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눈으로 본 각국 지도자들의 뒷모습
  • 김회권 (judge003@sisapress.com)
  • 승인 2010.12.06 17: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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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물들의 수난이 이어지고 있다. 위키리크스에 언급된 세계 지도자들은 적극적으로 반박하거나, 무시하거나, 혹은 웃어넘겼지만 아픈 곳을 찔린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미국 외교 공관의 외교 전문에는 상대국들 정상에 대한 평가들이 담겨 있다. 주관적 평가, 사생활 그리고 비리까지 위키리크스가 공개한 세계 각국 정상들의 이야기를 모았다.

1 │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대통령 &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총리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대통령은 블라디미르 푸틴 총리의 ‘로빈’이다. ‘로빈’은 ‘배트맨’의 조수. 로빈을 부리는 배트맨은 푸틴 총리이다. 지난 2010년 2월8일, 로버트 게이츠 미국 국방장관은 “러시아의 민주주의가 사라졌으며, 정보 기관에 의한 과두 지배 정부이다”라고 말했다. 게이츠 국방장관은 “메드베데프는 푸틴보다는 더 실용적인 사람이지만 실제로는 변화가 거의 일어나지 않고 있다”라고 프랑스 관계자에게 말했다.

2010년 2월25일, 윌리엄 번즈 미국 국무부 정무차관은 일함 알리예프 아제르바이잔 대통령의 발언을 보고했다. 알리예프 대통령은 “메드베데프는 자기 주위의 사람들을 통제하지 못하고 있다. 많은 러시아 관료는 메드베데프를 리더로 인식하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메드베데프가 정책을 결정하는 데 승낙이 더 필요한 경우도 있었고 아마도 총리실 같은 다른 집단에 의해 좌절된 경우도 알리예프는 보았다고 했다. 외교 전문은 “알리예프는 팀 내 두 인물 사이에 강한 대립의 신호가 있다고 말했다”라고 덧붙였다.

2 │ 무하마드 카다피 리비아 대통령

카다피 대통령은 매우 ‘변덕스러운 사람’이다. 게다가 카다피 대통령은 네 명의 우크라이나 출신 간호사에게 꽤 의존하고 있는데 그중 한 명인 38세의 매우 육감적인 금발 미녀와는 로맨틱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우크라이나 관료들은 “그가 카다피가 가는 모든 곳에 함께 간다고 전했다”라고 언급했다고 한다. 또 다른 외교 전문은 카다피를 이렇게 묘사했다. “높은 층을 매우 두려워해 항상 1층에 머무른다. 8시간 이상의 비행을 싫어한다. 경마와 플라멩코(스페인의 정열적인 춤)를 좋아하는 것처럼 보인다.”

3 │ 마무드 아마디네자드 이란 대통령

한 외교 전문은 아마디네자드 이란 대통령을 ‘히틀러’라고 표현했다. 이렇게 생각하는 것은 미국뿐만이 아니다. 아랍권 역시 이란을 골치 아파했다. 다른 전문에서는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 이집트는 이란을 두고 ‘악’이라고 말했고 ‘실재하는 위협’이라고 표현했다. 사우디아라비아의 압둘라 빈 압둘 아지즈 국왕은 이란을 군사적으로 공격할 것을 요구했고, 아델 알주베이르 주미 사우디아라비아 대사가 미국 대사관에 “국왕이 뱀의 머리(이란)를 제거하라고 말했다”라고 보고했다. 요르단과 바레인 당국자들 역시 군사 수단을 행사해서라도 이란의 핵개발을 저지해야 한다고 호소했다.


4 │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

‘벌거벗은 임금님.’ 외교 전문은 사르코지 대통령을 이렇게 빗댄다. 주변 참모들이 진언을 하지 못하기 때문이었다. 프랑스 파리 주재 미국 외교관은 사르코지 대통령을 “2차 세계대전 이후에 미국과 가장 친밀한 대통령이다”라고 설명했다. 이유는 간단했다. “그가 미국을 좋아하는 것은 본능적이다.”2007년의 외교 전문에는 사르코지 대통령의 이혼 관련 보고가 올라오기도 했다. 프랑스 주재 미국 대사는 “사르코지 대통령이 세실리아(전 부인)와 이혼한 뒤로 평정심을 잃을까 걱정된다”라고 우려를 표시했다.

5 │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이탈리아 총리

로마에서 워싱턴으로 전해진 한 외교 전문은 베를루스코니 총리를 ‘신체적으로도, 정치적으로도 약한 사람’이라고 묘사했다. 그의 파티광(狂)적인 기질도 지적했다. “늦은 밤의 파티를 자주 즐기느라 충분한 휴식조차 취하지 않는다”라고 꼬집었다.

외교 전문은 베를루스코니가 “자만심이 강하고, 현대 유럽의 리더로서는 적합하지 않다”라고 평가했다. 다른 수많은 외교 전문에는 베를루스코니와 푸틴 총리 사이가 매우 가까워졌음을 언급하고 있는데, 한 외교 전문은 베를루스코니를 “유럽 내 푸틴의 대변인이다”라고 적고 있다.

6 │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을 두고 ‘뇌졸중으로 고통받는 무기력해진 늙은이(flabby old chap)’라고 빗댔다. 반면 북한에 꽤 영향력이 있는 한 여성 사업가는 김위원장과의 면담 결과를 선양 주재 미국 총영사관에 알렸는데, 그 내용이 상반된다. 그녀는 “김위원장의 건강은 좋아 보였고 정신도 또렷했다. 카리스마도 있었으며, 기억력이 좋은 것 같다는 인상을 받았다”라고 전했다. 김위원장은 여성 사업가와의 식사 자리에서 줄담배를 피웠다고 한다.

7 │ 하미드 카르자이 아프가니스탄 대통령

하미드 카르자이 대통령에 대한 평가는 ‘매우 나약한 인물’이라는 것으로 모아진다. 외교 전문에 따르면 “하미드 대통령은 사실을 들으려 하지 않는 대신 기이한 이야기에 쉽게 마음이 흔들리고는 한다”라고 전했다.

2009년 10월의 다른 외교 전문은 미국 관료가 아프가니스탄 남부 주의회의 수장이자 카르자이 대통령의 의붓형제인 아흐마드 왈리 카르자이를 만났는데, 그를 ‘선거의 의미를 의심하는 인물’로 묘사하고 있다.

부패에 관한 전문도 볼 수 있다. 아프가니스탄 수도 카불에서 워싱턴으로 전해진 비밀 메시지는 “전 부통령이었던 아흐메드 지아 마수드 부통령이 5천만 달러 이상의 유동 자산을 들고 도망갔다”는데, 카르자이 대통령이 이를 방관했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8 │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총리

미국 외교관이 바라본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총리의 정부 내 인물들은 정치 이해 수준이 떨어지고 아첨을 일삼으며 무능한 사람들로 이루어져 있다.

게다가 현직 총리의 비리도 언급된다. 2004년 12월30일 에릭 에덜먼 당시 미국 대사가 보낸 외교 전문은 에르도안 총리의 금품 수수 의혹을 본국에 보고했다. 이에 따르면 “두 사람의 정보원이 에르도안 총리가 스위스 은행에 8개의 계좌가 있다고 말해주었다. 아들 결혼식 때 받은 선물들로부터 시작되며 터키의 한 사업가가 아들의 미국 유학비를 후원하고 있다는 이야기는 설득력이 떨어진다”라고 설명하고 있다.

터키의 미래에 관한 언급도 나온다. 앙카라 소재 주미 대사관의 외교관은 터키가 ‘유럽연합(EU)의 가입국’이 되기보다는 ‘이슬람의 일원’을 향해 나아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9 │ 누르술탄 나자르바예프 카자흐스탄 대통령

2008년 작성된 전문에는 나자르바예프 대통령의 호화 생활이 담겨 있다. 클럽하우스를 갖춘 실내·외 승마장이 등장하고 터키 등 국외에 있는 별장이 나온다.

카자흐스탄의 권력자들도 등장한다. 이들은 상당한 재력을 뽐낸다. 특히 대통령의 친·인척인 나자르바예프의 둘째사위는 자신의 생일 파티에 100만 파운드의 행사료를 지불하고 세계적인 팝스타 엘튼 존을 불러 ‘행사’를 뛰게 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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