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의 맛과 값으로‘준비된 여심’이 까다로운 여심을 잡다
  • 박남수 한국창업전략연구소 팀장 ()
  • 승인 2010.12.13 14: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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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럽파스타 잠실점 정은정씨

 

지난 7월부터 서울 신천역 인근에서 테이크아웃 파스타 전문점을 운영 중인 정은정씨(42·아이럽파스타 잠실점)는 유명 건설사에서 18년간 일하던 남편의 권고 사직한 것을 계기로 창업 전선에 뛰어든 사례. 복합 상권의 여성 고객층에게 어필하고, 주부 특유의 붙임성을 무기로 특별한 홍보 없이 하루 1백80만원의 매출을 올렸다. 휴가철에는 기복이 있기는 하지만 꾸준한 매출을 올리고 있다.

“18년간 하도급 순위 10위권에 드는 건설사에서 일하던 남편(46세)이 지난해 권고 사직을 당했죠. 지금은 중소 건설사에서 이사로 근무하고 있지만 언제 또 그만둘지 알 수 없어요.” 정씨는 남편이 권고 사직을 당하자 위기감을 느낀 후 창업 전선에 나섰다.

“18년 간 주부로 살다가 막상 사회에 뛰어들려니 엄두가 나지 않았죠. 특별한 기술이 없어서 취업은 불가능하다고 판단하고 인터넷을 통해서 창업 정보를 수집했어요.”

정씨가 본격적으로 창업을 실행한 것은 올해 4월. 남편 퇴사 후 함께 운영할 업종을 고르기 위해 아침밥을 먹으면서도 자주 의견을 나눴다. 정씨는 커피 전문점을, 남편은 스크린골프방 창업을 원했기에 몇몇 가맹본사에 들러 상담을 받았다.

“카페는 포화 상태인 데다가 수익률이 생각보다 낮았다. 스크린골프방은 남성 상대 업종인데 몇 년간은 여자인 제가 운영해야 하기에 부담스러워서 포기했다.”

정씨가 현재 운영 중인 업종과 만난 것은 지난 6월 서울 학여울역에서 개최된 창업박람회장에서였다. 업종 정보를 얻기 위해 남편과 함께 참가한 박람회에서 프로방스풍 인테리어와 7천~8천원대의 저렴한 파스타를 판매하는 현재 브랜드에 호기심을 느끼고 상담을 받았다.

가족들도 한마음으로 도와줘

정씨가 창업 결정을 내린 첫째 이유는 수익률이 40% 이상이라는 점이었다. 둘째 값싼 파스타를 판매하지만 고급스러운 인테리어 때문에 여성에게 인기가 있을 것 같았다. 셋째 TV에서 파스타 소재의 드라마가 인기리에 방영된 이후여서 트렌드라고 생각했다. 마지막으로 본사의 쉐프 파견 시스템을 이용하면 조리장과의 마찰 없이 운영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본사 쉐프가 매장이 안정화될 때까지 상주하면서 직원 교육부터 채용을 도와준다. 향후에 직원이 이탈하거나 휴가를 가야 할 때도 본사에서 쉐프를 파견해준다.”

정씨는 손님 응대법, POS와 물류 관리법 등의 3일간의 간단한 교육만 받고 운영할 수 있었다.

테이크아웃 파스타 전문점은 남성 창업자가 선호하지 않는다. 정씨는 남편과 함께 운영할 매장이기에 의견을 조율했다. 처음에는 자신 없어 하던 남편 역시 설거지와 청소, 물류 관리, 마케팅 활동 등 남성이 기여할 만한 일도 많다는 설명에 창업에 동의했다. 업종을 선택한 이후에는 본사에서 추천하는 신천역 인근 20평 규모 매장을 점포 구입비 2억원을 투자해 얻었다. 학원가 밀집지역인데 소규모 사무실과 아파트, 주택가 등이 고르게 분포된 복합 상권이었다. 매장 인근에는 유명 패스트푸드 전문점이 모두 들어서 있을 정도의 A급 상권이다. 정씨는 창업 비용으로 점포 구입비 2억원과 개설비 1억5천만원을 투자했다. 창업 비용은 저축해두었던 자금 2억원과 시부모님 도움으로 마련한 자금 그리고 대출받은 자금 1억5천만원으로 충당했다.

복합 상권인 만큼 남녀노소 누구나 매장을 찾는데, 20~30대가 50%이고 그중 여성이 70% 이상이다. 정씨는 개점 후 별다른 마케팅 활동을 벌이지 않았다. 인근에 파스타 전문점이 한 곳도 없고 아기자기한 매장 인테리어와 저렴한 파스타 가격에 매력을 느끼고 여성 고객이 발길이 자연스럽게 이어졌기 때문. 또한 주부 특유의 밝은 인사성으로 고객을 맞다 보니 개점 한 달 만에 단골 고객도 많이 확보할 수 있었다. 홀 직원 역시 여성 고객에 맞춰 20대의 용모가 단정한 남성 위주로 채용했다. 여성 비율이 높다 보니 매출에 간접적으로 영향을 주리라고 여겼다. 정씨가 직원을 채용할 때 서비스의 질보다 용모에 비중을 두는 이유는 하루 정도만 배우면 서비스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정씨의 매장에서 가장 인기 있는 메뉴는 파스타와 미니샐러드, 마늘빵을 함께 제공하는 9천9백원짜리 세트 메뉴. 8천원대 20여 가지 파스타 중 하나를 마음대로 고를 수 있다는 점 등 경제적인 가격 때문에 선호한다고. 5백원에 판매하는 마늘빵에 대한 추가 주문 역시 많기에 매출 기여도가 높다.

정씨 매장에는 4인 테이블 9개와 2인 테이블 3개가 놓여 있다. 피크타임에는 2~3팀의 고객이 기다려야 할 정도이다. 직원은 홀 2명, 주방 3명으로 총 5명. 주방은 2명이 정원이지만, 고객 수가 많다 보니 음식 내는 속도를 높이기 위해 1명의 보조 인원을 투입했다. 현재는 정직원을 쓰고 있지만, 쉐프들의 업무 숙달도가 높아지면 파트타임 아르바이트로 전환해 인건비를 절감할 계획이다. 정씨 역시 업무 숙달도를 높이고 있다.

영업 시간은 오전 11시부터 밤 10시까지. 밤 9시30분이 되면 주문을 받지 않고 10시 정시 퇴근을 지킨다. 정씨 역시 브레이크 타임을 활용해 업무 피로도를 줄이고 있다. 오후 2시30분부터 4시30분까지는 업무량이 적기에 휴식을 취하거나 반찬을 준비하고 은행 일을 보는 등 주부 본연의 일을 한다.

중학생과 고등학생인 자녀도 일을 돕는 데 거부감이 없는 업종이다 보니 가족의 도움도 많이 받는 편이다. 남편은 퇴근 뒤, 자녀는 방학 기간에 매장에 나와 돕고 있다. “주점 등 청소년 출입이 힘든 업종이었다면 불가능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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