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을 넘어서야 ‘장수’ 보인다
  • 노진섭 기자 (no@sisapress.com)
  • 승인 2011.04.25 1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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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 평균 수명까지 살 때 3명 중 1명이 발병…암 발생·사망 계속 증가 추세

 

▲ 국립암센터의 간암 조기 검진을 본지 기자가 직접 체험하고 있다. 2번째 단계로 CT촬영실에서 간암 부위의 촬영이 이루어진다. ⓒ시사저널 박은숙

1백20세 시대를 앞두고 암은 넘어야 할 고개이다. 한국인은 3명 중 1명이 암에 걸리며, 모든 질병으로 사망하는 사람 10명 중에서 3명은 암으로 사망한다. 지난 10년 동안 암 관련 자료를 보건복지부와 국립암센터가 종합한 결과에서 암 발생은 연평균 3.3%씩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1999년 10만명이던 암환자 수는 2008년 17만명으로 늘어났다. 외국과 비교하면, 남녀 모두 일본, 영국과 비슷하고 미국보다는 낮게 집계되었다. 한국인은 인구 10만명 중에 남성은 3백14명이, 여성은 2백41명이 암에 걸린다. 박소희 국가암관리사업단 부장은 “노령 인구가 늘어나면 암발생률이 증가하는데, 자세히 들여다보면 노령 인구 증가보다 암 발생 증가가 더 빨리 진행되고 있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다. 또 과거에는 모르고 지나갔을 암을 정기검진 등으로 조기에 발견한 것도 암 발생이 증가한 요인 가운데 하나이다”라고 분석했다.

 

암 예방 노력하는 사람은 35%뿐

한국 사람이 평균 수명까지 살 때 암에 걸릴 가능성은 얼마나 될까? 남성이 77세까지, 여성이 83세까지 살 때, 각각 세 명 중 한 명은 암에 걸린다. 위암은 남성 암환자 다섯 명 중 한 명이 걸리는, 가장 흔한 암이다. 그 다음은 대장암, 폐암, 간암, 전립선암 순이다. 여성 암환자 네 명 중 한 명은 갑상선암에 걸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 다음에 유방암, 위암, 대장암, 폐암 순으로 이어진다. 특이한 점은 남성에게서 간암·폐암 발생은 감소했지만 10년 사이에 대장암과 전립선암은 각각 13.5%와 6.9%가 증가했다는 것이다. 여성에게서 갑상선암은 2000년대 초부터 증가했고, 2004년부터 발생률 1위 암으로 자리 잡았다. 연평균 24.7%의 증가율을 보이며 급증했다(21쪽 상자 기사 참조). 자궁경부암과 간암은 감소세이다. 박부장은 “간암은 B형 간염 예방 접종으로 관리가 되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서구화된 생활 습관으로 대장암, 유방암, 전립선암이 급속히 늘어나고 있는 점이 특징이다. 이유를 찾기 위해 조사 중이지만, 갑상선암은 초음파 검사가 늘어나면서 증가한 것으로 보인다”라고 설명했다.


돌연사의 주요 원인으로 꼽히는 뇌졸중과 심근경색 등 혈관질환은 지난 10년 사이에 줄어들었다. 그러나 암 발생과 그에 따른 사망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2009년 질병으로 사망한 사람은 모두 24만6천명이다. 이 가운데 암 사망자는 28.3%인 6만9천명이다. 1983년 11.3%, 1999년 22% 등 지난 10년 동안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남성은 폐암, 간암, 위암 순으로, 여성은 폐암, 위암, 대장암 순으로 사망률이 높게 나타났다. 암을 진단받은 시점부터 5년 이상 생존하는 비율은 1993년부터 2004년까지 남성은 12.9% 포인트, 여성은 15.9% 포인트 증가했다. 암별로는 갑상선암이 99.3%로 가장 높고, 유방암, 전립선암, 자궁경부암, 대장암, 위암 순이며 췌장암의 5년 생존율(7.6%)이 가장 낮다.


국립암센터가 지난해 19세 이상 성인 1천 명을 대상으로 암 예방 실천 여부를 조사한 결과, 구체적인 노력을 하는 사람은 35%에 그쳤지만, 암 예방을 생각해보지 않았거나 암이 예방 가능하다는 사실조차 모르는 사람이 46%로 나타났다. 모든 암 예방과 치료에 도움이 되는 신체 활동을 실천하는 사람은 2009년 현재 100명 중 13명으로 전년(14명)보다 오히려 줄었다. 신체 활동이란 숨이 약간 찰 정도로 1회 30분 이상, 주 5일 이상 몸을 움직이는 행위를 말한다. 특히 청소년의 신체 활동 실천율은 100명 중 10명으로 성인보다 낮게 나타났다.

국립암센터는 2015년 암 발생자를 추정한 결과, 2008년 17만명에서 27만명으로 51.4%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암 사망자는 2009년 6만9천명에서 2015년 8만명으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다. 박부장은 “앞으로 몇 년 동안은 암 발생과 사망이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어느 정점을 기준으로 다시 하락 곡선을 보일 것인데, 그 이유가 무엇이고 그 시점이 언제일지는 더 연구해야 알 수 있다”라고 말했다. 

 

▲ 위암 수술 장면. ⓒ시사저널자료
최근 10년 동안 대장암은 큰 증가세를 보였다. 지난해 발표된 한국중앙암등록본부 자료에 따르면, 2008년 암 발생 건수는 총 17만건이며 그중 대장암은 남녀를 합쳐서 2만2천건이다. 전체 암 발생의 12.7%로 2위에 해당한다. 불과 몇십 년 전만 해도 대장암은 국내에서 거의 찾아볼 수 없었다. 전문가들은 증가한 이유를 유전적 요인과 서구화된 식습관에서 찾고 있다. 또 전체 대장암의 15~20%는 유전적 요인과 관계가 있어서 부모·형제·자녀 중에 대장암 환자가 있으면 대장암 발생률이 2~3배 증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저섬유소, 고지질 및 고칼로리, 정제된 음식(설탕, 디카페인 커피 등) 등으로 생기는 궤양성대장염, 크론병 등 염증성 장질환이 대장암의 발생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 밖에 나이(50세 이상), 음주, 흡연 등이 대장암의 위험 요인이다.  

대장암은 전 단계가 있는데, 이를 선종이라고 한다. 대장암의 95%가 선종에서 발생한다. 대장암 초기에는 대부분 아무런 증상이 없으며 증상이 나타난 경우에는 이미 상당히 진행된 경우가 대부분이다. 대장암의 주된 증상은 배변 습관의 변화, 변이 남은 느낌, 혈변 또는 점액변, 가늘어진 변, 복통 및 복부 팽만, 체중이나 근력의 감소, 피로감, 식욕 부진, 소화 불량, 오심과 구토, 덩어리 만져짐 등 매우 다양하다. 무엇보다 적극적인 대장 내시경 검사로 용종을 조기에 발견해서 없애는 것이 대장암을 예방하는 지름길이다. 신선애 국립암센터 예방의학 전문의는 “붉은 육류, 육류 가공식품, 술, 비만 등이 대장암을 일으키는 요인이며 신체 활동, 섬유질 음식, 마늘, 생강, 우유 등은 대장암을 감소시키는 음식이다. 특히 칼슘이 부족한데 우유를 많이 마실 필요가 있다. 또 고기를 먹더라도 찌개나 수육보다 구워먹는 것이 더욱 발암 위험성이 크다는 연구가 나오는 추세이다”라고 설명했다.

갑상선암은 방사선에 노출되는 것이 위험 요인으로 알려졌다. 방사선은 DNA 구조를 파괴시켜 갑상선암 발생률을 높인다. 치료 목적으로 방사선에 많이 노출될수록 갑상선암 발생이 증가한다. 어릴 때에 머리나 목 부위에 방사선 치료를 받은 경우 성인이 되어 갑상선암에 걸리는 사람이 많다. 또 1986년 체르노빌 원전 사고 지역에 사는 어린이의 갑상선암 발생률이 다른 지역보다 5~8배 높았다. 어린 나이에 방사선에 노출될수록 갑상선 발생도 증가한다. 암은 방사선 노출 후 4~5년, 길게는 30년까지도 발생한다. 30년 이후에는 발생 위험이 감소하지만 일반인에 비해서는 여전히 높다.

유전적 요인도 있다. 부모가 갑상선유두암을 진단받은 경우 자녀에게서 갑상선암이 발생할 위험도는 아들은 7.8배, 딸은 2.8배 증가한다. 그 밖에 여성 호르몬, 요오드, 양배추와 브로콜리 같은 십자화과 채소류, 커피, 빵, 감자, 담배, 유방질환 등이 원인으로 추정될 뿐 명확한 이유는 밝혀지지 않았다.

갑상선암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방사선 노출을 피해야 한다. 가족력이 있는 사람은 정기검진으로 조기 발견을 해야 한다. 한편, 엑스레이를 1회 촬영할 때 쬐는 방사선량은 약 0.05mSv(시버트)이며, 건강한 사람에게 영향을 미치지 않는 한계 선량은 5mSv까지다. 1년 동안 일상생활에서 연간 받는 자연 방사선량은 약 2.4mSv이다.

신애선 전문의는 “최근 갑상선암이 증가하는데, 원인은 아직 알려지지 않았다. 갑상선호르몬의 원료가 되는 요오드의 과잉이나 결핍이 갑상선암 발생에 영향을 준다는 명확한 근거는 없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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