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민간인 불법 사찰 수사, 부실했다”
  • 감명국 (kham@sisapress.com)
  • 승인 2010.11.15 18:2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시사저널>, 한나라당 의원 1백15명 대상 ‘7대 쟁점’ 설문조사 / 감세 철회에는 찬반 ‘팽팽’

 

▲ 한나라당 의원총회 모습.본지 설문조사에 응하지 않은 한나라당 의원답변 거부 (19명)공성진 김광림 김장수 김형오 박상은 손범규 신성범 안경률 윤석용 윤영 이주영 전재희 정양석 주성영 주호영 최구식 홍사덕 홍준표 황우여응답 안 함 (30명)고흥길 권경석 김성식 김학송 박근혜 박대해 박영아 박 진 신상진 신지호 심재철 안상수 유기준 유정현 윤진식 이군현 이명규 이범관 이병석 이상득 이윤성 장광근 정몽준 정미경 정병국 정의화 조해진 주광덕 한선교 황진하기타 (7명)유정복 이재오 진수희 최경환 - 현직 장관으로 제외 진영 - 해외 출장 중 , 김영선 전여옥 - 몸이 불편하다고 전해 옴 ⓒ연합뉴스    

G20 행사가 끝났다. 이제부터 한나라당 내에 한바탕 폭풍우가 휘몰아칠 전망이다. 그 첫 번째 뇌관은 최근 당내에서 첨예한 갈등을 빚고 있는 ‘감세 정책 철회’ 논란이다. 한나라당은 최근 정두언 최고위원을 비롯한 당내 소장·개혁파 의원들이 감세 정책 철회를 주장하고 나서자, 청와대와 다른 의원들이 강하게 반발하는 등 내분에 휩싸여 있다. 안상수 대표는 “G20 이후에 본격적으로 논의할 수 있는 장을 마련하겠다”라며 진화에 나섰지만, 미봉책일 뿐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이 밖에도 당내에는 여전히 뜨거운 불씨로 남아 있는 논란이 많다. 개헌 문제는 아직도 꺼지지 않고 있다. 최근 검찰 수사에 대해서도 당내에서는 야당 못지않게 강하게 비판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안상수 대표가 최근 제기한 ‘개혁적 중도 보수론’이라는 새로운 당 노선에 대한 논란까지 가세하는 등 지금 한나라당은 성장통을 앓는 듯한 모습이다. 이 모든 것이 향후 2012년에 있을 총선과 대선에 대한 걱정 때문이라는 시각이 우세하다. 최근 여론의 심상찮은 움직임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것이다.

<시사저널>은 11월9일부터 12일까지 나흘간에 걸쳐서 한나라당 소속 의원 1백71명 전부를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감세 정책 논란을 비롯한 최근 당내 현안 일곱 가지에 대해 질문을 던졌다. 민감한 사안 탓인지, 아니면 11월10일부터 여야 합의로 국회 본회의가 열린 탓인지, 여당 의원들의 답변은 상당히 소극적이거나 조심스러웠다. 현재 정부 부처 장관을 겸하고 있는 네 명의 의원과 해외 출장 중인 진영 의원을 제외한 1백66명을 대상으로 전화 면접조사를 실시했는데, 여기에 응답한 의원은 1백15명이었다. 나머지 51명의 의원은 이런저런 이유로 답변을 거부하거나, 전화 면접에 응하지 않았다(표 참조). 무기명 조사로 실시했으나, 질문에 응답한 답변의 성격을 파악하는 데 도움이 된다는 측면에서 답변에 응하지 않은 의원들의 이름만 별도로 공개하기로 했다.   

▒ 감세 정책 철회 관련 논란

현재 한나라당 내에서 가장 첨예한 대립을 보이고 있는 것은 이른바 ‘부자 감세’ 철회 논란이다. 지난 10월 말 정두언 최고위원이 “앞으로 다가올 총선과 대선 과정에서 야당의 공격 포인트는 ‘부자 정권 종식’이 될 것이 분명하다. 따라서 이 정부에서 시행하지도 않는 소득세와 법인세의 최고세율 인하로 굳이 ‘부자들을 위한 감세’라는 오해를 받을 필요가 없다”라며 이명박 정부의 감세 정책을 철회해야 한다고 본격적으로 주장하고 나섰다. 정최고위원은 최근 현 정부의 대표적 감세 정책론자인 강만수 대통령 경제특보를 향해 “감세 귀신이 들려 있다”라며 맹비난하기도 했다. 청와대가 “감세 정책을 철회할 뜻이 없다”라고 못 박자, 당내 수도권 중심의 일부 소장파 의원들이 ‘감세 철회 연판장’을 돌리면서 파장이 확산되었다.

이와 같은 첨예한 당내 갈등 양상은 이번 한나라당 의원 전수 조사 결과에서도 명확히 드러났다. 답변에 응한 1백15명의 의원 중 ‘최근 당내 소장·개혁파 그룹에서 감세 정책을 철회해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 동의하는가’라는 <시사저널>의 질문에 대해 ‘동의한다’는 응답자(40명, 34.8%)와 ‘동의하지 않는다’는 응답자(41명, 35.7%)가 거의 같이 나왔다. 전체 의원들은 계파나 지역별, 선수별로 따져 보아도 거의 찬반이 엇비슷하게 나타나는 등 팽팽한 양상을 보였다. 향후 치열하게 당내에서 논란이 일 것으로 예고되는 상황이다.

동의한다고 주장한 수도권의 한 친이계 초선 의원은 “말로만 공정 사회니 개혁적 중도·보수니 하며 떠들어 댈 것이 아니라 국민들이 실제 피부로 느낄 수 있도록 당이 그 방향으로 가야 한다. 국민 절대 다수는 감세 정책을 철회하는 것을 지지할 것으로 확신한다”라고 밝혔다. 반면 ‘동의하지 않는다’라고 답변한 영남권의 한 친이계 초선 의원은 “총선과 대선을 앞두고 감세 문제를 자꾸 이념적으로 접근하려고 하는 일부 의원들이 문제이다. 포퓰리즘적으로 선거를 의식해서 ‘부자 감세’ 딱지 붙이기를 하고 폄하하는 것은 우리 스스로를 부정하는 것이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주목되는 것은 15명(13.0%)의 의원이 절충안을 해결책으로 제시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들은 대부분 “법인세는 감세 정책을 그대로 유지하고, 소득세는 철회해야 한다”라는 해법을 제시하고 있다. 19명(16.5%)의 의원은 “좀 더 고민해봐야겠다”라며 대답을 꺼리는 등 상당히 고민스런 입장을 나타내기도 했다. 수도권의 한 중진 의원은 “이런 문제를 ‘동의하느냐, 않느냐’라는 단순 이중 잣대로 물어보면 안 된다. 언론에서 당을 분열시키는 것 아니냐”라며 <시사저널>의 질문에 대해 못마땅하다는 심기를 드러내기도 했다.   

▲ 이명박 대통령이 지난 10월1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한나라당 의원들과 가진 만찬에서 참석자들과 환담하고 있다. ⓒ연합뉴스

 ▒ ‘현 정부하에서의 개헌’에 대한 논란

“개헌 문제는 상당한 이중성을 내포하고 있다. 심적으로는 다 필요성을 공감하면서도 누구 하나 나서려고 하지 않는다.” 개헌 논란에 대한 질문에 한 중진 의원이 내놓은 답변이다. 이 의원 역시 “개헌 필요성에 개인적으로 공감하지만, 시기를 놓쳤다. 나는 동의도 아니고, 동의하지 않는 것도 아닌, 중간으로 처리해달라”라고 답했다.

‘정치권 일각에서 현 정부하에서의 개헌 필요성을 주장하는 것에 대해 동의하는가’라는 질문에 대해 전체의 63.5%에 해당하는 73명의 의원이 ‘동의한다’라고 답했다. ‘동의하지 않는다’라는 응답은 22.6%(26명)에 그쳤다. 이미 물 건너 간 것으로 여겨졌던 개헌이라는 ‘뜨거운 감자’가 여전히 식지 않은 채 남아 있는 셈이다.

3선 이상의 중진 의원과 재선 의원들 사이에서는 찬반이 비슷한 양상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초선 의원들 가운데서는 찬성 53명, 반대 11명으로, 찬성이 압도적으로 높게 나왔다. 한 비례대표 초선 의원은 “무조건 5년 단임제는 이제 폐기시켜야 한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개헌에 대한 입장에서는 지역별로도 다소 차이가 나타났다. 수도권은 찬성이 32명, 반대가 12명이었다. 영남권은 찬성 20명, 반대 11명이었다. 개헌 필요성에 대한 목소리가 영남권에 비해서 수도권에서 더 높게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계파별로 보면 확연한 차이가 더 두드러진다. 친이계 의원들은 전체 68명의 응답자 가운데, 무려 79.4%에 해당하는 54명의 의원이 개헌에 찬성하고 나섰다. 하지만 친박계 의원들은 전체 응답자(37명) 중의 29.7%(11명)만 개헌 필요성에 동의했다.

반면 과반이 넘는 54.1%(20명)가 개헌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이는 현재 차기 대권 후보 주자군 가운데 지지율 선두를 달리고 있는 박근혜 전 대표를 의식한 것으로 풀이된다. 친박계 의원들은 일부 친이계 의원들의 개헌 필요성 주장에 대해 “지금의 대권 후보군 판도를 흔들려는 불순한 의도가 숨어 있다”라고 의심하는 눈길을 보내고 있다.

▒ 검찰의 ‘민간인 불법 사찰’ 사건 부실 수사와 관련한 논란

정치권과 검찰의 대립 양상이 상당히 격화되는 듯하다. 여당 의원들은 최근 검찰 수사에 대해서 날카롭게 각을 세우고 나섰다. ‘최근 검찰의 ‘공직윤리지원관실 민간인 불법 사찰’ 수사가 부실했다는 주장에 대해서 동의하는가’라는 질문에 대해 전체 응답자의 62.6%에 해당하는 72명의 의원들이 ‘동의한다’라고 답했다. 한 발짝 더 나아가서 “반드시 재수사를 해야 한다”라고 요구하기도 했다. 눈에 띄는 것은 3선급 이상의 중진 의원과 재선 의원들 사이에서 ‘동의한다’라는 대답이 70%로, 초선 의원들(59.5%)보다 오히려 더 높게 나왔다는 점이다. 흔히 초선 의원들이 더 개혁적일 것이라는 예상과는 다른 양상이다.

지역별로는 별로 차이가 두드러지지 않지만, 계파별 차이는 확연히 나타난다. 친이계 의원들은 ‘부실 수사라는 지적에 동의한다’는 응답이 과반이 조금 넘는 54.4%에 그쳤지만, 친박계 의원들 사이에서는 무려 78.4%로 나타나고 있다. 친박계의 한 의원은 “청와대가 대포폰과 연루된 것으로 드러났는데, 과연 국민들이 이런 검찰 수사를 납득할 수 있겠나. 덮을수록 나중에 더 화근이 될 것이다”라고 경고했다. 반면 영남권의 한 친이계 초선 의원은 “정확히 말하면 대포폰이 아니라 차명폰이다. 내가 알기로 국회의원이나 심지어 기자들도 일부는 차명폰을 쓰는 것으로 안다. 지나치게 호들갑을 떨며 의혹을 부풀리는 느낌이 있다”라고 밝혔다.

▒ 청목회 등 최근 일련의 검찰 수사에 대한 과잉 수사 논란

검찰에 대한 여당 의원들의 반감은 ‘과잉 수사’ 논란에서 절정에 달하고 있다. ‘청목회 등 최근 일련의 검찰 수사가 무리한 수사라는 지적에 대해 동의하는가’라는 질문에 대해 무려 전체 응답자의 84.3%에 해당하는 97명의 의원이 “무리한 수사이다”라고 답했다. 계파와 지역을 불문하고 거의 대다수의 의원이 모두 이렇게 답했다. “무리한 수사가 아니다”라고 대답한 의원은 단 아홉 명(7.8%)에 불과했다. 나머지 아홉 명은 유보적인 입장을 나타냈다.

수도권의 한 친이계 초선 의원은 “검찰이 정말 해도 너무한다. 결국은 여야 균형 맞추기로 문제가 되는 한두 명씩 맞춰서 기소할 텐데, 그러면 나머지 (압수수색당한) 의원들은 다 뭐가 되나. 정치인은 이런 불미스러운 일에 이름이 오르내리는 것만으로도 정치생명이 사실상 끝나는 것이다. 이것을 어떻게 보상받나”라고 검찰을 맹비난했다. 한 친이계 비례대표 의원은 “후원금 문제에 대한 검찰의 시각이 선관위가 내리는 해석과 다른 듯하다. 검찰이 제대로 알고 나서야 하는 것 아닌가”라고 했고, 또 다른 친이계 비례대표 의원은 “국민이 원하면 수사한다는 지금 검찰의 주장은 부적절하다. 마녀사냥 막자고 검찰이 있는 것인데, 오히려 검찰이 이를 주도하고 있다”라고 불만을 나타냈다.

▒ ‘개혁적 중도 보수론’ 당 노선 관련 논란

최근 안상수 대표가 한나라당의 색깔에 대해서 “한나라당은 개혁적 중도 보수 쪽으로 가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그러자 당 주변에서 말들이 많았다. 일각에서는 “보수 정당을 부정하는 것이냐”라는 비난도 나왔다. 하지만 실질적으로는 대다수 여당 의원이 안대표의 이같은 주장에 대해 동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안상수 대표가 한나라당의 노선에 대해 개혁적 중도 보수론을 주장하고 나선 것에 대해 동의하는가’라는 질문에 대해 전체 응답자의 70.4%(81명)가 ‘동의한다’라고 답했다. ‘동의하지 않는다’라는 대답은 14.8%(17명)에 그쳤다. 한 가지 눈에 띄는 것은 친이계보다 오히려 친박계에서 동의하는 비율이 더 높게 나타나고 있다는 점이다. 친이계 의원들의 찬성 비율은 64.7%인 데 비해, 친박계 의원들의 찬성 비율은 75.7%로 나타났다.

‘개혁적 중도 보수론’의 등장에 대한 당내 반대의 목소리는 적었지만, 비판의 강도는 세게 나타나기도 했다. 수도권의 한 친이계 초선 의원은 “완전히 말장난이다. 개혁이니, 중도니, 보수니 결국 좋은 것들은 다 끌어다 붙여놓은 것 아닌가”라고 일갈했다. 한 친이계 비례대표 의원은 “나는 도대체 안대표가 무슨 말을 하는 것인지 모르겠더라”라고 했다. 반면 영남권의 한 친이계 초선 의원은 “그동안 우리 당이 지난 10년 좌파 정부의 반대급부로 마치 수구 세력을 대변하는 것처럼 오해를 받았는데, 그렇지 않다는 점에서라도 안대표의 당 노선에 대해 적극적으로 찬성한다”라고 환영하는 입장을 나타냈다.

▒ 당·청 간의 소통 문제

▲ 지난 11월11일 국회 한나라당 대표실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안상수 대표(가운데)가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시사저널 유장훈

이명박 정부 출범 초기에 ‘소통’이 큰 문제로 대두된 적이 있었다. 특히 한나라당 내에서 청와대를 향해 “당·청 간에 전혀 소통이 안 되고 있다”라고 강한 불만을 나타냈다. 이명박 대통령은 임태희 의원을 새로운 대통령실장으로 임명하고 정진석 의원을 정무수석으로 임명하는 등 당·청 간의 소통을 강화하고자 하는 제스처를 취했다. 그렇다면 지금의 청와대 진용에 대해서 여당 의원들은 어떻게 평가하고 있을까.

‘최근 청와대와 한나라당 간의 당·청 소통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는가’라는 질문에 대해서는 ‘잘되고 있다’라는 긍정적 답변이 41.7%(48명)로, ‘잘 안 되고 있다’라는 부정적인 답변(36.5%, 42명)보다 조금 더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보통이다’라는 대답은 13.2%(15명)였다.

하지만 역시 계파별로 들여다보면 양상은 달라진다. 친이계 의원들 중에서는 34 대 21로 긍정적으로 답한 의원이 더 많았지만, 친박계 의원들 사이에서는 11 대 18로 오히려 부정적으로 답한 의원이 더 많았다. 친박계 의원들은 여전히 청와대에 대해 불만을 나타내고 있는 셈이다. 선수별로 보면, 초선 의원들 사이에서는 33 대 25로 긍정적인 답변이 많았지만, 재선 이상 중진 의원들 사이에서는 14 대 17로 오히려 부정적으로 답한 의원들이 더 많았다.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