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은행 수사, 은행권에 확대되나
  • 이석 (ls@sisapress.com)
  • 승인 2010.11.08 2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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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대출 브로커 김 아무개씨 구속…지방은행-브로커-제2금융권 연결 고리에 주목

검찰이 경남은행을 정조준했다. 지난 6월 불거진 4천4백억원 규모의 대출 비리 사건을 본격적으로 캐기 시작했다. 서울중앙지검 이석환 금융조세조사1부장은 지난 11월3일 기자와의 전화 통화에서 “대출 문제를 들여다보는 과정에서 브로커인 김 아무개씨가 부당하게 관여한 사실을 확인했다. 지난 10월13일 김씨를 구속 기소했다”라고 말했다.

경남은행 대출 비리 사건은 그동안 문 아무개 부장 등 일부 직원의 개인 비리로 인식되었다. 금감원은 지난 7월부터 경남은행에 대해 특별 조사를 진행했다. 하지만 조직적인 차원의 비리는 밝혀내지 못했다. 관리 책임을 물어 문동성 경남은행장을 문책 경고하는 데 그쳤다. 경남은행 역시 ‘직원 개인의 문제’라고 강조해왔다. 대출 담당자인 문 아무개씨가 PF(프로젝트 파이낸싱) 부실을 막는 과정에서 은행장 직인을 위조했다는 것이다. 경남은행의 한 관계자는 “검찰 수사가 진행 중이기는 하지만, 내부에서는 직원 개인의 비리로 보고 있다”라고 말했다.

경남은행 민영화에 악영향 미칠지 주목

▲ 지난 10월27일 경남 창원시 경남은행 본점에서 회계사들이 매각 절차의 하나로 경남은행에 대한 실사를 하고 있다. ⓒ뉴시스

하지만 검찰 조사에서 대출 브로커 김 아무개씨가 튀어나왔다. 김씨는 지난 2009년 12월 경남은행 직원의 부탁으로 제2금융권 대출을 알선하고 거액의 수수료를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김씨는 대출 과정에서 차주(차명 대출 기업)까지 앞세운 것으로 <시사저널> 취재 결과 드러났다. 검찰의 한 관계자는 “저축은행 세 곳으로부터 2백70억원가량을 대출받도록 도와주고 사례를 받았다. 경남은행 직원과 시행사, 제2금융권의 연결 고리 역할을 했다는 점에서 공범이나 여죄가 있는지를 추가로 추적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라고 귀띔했다.

이로 인해 검찰 수사가 경남은행을 넘어 지방 은행과 제2금융권의 비리로 확대될지 주목되고 있다. 그동안 은행권에서는 지방 은행의 ‘폭탄 돌리기’ 소문이 적지 않았다. 주요 은행들은 최근 부동산 경기가 악화하면서 거액의 PF 부실이 발생했다. 분양률이 저조한 지방 은행의 경우 부실 규모가 더 컸다. 이를 만회하기 위해 경남은행처럼 ‘돌려막기’를 했다는 얘기가 심심치 않게 들리기도 했다. 검찰이 브로커인 김씨를 수사하는 과정에서 나머지 금융권에도 칼을 댈지 관심을 끄는 이유이다.

경남은행은 현재 매각 절차가 진행 중이다. 예금보험공사는 지난 10월30일 우리금융지주와 경남은행, 광주은행을 매각하는 민영화 방안을 발표했다. 이번 검찰 조사가 민영화에 악영향을 미칠지 여부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감사원도 최근 경남은행을 상대로 감사에 착수했다. 은행권의 한 관계자는 “대검 중수부가 최근 C&그룹의 비자금 및 정·관계 로비 의혹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박병원 전 우리금융지주 회장과 박해춘 전 우리은행장의 이름이 거론되고 있다. 일련의 문제들로 투자자들이 외면할 경우 흥행이 실패로 끝날 수 있다”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예금보험공사나 우리금융지주, 경남은행측은 “검찰 조사가 민영화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할 것이다”라고 강조한다. 예금보험공사 관계자는 “검찰 조사로 매각 가치가 하락할 수 있다. 하지만 민영화 일정에는 큰 영향이 없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경남은행측은 “거액의 대출 사고에도 신용등급은 변하지 않았다. 개인 비리와 은행의 구조적 문제를 명확히 구분해 달라”라고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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