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 빅뱅’ 태풍 몰고 오나
  • 이석 (ls@sisapress.com)
  • 승인 2011.03.14 1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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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만수 산은 회장 내정으로 ‘메가뱅크’ 수면 위로…전임 민유성 회장과 갈등 빚던 금융위도 ‘반색’

강만수 대통령 경제특보 겸 국가경쟁력강화위원장이 3월10일 산은금융지주(이하 산은) 회장에 내정되었다. KB금융(어윤대), 우리금융(이팔성), 하나금융(김승유)에 이어 국책 은행인 산은의 수장 자리도 대통령 측근으로 채워졌다. 금융위원회는 “강특보가 국내외 경제·금융 전반에 폭넓은 경험을 가지고 있어 적임자로 평가했다”라고 밝혔다. 하지만 강특보의 경영 능력을 의심하는 눈초리 또한 적지 않다. 한 시민단체는 강특보를 ‘무면허 운전자’에 비유하기도 했다. 경제개혁연대는 3월11일 논평을 통해 “경제 부처 관료와 금융 회사 CEO의 역할은 다르다. 검증도 안 된 인사에게 국책 은행 수장 자리를 맡긴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라고 꼬집었다.

금융권 안팎에서는 강만수 특보의 산은 회장 내정을 계기로 금융권에 적지 않은 변화가 불 것으로 보고 있다. 강특보의 한 측근도 최근 기자와의 통화에서 “강특보가 금융지주에서 임기만 채우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 금융권을 재편할 큰 그림을 그리지 않겠느냐”라고 말한 바 있다. 강특보는 이명박(MB)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꼽힌다. 최근 KB금융에 입성한 어윤대 회장과 함께 ‘메가뱅크 옹호론자’로도 알려졌다. 때문에 정부가 산은을 중심으로 금융권 재편을 가속화할 것이라는 시각이 확산되고 있다. 최근 매물로 나온 우리은행을 산은이 인수하는 방안도 거론되고 있다. 이 경우 자산 5백조원대의 ‘슈퍼 메가뱅크’의 탄생이라 금융권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산은 민영화, 장기간 표류할 수도 있어

산은측은 “어떠한 방침도 전해들은 것이 없다”라고만 밝혔다. 강특보가 아직 공식적으로 회장에 취임하지 않은 상황에서 언급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는 것이다. 당초 산은지주 회장으로 임종룡 기획재정부 1차관이 유력하게 거론되었다. 신한금융을 제외한 3대 금융지주가 이미 MB맨으로 채워진 상황에서 강특보까지 산은지주에 투입될 경우 ‘관치 논란’에 휩싸일 수 있기 때문이다.

발표만 남았다는 소리도 들려왔다. 이런 상황에서 강특보가 산은지주 회장에 내정되었기 때문에 금융권 재편 시나리오가 확산되고 있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4대 금융지주 회장이 대통령 측근 인사로 채워진 사례는 지금껏 없었다. 강특보가 메가뱅크와 같은 모종의 임무를 받고 투입되었을 가능성이 크다”라고 귀띔했다.

논란의 소지도 없지 않다. 전임 민유성 회장 때만 해도 산은은 금융 당국과 적지 않은 갈등을 빚었다. 민회장은 경쟁력 확보 차원에서 외환은행, 태국시암시티은행 인수를 추진했지만, 금융위의 반대로 무산되었다. 진동수 금융위원장이 공개 석상에서 “M&A(인수·합병) 주체는 주인(정부)이지 은행이 아니다”라고 꼬집었을 정도이다. 금융위가 산은을 매각 대상으로만 인식했기 때문이었다.

금융위의 한 관계자는 “매각 대상이 덩치를 키울 경우 매각 작업만 복잡해질 수 있다. 민영화 전까지는 체질 개선에 주력하겠다”라고 밝혔다. 이런 상황에서 금융위가 강특보에게 힘을 실어줄 경우 ‘관치 논란’이 거세질 전망이다. 특히 산은이 덩치를 키울 경우 그동안 진행해 온 민영화 작업 또한 표류할 수 있다는 것이 금융권의 시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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