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독 다이어트, 독이 되어 돌아올 수 있다
  • 노진섭 (no@sisapress.com)
  • 승인 2011.02.21 22:14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비만센터’ 내세운 건강보조식품 판매업체 ‘주의보’

 

ⓒ시사저널 전영기

직장인들 사이에 해독 다이어트 열풍이 분다. 몸에 쌓인 독소를 제거하면 호르몬 분비가 원활해져 내장 지방, 체지방이 분해된다는 것이 해독 다이어트를 하는 핵심이다. 해독 다이어트를 내세우는 업체들은 특정 제품을 먹으면 땀 흘려 운동할 필요 없이 살을 뺄 수 있다고 장담한다. 급격히 살을 빼고 싶은 사람이나 출산한 여성들은 혹할 만하다. 이에 대해 의사들은 ‘사기’라고 단정한다. 효과는커녕 대장, 간, 신장에 없던 병이 생길 수 있다고 경고한다. 과연 해독 다이어트의 실체는 무엇일까?

인터넷 포털 사이트에 ‘해독 다이어트’라는 단어로 검색하자 수많은 업체가 줄줄 엮인다. 신문에 해독 다이어트 광고까지 등장했다. 흰 가운을 입은 사람이 목에 청진기까지 두르고 있어 제약사를 연상시킨다. 실제로는 ‘비만센터’라는 애매한 명칭을 쓰는 건강보조식품 판매업체가 대부분이다.

이들 업체는 1주일에 5kg, 2주일에 13kg, 한 달에 25kg까지 체중을 줄일 수 있다고 자신한다. 뱃살, 팔뚝살, 허벅지살, 종아리살 등 특정 부위의 살을 빼는 요령이 따로 있다면서 관련 사진을 보여주기도 한다. 그런데 자세히 살펴보면 업체 명칭이나 소개는 없고 전화번호만 있다. 기자가 전화를 걸어 상담을 요청하자 한 여성이 전화를 받았다. 그는 “전화번호와 이름을 남기면 영양사가 전화를 걸어 상담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직접 방문해서 상담을 받고 싶다고 하자 “여기는 병원이 아니라 비만센터라서 의사가 진단하지 않는다. 영양사가 전화통화만으로 체질·생활 방식 검사를 할 수 있다”라며 끝내 업체 위치와 명칭을 밝히지 않았다. 이름과 전화번호를 남기자 잠시 후 전화가 걸려왔다. 자신을 영양사라고 소개한 전화 속 여성은 “한 달에 4~5kg 체중을 줄이는 데 45만원이 드는 다이어트 프로그램이 있다. 몇 달 계속해야 효과가 있다. 3개월치를 한 번에 결제하면 100만원에 해준다”라며 돈 얘기부터 꺼냈다.

효과 없고 대장·간·신장에 부작용 부를 수도

▲ 정상적인 대장 내부 모습. 대장에는 주름이 많아 대변이 낄 것 같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 ⓒ고대구로병원

이 여성이 말한 ‘다이어트 프로그램’은 한마디로 자신들이 개발한 제품을 먹으라는 것이다. 제품을 팔기 위해 이들은 ‘독소’라는 말을 강조해서 사용한다. 스트레스, 운동 부족, 음식물 부주의 등의 이유로 대변이 배출되지 않으면 장에 달라붙어 독소를 내뿜는다는 것이다. 대변이 장에 끼면 숙변이 되는데, 여기에서 암모니아, 이산화탄소, 메탄, 수소와 같은 독성 가스가 발생해서 건강을 위협할 뿐만 아니라 비만의 원인이 된다고 한다. 장에는 주름이 많아 대변이 낄 수밖에 없는 구조라며 오래된 수도관에 노폐물이 끼는 원리와 같다고 설명한다.   

설명을 듣고도 의심하는 소비자에게는 의학적인 내용을 곁들인다. 대장 근육이 약해지면 꽈리처럼 바깥으로 돌출된 부분(게실)이 있다. 이곳에 대변이 끼기 쉽고, 그 대변이 독소를 분비해 대장 세포가 변형되면서 대장암이 생길 수 있다는 논리를 편다.

게다가 지방간, 고(高)콜레스테롤, 고지혈증, 피로, 과로, 육식, 술, 복부 가스, 복부 비만, 눈 충혈, 탈모, 불면증, 내성적인 성격, 불 같은 성격, 기미, 구취, 소화 불량, 잦은 트림, 고혈압, 심장질환, 당뇨, 협심증, 간질, 간염, 간경화, 초기 간암, 알레르기성 피부염, 천식, 관절염, 요통, 생리통, 수족 냉증, 여드름, 닭살, 직장암, 치질 등에 해당하지 않느냐며 소비자의 심신 상태를 떠보기도 한다. 

이 정도 설명에 넘어가지 않는 소비자가 없다. 자신이 경험했던 증상들을 모두 기억해내고는 그것이 숙변에 의한 독소 때문이라고 철석같이 믿는다. 영어학원 강사인 한 20대 여성은 “네트워크 마케팅업체의 장 해독 프로그램을 받았다. 27일 정도 먹는 건강보조식품이었다. 아직 젊어서 큰 효과를 보았다기보다는 장을 깨끗하게 한 다음 천천히 음식을 섭취하는 습관을 상기시키는 정도로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어떻게 해독을 한다는 말일까? 업체들은 해독을 위해 장 청소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체내 노폐물을 빨리 배출하면 기초대사가 활발해지고 몸은 건강해진다. 건강할수록 지방을 축적하려는 성질이 없어진다는 것이다. 치주염을 예방하기 위해 스케일링을 하듯이 장 청소를 1년에 한두 차례 해야 한다면서 자신들이 개발한 제품을 먹으라고 강요한다. 결국, 수십 년 전에 한 차례 유행했던 장 청소가 ‘해독’이라는 그럴듯한 말로 둔갑해서 다시 우리 앞에 나타난 셈이다. 이들은 해독 요법, 정화 요법, 제독 요법 등 다양한 용어로 소비자의 귀를 잡아 끈다.

업체의 설명은 그럴듯하게 들리지만, 함정이 많다. 숙변도 과거에 일본 건강보조식품 업체가 장삿속으로 지어낸 말이다. 김창섭 내안애내과 원장은 “정지된 사진상으로는 대장 주름이 보이니까 대변이 잘 낄 것 같지만, 대장을 보지도 못한 사람의 주장일 뿐이다. 대장 주름은 대변을 항문으로 밀어내는 역할을 하며, 쉴 새 없이 움직인다. 소장에서도 음식물은 빠르게 지나가므로 대변이 머무를 여유가 없다. 또 대변에서 생기는 가스는 암모니아, 이산화탄소, 수소 등인데 독성이라니 말도 안 된다. 게실에도 대변이 끼지 않는다. 설사 그렇다고 해도 염증이나 출혈 정도이지 암으로 발전하지 않는다”라며 근거도 없는 설명에 현혹되지 말라고 강조했다.

김원장은 장 청소로 인한 부작용을 우려했다. 그는 “질병을 치료할 목적이 아니라면 장 청소는 필요 없다. 장을 자주 청소할수록 장이 스스로 대변을 배출하는 기능만 떨어뜨린다. 또 장에는 3백 종의 균이 존재하는데, 그중에 비피더스와 유산균 같은 좋은 세균이 균형을 이루고 있다. 장을 청소하는 것은 이 균형을 깨뜨린다. 좋은 세균까지 제거해서 다른 병원균이 침투했을 때 저항하지 못하는 몸 상태를 만드는 결과를 낳는다. 실제로 해독에 좋다는 제품을 먹은 후 대장염에 걸려 병원을 찾는 환자가 있다”라고 말했다.

100만원짜리 제품을 사서 먹었다는 한 40대 여성은 “업체에 전화로 연락했더니 판매원이 직접 찾아와 체중 등을 측정했다. 저녁 식사를 하지 말고 자신들의 제품을 먹으라고 했다. 포만감이 떨어진다고 하니까 브로콜리나 계란을 삶아 먹으라고 했다. 밥을 먹더라도 국물 대신 건더기만 먹고, 김치는 짜니까 두 조각만 먹고, 아침 식사도 떠먹는 요구르트를 먹으라고 했다. 체중은 그렇게 줄지 않았다. 변비가 있었는데 그 제품을 먹은 지 1주일 만에 효과를 보기는 했다. 그런데 건강검진을 받다가 장에 이상이 발견되어 치료를 받고 있다”라고 말했다.

실제로 업체들은 제품을 섭취하는 것 외에 반신욕, 핫팩, 지방 분해 침, 마사지, 운동 치료 등을 병행할 것을 강조한다. 즉, 제품보다 식생활 개선과 운동으로 효과가 나타나는 셈이다. 이에 대해 김원장은 “해독에 좋다는 약이나 식품을 먹으면 체내 수분을 제거함으로써 1주일 동안은 일시적으로 살이 빠질 수 있다. 그러나 다시 본래대로 돌아간다. 일부는 그런 제품을 먹고 효과가 있다고 생각하는데, 사실은 실제 효과는 없는데 그런 느낌이 드는 것이다. 대장 내시경을 받기 전에 청결액으로 대장을 비우는데, 그 비용이 1만5천원 정도이다. 그런데 수십만~수백만 원에 장을 청소하는 제품을 먹는다는 것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라고 설명했다.


영업상 비밀이라며 제품 성분도 안 밝혀

업체들은 유명 대학 교수가 개발한 제품이라고 강조한다. 문제는 그 제품에 어떤 성분이 들어 있는지 아무도 모른다는 점이다. 업체들은 영업상 비밀이라면서 성분을 밝히지 않는다. 다만 천연 식품, 자연 식품, 유기농 식품, 건강 음식, 발효 식품이므로 부작용이 생길 수 없다고 강조한다. 또 보험 가입도 해두었으니 안심하라고 한다. 임재준 서울대병원 내과 교수는 “둥굴레차는 자연 식품이라고 할 수 있는데, 이 차를 잘못 먹어 병원 신세를 지는 사람도 있다. 실제로 천연 식품으로 인해 나타난 부작용에 대한 연구는 수도 없이 많다”라고 말했다.

장을 청소하지 않으면 독소가 혈액을 타고 간으로 이동해 쌓여 간염을 일으킨다는 업체의 말에 임교수는 “중금속 중독과 같은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우리 몸에 독소가 쌓이는 일은 없다. 즉, 우리 몸은 해독할 필요가 없다. 간에는 독소가 쌓이지 않을 뿐만 아니라 간염의 90%는 바이러스가 원인이다”라고 설명했다.

한의원으로 오해할 수 있는 제품도 있어

업체들은 ‘경희 한방’ ‘동서신약’ ‘한방’ ‘동의보감’ 같은 용어를 사용하는 특징을 보인다. 한의원으로 오해할 소지가 있다. 일부는 한의원을 끼고 비감탕(肥減湯)이라는 제품을 판매하기도 한다.

임태정 청정선한의원 원장은 “그나마 한의원에서 처방하는 약제는 체질 개선 등의 효과가 목적일 수 있다. 그런데 한의원에서 일하던 직원(비의료인)이 나가서 업체를 차리고 한약재를 함부로 처방하므로 선의의 한의사들이 피해를 본다. 3백 가지가 넘는 한약재 중에는 식용과 의료용이 있는데, 초우나 부자 같은 의료용은 환자의 상태에 따라 용량을 정확하게 써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간, 신장, 비뇨기계에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 실제로 해독 다이어트 제품을 먹고 고열이 발생한 환자를 진단해보니 간에 이상이 생겼다. 또 몸이 부어 찾아온 환자는 신장에 문제가 발생했다”라며 비의료인의 처방을 경계했다.

몇 해 전 이와 같은 다이어트 제품을 판매하던 업체가 보건 당국에 의해 허위 과대 광고로 적발되었다. 그러나 국내 다이어트 식품 시장 규모가 2조원에 육박하는 만큼 소비자를 현혹하는 다이어트 제품은 좀처럼 사라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소비자만 피해를 볼 수 있다.

충동 구입한 다이어트 식품은 미개봉 상태라도 반품이나 환불이 거의 불가능하다. 소비자가 부작용을 항의해도 업체는 의사의 진단서를 요구한다. 그러나 인과 관계를 가리기 어려운 데다 의사가 법적인 책임을 져야 하는 부담감 때문에 제대로 된 진단서를 발급받기는 하늘의 별 따기이다. 다이어트 식품은 ‘소비자 분쟁 해결 기준’의 ‘비만관리업’에 해당하지 않고, 소비자들이 먼저 상담을 요청했기 때문에 ‘방문판매업’을 통한 피해 구제도 어렵다. 현재로서는 소비자 스스로 주의하는 것이 피해를 막을 유일한 방법이다.


 다이어트·변비에 특효약은?

전문가들에게 최선의 다이어트 방법을 물었다. 공통으로 추천하는 다이어트 특효약은 ‘평소보다 10% 적게 먹고, 20% 더 움직여라’이다.

또 변비 해결법도 알아보았다. 다이어트를 위해 잘 먹지 않는 사람이 변비라면, 식사량을 늘리는 것이 최우선 치료법이다. 일반인은 물을 자주 마시고, 운동량을 늘리면 변비에서 벗어날 수 있다. 장 기능 이상이나 질병에 의한 변비도 의사의 처방을 받아 치료하면 쉽게 해결할 수 있다. 배변에 도움을 주는 음식은 과일, 해조류, 콩류, 양상추, 오이, 브로콜리, 양배추 등이다.

대변이 가늘어지는 이유는 과민성장증후군이 대부분이다. 경련성 수축이 일어나 대변이 장에 머무르지 않고 계속 항문으로 밀려 배출되면서 가늘어질 수 있다. 그러나 대변 모양이 수개월 동안 정상으로 돌아오지 않으면 대장암 등이 원인일 수 있으므로 정밀한 진단을 받아 치료할 필요가 있다.



▲ 한 환자가 대장 내시경 검사를 받고 있다. 대장 건강은 특정 식품보다 정기적인 내시경 검사로 지킬 수 있다. ⓒ한강성심병원 s
■ 병원에서 진료 후 검사 날짜를 예약하고 장 세정 약을 받는다.  

■ 진료할 때 알레르기, 천식, 변비, 수술 경험이 있으면 의사에게 알린다.

■ 검사 전날 약을 먹고 물을 충분히 마신다.

■ 검사 전날 섬유질이 적은 음식(백미, 된장찌개, 두부, 생선, 죽)을 먹는 것이 좋으며

  현미, 흑미, 김, 미역, 나물, 김치, 씨 있는 과일은 피하는 편이 정확한 검사에 도움이 된다.

■ 약을 먹을 때 속이 울렁거리거나 토할 것 같으면 껌이나 사탕을 먹으면 도움이 된다.

■ 혈압약 등 평소에 복용하는 약은 먹어도 된다. 그러나 아스피린 성분이 있는 약이나

항응고제는 검사 7일 전부터 중단해야 하므로 의사와 상담한다.

■ 검사 날, 병원에 도착한 후 환자복으로 갈아입고 전처치(혈관주사, 가스제거제)를 받는다.

■ 내시경 검사(5~10분)를 받은 후, 의사와 상담한다.

■ 검사 30분 후부터 가벼운 식사는 가능하지만 자극적인 음식은 피한다.

■ 검사할 때 장내로 주입된 공기로 복부 팽창과 통증이 생길 수 있다. 가스가 배출되면

 회복된다. 그러나 복통, 항문 출혈, 구토가 계속되면 병원에 연락해서 문의한다.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