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명적 공포’, 현실로 나타났다
  • 노진섭 (no@sisapress.com)
  • 승인 2010.12.13 1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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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월 <시사저널>이 경고한 슈퍼박테리아, 국내 출현… 최선의 예방법은 ‘손 씻기’

 

▲ 다제내성균인 NDM-1 카바페넴 장내 세균. ⓒ시사저널자료

지난 10월 <시사저널>은 ‘보이지 않는 돌연변이의 경고’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슈퍼박테리아(다제내성균)의 출현을 예고했는데 그 우려가 현실로 나타났다. 지난 8월 인도에서 처음 발견된 슈퍼박테리아가 최근 국내에서 발견되었다. 보건복지부는 12월9일 수도권의 한 종합병원에 입원 중인 환자 두 명으로부터 NDM-1 카바페넴 내성 장내 세균을 분리했다고 밝혔다. 같은 병원에서 추가로 발생한 두 명의 의심환자에 대해서도 확진검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NDM-1 카바페넴 장내 세균은 장(腸)에 사는 세균 중에 카바페넴 항생제를 무용지물로 만드는 효소를 분비해 항생제 내성을 갖는 일부 세균을 말한다. 주로 대장균과 폐렴구균인데 대장균은 요로감염, 폐렴구균은 폐렴을 유발한다. 가장 강력한 항생제인 카바페넴에 내성이 생긴 만큼 이 슈퍼박테리아에 감염되면 뾰족한 치료제가 없는 셈이다. 김의종 서울대학교병원 진단검사의학과 교수는 “치료할 수 있는 항생제가 있더라도 환자 상태에 따라 독성 때문에 사용할 수 없는 경우도 있다”라고 말했다.

이 세균에 감염되면 소름이 끼칠 정도로 심한 오한에 고열이 발생한다. 폐렴이나 패혈증과 같은 합병증이 생기면 사망할 수도 있다. 정석훈 연세세브란스병원 세균내성연구소 교수는 “가장 큰 문제는 치사율이 높아진다는 점이다. 패혈증과 쇼크 등으로 환자가 사망할 수 있다. 일본에서 발견된 슈퍼박테리아인 아시네토박터 바우마니(MRAB)가 카바페넴 내성을 띠면 치사율이 40%인데, NDM-1은 이보다 훨씬 높아 60% 이상 된다”라고 설명했다.

NDM-1은 지난 9월 일본에서 발견된 아시네토박터균과 다르다. 아시네토박터균은 이미 전세계에서 발견되는 슈퍼박테리아이며 일본에서 46명에게 전파되어 27명을 사망하게 했다. NDM-1은 일부 국가의 병원에서 한정되어 발견되며 사망 사례는 벨기에에서 1건 보고되었다. 이번에 감염된 것으로 확인된 50대 남성 환자도 간질성 폐질환으로 지난 10월부터 입원 치료를 받아왔고, 70대 여성 환자는 당뇨 합병증으로 척추염을 앓고 있어 6개월째 입원 치료 중이었다.

확산 위험 없으나 표준 치료법은 없는 실정

이런 점을 들어 NDM-1이 지역 사회로 확산할 가능성은 거의 없으며, 일반인이 감염되더라도 항생제로 치료할 수 있다고 보건당국은 주장한다. 전병율 보건복지부 질병정책관은 “이번 다제내성균은 티게사이클린, 콜리스틴 등 두 가지 치료 가능한 항생제가 있다. 일상생활에서 감염되거나 전파될 가능성은 희박하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들 치료제가 효과가 있는지는 미지수라는 것이 의료 현장의 목소리이다. 정석훈 교수는 “콜리스틴은 오래전에 개발되었다가 부작용이 심해 퇴출된 약이다. 티게사이클린은 최근에 개발된 약이지만 슈퍼박테리아에 효과가 있다는 연구 결과는 아직 없다. 치료제가 없으니 아무 약이나 써보자는 식이다. 즉, 표준 치료법이 없는 실정이다. 지금이라도 슈퍼박테리아에 대한 연구를 시작하고 적절한 치료제를 찾아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이 세균의 확산력은 빠르지 않아 일반인이 크게 걱정할 단계는 아니다. 그러나 의료진, 환자, 보호자, 병원 방문자 등이 지역 사회에서 활동하기 때문에 병원에서 생긴 슈퍼박테리아가 지역 사회로 퍼지는 것은 시간문제이다. NDM-1은 호흡기가 아닌 접촉에 의해 전파되므로 일반인이 할 수 있는 최선의 예방법은 손 씻기이다. 특히 장내 세균이므로 화장실을 이용한 후에는 반드시 비누로 손을 씻어야 한다. 

이 시점에서 신경을 써야 할 점은 변종 박테리아가 출현할 가능성이다. 세균은 종류가 다르더라도 생존을 위해 내성 정보를 공유하므로 언제든지 제3의 슈퍼박테리아가 나타날 수 있다. 게다가 국내에 존재하는 슈퍼바이러스는 외국 것보다 10배 이상 내성이 강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백경란 삼성서울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일반인은 아직까지 크게 걱정할 단계는 아니지만 티게사이클린과 콜리스틴이라는 항생제에도 내성이 생기면 문제가 될 것이다”라며 주의를 환기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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