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백억 날린 책임은 누가 지나?
  • 이석 (ls@sisapress.com)
  • 승인 2010.12.27 15: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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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대투증권, 투자 손실 책임 있는 부서장 이동시켜…금감원 조사 결과 따라 공방 예상

금융업계 ‘장수 최고경영자(CEO)’로 불리는 김지완 하나대투증권 사장이 좌불안석이다. 지난 11월11일 터진 ‘옵션 만기 테러’로 7백억원 이상 손실을 입었기 때문이다. 이날 코스피지수는 도이치증권에서 쏟아진 매물 폭탄으로 50포인트 넘게 후퇴했다. 하나대투증권을 옵션 거래 중개사로 둔 와이즈에셋자산운용(이하 와이즈에셋)은 9백억원가량 손실을 냈다. 와이즈에셋이 손실액을 감당할 수 없게 되자 하나대투증권이 7백60억원을 대납했다. 올 상반기 순이익과 맞먹는 규모여서 김사장이 전전긍긍하고 있다. 

▲ 김지완 하나대투증권 사장(왼쪽)과 서울 여의도 하나대투증권 본사 사옥. ⓒ뉴스이미지뱅크·시사저널 윤성호

와이즈에셋 끌어들인 장본인은 김사장

하나대투증권은 지난 12월 초에 연말 임원 인사를 단행했다. 이 과정에서 와이즈에셋 관련 손실 책임이 있는 법인영업본부장(상무)과 주식법인영업2부장(이사보)을 신사업추진팀으로 발령냈다. 거액의 손실에 따른 문책성 인사로 보인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꼬리 자르기’가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와이즈에셋을 하나대투증권으로 끌어온 사람이 김지완 사장이기 때문이다. 김사장은 지난 2003년 6월 부국증권에서 현대증권 대표로 자리를 옮겼다. 이후 현대증권이 와이즈에셋에 38억원을 투자해 2대 주주(33%)에 올랐다. 현대증권측은 “계열 운영사의 필요성이 있었다. 적절한 투자였다”라고 해명했다. 당시 현대증권은 부국증권 보유 지분을 넘겨받았다. 이 탓에 김사장과 송준용 와이즈에셋 대표의 개인적인 친분이 작용한 것이 아니냐는 뒷말이 나왔다. 김사장은 와이즈에셋 경영진과 돈독한 관계를 유지해왔다. 이 회사 최대 주주인 이광재씨와는 개인적으로 친분이 높고, 송준용 와이즈에셋 대표와는 5년 터울로 평소 ‘호형호제’하는 사이로 알려졌다.

김사장은 지난 2007년 12월 하나대투증권 대표로 자리를 옮겼다. 와이즈에셋 역시 곧바로 하나대투증권으로 거래사를 옮겼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와이즈에셋 상품의 판매 비중에서 하나대투증권은 4천7백50억원대(21.37%)로 절대적인 위치를 차지한다. 하나대투증권과 와이즈에셋은 영업 측면에서도 떼려야 뗄 수 없는 사이인 것이다. 그럼에도 김사장에 대해서는 아무런 후속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뒷말이 나오고 있다. 하나대투증권의 한 관계자는 “와이즈에셋을 영입하는 과정에서 김사장이 많은 역할을 한 것으로 알고 있다. 옵션 만기 사태로 거액의 손실을 보았기 때문에 책임을 피하기는 어려울 것이다”라고 지적했다. 이 증권사 노조에서도 현재 사태를 예의 주시하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사측이 이번 인사와 관련해 공식 입장을 내지 않았다. 적절한 조치가 취해지지 않는다면 단호하게 대응할 계획이다”라고 말했다.

금감원은 현재 와이즈에셋이 거액의 손실을 내는 과정의 문제점을 조사하고 있다. 핵심은 ‘11·11 사태’의 배경으로 지목되는 도이치증권 홍콩법인을 조사하는 것이다. 지난 12월8일 다섯 명으로 조사단을 구성했다. 이 과정에서 와이즈에셋의 문제에 대해서도 심도 있게 들여다보는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 당국의 한 관계자는 “금감원은 사태 초기 하나대투에 대한 조사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하지만 조사 과정에서 증거금의 수십 배가 넘는 옵션 거래를 해 온 사실을 확인하고 하나대투증권과의 공모 가능성도 들여다보고 있다”라고 귀띔했다.

“와이즈에셋 대주주 불법 관여 여부 주목”

와이즈에셋이 당시 보유한 계좌 증거금은 1백40억원이었다. 개인의 경우 보유 현금 내에서만 거래가 가능하다. 자산운영사는 사후 증거금을 통해 거래할 수 있는 루트가 마련되어 있다. 그렇다고 해도 펀드 자산의 다섯 배를 초과할 수는 없다. 와이즈에셋은 이 규칙을 어겨서 거액의 손실을 냈다. 하나대투증권 역시 옵션 투자를 묵인했다는 점에서 뒷말이 나오고 있다. 앞서의 관계자는 “하나대투증권과 와이즈에셋은 서로 돕는 관계였다. 두 회사가 고의로 리스크 관리 시스템을 무시했을 수 있다”라고 말했다.

하나대투증권측도 거래 과정에서 일부 문제가 있음은 시인했다. 이 증권사 관계자는 “잔고가 모자라는 상황에서 한도를 초과해 주문한 것은 사실이다. 장중에 코스피가 급락하면서 손실액 규모가 급격하게 불어났다”라고 토로했다. 리스크 관리에 문제가 있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도 이 관계자는 “시장 제도의 문제이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비슷한 옵션 쇼크 사태가 발생한다면 제2, 제3의 와이즈에셋이 발생할 수 있다. 금감원 조사 결과를 보고 적절한 대응을 취하겠다”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김지완 사장이 책임을 면하기 위해 꼬리를 자른 것이 아니냐’라는 일각의 의혹에 대해서도 “말이 안 된다”라고 말했다. 그는 “사고가 발생한 부서장 두 명을 업무에서 배제한 것은 사태 수습용이었다. 문책성 인사는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문책성 인사라면 리스크팀이나 컴플라이언스 부서도 같이 제재를 받아야 한다. 하지만 이번 인사는 소폭에 그쳤다. 문책성 인사는 다음이고, 우선은 손실 사태에 대한 수습이 우선’이라고 이 관계자는 설명했다. 김지완 사장도 최근 직원들과 만난 자리에서 “책임질 것이 있으면 책임지겠다”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결국 공은 금감원에 넘어가게 되었다. 금감원 사정에 밝은 한 인사는 “현재 조사는 마무리된 것으로 알고 있다. 금감원 조사가 어떻게 나오느냐에 따라 책임 소재를 놓고 공방이 예상된다”라고 전망했다. 업계에서는 사태가 장기화될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 하나대투는 최근 7백60억원을 대납한 후, 다양한 회수 방안을 고민했다. 와이즈에셋을 인수하는 것도 시나리오 중 하나였다. 대주주 이광재씨 등의 지분을 인수한 뒤, 회사를 정상화해 되판다는 계산이었다. 하지만 하나UBS자산운용의 지분 51%를 보유한 UBS가 반대하면서 무산되었다. 회사 내부에서도 실효성이 없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대신 구상권 행사가 유력한 대안으로 거론되고 있다. 하나대투증권 관계자는 “금감원 조사에서 와이즈에셋 대주주가 불법에 관여한 사실이 밝혀지면 구상권 청구가 가능하다. 대주주가 보유한 지분이나 부동산을 압류하는 등 가능한 모든 방법을 검토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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