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이끼>가 흥행 몰이를 하면서 원작인 웹툰 <이끼>에 대한 관심도 높아졌다. 원작이 담고 있는 이야기의 심도와 각이 영화보다 뛰어나다는 만장일치에 가까운 ‘칭송’이 나오면서 윤태호 작가에게 눈길이 쏠리고 있는 것.
이에 대해 윤태호 작가(42)는 “<이끼>는 그림보다는 스토리에 더 신경을 썼다. 나는 스토리 쓸 때가 제일 재미있다”라고 말했다. 미대 지망생이었던 그는 만화가로 방향을 잡은 뒤에는 오히려 스토리 공부에 더 많은 투자를 했다고 한다. 1993년 월간 <점프>에 <비상착륙>이라는 작품으로 데뷔한 그는 이후 스토리 공부를 위해 선배 만화가 화실에 자청해서 들어가 2년 동안 수련했다.
그의 스토리 공부는 주로 고전의 재탐독이었다. 도서관에서 판소리 다섯 바탕의 가사집을 손으로 다 베껴 쓰고 드라마 <모래시계>의 극본이나 최인호의 소설을 손으로 옮겨 쓰면서 극작법을 공부했다. 이런 공부를 바탕으로 나온 것이 그의 첫 히트작 <연씨별곡>이다. 기본적으로 <흥부전>의 얼개를 빌려왔지만 판소리 다섯 바탕에서 얻은 내용이 곳곳에 숨어 있었다.
이어 마이너한 감성으로 동시대의 젊은이를 이야기한 <야후>와 <이끼>가 홈런을 치면서 그는 웹툰에서 성공 시대를 열었다.
요즘 그가 공들이고 있는 것은 새롭게 준비 중인 샐러리맨 만화를 위한 사전 취재이다.
윤작가는 “나는 우리가 이만큼 살게 된 것은 한 명의 영재 때문이 아니라 무수히 많은 샐러리맨이 우리를 먹여 살린 덕이라고 본다”라고 말했다. 그렇더라도 월급쟁이인 적이 없지 않느냐고 물었더니 “만화가는 함부로 짤리는 존재이다. 이 직업은 내일 일은 ‘난 몰라’이다. 연재하다가도 언제 짤릴지 모른다. 샐러리맨의 애환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라고 말했다.
만화가는 보통 무의식적으로 자기를 닮은 캐릭터를 만화에 그린다. 그렇다면 <이끼>에 등장하는 인물 중 누가 그를 닮았을까. 그는 “내 캐릭터를 보고 이장을 닮았다고 하는데, 절대 아니다. 나는 거울 안 보고 그린다”라며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