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정 불태운 한국 의사들 뜨거운 현장 렌즈에 담다
  • 노진섭 (no@sisapress.com)
  • 승인 2010.11.15 1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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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 분쉬의학상 수상자들 촬영 끝낸 김중만 사진작가

 

ⓒ시사저널 윤성호

아프리카 사진으로 유명한 김중만 사진작가가 지난 10월 한 달 동안 의사 20명을 만났다. 병원, 연구실, 자택 등으로 찾아가 의사들의 모습을 사진기 프레임에 담았다. 그 의사들은 역대 분쉬의학상 수상자들이다. 분쉬의학상은 고종의 시의(侍醫)였던 독일인 리하르트 분쉬 박사의 이름에서 유래한 상으로, 대한의학회와 한국베링거인겔하임이 1991년에 공동으로 제정해 올해 20년을 맞이했다.

여러 의사를 필름에 담기는 이번이 처음이라는 김작가는 “프로젝트 제의가 들어왔을 때, 의사였던 아버지가 떠올라 기꺼이 하겠다고 했다. 이번 작업은 소중한 경험이었다. 작고한 아버지에게 자랑할 수 있는 일이 생겨서 기쁘다”라고 말했다.

모델이 아닌 의사들의 표정을 이끌어내기가 쉽지 않을 듯하다. 그는 “사실 사진 촬영에 익숙하지 않은 의사들을 사진에 담는 작업이 녹록하지만은 않았다. 내 아버지의 얘기를 그들과 나누면서 공담대를 형성하는 시간을 가졌다. 그런 다음에야 편안한 표정을 잡아낼 수 있었다”라고 설명했다.

의사들 중에는 이미 세상을 떠난 사람도 있고, 사진 촬영을 고사한 학자도 있었다. 김작가는 “작고한 의사는 가족들로부터 유품을 제공받아 렌즈에 담았다. 사진을 찍지 않겠다고 한 의사는 지방에 있는 집까지 찾아갔다. 여차하면 그 의사의 신발이라도 찍을 욕심이었다. 이런 성의를 알아주어서인지, 현장에서는 촬영에 잘 협조해주었다”라며 작업 중 에피소드를 소개했다.

 복잡한 뇌진단기구를 머리에 뒤집어 쓴 의사, 수십 년 전 사용했던 의료도구를 들고 있는 의사, 수술하는 의사, 자전거를 타는 의사, 실험용 쥐를 잡고 있는 의사 등 다양한 모습에 셔터를 눌렀다. 그렇게 해서 한 달 동안 촬영한 사진만 무려 5천장이다.

그럼에도 김작가는 만족스럽지 않은 눈치였다. 그는 “그들에겐 공통점이 있다. 가난했지만 한 분야에 몰입하는 열정이 있는 사람들이다. 그 기반 위에 위대한 성과를 일구어냈다. 그 느낌을 생각만큼 잘 표현하지 못한 것 같아 송구할 따름이다”라며 겸손한 모습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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