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이를 위한 많은 작가의 ‘1만명 이야기’
  • 김진령 (jy@sisapress.com)
  • 승인 2010.09.27 1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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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은의 <만인보>에서 주제 따온 제8회 광주비엔날레

<만인보(萬人譜)>는 시인 고은이 펴낸 30권 분량의 연작 시집 이름이다. 제8회 광주비엔날레의 주제는 고은의 시집 <만인보>에서 이름을 빌려왔다. 1만명의 이력이라고 볼 때 광주비엔날레의 ‘만인보’는 고은 시인의 시집보다 숫자 ‘1만명’에 더 충실한 것처럼 보인다. 비엔날레 4전시관에 전시된 미국의 큐레이터이자 수집가인 이데사 헨델레스의 ‘테디 베어 프로젝트’에 전시된 작은 사진만 해도 3천개가 넘는다.

ⓒ시사저널 윤성호


테디 베어 프로젝트나 김한용의 광고 사진은, 가볍지만 흥미로운 기획이다. 그 밖의 많은 ‘만인보’는 처절하거나 애잔하거나 파괴적이지만, 공통적으로 에너지가 넘친다. 24세에 요절한 페터 레어가 도시의 불빛에 탐닉한 작품이나 폴 포트 정권하에서 무참히 처형된 뚜얼슬랭 교도소 수감자의 마지막 초상 사진 시리즈는 애잔하고, 실물 크기의 1백3개 중국 소작농 조각품은 사회주의 미술의 명백한 선동성의 표본 같아 섬뜩하기조차 하다. 일본 애니의 신체 변형 시리즈 같은 신로 오타케의 작품이나 완전히 훼손당한 육체를 찍은 피칠갑 ‘만인보’는 뒷목이 뻑뻑해지는 중압감을 전달한다.

5전시관까지 돌고나면 한꺼번에 수많은 이야기를 듣고 나온 듯이 진이 빠진다.

~11월7일, 전남 광주시 비엔날레 전시관(www.gb.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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