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단 이후 한국 사회가 얼마나 섬뜩했는지 기억하는가”
  • 조 철 (2001jch@sisapress.com)
  • 승인 2010.11.08 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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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에서 만난 사람│소설가 이호철

ⓒ시사저널자료
10월에서 11월로 이어지는 길목에 남북의 이산가족들이 60년 만에 상봉하면서 한반도는 또 목이 메었다. 남북 분단의 비극을 그려온 이호철 작가가 30여 년 전에 출간했던 소설을 <출렁이는 유령들>(글누림 펴냄)이라는 제목으로 재출간했다.

이작가는 1932년 지금은 북녘 땅인 강원도 원산에서 출생해 열아홉의 나이에 한국전쟁을 치르며 별별 직업을 전전하다 <탈향>으로 문단에 데뷔했다. 이후 현대문학상과 동인문학상 등을 수상하며 문단에서의 입지를 다졌다. 민주수호국민회의 운영위원으로 재야 민주화운동에 뛰어들어 1980년에는 김대중 내란 음모 사건에 연루되어 옥고를 치르기도 했다. 1985년에는 자유실천문인협회 대표를 맡는 등 ‘운동’을 이어나갔다.

이 소설은 1970년대를 배경으로 일본 식민 지배의 역사와 이로 말미암은 상처로 기구한 운명을 맞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다룬 것인데, 작가는 간첩 혐의를 뒤집어쓸 위기에 처한 한국 가족을 통해 분단으로 생겨난 통치 체제의 섬뜩함을 그렸다. 이작가는 작품 후기에서 “이 소설 안에서 다루고 있는 1970년대의 한·일 관계에 북한까지 끼어들어 있는 삼각관계의 소설화·형상화가 이 작품 말고는 찾아보기 어렵겠다는 점에서 우리 문학사적인 뜻도 만만치 않다고 스스로 자부하고 싶어지기도 한다”라고 말했다.

남북 분단 후일담이 노벨문학상 수상자를 낼 만한 소재라는 말도 있었는데, 21세기 들어서면서 이호철 작가같이 그런 면에서 쓰고 활동하는 작가를 찾기가 힘들어졌다. 그래서 모진 세월을 잊어서는 안 된다는 뜻을 담아, 이작가가 직접 다시 나서서, 36년간의 일제 강점기를 ‘어제’로, 65년간의 남북 분단 현실을 ‘오늘’로 잡으면서, 언제일지는 몰라도 한 발짝씩 앞으로 다가오고 있는 통일이라는 밝은 역사를 ‘내일’로 잡은 작품을 눈에 띄게 서점에 깔았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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