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신호’는 여전히 켜져 있다
  • 명승권 | 국립암센터 가정의학과 전문의 ()
  • 승인 2010.10.04 1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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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의가 본 김정일의 건강 상태 / 당뇨·고혈압 외에 이상지질혈증·대장용종 있을 가능성

현 시점에서 북한 체제의 최대 변수는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건강 문제이다. 2008년 8월14일께 뇌졸중으로 쓰러졌다는 보도가 나온 이후 한국뿐만 아니라 전세계적으로 그의 건강 상태가 어떠한지, 정치 활동은 계속할 수 있는지와 관련해 많은 언론과 정보 기관이 촉각을 곤두세웠다. 북한이 노동당 대표자회를 열어 김위원장의 3남인 김정은을 후계자로 내정하는 등 후계 체제 이양을 서두르는 것도 김위원장의 건강 악화와 관련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김위원장의 건강은 지금 어떠한 상태일까. 환자를 직접 보지 않고 사진이나 동영상만을 통해 건강 상태를 정확히 파악하는 것은 쉽지 않다. 하지만 그동안 언론을 통해 알려진 신체 조건, 병력, 생활 습관 등을 종합해보면 어느 정도 추정은 가능하다.

ⓒ연합뉴스

북한 남성 평균 수명보다 나이 많아

먼저, 뇌졸중이 있기 전 김위원장은 나이 66세, 키 1백66cm, 몸무게 80~85kg이었다. 기저질환으로 당뇨병·고혈압·관상동맥질환이 있었다고 하며, 관상동맥질환으로 2회의 심장수술을 받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흡연을 계속해 오다 뇌졸중 직후 금연해왔으나 올해 6월 언론 보도에 의하면 다시 흡연을 하기 시작했다. 그가 술을 많이 마시는 것은 북한 주민들 사이에서도 잘 알려져 있는 사실이다. 정리하면, 뇌졸중 직전 김정일은 체질량지수(몸무게[kg]를 키[m]의 제곱으로 나눈 값으로, 동양인의 경우 18.5~22.9는 정상, 23~24.9는 과체중, 25 이상은 비만으로 분류함)가 29~31 정도로 심각한 비만에 해당한다. 오랜 시간 동안 흡연과 음주도 해왔기 때문에 알려진 당뇨병·고혈압·관상동맥질환 외에도 이상지질혈증(중성지방, 총콜레스테롤 혹은 저밀도 콜레스테롤이 높거나 고밀도 콜레스테롤이 낮은 상태), 역류성식도염, 지방간 혹은 알코올성지방간, 대장용종(대장암의 전 단계)이 있을 가능성이 커 보인다.

또 보도에 의하면 만성신부전증으로 2009년 5월부터 인공 투석을 받기 시작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2007년 보건복지부 자료에 따르면 북한 남성의 평균 수명은 61.4세(우리나라의 경우 74.4세)로 보고되고 있는데, 비만·흡연·음주 등의 위험 요인을 전부 갖고 있는 경우 건강한 생활 습관을 갖고 있는 일반 사람에 비해 5~10년 정도 수명이 짧다는 것을 고려해보면 현재 만 68세인 김정일이 서둘러 사후를 준비하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하다고 볼 수 있다.

뇌졸중과 관련해서는, 올 5월 일간지 보도에 따르면 왼쪽 다리가 끌리는 회전 걸음(circumduction gait)이 나타나고 왼쪽 팔의 움직임이 부자연스러운 것으로 보아 뇌졸중으로 인한 좌측편 마비 후유증이 있고 완전히 회복하지 못했다고 분석되었다. 그런데 지난 8월 중국을 방문했을 때의 동영상을 보면 왼쪽 다리를 조금 저는 듯한 모습이 보이고, 손뼉을 칠 때 왼손이 다소 부자연스러워 보이지만 이전과 비교했을 때는 상당히 회복된 것으로 판단된다.

▲ 2008년 뇌졸중으로 쓰러진 이후 3개월여 만에 조선중앙통신이 사진으로 공개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2200 군부대 시찰 모습. ⓒ연합뉴스

얼굴 반점은 외상에 의한 과색소 침착일 수도

지난 9월28일 열린 북한 조선로동당 대표자회에 등장한 김정일의 우측 관자놀이부터 뺨에 이르는 직경 10cm 정도의 검은 반점과 관련해서는 언론사마다 달리 추정하고 있다. 한 언론사의 경우에는 한 달 전 중국을 방문했을 때는 없었던 것으로, 한 달 새에 어떤 질병으로 인해 건강이 악화된 것이 아니냐고 추정하고 있다. 그러나 다른 언론에서는 이전부터 있었던 것으로 북한 관영 매체는 그동안 김위원장 동영상이나 얼굴 사진을 내보낼 때 반점을 보이지 않게 처리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고 보도했다. 이를 의학적으로 보았을 때 김정일 위원장의 얼굴 반점은 외상으로 인한 과색소 침착의 가능성이 보인다. 최근 6개월 이내에 뇌졸중이 다시 왔거나 넘어지면서 생겼을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어 보인다. 머리카락이 빠지는 것은 고령, 복용 약물에 의한 부작용, 만성신부전 등이 원인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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