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의 전설’ 느낌표 누가 찍나
  • 박동희 | 스포츠춘추 기자 ()
  • 승인 2010.09.27 1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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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트시즌 오른 프로야구 4강 전력 분석 / SK·삼성 ‘투수진’, 두산 ‘경험’, 롯데 ‘타격’ 강점

올해 프로야구 가을 잔치의 주인공은 어느 팀이 될 것인가. 오는 9월29일부터 3위 두산 베어스와 4위 롯데 자이언츠의 준플레이오프를 시작으로 대망의 포스트시즌이 개막된다. 플레이오프 진출을 확정한 삼성과 SK는 두산과 롯데 사이의 승자를 여유롭게 기다리고 있다. 포스트시즌 진출 4개 팀의 전력을 집중분석했다.

▲ 한국 프로야구가 역대 최소 경기인 4백46경기 만에 총 관객 5백만명을 돌파한 다음 날인 지난 8월22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롯데 자이언츠와 두산 베어스의 경기. ⓒ연합뉴스


■ 4년 연속 한국시리즈 직행이 유력한 SK

SK 와이번스. 한국시리즈 직행이 유력한 팀이다. 시즌 전 부상자가 많아 “4강 진출도 어렵다”라는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시즌 내내 1위를 달렸다. 이변이 없다면 1986년부터 1989년까지 한국시리즈에 진출한 해태(KIA의 전신)에 이어 프로야구 사상 두 번째 4년 연속 한국시리즈에 진출하는 팀이 될 것으로 보인다.

SK의 강점은 탄탄한 마운드에 있다. 올 시즌(9월16일 기준) SK의 팀 평균 자책은 3.72이다. 4위 롯데의 팀 평균 자책 4.94와 비교하면 1점 이상이나 낮다. 포스트시즌에서는 확실한 선발 두 명만 있으면 우승한다는 얘기가 있다. 한국시리즈 우승은 에이스 한 명으로도 가능하다. 그런 의미에서 김광현과 가도쿠라 겐이라는 두 수준급 선발투수를 보유한 SK는 우승에 가장 가깝다. 거기에다 구원진도 타 구단을 압도한다. 특히나 버릴 경기가 없는 단기전에서는 3회 이상을 책임질 롱릴리프가 중요하다. 언제든 승부가 돌변할 수 있기 때문이다. SK는 고효준·엄정욱·이승호 등 롱릴리프가 풍부하다.

그러나 단점도 만만치 않다. 타선이다. 올 시즌 SK 팀 타율은 2할7푼6리이다. 4강 팀 가운데 삼성 다음으로 낮다. 롯데와 두산의 팀 타율은 2할8푼 이상이다. 화력도 예년보다 떨어진다. 올 시즌 SK는 팀 홈런 1백11개를 기록했다. 4강 팀 가운데 최소이다. 무엇보다 3·4·5번 중심 타선의 타율이 2할7푼7리에 그친 것이 아쉽다. SK 김성근 감독은 이호준에게 큰 기대를 걸고 있다. 오른손 거포가 부족한 팀에서 경험 많은 이호준이 팀 타선을 이끌어야 한다고 믿는다.

변수는 삼성이다. 올 시즌 SK는 삼성을 상대로 9승9패를 기록했다. 나머지 팀들에게는 모두 우위를 점했다. 그래서일까. SK는 7월 말부터 삼성 전담 전력분석팀을 운영하고 있다.

 

▲ 포스트시즌에 나설 4개 팀 감독들. ⓒ삼성라이온스 제공

■ 부상자 없는 삼성

삼성 선동열 감독은 “우리의 목표는 정규 시즌 2위이다”라고 말해왔다. 1위 SK에 1경기 차로 따라붙었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이유가 있었다. 1위를 욕심내다 보면 무리수를 두고, 결국에는 부상자가 속출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삼성의 강점이 바로 그것이다. 특별한 부상자 없이 주전과 백업이 탄탄하게 유지되고 있다는 점이다. 투수진만 보아도 그렇다. 마무리 오승환이 부상으로 이탈한 것을 빼고는 눈에 띄는 부상자가 없다. 되레 시즌 초 부상으로 2군에 내려갔던 권오준·윤성환이 포스트시즌을 앞두고 1군으로 전격 복귀했다. 권혁·정현욱·안지만으로 이어지는 특급 구원진도 선감독의 특별 보호 아래 별다른 부상 없이 포스트시즌을 맞게 될 전망이다. 더 고무적인 것은 배영수·정인욱·이우선 등 선발진과 구원진의 백업 투수들이 제 역할을 다하고 있다는 점이다.

하지만, 삼성이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하려면 풀어야 할 숙제가 있다. 확실한 선발투수의 확보이다. 선감독은 <시사저널>과의 인터뷰에서 “4선발 체제로 포스트시즌을 치르겠다”라고 밝혔다. 선감독이 포스트시즌 투수진 운용 계획을 언론에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선감독에 따르면 차우찬·장원삼 두 왼손투수와 베테랑 외국인 투수 팀 레딩이 선발 세 자리를 차지한다. 나머지 한 자리는 미정이다. 그러나 확실하게 1승을 챙길 선발투수가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 선감독의 고민이다. 키는 배영수가 쥐고 있다. 선감독은 제4 선발을 경험 많은 배영수가 맡아주었으면 한다. 실제로 삼성 선발투수 가운데 2005~2006년 한국시리즈 우승을 경험한 선수로는 배영수가 유일하다.

변수는 유격수이다. 애초 선감독은 포스트시즌이면 박진만이 돌아오리라 예상했다. 그러나 박진만은 2군에서조차 훈련을 하지 못하고 있다. 따라서 포스트시즌 삼성의 유격수는 김상수가 유력하다. 스무 살 유격수 김상수가 부담감에서 얼마나 자유로우냐에 따라 삼성의 우승이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시사저널 임준선

■ 배수진을 친 두산

두산 김경문 감독은 한동안 “내년 시즌부터 롯데 감독을 맡을 것이다”라는 괴소문에 시달렸다. 김감독과 롯데 고위 관계자가 극력 부정하면서 일단락되었지만, 김감독이 두산을 떠날 것이라는 소문은 설득력이 있었다. 한 야구해설가는 “김감독이 사석에서 ‘올해도 한국시리즈 우승에 실패하면 스스로 옷을 벗겠다’라는 이야기를 했다. 그 어느 때보다 결연한 의지가 느껴졌다”라고 말했다.

두산의 강점은 경험이다. 2007~2008시즌 2년 연속 한국시리즈에 오르고, 2009시즌에는 플레이오프까지 진출하면서 두산 선수단은 SK와 함께 최근 3년간 포스트시즌 경기를 가장 많이 치렀다. 그만큼 큰 경기 경험이 대단하다. 김현수가 “어떻게 포스트시즌을 치러야 할지 알겠다”라고 말하는 것도 무리는 아닌 셈이다.

반면 SK·삼성·롯데에게 상대 전적에서 모두 뒤지는 것은 분명한 약점이다. 실제로 올 시즌 두산은 SK와 삼성에 각각 8승9패, 9승10패로 뒤졌고, 롯데에도 7승12패로 열세였다. 한 감독이 두산을 가리켜 우스갯소리로 “깡패곰이다”라고 한 것도 올 시즌 두산이 강팀에 약하고, 약체 팀에만 유독 강했기 때문이다.

두산이 한국시리즈 대권을 잡으려면 ‘기동력 야구’를 부활시켜야 한다. ‘힘의 야구’에서는 롯데가 두산보다 낫기 때문이다. 그러나 올 시즌 두산은 팀 도루 1백17개로 2005년 이후 가장 적은 팀 도루를 기록할 전망이다.

변수는 외국인 투수 켈빈 히메네스의 컨디션이다. 히메네스는 9월1일 SK전 이후 마운드에 서지 않고 있다. 간단한 웨이트트레이닝과 러닝을 소화할 뿐이다. 충분한 휴식을 통해 포스트시즌에 컨디션을 맞추겠다는 의도이다. 그러나 이는 동전의 양면과 같다. 등판 간격이 짧아지는 포스트시즌에서 지나친 휴식이 투구 감각을 무디게 할 수 있기 때문이다.

■ 한국시리즈 우승까지 노리는 롯데

롯데 제리 로이스터 감독의 별명은 ‘준플레이오프맨’이다. 2008~2009시즌 2년 연속 포스트시즌에 진출했지만, 준플레이오프에서 맥없이 무너졌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번에는 달라지리라는 것이 로이스터 감독의 각오이다. 로이스터 감독은 팀의 강점으로 폭발력 넘치는 타선과 신예 투수들의 등장을 꼽는다. 틀린 말도 아니다. 올 시즌 롯데의 팀 타율은 2할8푼8리로 여덟 개 구단 가운데 부동의 1위이다. 팀 홈런 1백79개는 넥센의 82개와 비교하면 두 배가 넘는다. 조성환-홍성흔-이대호-카림 가르시아-강민호-손아섭으로 이어지는 타선은 여전히 뜨겁다. 조정훈·손민한이 없어 걱정했던 선발투수진에서는 신예 이재곤·김수완이 기대 이상의 활약을 펼치며 오히려 지난 시즌보다 낫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러나 단기전은 ‘누가 더 실수를 줄이느냐’의 싸움이다. 롯데 수비진이 약점으로 꼽히는 이유이다. 로이스터 감독이 인정하듯 롯데 외야진은 구멍 난 그물이다. 김주찬이 도루에 쏟는 정열을 수비에 1%만 쏟아도 로이스터 감독의 근심은 덜할 것이다.

변수는 로이스터 감독의 용병술이다. 앞선 2년간의 포스트시즌 경기에서 로이스터 감독은 정규 시즌 때와 똑같은 방식으로 팀을 운영했다. 그러나 결과는 실패로 나타났다. 로이스터 감독의 고집이 이번 포스트시즌에서도 계속 이어질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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