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만 명 앞에서도 야구했는데 <남자의 자격> 출연한다고 긴장되겠어요”
  • 김진령 (jy@sisapress.com)
  • 승인 2011.03.28 1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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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 해설위원·자기 계발 강사로 뛰는 양준혁 인터뷰 / “야구는 인생 축소판…야구의 대중적 기반 넓혀주고 싶어”

 

ⓒ시사저널 임준선

‘전직’ 야구 선수 양준혁(42)의 현역 시절 별명은 ‘양신’이었다. 삼성 라이온즈의 프랜차이즈 스타이자 야구팬의 열렬한 지지를 받았던 양준혁은 지난해 현역 선수 생활을 마감했다. 누구보다 자기 관리가 철저했고 마흔이 넘어서도 실력으로 자기 포지션을 지키던 그는, 지난해 7월 시즌 도중 전격 은퇴를 선언해 팬들의 아쉬움 섞인 원성을 들었다. 지금 그는 한 공중파 방송의 야구 해설위원으로, 자기 계발 강사로 전국을 누비고 있다.

강사 양준혁은 지난해 11월9일 첫 강연을 나간 이래 삼성전자 구미 사업장 등 90여 곳에서 강연을 했고, 지금도 강연 요청이 줄을 잇고 있다. 그는 슬럼프를 극복해가며 마흔이 넘도록 꾸준하게 현역 생활에서 좋은 기록을 보여줄 수 있었던 경험을 토대로 강연하고 있다.

이런 일로도 충분히 바쁜 그가 일을 더 늘렸다. KBS의 대표적인 예능 프로그램인 <남자의 자격>(이하 <남격>)에 일곱 번째 멤버로 전격 캐스팅된 것이다. 그가 예능 쇼에 고정적으로 나간다고 하자 일부 야구팬들은 걱정하는 시선을 보내기도 한다. <남격>의 신원호 PD도 “출연 제안을 했더니 1주일 이상 고민하더라”라고 상황을 전했다. 양씨의 매니저인 정민수 본부장은 “야구로서 업적을 남긴 사람이 연예판에 들어간다고 하니까 야구를 등한시하는 것처럼 보일 것 같다는 우려도 있었다. 그렇지만 양씨가 은퇴한 뒤 양준혁 야구재단을 만드는 등 야구 보급을 제1 과업으로 삼고 있는 만큼 야구의 대중적인 기반을 넓혀주기 위해 ‘야구인으로서’ <남격>에 참여했다”라고 전했다. ‘양신’은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

하는 일이 무엇인가?

야구 해설, 강연, 그리고 <남격> 출연이다.

누구를 대상으로 강연하나?

대학생도 있고, 기업체도 있고, 양준혁을 찾는 사람이 있으면 어디든 간다.

강연에서는 주로 어떤 이야기를 하나?

슬럼프를 극복한 얘기 같은 것을 한다.

슬럼프가 많았나?

슬럼프 없는 사람이 있겠나. 다 그렇지. 그럴 때마다 슬기롭게 극복하는 것이지, 쉬운 게 어디 있나.

극복하기가 쉽나?

답은 없다. 그럴 때마다 연구하고 개발하고, 그렇게 이겨나가고 그랬다. (슬럼프가) 한두 번도 아니고 그 기간을 최대한으로 줄이려고 했는데, 긴 때도 있고, 짧은 때도 있고….

강연을 한 시간 반씩 끌고 가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닐 텐데.

주제에 맞게끔 미리 원고를 준비한다. 기본적으로 야구에 빗대서 이야기를 풀어간다. 위기와 극복에 대해 이야기한다.

야구 지도자를 할 생각은 없나?

고려는 하지만 그 길이 원한다고 아주 다 갈 수 있는 것이 아니다. 프로야구 코칭 스태프 숫자가 넉넉한 것이 아니니까. 지도자의 길도 있지만 나는 나대로 야구재단을 설립해 야구에 봉사하는 쪽으로 마음을 바꿨다.

양준혁 야구재단에서는 어떤 일을 하나?

요즘 청소년은 공부만 한다. 나는 야구를 통해서 청소년에게 인성 교육을 시켜서 리더로 키우고 싶다. 지난해 은퇴한 뒤 ‘양준혁 청소년 야구 대축제’를 만들었다. 일반 학생이 취미 생활로 동아리를 만들어 대회에 참가하는 형식이었다. 60개팀이 참가하는 전국 대회가 되었다. 야구를 좋아하는 청소년들이 많으니까. 아이들이 야구를 하면서 생각이 맑아지고 몸도 튼튼해지고 학업 성적도 좋아진다. 야구에는 인생의 모든 요소가 다 들어 있다. 인생의 축소판이다.

인생의 축소판? 어떤 의미에서 그런가?

▲ 지난해 12월11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 오디토리움에서 열린 ‘2010 프로야구 골든글러브 시상식’에서 골든 포토상을 수상한 양준혁(당시 삼성 라이온스 소속) 선수가 소감을 말하고 있다. ⓒ시사저널 윤성호

때로는 희생도 하고, 때로는 홈런도 치고…. 야구는 혼자 하는 것이 아니다. 친구와 어울리기도 하고, 때로는 훔치기도, 때로는 대박도 치고…그 안에 모든 것이 다 담겨 있다. 그래서 인생의 축소판이다. 규칙을 안 지키면 경기를 진행할 수 없다. 단순한 스포츠가 아니라 교육적으로 아주 좋다. 일본에서는 스포츠를 하지 않으면 기업에서 뽑지 않는다.

재정적인 부담도 있을 텐데.

일단 내가 사비를 들여 5월에 정식으로 재단을 만들었다. 사비로만 이 일을 계속할 수도 없고, 취지가 좋으니까 야구 좋아하는 분들을 동참시키려 한다.

엘리트 야구 선수도 후원하나?

엘리트 야구 선수 중 어려운 아이들도 후원을 해야 겠지만 당장은 다 하기에 부담이 간다. 일단 일반 청소년을 대상으로 하다가 엘리트 선수 중에도 형편이 어려운 아이들이 있다면 도울 것이다. 능력이 안 되는데 앞서 나갈 수는 없다.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하기로 한 것은 의외였다.

나름으로 고민도 많았다. ‘가볍게 보이지는 않을까’ ‘야구팬에게 사랑도 많이 받았는데…’. 하지만 프로그램 자체가 공익성도 있고, 남자가 가볍게 보이는 프로그램도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평소에 가끔 봤는데 괜찮은 프로그램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야구를 알릴 수도 있고….

쇼에 출연하는 것이 긴장되지는 않나?

크게 긴장되지는 않는다. 야구장에서 큰 경기를 앞두고 느꼈던 그런 긴장과 비교할 수는 없다.

큰 야구 경기를 앞두고는 긴장했었나?

큰 경기, 한국시리즈 같은 것은 긴장했다. 지금 쇼 출연은 카메라 앞에서 하는 것인데, 굳이 긴장해야 하나? 내가 수만 명 앞에서도 야구를 했는데, 기계 앞에서 하는 것인데….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말을 잘하나?

있는 그대로 이야기한다. 솔직하게 말한다. 있는 그대로…. 잘하는 것은 아니다.

자신의 성격이 어떻다고 생각하나?

내가 (야구판에서) 선배 된 지가 오래되지 않았나. 그러면서 성격이 화합을 주도하는 쪽으로 바뀐 것 같다. 말로 사람을 웃기는 스타일은 아니다. 최근에 강연을 하면서 그런 것들도 필요하다고 느끼고 있다. 

<남격> 신원호 PD에게 양준혁씨를 영입한 이유에 대해 물었더니, “지명도도 있고 대중이 궁금해하는데 알려진 것은 별로 없는 인물이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게다가 양씨가 최근 한두 번 나온 TV 예능 프로그램에서 보여준 모습이 대중의 호감을 샀을 뿐더러 예능 프로그램에 어울릴 만한 자질이 있다고 판단했다는 것이다. 신PD는 양씨가 기존 <남격> 멤버의 나이 차를 메워준다는 점도 높이 평가하고 있다. 양씨는 1969년생으로 <남격> 멤버 중 김태원(46)과 이윤석(40)의 중간 나이대이다.

신PD는 “<남격>은 웃기기 위해서 일부러 노래를 부르거나 춤을 추는 프로그램이 아니다. 미션이 주어지면 일곱 명의 주인공으로부터 일곱 가지의 이야기가 생겨나는 구조이다. 거기에서 진정성이 발생한다. 양준혁씨가 기존 멤버와는 전혀 다른 분야에서 진정성으로 일가를 이룬 분이라 시청자도 궁금해한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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