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D 영화, 이제는 ‘명품’ 아니면 ‘죽음’이다
  • 김진령 (jy@sisapress.com)
  • 승인 2011.01.24 18: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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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성도 높은 국산 두 편 개봉 박두…국내 기술진의 기술력 ‘눈길’

▲ ⓒ민병천

지난해 1월 온 세계는 <아바타>에 열광했다. <아바타>는 거의 모든 나라의 박스 오피스 1위를 점령하며 3D 입체 영화 시대가 시작되었음을 알렸다. 1년이 지난 지금도 <아바타>를 뛰어넘는 3D 콘텐츠는 등장하지 않고 있다. 그 사이 3D TV가 본격적으로 시장을 형성했고 수많은 수입 3D 영화가 극장에 걸렸지만 <아바타>를 능가하는 완성도를 지닌 작품은 등장하지 않았다. 그러면서 3D 붐도 주춤해지고 있다. 시장에서는 2D로 만들어져 후반 작업을 통해 3D로 변환된 몇몇 영화가 오히려 3D 붐에 찬물을 끼얹었다는 비난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실망하기는 이르다. <아바타> 붐 이전에 기획된, 충분히 사전 검토된 한국산 3D 영화 두 편이 올여름 선을 보인다. 극장용 장편 영화 <7광구>와 <한반도의 공룡>이 오는 7~8월 개봉된다. 미국보다 재정 지원이나 기술 인력은 열악한 상태이지만 뛰면서 생각하는 한국식 ‘빨리 빨리’ 문화와 <아바타>의 자극이 더해진 결과이다. 

예정대로라면 지난해 개봉했어야 할 <한반도의 공룡> 3D 극장판은 제작 과정이 길어지면서 예산도 45억원에서 75억원으로 늘어났다. 제작사인 올리브 스튜디오의 민병천 대표(영화 <유령>의 감독)는 “3D를 구현하는 것이 생각보다 어려웠다. 2D성 3D를 구현하기는 쉽다. 하지만 그런 경우 장난감처럼 보인다. 공룡이 입체감 있게 땅을 내닫고 고개를 돌릴 때 땅이 흔들리고 나무가 흔들리는 그런 리액션까지 구현하는 사실감을 재현하기가 어려웠다”라고 말했다. 그는 입체영화의 장점이 “영화를 공간적으로 체험할 수 있다는 점이다. <한반도의 공룡>도 공룡을 체험하는 느낌을 주려고 노력했다”라고 밝혔다. 단지 피사체 하나의 입체감을 주는 데 방점이 찍힌 것이 아니라 그 피사체가 뛰노는 바다와 강, 산의 3D 효과가 함께 어우러져야 진짜 3D 영화라는 이야기이다.

<한반도의 공룡>은 국내 기술진이 주도하고 있다. 국책 과제로 디지털 크리처를 지난해 완성한 카이스트 문화기술대학원의 노준용 교수팀이 공룡의 수중 장면이나 화산 폭발 장면 등 유체를 표현하는 기술을 맡고 있다. 이는 영화의 디테일과 퀄리티를 높이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화산재가 날아오는 각도와 불꽃의 방향, 물의 흐름과 저항 등은 공학적인 뒷받침이 있어야 실감 나는 현실감을 관객에게 줄 수 있다. 노교수는 이 작업에 1년 이상 매달리고 있다. 노준용 교수팀의 솜씨는 지난여름 안방극장에 소개되기도 했다. <여우누이뎐>에서 까마귀떼가 등장하는 장면에 국책 과제로 개발한 디지털 크리처 기술을 적용시킨 것이다. 이 팀은 기존 2D 필름을 3D 필름으로 변화하는 자동 변환 소프트웨어를 개발하고 있다. 국내에는 스테레오픽쳐스 등 세계적인 기술력을 가진 3D 변환 업체가 있지만 인력 의존도가 큰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노교수팀은 이를 소프트웨어화하는 방식으로 경쟁력을 높이는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노교수는 국내 특수효과 업체의 선두 주자인 모팩 스튜디오와도 협력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모팩은 이미 개봉한 3D로 제작된 <2AM 쇼>와 휘성 콘서트의 3D 작업을 맡았고, 100억원 이상이 투자되고 있는 <7광구>의 3D 작업을 맡고 있는 등 국내 3D 콘텐츠 제작에서 경험이 가장 많다.

품질 낮은 3D 영화 개봉은 3D 산업에 ‘독’

모팩의 장성호 대표는 “현장에서 입체로 촬영한다는 것은 아직 힘들다. <미스터 고>가 아마 본격적인 첫 시도를 할 듯하다”라고 말했다. 그는 “<7광구>는 전체 분량 중 3D로 제작되는 CG가 60% 정도이다. 나머지 실사 촬영분은 2D로 촬영한 뒤 3D로 변환했다”라고 밝혔다. 애초 <7광구> 제작진은 실사 촬영 분의 5% 정도는 3D로 촬영하겠다는 계획을 세웠지만 목표를 이루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만큼 작업이 어렵다는 반증이다. 허영만 원작의 <미스터 고>는 내년에 공개될 예정이다. 감독은 <미녀는 괴로워>와 <국가대표>로 CG를 가장 적절하게 사용하는 것으로 정평이 난 김용화 감독이 맡았다.

장대표는 “<아바타> 이후 1년이라는 시간은 가시적인 성과를 내기에는 너무 짧다. <7광구>는 그나마 그 전에 기획되었던 영화라 올해 개봉이 가능한 것이다. 영화계의 많은 기획자나 감독이 3D 영화를 검토하고 있지만 성급하게 대들기보다는 뮤직비디오나 광고 필름에서 경험을 쌓은 뒤 상업영화에서 3D를 시도하는 것이 낫다”라는 입장을 밝혔다.

그는 이번에 개봉한 <해리 포터와 죽음의 성물 1부>가 3D 상영을 포기한 점을 상기시켰다. 2D 필름을 3D로 변환할 때 기술적 완성도가 높지 않으면 오히려 3D 시장을 죽인다는 것이다. <해리 포터>를 제작한 워너브러더스에서도 ‘완성도를 보장하지 못한다’라는 이유로 2D 아이맥스로 개봉하고 올여름에 개봉하는 2부만 3D로 개봉하기로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바타> 이후 3D 영화 난립을 먼저 겪은 할리우드에서는 완성도가 높지 못한 3D 영화의 개봉이 오히려 3D 산업에 독이 된다는 사실을 교훈으로 얻은 것이다.

국내 3D 콘텐츠 산업도 완성도를 더 높여야 한다는 과제를 안고 있다. 한국 영화는 대체적으로 프로덕션 디테일이 약하다는 말을 듣고 있다. 민병천 대표는 “국산 3D 기술은 세계 정상이라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다만 디지털 R&D(연구·개발) 분야에서는 떨어진다. 이 부분은 전문 과학자와 공학자가 참여해서 디테일에 대한 정확성을 살려야 전체 퀄리티가 높아진다. 인력과 재원이 좀 더 보충되어야 한다”라고 말했다.   


ⓒ시사저널 전영기
잭 랩키는 이미지무버를 만든 뒤 2004년 <폴라익스프레스>를 시작으로 오는 4월 개봉하는 <마르스 니즈 맘>까지 다섯 편의 3D 만화영화를 만들어냈다. 할리우드 주류 시스템 내에서 3D 영화를 가장 많이 제작한 프로듀서이다. <폴라익스프레스> <몬스터 하우스><베오울프> <크리스마스 캐롤>은 그것 자체로 3D 영화 발전사이기도 하다. 3D 영화 <탱탱>을 제작하고 있는 스티븐 스필버그나 <아바타>의 제임스 카메론 감독도 그에게 3D 영화 제작에 대해 자문을 구했다고 한다. ‘서울인터내셔널 3D 페어’에 토론자로 참여한 잭 랩키를 인터뷰했다.  

새 영화에도 신기술이 담겨 있나?

디즈니를 통해 배급되는 <마르스 니즈 맘>에서는 2D와 3D를 혼용하는 시도를 했다.

3D 영화의 미덕은 무엇인가?

영화를 만들 때 첫 번째 기준은 돈이 아니라 창조성이다. 2D 영화보다 제작비가 더 든다는 것은 중요한 고려 요소가 아니다. 영화는 적당한 이야기에 적합한 캐릭터를 통해 효과적으로 이야기를 전달하는 것이다. 이야기나 영화의 창조성, 스케일을 보고 2D로 할지, 3D로 할지 결정한다.

3D로 제작할 때 어떤 면을 강조하나?

3D 영화에서도 강력한 이야기와 실감 나는 캐릭터가 중요하다. 중요한 것은 이야기이다. 이야기는 디테일에 기반한다. <마르스 니즈 맘>에서도 NASA(미국 항공우주국) 관계자를 만나 화성의 사진 등 디테일을 자문받았다. 좀 더 많은 사전 조사와 섬세한 디테일이 스토리텔링에 기여한다.

사람을 진짜 사람처럼 표현하는 것이 언제 가능해지나?

눈빛, 안면 근육 표현 등 점점 기술적으로 발전하고 있지만, 언제라고 못 박기는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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