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군 ‘10대 아킬레스건’은?
  • 감명국·반도헌 기자 ()
  • 승인 2010.12.06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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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저널>, 국회 국방위 소속 의원 인터뷰 조사 / ‘정치·행정 관료화된 군 간부’가 첫손에 꼽혀

 

▲ 연평도에서 경계 근무 중인 해병대원들. ⓒ연합뉴스

 전체 군사력 세계 6위, 병력 수 69만명 세계 6위, 지상군 군사력 세계 4위, 군사비 규모 세계 8위, 국방비 지출 세계 12위. 대한민국 군이 자랑하는 현재 위치이다. 그러나 지난 11월23일 ‘연평도 포격’으로 대한민국 군의 위용은 하루아침에 조롱거리가 되고 말았다. 놀란 국민들은 지금 “과연 우리 군을 믿을 수 있는가”라고 묻고 있다.

<시사저널>은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 여야 의원 17명을 대상으로 ‘우리 군, 무엇이 문제인가’라는 화두를 던졌다. “현재 우리 군의 ‘전력 약화’ 또는 ‘대국민 신뢰 추락’을 초래하는 요인이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일부 장성 출신 의원들 사이에서 “이번 일만 가지고 군의 전력이 약화된 것처럼 폄하해서는 안 된다”(한나라당의 한기호 의원)라거나 “너무 걱정할 단계는 아니다”(민주당 서종표 의원)라며 군을 옹호하는 목소리가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이는 군을 향해 전체 의원들이 강하게 쏟아내는 질타의 목소리에 이내 묻히고 말았다. 현재 외유 중인 민주당 정세균 의원을 제외한 나머지 16명의 의원들 중 과반수인 여덟 명이 ‘정치·행정 관료화된 군 간부’를 ‘우리 군의 최대 아킬레스건’으로 꼽은 것은 주목된다.

이 밖에도 ‘실전 경험 부족’ ‘군 무기 체계의 허약한 관리 시스템’ ‘각 군별 집단 이기주의’ ‘군 인사의 불공정성’ ‘육군에 편중된 군 편제’ ‘정치권의 책임’ ‘비숙련된 병사’ 등을 주요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야당 의원 중심으로 ‘현 MB 정부의 정책’을 탓하는 목소리가 있었던 반면, 여당 의원 중심으로 ‘과거 10년 정부의 정책’을 탓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국방위 소속 의원들이 꼽은 ‘우리 군의 10대 아킬레스건’을 하나하나 진단해본다.
 

 

‘허약한 무기 체계 관리 시스템’도 도마에

오늘날 대한민국 군의 최대 취약점으로 ‘군 간부들의 군인답지 못한 정치 성향’을 지적하는 국방위 소속 의원들의 목소리는 준엄했다. 육군 참모총장과 국방부장관 출신인 김장수 한나라당 의원은 “군이 정치적 기회주의에 빠지면 안 된다”라고 후배들을 질타했다. 그는 “어느 나라 어느 조직이고 간에 진급을 위해 노력하는 것은 비단 우리 군만의 문제는 아니지만, 일단 진급을 하고 직책을 받았으면 더 이상 나서지 말아야 한다”라고 당부했다. 같은 당의 김학송 의원은 “평화 체제가 너무 지속되다 보니 어느 순간 야전의 능력이 중시되는 것이 아니라, 책상에 앉아서 서류 작성하고 기획하는 행정통 군인이 더 우대받는 상황이 되어버렸다”라고 개탄했다. 안규백 민주당 의원 역시 “한 4성 장군은 100일 동안 지휘 서신만 1천건을 보냈다고 한다. 군의 전투력을 증강시켜야 할 마당에 지금 우리 군은 행정 군인만 양성시키고 있다”라고 비난했다. 

서종표 의원은 “군 수뇌부들의 소신 있는 행동이 너무 아쉽다. 대통령을 향해, 정부를 향해, 아닌 것은 아닌 것이라고 할 말은 해야 한다. 지난번 이상희 전 국방부장관이 이명박 대통령에게 군 예산 문제로 편지를 쓴 것에 대해 말들이 많은데, 그런 것도 경우에 따라서는 필요하다”라고 지적했다. 박상천 민주당 의원은 “군 간부들이 강력한 군대를 만들려고 하기보다는 일반 공무원들처럼 자기 출세에만 관심을 가지니 군 전체의 기강이 지금 해이해질 대로 해이해졌다”라고 우려했다.

공동 2위에는 ‘실전 경험 부족’과 ‘군 무기 체계의 허약한 관리 시스템’, ‘각 군별 집단 이기주의’가 꼽혔다. 각각 다섯 명의 의원이 이렇게 지적했다.

김동성 한나라당 의원은 “사실상 우리 군의 실전 경험은 지난 1960~70년대 베트남 참전이 마지막이었다. 그 당시 군인들은 이미 모두 퇴역했다. 그런 면에서 본다면 우리가 해외 파병을 적극 고려하는 것도 필요한 측면이 있다”라고 말했다. 안규백 의원은 “무엇보다도 우리 군 수뇌부들의 실전 경험이 없다는 것이 가장 큰 취약점이다. 군 장성들이 경험이 없다 보니 비상사태가 벌어지면 혼돈과 혼란이 더 커지는 측면이 있다”라고 지적했다.

국방위원장을 맡고 있는 원유철 한나라당 의원은 “미국이나 이스라엘이 만약 이런 일을 당했다면 가만히 있었겠는가. 그들은 항상 유사시에 대응하는 시스템이 갖춰져 있다. 우리는 실전 경험이 없다 보니까 나오는 현상인데, 어쩔 수 없이 실전과 같은 훈련을 강화하는 수밖에 없다”라고 지적했다.

‘군 무기 체계의 허약한 관리 시스템’을 질타하는 목소리도 많았다. 군 예산을 증액해야 한다는 목소리와도 맥을 같이한다. 김옥이 한나라당 의원은 “3군이 보유하고 있는 표적탐지 레이더가 매일 고장이 나니 대처해야 한다고 매번 지적하고 있지만 잘 안 되고 있다. 솔직히 지난해부터 국방 예산이 줄어든 데도 문제가 있다”라고 밝혔다. 국민중심연합의 심대평 의원도 “예산을 확보하기가 어려운 탓에 군 주력 무기 체계의 노후화가 해마다 누적되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민주당 신학용 의원은 “무기 체계에 비해 군인 개인의 장비와 정찰 감시 장비 등 비무기 체계는 더 열악한 수준이다. 장기간의 수의 계약 시스템도 빨리 개선해야 한다”라고 지적했다.   

원유철 의원은 “내가 국방위원장을 맡고 있다 보니, 육·해·공군 각 군별 집단 이기주의가 우리 군의 발전을 저해하는 큰 요인이라는 생각을 절감하게 된다. 전체 군의 균형 발전을 먼저 고려해야 하는데, 상대 군은 어떻게 되든 당장 우리 밥그릇만 챙기고 보자는 식의 이기주의가 너무 심하다”라고 지적했다. 김학송 의원 역시 “예산 분배도 시급한 것부터 먼저 가야 하는데, 마치 3군이 나눠 먹기 식으로 불문율 합의로 가는 폐단이 반복되고 있다”라고 우려했다.

공동 5위로는 ‘육군에 편중된 군 편제’ ‘군 인사의 불공정성’ ‘정치권의 책임’ ‘MB 정부의 정책 실패’ 등을 꼽았다. 모두 4명씩이었다.

“지나친 육군 중심의 편제가 군의 균형 발전을 저해한다”라는 지적도 이어졌다. 송영선 미래희망연대 의원은 “말로만 공중전이 중요하다고 하면서 FX 사업은 현재 8년째 제자리걸음이다. 반면 육군은 숨 넘어가는 것이 아님에도 예산의 상당 부분을 배정받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안규백 의원은 “3군 합동성 강화를 위해 합참의장을 윤번제로 돌리자고 주장했지만, 육군의 강력한 반대에 부딪혀 안 되고 있다. 현재 육군에만 쏠려 있는 편제와 무기 체계는 심각하다”라고 비판했다. 반대 목소리도 나온다. 김장수 의원은 “3군의 균형 보직이다 해서 현재 합참의 작전부장을 해군이 맡고 있는데, 지난 천안함 사건 때 합참 작전부장이 얼굴 한번 내밀었나. 작전기획부장이 다 하지 않았나. 능력 있는 사람을 적재적소에 써야지, 인위적인 배치는 조직을 우습게 만드는 것이다”라고 밝혔다.

“정치권 책임 크다” 반성하는 목소리도

▲ 이명박 대통령이 북한의 연평도 포격 도발이 자행된 11월23일 저녁 합동참모본부 지휘통제실을 방문해 현황 보고를 받은 뒤 김태영 국방부장관(왼쪽), 한민구 합참의장과 함께 밖으로 나오고 있다. ⓒ연합뉴스

‘군 인사 문제’를 지적하는 목소리도 여전했다. 검사 출신인 정미경 한나라당 의원은 “야전에서 일하는 군인들이나 수사 일선에서 뛰는 현장의 검사들이 인사에서 우대받아야 하는데, 국방부나 법무부나 똑같이 장관 주변에 맴도는 책상물림들이 우대받고 있다”라고 비난했다. 김학송 의원은 “알게 모르게 여전히 군내에 사조직 같은 것은 존재한다. 보직에서 보직을 키워주는 병과 이기주의도 만연하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서종표 의원은 “군 인사가 정권 교체에 따라서 능력과 상관없이 요동치는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라고 개탄했다.

“정치권의 책임이 크다”라고 반성하는 목소리도 있었다. 송영선 의원은 “국방은 효율이 아니라 효과로 봐야 한다. 그럼에도 지금 우리의 정치 지도자들은 국방을 효율적으로만 인식하려고 한다. 그만큼 군을 잘 모른다는 것이다”라고 비난했다. 한기호 의원은 “이번 연평도 포격 사건 때에도 김태영 국방부장관이 빨리 청와대 회의에 참석해야 함에도 민주당에서 복귀를 막았다. 국가적 위기 사태에 대해서는 초당적으로 대처해야 한다”라고 아쉬움을 나타냈다. 심대평 의원은 “한반도의 특수한 상황을 간과하고 우리 정치인들이 너무 유권자의 표만 의식해 인기성 공약을 남발하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현 정부가 군의 약화를 초래하고 있다”라고 비난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신학용 의원은 “현 정부의 태도를 보면 과연 국방 정책과 대북 정책에서 원칙과 철학이 있는지 의심스럽다. 이번 김태영 장관의 경질을 처리하는 것만 봐도 현 정부의 국방 정책에 대한 무원칙이 그대로 드러난다”라고 비난했다. 안규백 의원은 “군은 사기를 먹고사는 집단인데, 이대통령이 정권 초기에 군을 폄하하는 발언을 많이 해서 사기가 떨어져 있다”라고 지적했다. 여당 의원 중에서는 유일하게 유승민 의원이 “천안함 사태나 연평도 사태나 우리가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 것은 군 수뇌부의 문제이기도 하지만, 결국은 청와대의 문제이다”라고 지적했다.

한나라당과 보수 성향의 자유선진당 의원들 사이에서는 ‘과거 10년 정부의 탓’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있었다. 정미경 의원은 “나는 김대중 정부의 햇볕 정책을 비판하는 쪽이다”라는 입장을 밝혔다. 자유선진당의 이진삼 의원은 “노무현 정부 때 한·미 간에 합의된 전작권 전환은 잘못된 것이다. 최근에 3년7개월을 유보한 것 역시 정치적 야합에 불과하다. 그때 가서는 어떻게 하겠다는 것인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옥이 의원은 “전쟁 때만 미군의 도움을 받겠다는 것이 뭐가 문제인가. 만약 노무현 정부가 추진한 것처럼 오는 2012년에 전작권이 전환된다고 생각해보라. 국민들이 얼마나 불안해하겠나”라고 반문했다.    

이 밖에 소수의 의견이지만 “우리 군이 전쟁을 두려워하는 측면이 있다”(김동성·원유철 의원)라고 지적한 목소리도 있었고, “국익을 고려하지 않고 함부로 군사 기밀을 노출하는 언론의 책임도 있다”(서종표·심대평 의원)라는 지적도 있었다.

 군인들 10명 중 6명 “북한, 5년 이내 군사적 도발 감행한다”

<시사저널>은 이진삼 자유선진당 의원으로부터 국방대학교 안보연구문제연구소가 지난해 현역 군인 1천3백여 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안보 의식 설문조사 결과 자료를 입수했다. 이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우리 군인들은 북한의 군사적 도발 가능성을 크게 보고 있고, 안보 문제와 관련해 미국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국민들의 안보 의식에 대해서는 상대적으로 낮다고 인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군인들은 ‘향후 5년 이내 북한의 군사적 도발 가능성’에 대해 전체 63.8%가 크다고 인식했다. 2005년 38%에 비해 큰 폭으로 오른 것이다. 이 중에서 ‘매우 가능성이 크다’라는 응답도 15.7%를 차지해 2005년 6.4%에 비해 두 배를 훌쩍 넘었다. 상당수 군인이 북한의 위협이 실질적 도발로 이어질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미국과 미군에 대한 인식도 눈여겨볼 만하다. 대상자의 92.7%가 미국을 ‘안보적 측면에서 가장 중요한 국가’로 인식했다. 최근 5년간 결과에 큰 변화가 없다. 미국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은 주한미군에 대한 인식으로 이어지고 있다. 대상자의 93.4%가 ‘주한미군이 한국 안보에 중요하다’라고 답변해 현역 군인들이 느끼는 주한미군에 대한 의존도가 상당히 높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최근 5년간 큰 변화가 없지만 이 중 ‘매우 중요하다’라고 대답한 경우는 2008년 55.4%에서 2009년 63.8%로 크게 늘었다. 한·미 동맹 관계에 대해서는 현 정부 들어 더 단단해진 것으로 인식하고 있었다. ‘매우 돈독하다’라는 답변이 2007년 5.2%에서 2009년 17.3%로 크게 늘었다. ‘돈독한 편이다’라는 답변도 48.9%에서 65.6%로 늘었다. 국민들의 안보 의식 수준에 대해서는 58.4%가 낮은 것으로 인식하고 있었다. 높다는 대답은 9.6%에 불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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