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동기 카드’, 자충수 되려나
  • 감명국 (kham@sisapress.com)
  • 승인 2011.01.10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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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이계, 감사원장 인사에 노골적 불만 드러내…각종 의혹 잇따라 청문회 소용돌이 예고

▲ ⓒ연합뉴스

“왜 가만히 있는 야당의 불쏘시개를 청와대에서 애써 들쑤시나.”

새해 벽두부터 당·청 간 갈등이 심상찮다. 한나라당 주류인 ‘친이계’의 청와대를 향한 불만의 도가 위험 수위를 넘나드는 모습이다. 정동기 신임 감사원장 내정자가 ‘뇌관’이다. 이명박 대통령이 지난 12월31일 부분 개각을 단행하면서 정동기 전 청와대 민정수석을 감사원장에 내정하자, 정치권에 금방 확 불이 붙었다. 2011년 정국을 여는 첫 여야 격돌의 시간을 한 달 이상 앞당긴 셈이다.

원래는 설을 보낸 뒤 열리는 2월 임시국회가 첫 격전장이 될 것으로 예상되었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안 처리 문제가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설 이전인 1월19일과 20일 양일간에 걸쳐 정동기 내정자에 대한 인사청문회가 열린다. 한나라당은 마뜩찮은 기색이 역력하다. 친이계는 친이계대로, 또 친박계는 친박계대로, 불편해하거나 반대하는 분위기가 강하다.

수도권의 한 친이계 초선 의원은 “지난해 11월부터 감사원장 하마평에 정내정자 이름이 거론될 때만 해도 설마 했다. 왜 굳이 감사원장으로 정내정자를 임명했는지 그 의도가 궁금하다”라고 되물었다. 정내정자는 지난 연말 한창 정치권을 시끄럽게 했던 ‘민간인 불법 사찰’ 의혹에 그 이름이 끊임없이 거론되었다. 대우조선해양 남상태 사장 연임 로비 의혹에도 등장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검찰의 과잉 수사 논란에서도 자유롭지 않다. 2007년 대선 당시 이명박 후보의 도곡동 땅 실소유 논란과 BBK 사건 의혹에 대한 당시 검찰 수사에도 정내정자의 이름은 오르내린다. 앞서 언급된 그 의원은 이를 ‘꼬리’라고 표현했다. 줄줄이 꼬리를 달고 있는 인사를 청문회장에 앉혔다는 불만이 그것이다.


청와대, “결격 사유 안 되는 얘기들” 일축

이에 대해 청와대의 한 관계자는 “정내정자에 대해 나오는 얘기들은 모두 정치 공방에 불과하다. 야당이 이를 정치 쟁점화하려면 할 수도 있겠지만, 그것으로 임명의 결격 사유가 된다고 할 수는 없는 것이다. 민정수석실에서 충분히 스크린을 해서 도덕적으로 결격 사유가 없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안다”라고 말했다. 영남의 한 친이계 초선 의원은 “정내정자의 청와대 근무 전력이 다소 쟁점이 될 소지가 있지만, 중요한 것은 공직자로서의 도덕성인 만큼, 도덕적으로 큰 결격 사유가 없다면 임명 동의안은 통과되지 않겠느냐”라고 전망했다. 하지만 민주당은 정내정자에 대한 인사청문회를 단단히 벼르는 모습이다. 민주당 인사청문회특위 간사인 유선호 의원은 “단순히 정치 공방에만 그치지는 않을 것이다. 제보도 계속 들어오고 있다. 이미 정내정자의 부동산 투기 의혹과 전관예우 논란 등이 하나 둘씩 불거지고 있지 않나”라고 자신감을 표했다.

친이계 핵심으로 통하는 한 중진 의원 역시 “자료들이 많이 있을 텐데, 단순히 그냥 공방에만 그치겠나”라면서 정내정자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드러냈다. 그는 “청와대 인사에 대한 (당의) 불만이 어디 하루 이틀인가. 인사 때마다 늘 그러는데”라며 “얘기를 해본들 바뀌지도 않는데 얘기해서 뭘 하나”라며 불쾌한 기색을 감추지 않았다. 수도권의 한 친이계 초선 의원은 “정치 쟁점을 떠나서라도 감사원이라는 자리가 엄연히 대통령으로부터도 독립된 헌법 기관인데, 거기에 청와대 수석 출신을 앉힌다는 것이 말이 되나. 과거 박정희 정권 때 한 번 후로는 전례가 없던 일이다. 적절한 인사가 아니다”라고 노골적으로 반대했다. 그는 “이런 얘기를 (청와대에) 하고 싶어도 할 방법이 없다. 대화가 끊긴 지 오래되었다”라고 덧붙였다.

친박계도 목소리를 높이지는 않지만 반대 정서가 강하다. 영남에 지역구를 둔 친박계 의원 사무실의 한 관계자는 “정내정자는 2007년 8월 한나라당 대선 후보 경선 직전에 검찰 수사를 지휘하는 대검 차장의 신분임에도 ‘도곡동 땅 실소유주가 이명박 후보라고 볼 증거가 없다’라는 말로 정계에 줄을 선 인물이다. 중립성이 담보되어야 할 감사원장에 그런 인사가 과연 적절한가”라고 노골적인 반감을 표출했다. 박근혜 전 대표의 대변인 격인 이정현 의원은 “친박계이기 때문에 정내정자를 비판한다는 식의 잣대로 보지 말아달라. 나를 비롯해서 친박계 인사들 그 누구도 3년이 훨씬 더 지난 일을 아직 가슴에 품고 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감사원장 자리가 측근을 배려할 자리라고 보지는 않는다. 이는 여야나 계파를 떠나서 국회의원의 한 사람으로서 판단하는 것이다. 나도 청문회 특위에 참여하는데, 그런 점을 분명히 따질 것이다”라고 밝혔다.

이처럼 정치권의, 특히 친이계 내부의 반발 목소리를 전해들은 청와대의 한 관계자는 “일에 대한 열정과 전문성, 식견 등을 크게 고려하는 대통령의 인사 스타일로 볼 때, 정내정자의 그런 점을 높이 평가한 것 같다”라면서도 “지난해 8월 김태호·신재민·이재훈 후보자 인사청문회 낙마 이후에 국민들의 인식도 달라졌고, 그런 면에서 사실 고민스런 부분도 있다”라고 밝혔다.


 

정동기 전 청와대 민정수석이 신임 감사원장에 내정되면서 경동고 인맥은 다시 한번 주목받고 있다. 지난 2008년 6월 그가 민정수석에 임명된 이후, 검찰 내 경동고 인맥인 이인규·황희철 검사가 대검 중수부장과 서울남부지검장 등에 잇따라 오르면서 ‘경동고 전성시대’라는 말이 나오기도 했다. 여기에 정내정자 바로 밑에 있는 장다사로 민정1비서관까지 더해서 “경동고 인맥이 사정권을 좌지우지한다”라는 얘기도 돌았다. 정내정자는 경동고 28회이고, 이 전 중수부장과 황희철 법무부차관, 장비서관 등은 모두 32회 동기들이다.  

현 정부의 경동고 인맥을 말할 때 가장 중심에 서는 사람은 임태희 대통령실장이다. 그는 정내정자의 1년 후배가 된다. 임실장으로 인해 최근에는 행정 부처에도 경동고 인맥이 뻗어나가고 있다는 얘기가 돌고 있다. 정내정자가 감사원장에 발탁된 배경에도 임실장이 있는 것이 아니냐는 얘기까지 나온다. 두 사람은 공군 장교로 군 생활을 했다는 공통점도 가지고 있다. 이에 대해 청와대의 한 관계자는 “내가 아는 한, 두 사람은 동문 선후배인 것 말고는 특별히 친분 관계가 없다”라고 답했다.

최근에는 방송가에서도 경동고 인맥이 구설에 오르내리고 있다. KBS가 지난 12월31일 새 보도본부장으로 고대영 해설위원장을 임명하자 KBS 새 노조측에서 “청와대가 기존의 보도본부장이 마음에 들지 않자 기자들을 장악할 수 있는 ‘낙하산 보도본부장’을 내려보낸 것이다”라면서 강력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고본부장 역시 경동고 출신으로 알려지면서 특정 인사와의 관련설까지 나돌자, KBS 보도국 주변에서는 “경동고 인맥이 청와대, 검찰에 이어 KBS에까지 미쳤다”라는 얘기가 떠돌고 있는 형편이다.  

정내정자와 관련된 몇 가지 정치 쟁점들에서 경동고 동문 인사가 얽혀 있다. 야당에서는 지난 2009년 노무현 전 대통령의 죽음을 불러온 대검 중수부의 ‘박연차 게이트’ 수사를 진두지휘한 이인규 전 중수부장(위 사진)과 정내정자의 친분 관계에 주목하고 있다. 여기에 대우조선해양 남상태 사장(아래 사진) 연임 로비 의혹에도 역시 정내정자와 남사장 간의 동문 관계가 거론된다. 남사장은 경동고 24회 졸업으로 정내정자의 4년 선배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이번 정내정자 인사청문 특위에 여당 위원으로 참가하게 된 정진섭 한나라당 의원 역시 경동고 27회 출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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