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rt3. 독서 교육 지원 시스템, 이렇게 대비하라 ]‘독서 활동’, 대입에 어떻게, 얼마나 반영될까
  • 이상란|전 고려대학교 입학사정관·현 비교문화심리연 ()
  • 승인 2010.09.10 14: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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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부터 학교생활기록부에 기록… 진로 또는 진학 목표에 부합하는 내용 담겨야 유리

▲ 2008년 12월 서울시교육청 주최로 열린 학부모 대상 입시 설명회. ⓒ시사저널 임준선

2011학년도 수시모집 권역별 설명회 완료

2011학년도 수시모집 권역별 설명회 완료

 

2011학년도 수시모집 권역별 설명회 완료

 

대학교육협의회 주최 2011학년도 수시 모집 설명회가 권역별로 개최되었다. 입학사정관제 주요 사례 소개 및 지원 전략 등에 관한 내용으로 수시 모집 인원이 대폭 증가된 2011학년도 대학 입시에 대한 학생과 학부형들의 관심은 어느 때보다 뜨거웠다. 특히, 올 수시 전형부터 공통 지원서 양식을 처음 적용하는 만큼 지원서를 작성할 때 유의 사항 및 원서 작성 요령에 관한 정보에도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입학사정관 전형 서류 평가 요소

각 대학마다 차이는 있지만, 전국 대학 모집 인원의 60%가량을 수시 모집에 의해 선발할 것이라고 발표되었고, 1백26개 대학에서 수시 모집 인원의 14% 정도를 입학사정관제 전형으로 선발한다.

입학사정관제 전형의 평가 요소 가운데 중요한 요소인 학교생활기록부는 이번 공통 지원 양식 내에 설정되어 있다. 온라인으로 제공되는 동의 절차를 거치면 개별적인 입력 없이 대학이 직접 활용하도록 되어 있는데, 학교생활기록부상의 정보는, 수시 전형·정시 전형 모두 중요한 전형 요소로 활용되지만, 특히 입학사정관제 전형에서는 더욱 중요한 서류 평가 요소가 된다.

주요 대학 대다수는 입학사정관제 전형에서 서류 평가를 실시하고 있는데, 서류 평가 요소에는 주로 학교생활기록부의 교과 영역, 학교생활기록부 비교과 영역, 자기소개서, 추천서가 포함된다. 그중 학교생활기록부는 고교 3년 동안 학업 성적을 제공하는 교과 영역(‘교과 학습 발달 상황’ 중 ‘세부 능력 및 특기 사항’을 제외한, 교과 과목 단위 수, 원 점수, 석차 등급 표기란)과 10개 비교과 영역으로 구분한다. 10개 비교과 영역은 ‘출결 상황’ ‘수상 경력’ ‘자격증 및 인증 취득 상황’ ‘창의적 재량 활동’ ‘특별 활동 상황’ ‘봉사 활동 실적’ ‘교외 체험 학습 상황’ ‘세부 능력 및 특기 사항’ ‘독서 활동 상황’ ‘행동 특성 및 종합 의견’으로 구분한다. 서류 평가 비율은 대학에 따라, 또 대학의 다양한 전형 유형에 따라 차이가 나는 경우가 많고, 보통 서류 평가가 해당 전형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명시하지만(예를 들어 A대학 a전형의 경우: 1단계 성적 40%, 서류 평가 30%,  면접 평가 30%), 서류 평가 요소 각각에 대한 반영 비율은 일일이 명시하지 않는다. 

학교생활기록부 비교과 영역의 신뢰성과 대입 활용 한계

입학사정관제 전형 평가의 기본 방향은 양적 평가를 지양하고 창의성·잠재력·인성 등에 관한 질적 평가를 대전제로 한다. 즉 학생이 지닌 능력을 수량화된 데이터만을 참조해 단편적으로 평가하는 것이 아니고, 지금까지 누적해온 학생의 성과에 대한 계통적 평가에 초점을 맞출 뿐만 아니라 동시에 통합적 시각에서 총체적(holistic)으로 평가하는 것이다.

이와 같은 관점에서 볼 때 과연 현재 고교 과정의 학교생활기록부에 기재되어 있는 질적 자료들을 어느 수준까지 인정하고 평가에 활용할 것인가가 중요하다. 인재 선발에서 자료가 갖추어야 할 최우선 조건은 신뢰성이다. 그러나 지금까지 학교생활기록부의 비교과 영역은 대입 평가 요소로서 대학측의 신뢰를 그다지 받지 못한 측면이 있다.

연구 결과, 대학 관계자들의 경우 ‘특별 활동 중 행사 활동’ ‘봉사 활동’ ‘체험 활동’ ‘특별 활동 중 적응 활동’ 그리고 ‘창의적 재량 활동’ 순으로 가장 불신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더욱이, ‘특별 활동 중 자치 활동과 적응 활동’ ‘창의적 재량 활동’ ‘계발 활동’은 학교생활기록부를 기재하는 당사자인 교사들도 불신하는 영역으로 나타났다(최현섭,  2005년). 그렇게 따지면, 주로 수치화·정량화가 가능한 ‘출결 상황’과 ‘수상 경력’ 그리고 ‘세부 능력 및 특기 사항’ ‘행동 특성 및 종합 의견’ ‘독서 활동’을 대학이 선호할 만한 비교과 영역으로 그 범위를 좁혀볼 수 있다. ‘출결 상황’은 계량화가 가능한 영역이어서 객관성 논란의 소지가 적기 때문에 대학 입장에서 볼 때 반영하기 수월한 영역이기는 하나, 정성적 평가의 근거 자료로 보기에는 한계가 있다.

수상 경력의 경우, 결과 위주의 실적 기술로 어떤 과정을 거쳐 수상했는지, 예를 들어 대회 수상인 경우 참여하게 된 동기에 관한 정보는 거의 기술되지 않고 있어 역시 정성적 평가 자료로 활용하기 위해서는 보완이 요구된다. 게다가 수상 실적에 대한 기재는, 입학사정관 제도 도입의 중요한 취지로 거론하는 ‘사교육 유발 요인 감소’에 역행할 소지도 안고 있다.

그리고 ‘행동 특성 및 종합 의견’에는 지나치게 긍정적이거나 추상적 기술이 많은 것이 현실이고, ‘세부 능력 및 특기 사항’은 교과 영역의 학습 상황과 성적을 뒷받침 기술하는 항목으로서, 전반적인 과목 성취 내용 중심으로 기술하고 있다. 간혹 ‘세부 능력 및 특기 사항’란에 어학 인증 취득 사항을 특기 사항으로 기재하는 경우가 있으나, 이는 ‘자격증 및 인증 취득 상황’에 이미 기재된 내용으로서 반복 기재되는 경우에 해당한다.

 

▲ 서울시 숭의초등학교 학생들이 서울문화재단의 지원(움직이는 서가)을 받아 독서 활동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독서 활동의 대입 반영 전망

독서 활동은 2007학년 고 1학년부터 학교생활기록부에 기록하기 시작했다. 비교과 영역에  ‘독서 활동 상황’란을 추가해 2010학년도 입시부터 평가에 적용했다. 다만, 지난 2010학년도 입시에서, 재수생은 학교생활기록부의 비교과 영역에 ‘독서 활동 상황’란이 없었으므로 형평성 원칙을 감안해 각 대학이 평가에 적극적으로 적용하기가 쉽지 않았을 것이다.

고교 학교 알리미 혹은 ‘school profile’을 보면 지금까지 고교 내 독서 활동이 매우 천편일률적인 프로그램으로 운영되고 있는 점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아침 자습 시간을 활용해 정해진 목록의 도서를 전체 학급이 돌아가면서 읽고 독후감을 누적하는 방식을 도입하는 경우가 있는데, 정해진 목록이 학생의 흥미에 맞지 않더라도 억지로 읽어 제출해야 하는 부자연스러움 때문에 아침 자습 시간이 곤욕스러울 수 있다. 이같은 현실을 인식해 2011학년도 대입에 독서 활동을 활용하는 방안에 관해 고교와  대학이 함께 고민할 필요가 있다.

현재, 학교생활기록부 ‘독서 활동 상황’란 기재 요령은 학년을 구분해 과목별 혹은 영역(인문·사회·과학·체육·예술)별로 구체적인 정보를 제공하도록 되어 있다. 특정 과목 또는 영역별로 감명 깊게 읽은 책 제목과 간단한 내용을 기술하고 있는데, 이러한 현재의 기록 방식은 잠재력과 창의성, 더 나아가 인성이 뒷받침된 인재 선발을 목적으로 하는 입학사정관제 전형에 활용되기 위해 다소 보완될 필요가 있다. 학생이 그 책을 관심 있게 읽게 된 이유를 빠뜨리지 말고 기재해두어야 한다. 그리고 학생들에게 모든 교과 영역에 두루 관심을 갖는 다독 지향적인 독서 태도가 반드시 긍정적인 것만은 아니라는 점을 인식시킬 필요가 있다. 만약 평가자 입장에서 다독자 중심으로 긍정적인 평가를 내린다면 앞서 거론한 ‘출결 상황’처럼 객관성 논란에서는 벗어날 수 있겠으나 수량화된 평가에 다름 아닐 것이다. 특정 모집 단위나 학과에 지원한 학생의 지원 동기 수준을 가늠할 목적으로 학생이 지원한 분야와 관련된 독서를 얼마나 깊이 있게 지속해왔는지 평가하고 싶으나 ‘독서 활동 상황’으로는 변별되지 않아, ‘세부 능력 및 특기 사항’ 혹은 ‘행동 특성 및 종합 의견’을 구석구석 살펴야 하는 것이 현실이다.

‘독서 활동 상황’은 기술 방식에 대한 합의에 앞서 독서 활동 지도에 대한 방향 합의가 요구된다. 특히 고교 과정에서는 진로 지도 수행 과정 중, 일정 단계에서 학생의 자발적 진로 탐색과 연계된 독서 활동 지도가 절실한데, 이는 새로 도입되는 창의적 체험 활동 종합 지원 시스템이 함의하는 방향과도 걸맞기 때문이다. 입학사정관제 전형 요소를 일정 수준 통일시켜 전형 요소의 지나친 확산을 방지하고, 지정한 요소들을 대입 평가에 활용함으로써 공정성을 제고하기 위해 창의적 체험 활동 종합 지원 시스템이 도입되었다.

창의적 체험 활동 종합 지원 시스템에 학생이 누적 기록한 사항들에 대한 평가 방향은, 첫째, 학교 활동 프로그램 중심의 창의 인성 평가, 둘째, 고교 진로 진학 상담 기능 강화를 통한 학생들의 적극적 진로 진학 탐색 활동 평가 강화에 있다. 창의적 체험 활동 종합 지원 시스템상의 고교 주 메뉴 일곱 가지는 ‘자기소개서’ ‘자율 활동’ ‘동아리 활동’ ‘봉사 활동’ ‘진로 활동’ ‘방과 후 학교 활동’ ‘독서 활동’으로서, 각기 분리된 항목으로 바라보는 것보다 상호 유기적 연관성을 갖고 볼 때 좀 더 유효한 학생 이해 자료가 될 수 있다. 예를 들어 ‘진로 활동’ ‘독서 활동’ ‘봉사 활동’의 경우, 학생의 적극적 진로 탐색 활동을 통한 진로 설계 능력이 신장됨에 따라, 독서 활동의 방향 역시 자신이 탐색한 진로 설계 방향과 걸맞는 독서 활동을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교과목 전 영역에 걸친 확산된 독서 활동보다, 뚜렷한 진학 목표에 걸맞게 전개된 독서 활동이야말로 입학사정관제 전형에서 좀 더 긍정적인 독서 활동으로 평가받을 수 있을 것이다. 봉사 활동의 경우 역시 자신의 진로 방향과 걸맞은 장소와 대상에게 기울인 활동이 좀 더 의미 있고 가치 있게 평가될 것이다.    

한편 대학 입장에서는 고교에서 제공되는 ‘독서 활동 상황’ 자료에 대한 신뢰성 논란을 예방할 방도를 찾는 데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예를 들면, 학생의 독서 활동에 대한 사실 증명을 서류 평가 단계에서 적극 요구할 필요가 있다. 아울러 심층 면접 단계에서 프리젠테이션 기회를 제공하는 등의 방법을 통해, 학생의 독서 활동이 자신의 진로 탐색 과정과 연계된 계획성 있는 독서 활동이었는지 검증하는 것도 생각해볼 수 있다.

그러나 ‘독서 활동’의 의미는, 대학 입시의 방편이기에 앞서, 무엇보다 자신이 선택한 인생 행로에서 책을 통해 끊임없이 새로운 방향을 찾는 자세를 청소년기에 다질 수 있도록 도와준다는 점에 주목해야 할 것이다.

입학사정관전형의 정착과 지원자의 열린 태도

2011학년도에 시행되는 창의적 체험 활동 종합 지원 시스템이 순조롭게 정착된다면, 학교 활동 중심의 평가가 대입에 적용되고 그 실효가 주변에서 확인 되는 과정을 거쳐 입학사정관제 전형의 중요한 취지인 공교육 정상화와 사교육 유발 억지 효과가 실현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각 대학의 입학사정관제 전형 비교과 영역 평가에서 비교과 영역 각각이 얼마만큼의 비중을 차지할지는 예측하기 어렵다. 특정 영역을 얼마나 의미 있게 평가에 활용하는가에 관해서는 현재로서는 전적으로 대학의 주관적 선택 의지를 인정할 수밖에 없다고 판단된다. 게다가 한 대학 내에서도 전형 유형을 다양한 인재상과 함께 복수로 제시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각 전형을 설정한 취지도 달라서 비교과 영역의 특정 항목만 선택적으로 평가에 적용하도록 디자인될 수도 있다. 이 점이 지원자로 하여금 열린 태도를 갖도록 하는 측면이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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