산 내지 휴면 법인에게 공여한 대출금 수천억 원을 고정, 회수 의문, 추정 손실로 분류하고 대손 충당금을 쌓거나 상각 처리해야 했다. 하지만 부산저축은행은 추가로 돈을 빌려줘 연체 이자를 갚게 하는 방식을 통해 정상 채권으로 허위 분류했다. 정상 채권으로 분류된 탓에 대손 충당금은 1%밖에 쌓지 않았다. 대출 이자는 수익으로 계상하기까지 했다. 심지어 임직원 친지 명의로 대출하게 해 그 돈으로 SPC 대출금을 갚게 해 부실 채권을 정상 상환받은 것으로 처리했다.

그렇다 보니 지난 2009년 5월 가결산 결과 세전 손실 8백33억5천만원이라는 실적이 나왔으나 미실현 이익으로 분류될 수 있는 금융 자문 수수료를 수입으로 인식해 손실 폭을 3백77억3천만원으로 줄였다. 한번 분식에 맛들이자 규모는 더 커졌다. 지난 2010년 6월 가결산 결과 당기순손실은 9천25억6백만원까지 치솟았으나 같은 수법을 동원해 2백79억1천6백만원 당기순이익을 거둔 것처럼 허위 보고했다.

부산2저축은행도 2009년 6월 결산 당기순손실 4천억원가량을 86억원 흑자로 둔갑시켰다. 지난해 6월 결산에서는 5천억원이 넘는 손실 폭을 6백90억원으로 줄였다. 중앙부산저축은행도 손실 폭은 적었으나 분식에 가담한 것은 매한가지였다. 이 과정에서 부산저축은행은 대주주 직계 비속에게 총 23회에 걸쳐 3백62억3천100만원을 신용 공여하게 한 것으로 드러났다. 도덕적인 해이의 극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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