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도 ‘찬반’의 골은 깊다
  • 이종인 | 양이원영 ()
  • 승인 2011.03.21 2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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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월14일 폭발 후 연기를 내뿜고 있는 후쿠시마 제1 원자력발전소. ⓒAFP연합

일본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의 원전 방사능 유출 상황이 점점 더 심각해지고 있다. 국내에도 비상이 걸렸다. 일본에서 최악의 상황이 발생할 경우 우리에게도 방사능 피해의 영향이 미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와 함께, “과연 그렇다면 국내 원전은 안전한가”라는 근원적인 질문이 나오고 있다. 국민들의 우려에 대해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국내 원전의 안전도에 대해 “안전하다”와 “안심할 수 없다”라는 쪽으로 의견이 갈리고 있다. 찬성과 반대 의견을 들어보았다.

찬성   “ 우리 원자로는 철근 콘크리트와 철판을 덧댄 하나의 덩어리 형태로, 일본과는 다르다”

이종인│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 연구원(전 원자력학회장)

일본 대지진 참사로 인해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 폭발 사고가 일어나면서 원전 방사능 유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 여파로 국내에서도 우리 원전의 안전성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국내 원전은 절대적으로 안전하다. 우리 원전은 규모 6.5 정도의 지진을 견딜 수 있도록 설계되어 있다. 그러자 일각에서는 “그러면 만약 규모 7.0 이상의 지진이 오면 위험한 것이 아닌가”라고 말한다. 이 부분에서 좀 더 정확한 국민적 이해가 필요하다.

국내 원전은 0.2g(중력 단위)의 지반 가속도(지진으로 실제 건물이 받는 힘)를 견딜 수 있도록 설계되어 있다. 이것은 원전의 원자로 중심부에서 지진 진앙지가 반경 10km 정도에 위치할 때 0.2g의 지반 가속도를 견딜 수 있다는 것이고, 그것을 지진 규모로 따지면 6.5 정도 된다는 이야기이다. 하지만 실제 이번 일본 후쿠시마 원전의 경우 진앙지에서 약 1백50km 정도 떨어져 있었다. 따라서 만약 15배나 더 먼 거리에서 지진이 발생한다면 지진을 견딜 수 있는 강도는 더 높아지는 것이다. 그렇게 이해하면 된다. 그렇게 보았을 때 우리 원전은 안전하다는 것이다. 극단적으로 얘기해서 원전 근처 바로 밑에서 규모 6.5 정도의 지진이 발생해도 안전하다는 얘기가 되는 것이다.

또한 거의 대부분의 지진·지질 전문가들은 국내에서 규모 6.5를 초과하는 지진이 발생할 가능성은 매우 작은 것으로 보고 있다. 또 실제 그런 예도 없었다. 그런 점에 비추어 볼 때도 우리 원전은 매우 안전하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

또 우리 원전은 일본과 그 특성이 다르다. 후쿠시마 원자로는 핵연료봉 바로 위에 수증기를 만드는 공간이 있다. 핵 분열실과 수증기 생산실이 하나로 되어 있는 ‘일체형’인 셈이다. 반면에 우리 원전은 ‘분리형’이다. 원자로는 열만 생산하고 증기는 다른 곳에서 생산한다. 특히 원자로 격납용기는 1.2m 두께의 철근 콘크리트와 별도의 철판을 덧댄 하나의 덩어리 형태로 되어 있다. 때문에 그 안전도는 세계에서도 인정하는 수준이 되는 것이다. 최근 UAE(아랍에미리트연합)와 원전 수출 계약을 체결했을 때, UAE 당국이 한국 원전을 선택한 이유에 대해 “가장 우선한 것은 안전성이었다”라고 한 것은 비근한 예이다. 이보다 더 한국 원전의 안전성을 입증하는 유력한 증거가 어디에 있겠나.

우리는 지금도 계속 원전을 건설하고 있고, 그 과정에서 기존의 문제를 점검하고 계산해서 유지·보수하는 작업을 계속해왔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결코 자만하는 것은 아니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새로운 시각에서 국내 원전의 안전성을 다시 보고 있고, 또 정부도 그런 대책을 마련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 단순히 경제성을 떠나서 국민들이 안심할 수 있도록 좀 더 철저하게 안전 점검을 하고 있고, 또 앞으로도 계속해나갈 것이다. 

우리 정부는 방사능 물질의 유입을 바로바로 감지해내기 위해 자동 감시망을 전국에 운영하고 있다. 서울을 비롯한 인구 밀집 지역 12개소 외에도 울릉도 백령도 등 도서 벽지까지 포함한 전국 58개소에 측정소를 설치해놓았다. 만약의 경우를 대비해 항상 안전을 강조하는 것은 반드시 필요하다. 하지만 너무 과장된 의혹 부풀리기로 국민들에게 자칫 불필요한 불안감을 조성하는 것은 피해야 할 것이다.

반대    “후쿠시마의 비등형 보다 국내의 가압형이 오히려 지진에는 더 취약하다”

양이원영│환경운동연합 에너지기후국장

수많은 희생자를 내고 있는 일본 대지진과 쓰나미의 참상에 더해 일본은 방사능 공포에 휩싸여 있다. 후쿠시마 제1원전 1, 2, 3호기는 원자로 냉각수가 제대로 공급되지 않아 온도가 2천℃가량 높아지면서 원자로 내 핵연료봉이 일부분 녹아내리고 있다. 원전은 가동을 중단시킨다고 해서 핵분열이 바로 멈추는 것이 아니므로 냉각수로 계속 식히면서 중성자를 잡아주어야 한다. 그런데, 정전과 동시에 각종 안전장치가 모두 멈추면서 문제가 악화되기 시작했다. 핵발전소는, 태우고 나면 대기가스와 재가 남는 화력발전소와 달라서 100kg의 우라늄 연료를 다 쓰고 나도 여전히 100kg의 사용 후 핵연료가 남는다. 그리고 이 사용 후 핵연료는 우라늄 연료보다 방사능 독성이 수백만 배 높고 핵 붕괴가 계속되어 열을 발생시킨다. 열이 가장 많이 발생하는 세슘, 스트론튬의 반감기인 최소 30년을 물속에서 식히지 않으면 이번처럼 화재와 폭발 사고가 발생한다.

이처럼 후쿠시마 원전 사고는 핵 발전이 가지고 있는 근본적인 문제와 한계를 여실히 보여준 것이다. 단지 우리나라와 다른 비등수형(BWR: Boiled Water Reactor)이라서, 또는 오래된 발전소라서 문제가 발생한 것이 아니라, 그야말로 ‘원전 안전 신화’가 무너진 것이다. 핵 산업계가 주장하는 100만년에 한 번 발생한다는 중대 사고가 100만년 후에 일어날 수도 있지만, 당장 내일 일어날 수도 있는 등 인간의 통제 밖으로 악화되는 핵 사고에는 모든 것이 속수무책이다.

일본의 비등수형은 핵연료봉이 있는 원자로와 증기 발생기가 합쳐져 있는 형태라면, 한국의 가압 경수로형(PWR: Pressurized Water Reactor)은 이 둘이 분리되어 있기 때문에 오히려 지진과 같은 외부 충격에 더 취약할 수도 있다. 가압 경수로형의 증기 발생기에는 직경이 3cm 이하에 길이 20~30m의 가느다란 관이 수천 개가 있다. 이것은 원자로에서 뜨거워진 1백50기압, 3백℃의 물을 견디기 위해 최첨단 합금을 사용했지만 균열이 발생해 새는 경우도 있었고, 심지어 2002년에 울진 4호기에서는 이 세관이 잘려나가서 초당 40여 t의 냉각수가 한꺼번에 쏟아져나와 대형 사고 직전까지 간 적이 있었다.

일본(규모 7.9)은 한국(규모 6.5)보다 내진 설계도 더 강하고 안전 규제도 더 강한 나라이다. 우리나라도 일본의 안전 규제를 참고하고 있었다. 비록 우리나라가 일본과 달리 지진 안전지대라고 하지만, 지진은 판 경계에서만 일어나는 것이 아니다. 1976년 24만명의 희생자를 낸 중국 탕산 지진은 판 내부에서 발생한 지진으로 규모 7.8이다. 지진이 상대적으로 자주 발생하지 않는다는 것이지 대규모 지진이 발생하지 않는다는 의미는 아니다. 특히 대규모 활성단층이 분포하고 있는 영남 동부 지역 일대에는 15개의 원전이 가동 중이며, 2024년까지 13기가 건설 및 계획 중이다. 이에 더해서 삼척, 울진, 영덕이 신규 원전 건설을 위한 부지 선정 대상지이다. 울산에는 석유화학단지도 있다.

세계 최강의 원전 안전 국가임을 자랑하던 일본은 후쿠시마 원전 폭발을 전혀 예상치도 못했고 이런 사고에 대해서는 매뉴얼도 없었다고 한다. 한국 정부와 관계자들은 ‘안전하다’고만 강변할 것이 아니라 발생할 수 있는 모든 상황에 대한 최악의 시나리오를 준비하고 가동 중인 원전의 안전 점검과 수명 연장 중단, 신규 원전 건설의 재검토에 들어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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