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에서도 대원외고 약진은 거침 없다
  • 정락인 (freedom@sisapress.com)
  • 승인 2011.05.10 04: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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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2월14일 과천 정부종합청사에서 열린 신임 검사 임관식에서 신임 검사들이 선서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대한민국 검사는 어떤 사람들일까. <시사저널>은 지난 호 판사 집중 분석에 이어 현직 검사 1천8백69명 전체의 명단을 입수해 신상을 분석했다. 그 결과 검사들의 평균 연령은 39세로 비교적 젊고, 특목고 출신들의 도약이 두드러진 것으로 나타났다. 그렇다고 특목고 바람이 전통 명문고들의 아성까지 흔들지는 못했다. 아직은 전통 명문고들이 상위권에 많이 남아 있다. 또한 출신 대학에서도 법원과 마찬가지로 ‘SKY’로 불리는 서울·고려·연세대의 득세가 뚜렷했다.

‘대한민국은 검찰공화국’이라는 말이 있다. ‘검찰’의 힘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표현이다. 검찰 권력이 막강한 것은 수사권과 기소권을 독점적으로 행사하기 때문이다. 이를 견제할 만한 마땅한 장치가 없다 보니 무소불위의 권력을 가지게 되었다.

그래서 검찰의 칼을 ‘양날의 칼’이라고 부른다. 국민 편에 서면 사람을 살리는 칼이요, 권력의 편에 서면 사람을 죽이는 칼이 되기 때문이다. 헌법에서는 ‘검찰의 중립성’을 보장함으로써 외부의 영향력을 없애려고 했다. 하지만 검찰의 중립성은 언제나 논란거리가 되고 있다. 검찰이 강자에게 약하고 약자에게 강한 ‘약육강식’의 전형이라고 비판해왔다. 검찰은 지금 ‘국민의 검찰’로 다시 태어나기 위한 홍역을 치르고 있다. 국회에서는 검찰 권력을 축소하고 견제하기 위한 장치를 마련하고 있다. 검찰이 국민에게 신뢰받는 날은 언제나 올까.

<시사저널>은 현직 검사 1천8백69명 전체의 명단을 입수해 검찰 권력을 지탱하고 있는 검사들이 누구인지 살펴보았다. 한계는 있었다. 김준규 검찰총장은 지난 2009년 8월 취임과 함께 검찰 내의 ‘학연·지연’을 타파하겠다고 약속했다. 이를 위해 검사들의 학연과 지연 DB(데이터베이스)를 삭제했다. 지연과 학연에 얽매이지 않는 새로운 조직 문화를 만들겠다는 김총장의 개혁 의지가 반영된 조치였다. 때문에 검사들의 출신 지역 등 인적 사항을 파악하는 데 어려움이 있었다.

검사들의 평균 나이는 39세로 비교적 젊었다. 연령별로는 30대와 40대가 86.62%를 차지하고 있다. 이들이 검찰의 허리 역할을 하고 있는 셈이다. 현재 최연소 검사장은 신경식 서울중앙지검 1차장 검사이다. 최차장검사는 2009년 8월에 45세의 나이로 검사장에 올랐다.

검사들의 학력 지형도도 달라지고 있었다. 특목고가 대세였다. 그렇다고 특목고 바람이 전통 명문고의 명성을 무너뜨리지는 못했다. 아직은 전통 명문고들이 상위권에 포진하며 이름값을 하고 있었다. 학교별로는 대원외고 출신들이 1위(2.41%)로 가장 많았다. 대원외고는 판사에 이어 검사까지 1위에 올라 자타가 인정하는 ‘법조계 최고의 명문’으로 자리 잡았다.

검찰 내 대원외고 출신의 선두 주자는 김윤상 법무부 상사법무과장이다. 김과장은 대원외고 2회 졸업생으로 지난해 7월까지 청주지검 영동지청장을 맡았었다. 올해 2월 법무부 정기 인사에서 제주지검으로 발령 난 임황순 검사, 박규형 부산 동부지청 검사, 김도엽 춘천지검 원주지청 검사 등이 대원외고 출신이다. 대원외고 출신 법조인들끼리는 ‘대원 법조 모임’을 통해 교류하고 있다. 1년에 두세 번 정도 모임을 갖고 있다.

검사들의 경우 김준규 총장이 검찰 내의 ‘지연과 학연 타파’를 선언한 이후 참석을 꺼려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 서울 서초동에 있는 대검찰청. ⓒ시사저널 임준선

순천고·전주고·경북고·경기고도 10위권에

대원외고가 법조계의 최고 학맥이 되는 것을 경계하는 목소리도 있다. 자칫 검찰이 ‘대원외고 공화국’이 될 수 있다고 보는 시각이다. 최근 대원외고의 ‘불법 찬조금’ 사건이 흐지부지되면서 대원외고에 대해 곱지 않은 시선이 있다. 교육계 일부에서는 ‘대원외고는 교육계의 성역’이라는 말까지 나돌고 있다.

동훈찬 전교조 대변인은 “대원외고는 공식적인 학비 외에 무려 20억원에 해당하는 불법 찬조금을 걷었다. 그런데도 무혐의로 끝났다. 대원외고의 사례로 볼 때 앞으로 교육 비리가 지능화·고착화할 소지가 크다. 사립학교에 사회 유력 인사들이 몰려 있다 보니 수사 자체를 꺼려한 것이다”라고 말했다.

검사들의 출신 고교 가운데 법조계의 신흥 명문 학교인 한영외고와 명덕외고는 각각 7위와 16위였다. 반면 전통 법조 명문고인 순천고, 전주고, 경북고, 경기고, 서울고, 휘문고 등이 10위권에 들어 있었다. 검정고시 출신도 19명(1.02%)이나 되었다.

순천고 출신들의 법조계 진출에 대해 옥경재 순천고 교장은 “시골 지역 학생들이 시험을 봐서 가장 최상으로 갈 수 있는 곳이 법조계이다. 1980년대 졸업생들이 법조계에 많이 진출했는데, 선배들의 영향이 큰 것 같다. 아직까지 그런 전통이 남아 있는 것 같다”라고 말했다. 옥교장은 또 “향후 2~3년은 법조계에 진출하는 졸업생이 나오겠지만 그 후에는 힘들 것 같다”라며 아쉬워했다. 현직 검사 중에서 순천고 출신으로는 소병철 대전지검장이 선두권에 있다.

전통 법조 명문고 가운데 경북고는 영남 지역의 최고 학맥을 자랑하고 있다. 법조계뿐만 아니라 정계, 재계 등 사회 전반에 걸쳐 경북고 출신들이 주류를 형성하고 있다. 하지만 고교 평준화가 되면서 경북고의 명성도 차츰 수그러들고 있다.

송춘근 경북고 교장은 “고교 평준화 이전에는 영남 지역에서 우수한 학생들은 경북고로 몰렸다. 그런데 지금은 아니다. 고교 평준화가 되면서 우수 학생들은 죄다 특목고로 간다. 평준화가 좋은 공립학교를 다 깎아내렸다. 선배들도 이것을 안타까워하고 있다. 우리 학교의 경쟁력이라고 한다면 이 지역(수성구)이 대구에서도 경제적인 사정이 좋아서 대학 진학률이 비교적 높다는 점이다. 의사 아들이 많아 의대에 가려는 학생들도 많다. 오랜 전통과 사회 각 분야에 선배들이 많다는 것도 장점이다”라고 강조했다.

전국 대학 중 검사를 배출한 대학은 38곳이었다. 서울대가 7백70명(41.20%)으로 가장 많았다. 다음으로 고려대(3백70명)였고, 연세대(1백91명)가 그 뒤를 이었다. 그 밖에 30명 이상 검사를 배출한 대학은 한양대, 성균관대, 이화여대, 부산대, 경북대가 있다. 여자대학으로는 이화여대와 숙명여대 둘뿐이다.   


 퇴직 검사들은 어디로 가나
개인 법률사무소 개업-로펌-기업 순으로 많이 이동

사법연수원을 수료하면 모든 수료생에게 변호사 자격이 주어진다. 검사직을 그만두면 로펌에 들어가거나 변호사로 개업해서 계속 법조계에 남을 수도 있다. 정부 기관이나 기업에도 간다. 퇴직한 검사들은 어디로 많이 갈까. 이정현 국회 법사위원(한나라당)이 대법원과 법무부로부터 받은 자료를 보자. 이 자료는 2005년부터 지난해 7월까지 퇴직한 검사 3백35명의 재취업 현황을 담고 있다.

퇴직 검사들은 로펌보다 개인 법률사무소를 개업하는 것을 선호했다. 개인 법률사무소를 개업한 퇴직 검사는 1백64명(48.6%)이었고, 20대 로펌에 취업한 검사는 1백29명(38.4%)이었다. 퇴직 검사들의 재취업 현황에서 특히 눈에 띄는 것은 기업으로 가는 이들이 많았다는 것이다.

재계 사외이사 등에 들어간 사람이 38명(11%)이나 되었다. 이 기간 동안 기업으로 간 판사가 5백20명 중 8명(1.54%)인 것과 비교된다. 법무부 근무 퇴직 검사를 보면 15명 중 10명(66.67%)이 로펌으로 갔고, 4명(26.67%)이 기업으로, 1명(6.67%)이 대학에 취업했다. 기업은 우리투자증권, 두산중공업, 한화, 디피씨 등이었다.

한편, 오는 8월부터 퇴직한 검사에게도 ‘전관예우 금지’가 적용된다. 퇴직 후 변호사로 개업할 경우 퇴직 전 1년간 근무했던 기관에서 처리하는 사건을 1년간 수임하지 못한다. 여기에는 민·형사, 행정, 가사 등 모든 사건이 다 포함된다.



<시사저널>은 제1124호에 현직 법관 2천6백7명의 명단을 입수해 분석한 기사를 보도했다. 판사와 검사는 어떤 차이가 있는지를 살펴보았다. 먼저 남녀 성별 비율은 판사는 남성 74.3% , 여성 25.7%였다. 검사는 남성 77.6%, 여성 22.4%였다. 판사와 마찬가지로 신임 검사들 중에서도 여성들이 훨씬 많았다. 올해 임명된 판·검사(사법연수원 40기) 중 65.4%(판사)와 61.3%(검사)가 여성이었다. 신임 판·검사의 남녀 성비(性比)가 역전된 것은 판사가 조금 빨랐다. 판사는 2006년부터, 검사는 이보다 2년 늦은 2008년부터 남성을 추월한 것으로 나타났다.  

여성 판사들 중 최고위직(고법 부장판사 이상 고법원장 이하)은 고등법원 부장판사이며, 검사는 지검 지청장이다. 판사의 경우 대법관, 헌법재판관, 법원장 등이 나왔으나 여검사 중에는 아직 지검장이 배출되지 않았다.

출신 학교는 판사에 이어 검사에서도 특목고가 대세였다. 판사는 상위 10개교에 특목고 3곳이 포진해 있었다. 2위 경기고를 제외하고, 1, 3, 4위를 대원외고, 한영외고, 명덕외고가 차지했다. 검사는 조금 달랐다. 1위가 대원외고였으나 7위 한영외고 외에는 순천고, 전주고, 경북고, 경기고 등 전통 명문고들이 상위권에 포진해 있었다. 1위 대원외고와 2위 순천고의 차이는 0.64%밖에 나지 않았다. 판사의 경우 1위 대원외고와 2위 경기고의 차이가 1.53%였다.

검사(1.02%)도 판사(0.96%)처럼 검정고시 출신들이 선전하고 있었다. ‘숨은 명문고’라는 별명이 무색하지 않았다. 판사의 출신 고교 중 상위 20위권에 있는 여고는 이화외고가 유일했다. 검사도 마찬가지였다. 이화외고가 여학교 중 법조계 최고의 명문으로 우뚝 떠오른 것이다.

출신 대학은 판·검사 모두 서울대가 압도적으로 많았다. 다만 분포도는 약간 차이가 있었다. 판사는 서울대가 과반수(58.42%)를 넘었으나 검사는 41.20%였다. 이른바 ‘SKY’로 불리는 서울대, 고려대, 연세대의 경우 판사는 80.83%로 열 명 중 아홉 명에 달했다. 반면 검사는 71.22%로 열 명 중 일곱 명 정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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