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염된 음식·손 상처가 ‘장염’ 주범
  • 이정권 | 삼성서울병원 가정의학과 교수 ()
  • 승인 2010.07.20 21:19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설사 증세 나타나면 탈수 현상 막는 데도 유의해야…맹물·과일 주스는 도움 못 돼

 

▲ 장염 예방에는 손을 자주 씻는 것이 좋다. 감염 질환은 대부분 오염된 손을 통해 세균이 입으로 들어와 생기기 때문이다. ⓒ시사저널 임영무

설사 증세가 많아지는 계절이 여름이다. 흔히 식중독이라 일컫는 장염은 포도상구균이 원인이다. 일반적인 증상은 복통과 설사이다. 잠복기가 짧아 오염된 음식을 먹은 후 6시간 내에 발병하며 하루 이틀 지나면 회복된다. 손의 상처 부위에서 포도상구균이 잘 자라므로 손에 상처가 있는 사람은 음식을 조리하면 안 된다. 이 밖에 바이러스·대장균·살모넬라 같은 세균이나 기생충의 감염, 알레르기·식품에 대한 반응 등 장염의 원인은 다양하다. 

설사 증세가 나타나면 흔히 지사제를 먹는다. 또, 속을 비워야 한다며 음식은 물론 물조차 마시지 않는다. 그런데 두 가지 모두 잘못된 조치이다. 바이러스 감염에 의한 장염은 자연히 멎을 때가 많다. 설사를 멈추게 하는 약을 먹으면 오히려 설사가 더 오래간다. 마치 개수대 구멍이 막혀 오물이 못 빠져나가는 것과 같다. 다른 원인으로 인한 설사에도 공통적인 치료법은 몸의 수분과 전해질이 지나치게 빠져나가는 탈수 현상을 막는 것이다.

탈수 현상은 성인보다 몸집이 작은 어린이와 젖먹이가 특히 위험하다. 어린아이는 설사를 조금만 오래 해도 빠져나간 물이 전체 몸의 수분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므로 즉각 병원을 찾아 적절한 조치를 취해주어야 한다. 설사를 하면 과일 주스를 마시는 사람이 많다. 이는 설사를 더 심하게 만든다. 맹물을 마시는 것도 좋은 방법이 못 된다. 설사로 물만 빠져나가는 것이 아니고 우리 몸에 필수인 전해질, 특히 나트륨과 칼륨이 함께 소실되기 때문이다. 성인이라면 전해질 용액을 만들어 마실 수 있다. 전해질 용액은 물 1ℓ에 차 숟가락에 소금 반, 소다 반, 설탕 두 숟가락 정도를 섞어 만든다. 시판되는 이온 음료는 흘린 땀을 보충할 수는 있어도 설사로 빠져나가는 전해질을 보충하는 데는 적절하지 못하다.

음식물 청결하게 보관하고 손 자주 씻어야

장염을 예방하는 최우선의 방법은 음식물을 청결하게 보관하는 것과 손 씻기이다. 냉동된 육류를 조리하기 전에 실온에 방치해서 녹이지 말고 하루 전쯤에 미리 냉장실에 옮겨 녹이는 것이 좋다. 대부분의 감염은 오염된 손을 통해 세균이 입으로 들어와 생기는 것이므로 자주 손을 씻는 것만큼 장염 예방에 중요한 것은 없다.

장염 예방법은 O-157균 감염 예방에도 도움이 된다. O-157 균은 대장균의 일종이다. 대장균은 정상적인 사람의 장에 살고 있으며 대부분 문제를 일으키지 않는다. 그러나 O-157균은 다른 대장균과 달리 혈변과 콩팥의 기능 손상을 일으키는 독소를 분비한다. 이 세균은 육류뿐만 아니라 햄버거와 야채를 먹은 사람에게서도 병을 일으킨 사례가 있다.

여름철 기온이 올라가면 육지에서 가까운 바닷물이 따뜻해지면서 세균이 증식한다. 바닷물에 사는 세균 중에 비브리오균이 있다. 이 세균은 개펄에 서식하며 어패류를 오염시킨다. 어패류를 날로 먹거나 상처가 난 피부로 바닷물을 접촉하면 세균에 감염될 수 있다. 세균에 감염되면 피부에 커다란 물집과 괴사가 일어난다. 고열과 쇼크 등 패혈증이 동반된다. 비브리오 패혈증은 환자의 절반 정도가 사망하는 치명적인 질병이다.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