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국제화’더 서둘러야 한다
  • 박현수│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 ()
  • 승인 2011.02.07 19: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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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성장 동력 확보 차원에서 해외 진출 늘어…시스템 안정성 높이는 현지화 등 전략적 접근 필요

글로벌 금융 위기 이후 세계적으로 금융 산업의 구조 재편이 진행되고 있다. 위기 이전에 세계 금융 시장의 흐름을 주도했던 미국, 유럽 등의 대형 금융 기관은 부실 자산과 경기 침체, 규제 강화 등으로 고통받고 있는 반면, 상대적으로 위기의 충격이 덜한 중국, 일본 등의 금융 기관들은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이러한 흐름은 중·장기적으로 글로벌 금융 산업의 판도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다. 이러한 변화의 시기에 국내 금융 기관도 새로운 시장 기회를 활용하고 국제 경쟁력을 강화하는 차원에서 글로벌 전략을 새롭게 가다듬을 필요가 있다.

국내 금융 기관들의 해외 진출은 1990년대에 확대되다가 외환위기 때 크게 후퇴했다. 2007년 이후 다시 해외 진출이 증가했으나 글로벌 금융 위기로 둔화되었다. 2010년 9월 현재 해외 진출이 가장 활발한 금융권은 은행으로서 현지법인, 지점, 사무소 등을 합해 1백29개의 해외 점포를 운영하고 있다. 최근에는 금융투자업의 해외 진출이 상대적으로 활발하며, 보험·자산운용업 등에서도 국제화가 이루어지고 있다. 그러나 최근의 해외 진출 확대에도 여전히 국내 금융 기관의 국제화는 낮은 수준이다. 이미 글로벌 금융 기관들이 국내 금융 시장에 진출해 경쟁이 격화되는 상황에서, 국내 금융 기관은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서라도 해외 진출을 늘려야 할 필요가 있다.

이런 관점에서 2011년에도 은행 등 국내 금융 기관들이 신성장 동력을 확보하는 전략의 하나로 해외 진출을 확대할 계획을 세우는 등 국제화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 것은 바람직한 현상이다. 특히 국내 은행들은 중국, 베트남, 인도 등 고속 성장이 예상되는 신흥국을 중심으로 지점 및 현지법인 설립 등을 추진할 계획이다. 이것은 선진국 경제가 부진한 반면 상대적으로 빠른 성장이 예상되는 신흥국 시장에서 발생하는 성장 기회를 활용하려는 전략으로서 세계 경제의 흐름에도 부합하는 것이다. 또한 금융 감독 당국이 금융 기관의 해외 진출에 대해 지원을 확대하는 것도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다.

국제 금융 시장 충격을 국내 전파할 우려도

▲ 우리투자증권은 지난 1월24일 중국 베이징에 ‘베이징우리환아투자자문사’를 설립했다. ⓒ우리금융

하지만 국내 금융 기관이 국제화를 통해 성장과 국제 경쟁력 강화를 달성하고 동시에 금융 시스템의 안정성을 제고하기 위해서는 더욱 전략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우선 진출 지역과 관련해 신흥국 시장의 성장 기회를 활용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글로벌 금융센터에 거점을 확보하는 것도 필요하다. 다양한 금융 거래를 접하면서 글로벌 네트워크를 확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선진 금융 시장에서의 경험은 장기적으로 국내 금융 기관의 경쟁력을 높이는 데 큰 힘이 될 것이다. 또한 진출 방식으로는 지점 개설이나 현지법인 설립 외에 현지 금융 기관이나 영업 부문을 인수하는 것도 적극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외국계 금융 기관이 현지 금융 시장에 자리 잡는 것은 어려운 일이지만, 현지 금융 기관을 인수하는 것은 기존 사업 인수를 통해 현지화를 가능케 하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글로벌 대형 금융 기관들은 국내외에서의 적극적인 인수·합병을 통해 성장해왔다. 다만, 초기에 대규모 투자가 필요한 만큼 면밀한 시장 분석이 반드시 선행되어야 한다. 한편 해외 진출 및 국제화에 따르는 위험에도 유의해야 한다. 금융의 자유화와 국제화가 진전됨에 따라 금융 시장의 변동성과 상호 의존성이 크게 높아졌는데, 해외 진출은 국제 금융 시장의 충격을 국내로 전파하는 통로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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