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전’에 발 빠르게 대처하는 중국
  • 소준섭│국제관계학 박사 ()
  • 승인 2011.04.25 1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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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전 건설 관련 네 가지 필수 규정 만들어

 

▲ 지난 1월3일 중국은 사용 후 핵연료를 재사용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다고 발표했다. 왼쪽은 중국 지린 성 창춘의 한 발전소 앞을 지나가는 노동자들. ⓒAP연합

일본 후쿠시마 원전 방사능 위기 사태로 원전 강국을 향한 중국의 꿈에도 일단 제동이 걸렸다. 중국은 2020년까지 미국에 이어 세계 2위 원전 대국으로 올라선다는 원대한 계획에 따라 2005년 이후 32기의 신규 원전 건설을 승인하는 등 강도 높게 원전 드라이브를 걸어왔다.

그러나 후쿠시마 사태 직후인 3월16일 원자바오 중국 총리는 국무원 상무위원회를 열어 “새로운 안전 규정이 마련될 때까지 신규 원전에 대한 허가를 잠정 중단한다”라고 발표했다. 이것은 현재 중국에서 건설 중인 원전 41기 중 연해 지역을 제외한 내륙 지방에서 건설 중인 최소한 25기가 사실상 좌초할 운명에 놓이게 되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중국은 또, 이미 가동 중이거나 건설 중인 원전에 대해서도 대대적으로 안전 점검을 벌이고 있다.

중국 정부는 원전 건설에 대한 구체적인 법규를 정비하는 일에도 발 빠르게 나서고 있다. 중국 환경보호부는 지난 3월16일에 ‘원자력발전소 환경 방사능 방호 규정(核動力廠輻射防護規定)’(이하 ‘규정’)을 발표했다.

이 ‘규정’은 원전 부지의 적합성을 포함한 원전 평가에서 네 가지의 필수 조건을 제시하고 있다. ‘첫째, 반드시 원전 부지가 있는 지역의 지질, 지진, 수문(水文), 기상, 교통 운수, 토지와 물의 이용, 원전 부지 주변의 인구 밀도 및 분포 등 부지 주변의 환경 특징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둘째, 반드시 원전 부지가 있는 지역 내에서 발생할 수 있는 자연적 혹은 인위적인 외부적 사건이 원전 안전에 미칠 영향을 고려해야 한다. 셋째, 반드시 원전의 방사성 유출물 배출(특히 사고 상황에서의 유출물의 배출), 열 배출 및 화학유출물 배출이 환경과 현지 생태계와 주민들에 미치는 영향을 충분히 논증해야 한다. 넷째, 반드시 신 연료, 연료 부족 및 방사성 고체 폐기물의 저장과 운전을 고려해야 한다’라는 것이다. 

한편 이 ‘규정’은, 원전은 반드시 그 주위에 비거주 지역과 개발 제한 구역을 설치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으며, 이 비거주 지역과 개발 제한 구역의 설정은 원전에서 사고가 발생했을 때의 방사성 영향을 고려해야 한다. 비거주 지역은 반드시 원형(圓形)일 필요는 없고, 원전 부지의 지형과 기상, 교통 등 구체적 조건을 감안해 확정한다. 다만 비거주 지역은 원전 반응로로부터 5백m 이상의 거리를 두어야 하며, 개발 제한 구역은 5km 이상의 거리를 두어야 한다. 여기에서 개발 제한 구역 범위 안에 만일 1만명 이상 인구의 거주지가 있거나 원전 부지 반경 10km 범위 내에 인구 10만명 이상의 도시가 있는 경우 모두 원전 건설에 부적합하다고 명시하고 있다.

원전 대신 대체 에너지 개발 기회 맞아

세계원자력협회(World Nuclear Association)의 자료에 따르면, 현재 중국은 13기의 원전을 가동하고 있다. 가동 중인 원전에서 생산되는 전력은 모두 10.8기가와트로서 중국 에너지 전체 생산량의 1%에 못 미치는 비율이다.

원래 중국은 지난 3월11일 일본 대지진이 발생하기 이전에 이미 에너지와 환경 문제를 동시에 해결할 수 있는 해법으로 원전을 선택했었다. 즉, 오는 2020년까지 모두 66기의 원전을 가동해 총 발전량을 연 86기가와트(GW)로 늘림으로써 전체 에너지 수요의 4%를 원자력 발전으로 충당한다는 계획을 세워놓고 있었다.

일본의 원전 사고를 계기로 한 중국 정부의 방향 전환에 대해, 중국이 원자력 안전 우려를 완화시킴과 동시에 차세대 성장 동력으로 기대되는 태양력과 풍력 등의 에너지 분야를 집중 육성하는 일석이조의 전략을 구사할 기회를 얻게 되었다고 분석하는 시각도 존재한다.

실제로 중국은 태양력이나 풍력 등 대체 에너지 분야에서 규모의 경제를 바탕으로 이미 세계 최고 수준에 올라 있다. 2020년까지 전체 에너지 소비량 가운데 수력과 태양력을 포함한 청정 에너지가 15%대에 이르게 한다는 중국의 계획은 예정대로 추진될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은 일본에 대해, 원전 사고가 발생한 직후부터 사태의 심각성을 주변국에 제대로 알리지 않은 데 대해 우선 사과해야 한다고 날을 세웠다. 또 중국 외교부의 훙레이 대변인은 3월12일 정례 브리핑에서 일본 정부가 후쿠시마 원전 사고와 관련해 국제 원자력 사고 등급(INES)을 7등급으로 격상했다는 보도에 주목하고 있다면서 “일본은 정확하게 핵 누출 사고 관련 상황을 공개해야 한다”라고 촉구했다. 나아가 중국 공산당 기관지인 인민일보 자매지 글로벌타임스는 4월13일 사설을 통해 일본 당국이 후쿠시마 원전 사고 등급을 애초 5등급에서 7등급으로 격상시켰는데도 서방 국가와 언론은 이를 비판하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이것은 일본이 미국의 핵심 동맹국이기 때문이라며 같은 사고가 중국에서 발생했다면 상황이 달랐을 것이라고 중국 정부의 불만을 우회적으로 표시했다. 이러한 중국의 태도는 마치 ‘어려움에 빠진 우방국을 비판하지 않는’ 원칙을 견지하는 듯한 자세를 보여주고 있는 우리 정부 및 언론의 태도와는 대조적이다.

원전 관련해 한·중·일 공조 체제 구축 시급

무엇보다 이번 후쿠시마 원전 사태를 계기로 한·중·일이 원전과 관련해 공조하는 체제를 구축하는 것이 시급하다. 다행히도 한국과 중국 양국은 지난 3월13일 김황식 총리와 원자바오 총리가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양국 총리 회담을 갖고 일본 원전 사고에 따라 한·중·일이 원전에 대한 정보 교류 및 사고 예방 체제를 구축하는 것 등에 관한 논의를 나누었다.

뿐만 아니라 민간 차원의 전문가 교류도 활성화되어야 한다. 대덕연구개발특구 내 중견 과학자들의 모임인 대덕클럽은 최근 일본 정부의 원전 사고 관련 정보 공개와 한·중·일 3국 간 원전 운영 정보 교환 채널 구축 등을 촉구했다. 이들은 성명을 통해 “일본 정부는 이번 사고와 관련된 모든 정보를 빠짐없이 한국 정부에 신속히 통보하고 인접국인 한국이 직접 영향을 받을 수 있는 만큼 한국의 전문가가 사고 수습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라고 밝혔다. 또 이들은 “한반도는 일본·중국의 원전에 둘러싸여 있고 인접국 원전 사고의 직접 영향권에 있는 만큼 한·중·일 3국은 원전의 안전과 관련된 운영 정보 교환 채널 구축 등 제반 조치를 강구해 만일의 경우 국경을 초월하는 원전 사고에 철저히 대비해야 한다”라고 주장하고 있다.

원전 문제는 단순한 에너지 문제의 차원을 훨씬 넘어서 민족의 생존, 아니 인류 전체와 지구의 운명을 가름 짓는 문제로서 비단 그 안전성뿐만이 아니라 원전 존재 자체의 필요성 여부까지 근본적으로 검토하지 않으면 안 된다.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를 거울로 삼고 중국의 발 빠른 대응을 참조해 장기적으로 심층적인 안전 대책을 세워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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