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영화 전용관엔 감동의 ‘보름달’
  • 김진령 (jy@sisapress.com)
  • 승인 2010.09.13 1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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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 시즌에 다양한 영화의 맛 즐기려는 관객들 위해 ‘볼만한 작품’들 올려

수백 개의 상영관을 가진 멀티플렉스는 언제나 10여 편 안팎의 흥행작들만 돌리고 또 돌린다. 반면 달랑 스크린 하나만 가진 예술영화 전용관은 하루에 많게는 네 편까지 교차 상영을 한다. 그래서 예술영화 전용관이 영화의 다양성을 지켜줄 수 있고 관객은 다른 즐거움을 느껴볼 수 있다.

<울지마 톤즈> <땡큐, 마스터 킴> <탈주> <위대한 침묵> <하얀 리본> 등 보기만 하면 누구나 ‘그 영화 괜찮네’라고 할 만한 영화들이 예술영화 전용관에서 관객을 기다리고 있다. 추석 시즌에 다양한 영화의 맛을 즐기려면 이곳으로 가면 된다.

▲ ⓒ마운틴픽쳐스 제공

■ 아트플러스 시네마 네트워크(artpluscn.or.kr)

국내 각 지역 예술영화 전용관에서 상영하는 모든 프로그램의 정보를 알 수 있다.

■ 한국영상자료원 임권택 전작전(koreafilm.or.kr)

임권택 감독의 데뷔작 <두만강아 잘 있거라> 등 70편을 필름으로 만나는 기획. 10월3일까지.

■서울아트시네마 장선우 특별전(cinematheque.seoul.kr) 

<거짓말> <너에게 나를 보낸다> <경마장 가는 길> 등 장선우의 대표작 8편 상영. 9월19일까지.

■ 씨네코드 선재 마르그리트 뒤라스 영화제

 <목소리>(cafe.naver.com/artsonjearthall)

2009년 베니스비엔날레 한국관 작가로 참여한 설치미술가 양혜규가 <셋을 위한 목소리 Haegue Yang: Voice Over Three>라는 작품을 함께 선보인다. 그에게 모티브를 제공한 것은 작가이자 영화감독인 마르그리트 뒤라스. 그래서 둘을 함께 묶은 영화제가 아트선재에서 열린다. 9월19일까지.

■ 필름포럼 스페인영화제 페드로 알모도바르 특별전

(filmforum.co.kr)

스페인의 대표적인 영화감독인 페드로 알모도바르는 <내 어머니의 모든 것>(1999년)부터 눈물의 멜로 전공으로 돌아섰지만 그 이전에 그는 ‘악동’이라는 이름값을 충분히 했다. 그의 1980년대 작품 네 편을 포함해 일곱 편이 소개된다. 9월18일까지. 


 연휴 동안 전국에 축제도 ‘두둥실’
추석의 또 다른 이름은 연휴. 때마침 추석을 전후해 전국 곳곳에서 대형 축제가 손짓하고 있다.

광주비엔날레(gb.or.kr, ~11월3일)

한국을 대표하는 대표 미술축제인 제8회 광주비엔날레가 11월3일까지 이어진다. 올해의 주제는 ‘만인보’. 더 눈길을 끄는 것은 비엔날레 전시관을 벗어나 광주 전역에서 펼쳐지는 <만인보+1> 프로젝트이다. 일반 시민들이 참여한 작품의 전시나 따뜻한 물 한 잔을 건네는 퍼포먼스를 벌이는 등 시민이 참여하는 프로젝트를 선보인다. 기획자인 손봉채 작가는 “만인보가 이미지라면, 만인보+1은 그 실체, 그것을 그대로 보여주는 전시이다”라고 말했다. 시청·병원·터미널 등 전남 광주 전역 25개 장소에서 펼쳐진다.

세계대백제전 (baekje.org, 9월18일~10월17일)

세계대백제전은 백제 시대 능사와 왕궁을 재현해서 다시 세우고 디지털 이미지로 화려한 백제 시대의 전성기를 재현했다. 그리고 이것만 갖고는 부족하다고 느낄 관객을 위해 스펙터클한 퍼레이드도 준비했다. 9월18일부터 매주 토요일과 일요일에 논산·공주·부여에서 ‘황산벌 전투 재현’ ‘대백제 기마군단 행렬’ ‘퍼레이드 교류 왕국 대백제’ 등의 주제로 한 달간 이어진다. 동아시아의 땅과 바다를 호령했던 백제의 영광이 퍼레이드와 대형 야외 집체극을 통해 재현된다.

안동국제탈춤페스티벌(maskdance.com)

영남과 동해안 지역의 탈놀이 아홉 개 팀과 해외 일곱 개 나라의 탈춤과 마당놀이가 경북 안동에서 펼쳐진다. 9월24일~10월3일.

서울드럼페스티벌 2010(seouldrum.go.kr)

9월 한 달간 열리는 서울드럼페스티벌의 메인 공연이 24~26일까지 벌어진다. 메인 공연과 시끌벅적한 퍼레이드가 서울숲과 인근 거리에서 펼쳐진다.

 

▲ ⓒ시네마서비스 제공
장진 감독의 영화를 보아온 관객은 알 것이다. 산만한 전개, 작은 계기가 큰 사건이 되는 우연성, 약간 템포가 어긋나는 썰렁한 웃음, 별로 악하지 않은 이웃들의 솔직한 욕망과 순정한 여자의 죽음은 ‘장진 밥상’의 기본 메뉴이다. <퀴즈왕>은 여기에 많은 인물로 반찬 수를 늘린 5첩 반상이다.   

영화가 시작되면 네 그룹의 인물이 산발적으로 스케치된다. 총에 맞은 채무자를 트렁크에 싣는 두 해결사, 똑똑한 아들이 집안을 일으키기를 원하는 아버지, 도박하는 남편을 닦달하는 여자, ‘우울증을 이겨내는 모임’의 독특한 회원들. 이들이 우연히 한 장소에 모인다. 한 여자의 투신으로 4중 추돌 사고가 나고, 네 대의 차량에 타고 있던 이들이 경찰서로 몰려든다. 먼저 잡혀온 한 무리의 폭주 배달족들에 경찰까지, 그곳에 있던 이들은 투신한 여자의 소지품을 통해 무려 1백33억원이 걸린 퀴즈쇼 마지막 문제의 답을 보아버린다. 이들은 모두 퀴즈왕이 되기 위한 ‘열공’에 돌입하는데….

영화의 최대 매력은 엉뚱한 유머이다. 총에 맞았지만 아직 살아있는 채무자를 죽은 것으로 간주하는 해결사나, 예고편에 공개된 임원희의 ‘재방송’ 발언, 경찰서에서 촛불 소녀처럼 입바른 소리를 하는 심은진 캐릭터는 재미있다.

그러나 영화가 퀴즈쇼로 수렴될수록 유머의 힘은 쇠락한다. 클라이맥스라 할 마지막 문제의 의미는 공허함의 절정이다. 왜 마지막 정답자와 방송사로부터 돈을 갈취한 ‘승리자’가 그들일까? 영화가 해결사와 마찬가지로 트렁크에 갇힌 채무자의 생사에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 것을 감안하면, 감독은 해결사를 지지하는 모양이다. 그들은 “우리는 참 나쁜 사람이야”라고 말한다. 그나마 자신을 나쁘다고 인정하는 악인은 착하다는 뜻일까? 순정한 사랑은 죽음이 되고, 도덕은 환멸이 되었다. 휴머니즘이 아닌 염세주의가 넘쳐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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