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에서, 강단에서 ‘쩌렁쩌렁’
  • 이춘삼 | 편집위원 (sisa@sisapress.com)
  • 승인 2010.08.30 1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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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 기획 시리즈 - 한국의 신 인맥 지도 | 인천②

 

▲ 인천대교 ⓒ시사저널 유장훈

인천은 워낙 서울과 가깝다 보니 다른 지역보다 서울로 나가기가 수월한 편이었다. 가장 먼저 개화의 물결이 밀려들었고 충남과 황해도 출신들을 필두로 전국 각지에서 많은 사람이 이주해 와 토박이 의식이 상대적으로 약했던 점도 중앙 무대로의 진출을 촉진한 요인이 되었을 법하다. 서울과 인천을 하나의 생활권으로 묶는 ‘경인 지방’이라는 말도 그래서 생겼을 것이다. 

 지난 호에 소개된 정·관계 및 재계 인사 외에도 언론계와 문화예술·체육계 등에서 활약하는 인천 출신 명사가 많다. 먼저 언론계에서는 김학준 동아일보 고문과 인보길 뉴데일리 사장을 꼽을 수 있다. 원적이 청주이고 중국 심양에서 출생한 김고문은 인천 신흥초교-인천중-제물포고를 졸업하고 서울대 정치학과를 다녔다. 당진이 고향인 인사장은 예산중-경복고를 거쳐 서울대 독문과를 졸업했다. 

김고문은 짧은 기자 생활을 접은 뒤 미국 피츠버그 대학에서 정치학 박사학위를 받고 돌아와 서울대 정치학과 교수로서 강단에 섰다. 이어 12대 국회에서 민정당 전국구 의원을 잠깐 지내고 노태우 전 대통령의 후반기 공보수석비서관 겸 청와대 대변인으로 노대통령 임기 말까지 함께했다. 단국대 이사장, 인천대 총장, 교총 회장, 동아일보 사장-회장을 거쳐 현 동아일보 고문에 이르기까지 학계-정관계-언론계를 섭렵한 다채로운 경력을 자랑한다. 대학가에서 고전으로 통하는 <러시아 혁명사> 등을 포함해 방대한 양의 저서를 가지고 있다. 김대중 전 대통령 시절 여성특별위원장(장관급)을 지낸 강기원 변호사가 부인이다.  

인사장의 경우는 언론인으로 일관했다. 초등학교부터 고교 때까지 학급 신문을 만들었고 서울대 학보 기자를 지낸 그가 조선일보와 또 다른 신문, 두 군데에 합격하자 조선일보 사주가 그를 놓치지 않기 위해 무척 애를 썼다는 일화가 있다. 문화부장으로 짧은 나들이를 한 것을 제외하고 편집부 기자로 출발해 편집국장에 오르기까지 외길을 걸은 그를 주위에서는 ‘편집의 귀재’라고 불렀다. 디지틀조선일보 사장으로 뉴미디어의 새 지평을 열었으며 현재 인터넷 신문인 ‘뉴데일리’를 이끌고 있다. 원래 당진이 고향인 그는 후에 집안이 인천으로 솔가해 ‘인천 사람’으로 불린다.

문화예술·체육계에도 톱클래스급 유명 인사 즐비

현직으로 치면 교육자와 정치인으로 분류되지만 최동호 세종대 이사장과 이윤성 국회의원은 방송인으로 더 잘 알려졌다. 두 사람은 상당히 비슷한 길을 걸어 왔는데, 최이사장은 신흥초교-인천중-인천고를 거쳐 한국외대 영어과를 졸업했다. 동아일보 기자로 시작해 동아방송에 갔다가 언론 통폐합 조치에 의해 KBS로 이적했다. 밤 9시 뉴스 앵커로 얼굴을 알렸고 뉴욕특파원, 보도본부장, 부사장을 역임했다. 방송계를 떠난 후에는 세종대와 인연을 맺어 신방과 교수, 공연예술대학원장, 언론문화대학원장, 세종사이버대학 총장 등 보직을 맡고 올 초부터 이사장으로 재임 중이다. 모교인 한국외대 총동창회장을 지냈고 한국외대 출신들의 강세 분야인 언론계 인맥의 좌장이다.

방송인 출신으로 빼놓을 수 없는 또 한 사람은 송도균 전 SBS 사장이다. 황해도 연백이 고향으로 제물포고-한국외대 서반아어과 출신인 송사장은 역시 통폐합으로 없어진 TBC 기자로 시작해 KBS-MBC-SBS를 차례로 거치면서 방송 기자의 경력을 다졌다. SBS 보도본부장 시절에는 직접 밤 프라임 타임 뉴스 앵커로 뛰어드는 열정을 보였고, SBS 대표이사 사장을 지낸 후 현재 숙명여대 정보방송학과 석좌교수와 방송통신위원회 상임위원을 겸직하고 있다.

지면을 통해 이름을 날린 또 다른 언론인으로 이현락 경기일보 대표이사 사장과 이규민 한국시장경제포럼 회장이 있다. 두 사람은 모두 동아일보에서 오랫동안 경제 관련 기사를 다루면서 입지를 굳혀 경제부장, 편집국장, 주필 등을 역임했다.

학계에서는 이관 한국과학기술한림원 이사장, 박호군 인천녹색성장포럼 대표, 한영실 숙명여대 총장, 서한샘 잎새방송 회장이 돋보이는 인물이다.  

 이관 이사장은 경기고와 서울대 기계과를 졸업하고 영국 리버풀 대학에서 공학박사 학위를 취득한 공학자이다. 울산대 공대 학장, 울산대 총장, 과학기술처장관, 한국원자력기술협회 회장을 역임했다. 박호군 전 과학기술부장관은 제물포고와 서울대 화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오하이오 대학에서 이학박사 학위를 취득한 학자이다. 정부 출연 연구기관의 맏형 격인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응용과학연구부에서 연구 생활을 하면서 한국과학기술원(KAIST) 강의를 병행했다. 그는 KIST의 여러 연구 부서를 두루 이끌었고 최종적으로 원장을 맡은 후에 과학기술부장관으로 기용되었다. 합리적 사고와 인화를 중시하는 신사라는 평을 듣는다.

한영실 숙명여대 총장은 인천의 명문 여고인 인일여고를 졸업하고 숙명여대 식품영양학과와 식품학 석·박사 학위를 취득한 ‘신토불이 박사·총장’이다. 전임 이경숙 총장의 뒤를 이어 취임해 오는 9월1일 2주년을 맞는 그녀는, ‘캠퍼스 국제화’ 등 모교 발전을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활기차게 추진하고 있다.   

문화예술·체육계를 보면 인천 출신 중에서 톱클래스급 스타들이 여럿 있다. 진명여고-이화여대 신문학과 3년 수료 학력의 박정자 극단 자유극장 단장. 그녀는 공개 석상에서 스스로를  “대한민국 최고의 연극배우입니다”라고 소개할 정도로 자부심이 대단하다. 신들린 연기로 50년 가까이 무대를 휘어잡아 온 그녀는 이미 ‘대배우’로 불린 지 오래다. <엄마는 오십에 바다를 발견했다> <신의 아그네스> 등 많은 작품에 출연하면서 ‘천의 얼굴을 창조해낸 신들린 광대’라는 찬사를 들었고, 연극계 최고 상인 이해랑연극상을 수상한 바 있다.  

<수사반장>의 수사반장, <전원일기>의 김회장 역으로 안방극장의 시청자와 친숙한 최불암씨(본명 최영한)는 그의 예명에 들어 있는 ‘佛岩’ 같은 분위기를 풍기는 연기자이다. 유명 탤런트였던 김민자씨와 결혼해 1남1녀를 두고 모범적인 가정 생활을 영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더 이상 긴 설명이 필요 없을 탤런트 유동근씨도 동료 연기인 전인화씨와 함께 험난한 연예계 안에서 동업자 부부로서 활약을 이어가고 있다. 딸·아들·사위 등 식구 모두가 연극인으로 유명한 전무송씨나 김영삼 전 대통령이 영화진흥공사 사장 자리에 앉혔던 박규채씨도 탄탄한 중견 연기인이다. 이미 작고했지만 장동휘·김무생 씨도 인천 사람이었다.

작곡가 최영섭씨는 불후의 명곡인 <그리운 금강산>을 비롯해 주옥같은 가곡과 기악·합창곡까지 4백여 곡을 작곡했다. 1977년부터 1991년까지 15년간 KBS와 MBC의 라디오 음악 프로그램을 진행했던 낭랑한 목소리가 지금도 팬들의 귀에 쟁쟁할 것이다. 송창식씨는 윤형주씨와 함께 트윈폴리오로 데뷔해 당시 대중음악계의 정상에 섰던 유명 가수이다. 김세환·양희은 씨 등과 함께 한 시대를 풍미했으며 ‘건국 이후 가수 베스트 50’ 중 16위에 뽑힌 적이 있다.

2008년 8월 베이징올림픽에서 한국 대표팀을 금메달로 이끌며 우뚝 선 김경문 두산 베어스 감독의 생존 철학은 ‘뚝심’이다. 그에게 뚝심은 단순한 밀어붙이기 식 고집이 아니다. 그 뒤에는 데이터가 있고 허를 찌르는 반전의 묘수가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2010 남아공월드컵 국가대표였던 ‘진공청소기’ 김남일과 2006년 독일월드컵 국가대표였던 ‘미스터 파마’ 이천수는 부평동중-부평고 동창이다. ‘슈퍼 땅콩’ 김미현과 코오롱엘로드의 안시현은 한국의 여자 골프를 세계적으로 널리 알리는 데 앞장서고 있다. 자그마한 체구로 국제 경기에서 상대 선수를 눌러 신바람을 일으켰던 ‘짱돌’ 레슬러 장창선씨는 태릉선수촌장을 지냈고, 지금은 대한체육회 이사이다.

신용석 2014 인천아시안게임 조직위원회 대외협력위원장은 인천 지역 명문 집안 출신이다. 그의 조부는 대한제국 최초의 군함인 ‘광제호’ 함장을 지냈던 신순성씨이다. 도쿄상선학교에서 근대식 항해술을 이수한 신함장은 고종의 하사금으로 마련한 광제호를 지휘했으며 1910년 8월29일 한·일 강제 병합이 되자 광제호에 게양했던 태극기를 집안에 숨겨두었다가 8·15 광복 후 세상에 내놓았다. 부친은 경성제대 의학부를 졸업하고 인하대 의대 교수와 향토사학자로 활동한 신태범 박사이다. 신위원장 자신은 두 차례에 걸쳐 십수 년간 조선일보 파리특파원을 지낸 언론인 출신으로 한때는 정치에 뜻을 두었으나 현재는 인천아시안게임 조직위 대외협력위원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아버지 신태범 박사와 신위원장, 동생인 신용극 유로통상 회장이 서울고를 졸업한 3부자 동문이다(구체적으로 신박사는 서울고의 전신인 경성중학교를 졸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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