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제국 절대 군주 잡스 따라잡자”
  • 이철현·이은지 기자 ()
  • 승인 2011.01.03 1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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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P연합

지난 한 해 아이폰과 아이패드를 잇따라 내놓으며 혁신의 아이콘으로 떠오른 스티브 잡스 애플 회장의 카리스마와 영향력은 여전히 막강하다. 그를 추종하는 마니아들에게 애플은 하나의 종교에 가깝다. 제2의 빌게이츠가 되기를 염원하던 IT 분야 창업자들은 이제 제2의 스티브 잡스가 되겠다는 꿈을 꾸고 있다. 그들은 왜 잡스와 애플에 열광하며 어떤 IT 미래를 꿈꾸는 것일까.

지난 한 해 스티브 잡스 애플 회장은 혁신의 아이콘으로 떠올랐다. 영국 일간지 파이낸셜타임스는 그를 ‘2010년의 인물’로 선정하며 그가 아이패드를 공개하던 순간을 ‘현대 기업 역사에서 가장 주목할 만한 복귀였다’라고 평가했다.

그는 정보기술(IT) 업계에서 메시아처럼 군림한다. 아이폰과 맥북에어 마니아에게 애플은 종교에 가깝다. 탁월한 마케팅 기법과 프레젠테이션 능력으로 소비자를 매료시킨다. 잡스 앞에서 합리적인 소비자라는 고전 경제학의 기본 가설은 부정된다. 이상길 이노션 마케팅담당자는 “스티브 잡스는 종교 교주에 가까운 아우라(후광)를 가지고 있다. 소비자 눈에 콩깍지를 씌워 사게 하는 매력을 갖고 있어 합리적 소비자마저 애플 제품 구매에서만큼은 로직(논리)을 상실한다”라고 말했다. 잡스의 리더십이 탁월한 것은 아니다. 리더십 수준으로 따지면 4류에 불과하다. 최하위보다 조금 나은 정도이다. 잡스 없는 애플은 상상할 수 없는 탓이다. 최상위 리더는 자기가 없어도 정상적으로 돌아가는 시스템을 갖추어 놓는다. 이에 반해 잡스와 애플은 동일체이다. 잡스의 카리스마와 역량이 애플을 지탱하는 축이다. 애플은 잡스라는 태양 주위를 도는 위성에 불과하다.

잡스의 카리스마는 초인에 가까운 역량과 혜안에서 비롯된다. 김동신 파프리카랩 대표는 “잡스는 탁월한 프로덕트 피커(Product Picker)이다. 무슨 제품이 되고, 무슨 제품이 안 되는지 골라내는 능력이 뛰어나다”라고 말했다. 수만 가지 제품 가운데 무엇이 소비자에게 가 닿을 수 있는지 판단하는 안목은 다른 이들이 따라올 수 없다. 김기현 LG전자 모바일커뮤니케이션스(MC) 연구원은 “잡스의 눈은 언제나 소비자의 기호와 취향을 꿰뚫는다”라고 말했다. 소비자와 커뮤니케이션하는 감각은 섬세하고 화려하다. 온갖 마케팅 장치가 동원된다. ‘미니멀리즘의 극치’라는 애플 제품의 디자인같이 마케팅 메시지도 단순하면서도 감성적이다.  

▲ 스티브 잡스 애플 회장이 2010년 6월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애플의 개발자 회의에 참석해 아이폰4를 시연해 보이고 있다. ⓒAP연합

 애플이 주도하는 새로운 IT 생태계 구현

이상길 이노션 마케팅담당자는 “마케팅 전문가에게 잡스는 완벽한 롤 모델이다”라고 말했다. 제품 완성도에 대한 그의 집착은 상상을 불허한다. 김기현 LG전자 연구원은 “잡스는 개발 제품의 완성도가 자기가 만족하는 수준까지 오르지 않으면 절대로 제품을 출시하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경쟁 업체들은 개발 비용이 아까워서라도 품질이 적당한 수준까지 오르면 출시한다. 김기현 연구원은 “잡스 사전에는 ‘적당한’은 없고 ‘완벽한’이라는 단어만 있는 듯하다. 단말기 개발자 입장에서는, 그럴 수 있다는 것이 부럽다”라고 말했다. 그러다 보니 제품이 나올 때마다 기존 시장 판도를 뒤엎을 만한 파괴력을 지닌다.

잡스는 파괴된 IT 시장 위에 애플이 주도하는 새로운 IT 생태계를 구현한다. 이동현 런파이프 대표는 “애플은 인터넷 서비스업체가 독점하던 무선인터넷 시장을 해방시켰다. 앱스토어라는 인터넷 장터를 만들어 1인 애플리케이션 개발자를 대량 양산했다”라고 말했다. 파괴는 창조로 이어진다. 아이패드를 출시해 태블릿PC라는 시장을 활성화시켰다. 전세계 PC 메이커는 아이패드의 뒤를 쫓아 태블릿PC 시장으로 진입하고 있다.  

잡스는 천재가 숙명적으로 지니고 있는 약점을 갖고 있다. 일방적으로 소비자에게 메시지를 전달하는 능력은 탁월하나 견해를 주고받는 의사소통에는 형편없다. 잡스는 고집불통으로 유명하다. 아이폰4 사용자가 ‘데스그립(내장 안테나 주변을 손으로 쥐면 통신 장애가 일어나는 현상)’에 대해 불평하자 잡스는 ‘그렇게 쥐지 마라’라고 답변했을 정도이다. 구글이 안드로이드 운영체제를 공개해 모바일 생태계를 교란하고 있으나 애플은 소스 코드를 공개할 뜻이 없음을 분명히 밝히고 있다. 이동형 대표는 “애플은 패쇄적인 왕국을 꿈꾸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폐쇄성은 시장 실패로 이어질 수 있다. 과거 애플 매킨토시는 마이크로소프트 운영체제(도스나 윈도)보다 탁월했으나 폐쇄성 탓에 실패하고 말았다. 김기현 연구원은 “잡스가 패쇄성을 고집하면 모바일 시장에서도 제2의 매킨토시 같은 실패가 나타날 수 있다”라고 말했다.

잡스는 폐쇄성이 갖는 위험을 회피하기 위해 롱테일 전략을 구사한다. 한 국가나 지역 시장에서 1위에 오르기보다 전세계 시장 곳곳에서 충성도 높은 마니아 집단을 만들어 안정적인 수익을 창출한다. 이호성 연세대 경영학과 교수는 “마니아에게 팔리는 제품은 수익 창출에 한계가 있으나 애플 제품만큼은 비싸더라도 전세계 시장 곳곳에서 고르게 호응을 얻고 있다. 특정 시장에서만 보면 2, 3위에 불과하나 전세계 판매량을 합치면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수익성을 자랑한다”라고 말했다. 그러다 보니 제2의 빌게이츠를 꿈꾸던 IT 분야 창업자들은 이제 제2의 스티브 잡스가 되겠다고 나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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