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rt3. 독서 교육 지원 시스템, 이렇게 대비하라] 입시에서 걱정되는 ‘독서 생색내기’ 책읽기가 진학을 위한 수단 되면 안 된다
  • 박은경 | 어린이도서연구회 정책국장 ()
  • 승인 2010.09.10 14: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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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학 전형 자료로서 신뢰성 얼마나 확보할지 의문… 학교 수업 정상화가 우선되어야

 

독서 교육 종합 지원 시스템이 겨냥하는 것은 무엇인가?

독서 교육 종합 지원 시스템의 출발은 2004년 3월 부산광역시 교육청이 재미있는 책읽기를 유도하기 위해 개발한 독서 교육 지원 시스템이었다. 2005년 초에 당시 교육인적자원부가 전국 학생들의 1인당 연평균 대출 도서 수를 조사한 결과 부산이 전국평균치의 세 배인 9.1권의 책을 대출해 전국 1위를 차지했다. 교육인적자원부는 이 결과를 부산광역시교육청의 독서 교육 지원 시스템에 있다고 보고 부산광역시교육청에게 교육 혁신 우수 사례 대통령상을 수여했다. 이후 부산시교육청은 독서 교육 지원 시스템을 지속적으로 업그레이드했고, 대학들과 연계해 대학 입학 전형에 활용하는 방안을 모색해왔다. 그러던 중 이명박 정부가 대학 입학사정관제를 중요 정책 의제로 선정하면서 교과부는 부산시교육청의 독서 교육 지원 시스템을 학교 도서관 지원 시스템(DLS)과 연계해 전국에 일반화할 수 있는 독서 교육 종합 지원 시스템으로 개발한 것이다.

독서 교육 종합 지원 시스템의 개발 과정을 분석해볼 때, 이 시스템이 추구하는 바는 크게 두 가지로 나누어볼 수 있다. 하나는 학생들의 독서 활동을 활성화하고 지원하자는 것이다. 2005년 부산시교육청이 대통령상을 수상한 이유는 이 시스템의 도입을 통해 부산 지역 학생들의 도서 대출 수가 증가했다고 파악한 데 있다. 이와 마찬가지로 교과부는 독서 교육 종합 지원 시스템을 도입하면 전국의 학생들이 1년에 읽는 책의 양이 증가할 것이며, 독후 활동의 강제로 독서의 질도 개선되리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다른 하나는 독서 교육 지원 시스템에 기록된 정보를 대학 입학사정관제의 전형 자료로 활용하기 위해서이다. 사실 이 이유가 독서 활동의 진작보다 독서 교육 지원 시스템을 전국적으로 확대하는 결정적 계기가 되었을 것이다. 대학 입학사정관제는 내신 성적이나 수능 시험 등 기존 전형으로는 접근할 수 없는 학생들의 가능성을 입학사정관의 전문적 안목으로 발굴하는 데 그 취지가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처럼 입시의 객관성과 공정성이 강조되는 사회에서는 입학사정관의 전문적 안목을 전적으로 신뢰하기 어렵고, 또 경험이 별로 없고 그 수가 얼마 되지 않은 상황에서 이를 확대하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 신뢰할 수 있으며 객관화된 자료가 필요한 상황이었다. 이에 독서 활동의 기록을 포함한 창의적 체험 활동 지원 시스템이 개발된 것이다.

독서 교육 종합 지원 시스템의 도입에서 우려되는 것은?

독서 교육 종합 지원 시스템을 도입하면 부산교육청의 결과에서 알 수 있듯이 우리나라 초·중·고 학생들의 평균 독서량이 증가할 수 있을 것이다. 왜 이 시스템이 학생들의 독서량을 증가시킬 수 있는가?

우선 학부모가 자신의 아이들을 이 사이트에 가입시키고 책읽기와 독후 활동을 독려할 것이다. 대학입시와 학교 평가에 민감한 학교의 교장과 교사들도 자기 학교의 학생들이 이 시스템을 많이 활용하도록 독려하고, 때로는 강제할 것이다. 이렇게 학생들에게 강한 영향력을 갖고 있는 부모와 교사가 강제하는데 학생들이 책을 안 읽을 수, 아니 책 읽은 표시를 안 할 수 있겠는가?

우리는 독서가 마음의 양식이라는 다소 진부하지만 독서의 의미를 잘 표현하는 말을 알고 있다. 우리는 우리 아이들에게 억지로 밥을 먹일 수 있고, 그 밥이 육체를 키울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밥처럼 마음의 양식인 책도 강제로라도 읽히면, 육체처럼 우리의 마음도 잘 자랄 것인가? 오히려 강제적 독서가 마음을 비뚤게 하지는 않겠는가?

창의적 체험 활동 시스템과 그 일환인 독서 교육 종합 지원 시스템은 일차적으로 정부가 강력하게 추진하고 있는 대학 입학사정관제를 위해 도입된 것이다. 과연 이 시스템이 대학 입학사정관제의 조기 정착에 큰 도움이 되겠는가? 이 시스템에 의하면 학생들은 초등학교 때부터 자신이 책을 읽었다는 표시를 정해진 형태로 등록하게 되어 있다. 1주일에 책 한권을 12년간 읽었다고 할 때 그 양은 6백48권이 된다. 정말 입학사정관이 이 엄청난 양을 어떻게 참고해서 학생들을 선발할 수 있는가? 또 우리가 우리나라 입시에서 일어나는 부작용을 잘 알고 있듯이, 이 자료가 입시에 쓰이는 순간 그 자료를 학생이 만들어 등록했는지, 아니면 학부모나 다른 사람이 등록했는지 어떻게 알 수 있는가? 물론 대학에서 이러한 점을 감안해 이 자료를 활용하겠지만, 이 자료가 대학 입학사정관제 시행에 도움이 되는 것보다 몇 배의 부작용과 사회적 비용이 낭비되지는 않을까 걱정이 된다.

우리는 정부가 이미 상당히 오래전부터  ‘공교육의 정상화’를 표방하면서 이를 위해 다양한 정책을 쓰고 있다는 인상을 받고 있다. 그러나 최근 정부가 발표한 일련의 학교 정책을 보면 과연 그것이 학교 교육을 정상화하는 데 도움이 되는지, 아니면 학교 교육을 공동화하고 방해하는 것은 아닌지 의아할 때가 많다. 외신에 의하면 미국의 어느 학교 지구에서는 교육감이  성적이 오르는 학생들에게 100달러를 지급했더니 학생들의 성적이 많이 올랐다는 보도가 있었다. 이 보도에 따르면 학생들의 성적이 오르는 것이 학교 정상화라면 훌륭한 교사보다 100달러가 더 효과가 있지 않겠는가? 요즘 정부가 표방하고 있는 학교 평가, 일제고사, 교사 평가 등의 정책들은 ‘100달러 지급’처럼 과정보다는 결과에 치중하고 있다. 독서 종합 지원 시스템도 같은 맥락에 있다. 학생들의 책읽기가 중요하다면 교사와 학생들이 많은 시간을 함께 하는 정규 수업 시간을 개선하는 데에 우선 순위를 두어야지 그 많은 정규 수업 시간에는 교과서 한권만 달달 외우는 데에 쓰고, 그리고 자율 학습으로 10시까지 학생들을 붙잡아두고, 그것도 모자라 심야 학원까지 가는 학생들에게, 언제 어떻게 읽든 읽은 표시만 남기면 된다니? 학교 교육의 정상화는 시류에 따라 사회가 요구하는 온갖 결과를 생산하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교육의 과정에 충실하게 학교를 운영하는 데서 찾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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