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 막히는 ‘우주 전쟁’ 하늘이 뜨겁다
  • 김형자 | 과학 칼럼니스트 ()
  • 승인 2010.07.20 2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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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진 각국, 인공위성 앞다퉈 쏘아올려 궤도 빈 자리 찾기도 점점 힘들어져

지금 세계는 우주 선점을 위한 ‘우주 전쟁’의 열풍에 휩싸여 있다. 과거에는 땅을 지배하고 바다를 지배하는 나라가 세계를 지배했지만, 21세기에는 우주를 지배하는 나라가 세계를 지배한다고 보기 때문이다. 선진 각국이 우주로 쏘아 올리는 것은 인공위성이다. 현재 독자적으로 위성을 쏘아 올릴 수 있는 나라는 미국과 러시아를 비롯해 영국, 프랑스, 인도, 중국, 일본, 이란, 이스라엘에 불과하다. 그렇다면 이들 나라는 어떤 경로로 위성을 쏘아 올릴까.

ⓒESA

■ 인공위성은 왜 3만6천km의 궤도에 몰려들까

비행기가 다니는 항로나 배가 다니는 수로가 있듯이 우주에도 위성이 다니는 길이 있다. 사람들이 시간과 연료비를 줄이려고 정해놓은 길이다. 바로 인공위성 궤도이다. 지구를 돌고 있는 많은 인공위성에게는 모두 자신만의 궤도가 있다. 궤도의 형태는 위성의 임무나 목적에 따라 다르며, 일반적으로 위성의 고도에 따라 저궤도, 중간궤도, 정지궤도로 나눈다.

이 중 특히 적도 위 3만6천km 상공의 정지궤도는 누구나 탐내는 실크로드이다. 지구 주변을 다니는 위성의 여러 길 가운데 활용도가 가장 좋은 ‘황금 궤도’이다. 그 때문에 대다수 인공위성이 이곳을 지나기 위해 몰려들고 있다. 하늘의 이 ‘명당 길’에 들어서면 항상 같은 위치에 머무르면서 지구와 송수신할 수 있기 때문이다. 

고도 3만6천km에서는 독특하게도 지구의 자전 주기와 지구를 1회전하는 정지궤도 위성의 공전 주기가 같다. 인공위성이 지구의 중력에 의해 추락하지 않으려면 빠른 속도로 끊임없이 궤도를 돌아야 하는데, 지구의 자전 주기와 인공위성의 공전 주기가 같기 때문에 항상 같은 지역 위에 떠 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래서 정지궤도라고 한다. 실은 초속 약 3km의 초고속으로 움직이고 있는데 말이다.

이러한 정지궤도에서는 통신위성을 활용하는 것이 안성맞춤이다. 지구의 자전 주기와 인공위성의 공전 주기가 같은 높은 궤도에 통신 장치를 설치하면, 빠르게 움직여 금방 지평선으로 사라지는 낮은 궤도의 위성보다 신호를 안정적으로 주고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세계의 위성 보유 국가들은 모든 통신위성을 이곳에 쏘아 올린다. 지금까지 정지궤도에 올려놓은 통신위성만 해도 약 7백개에 이른다.

정지궤도는 또한 기상을 관측하는 기상위성에게도 좋은 궤도이다. 우주에서 급격하게 변하는 기후를 관찰하기 위해서는 같은 지역을 꾸준히 살펴보아야 하는데, 정지궤도에서는 위성의 공전 주기가 지구의 자전 주기와 같기 때문에 위성이 항상 지구상의 같은 장소(지구 지표면의 약 1/4 범위)를 관측할 수 있다. 그래서 위성의 수신 안테나도 항상 같은 방향으로 고정되어 있다. 이러한 장점을 이용해 구름의 이동, 기상 상태 등을 연속적으로 관측해 기상의 변화를 감시하고 예측한다. 이곳에 쏘아 올린 세계의 기상위성은 20여 개이다.

■ 명당 궤도에 자리 다툼 치열

이렇게 많은 인공위성이 정지궤도에 집중하다 보니 이곳에 끼어들어 자리를 차지하기는, 서울 한복판에서 빈 주차장을 찾는 것만큼이나 어려운 일이다. 정지궤도는 원 둘레가 2만6천5백km나 되어 비교적 여유 있는 공간이다. 하지만 위성을 사용하려는 지역은 밀집되어 있다. 예를 들어, 경도를 기준으로 한반도 상공(경도 113-134)에 올려 있는 정지궤도 위성은 모두 18개이다. 중국과 일본이 4개, 한국 3개, 인도와 타이가 각각 2개, 베트남과 인도네시아가 각각 1개씩이다. 이 가운데 최적의 위치, 즉 명당자리인 경도 124-132도 사이는 이미 중국과 일본이 선점해놓은 상태이다. 이곳에 우리나라의 정지궤도 위성은 없다.

물론 경도 97도 범위의 한반도 상공에 상주하면서 우리를 감시하는 정지위성은 훨씬 많아 총 96개나 된다. 일본이 21개, 중국이 18개, 러시아가 15개, 미국이 13개, 인도네시아 5개, 인도와 호주가 각각 4개, 한국이 3개, 말레이시아와 태국이 각각 2개이다. 국제 기구의 위성도 2개가 떠 있고, 위성을 1개씩 보유한 나라도 7개국이나 된다. 96개 위성에는 군용과 상용 위성이 모두 포함되지만, 임무는 대부분 방송통신용이다.

열강들이 이처럼 많은 위성을 쏘아 올렸다는 것은 그만큼 자리다툼도 대단하다는 얘기가 된다. 전문가들은 경도 1도에 인공위성 1개, 최대한 빽빽하게 배치하면 2개의 위성을 넣을 수 있다고 본다. 한반도를 감시하는 정지위성도 경도 97도 범위에 있는 것이라 1도에 1개꼴이다.

그러나 국제전기통신연합(ITU)에서는 2도 간격으로 각국의 위성을 조정한다. 하지만 실제 태평양이나 대서양의 상공에서는 위성이 비교적 드문드문 배치되어 있는 반면, 인구 밀집 지역인 유럽 상공에서는 위성이 매우 조밀하게 분포되어 있다. 인공위성들이 너무 가까이 접해 있으면 전파 장애가 발생한다. 따라서 각국은 위성 전파 영역이 겹치는 주변국과 하늘의 명당을 놓고 가끔씩 마찰을 빚기도 한다. 그야말로 우주 영토 분쟁이다.

날이 갈수록 명당자리에 끼어드는 일이 어렵게 되자 위성 궤도를 중개하고 매매하는 우주 공간 거래소, 즉 일종의 위성 궤도 중개소가 생겨났을 정도이다. 영국의 삭스라는 회사 소속의 트레이더들은 마치 원유를 팔듯 메가헤르츠(MHz) 대역의 우주 공간을 현물 거래하고 나섰다. 어떤 인공위성이든 송수신을 해야 하는 주파수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렇게 주파수 대역의 거래가 성사되었다고 해서 위성 궤도를 실제로 배정받는 것은 아니다. 정지궤도 위성의 자리를 잡으려면 국제전기통신연합에 신청해야 한다. 국제전기통신연합은 이 신청을 받은 뒤 주변국과 양자 합의를 하는 조건으로 등록을 해준다. 우리나라도 현재 50여 개의 위성 자리를 국제전기통신연합에 신청해놓은 상태이다. 중국과 일본도 마찬가지다.

그렇다면 한번 명당 자리의 위성 궤도를 확보하면 그 소유권은 영원한 것일까. 국제전기통신연합이 규정한 위성 궤도의 소유 기간은 7년이다. 이 기간 동안 확보한 위성 궤도를 사용하지 않거나 사고 등으로 그 궤도에 위성이 운행하지 않으면 배정된 궤도를 반납해야 한다. 하지만 설령 이런 경우가 생기더라도 각국은 폐기 직전의 낡은 중고 인공위성을 구입해서라도 배정된 궤도에 올려놓으려 하기에 자신들이 확보한 궤도를 돌려주는 경우는 드물다. 다행히 아직까지는 우주와 관련된 분쟁이 법정까지 간 사례는 없다. 그렇지만 우주 개발을 시도하는 나라들이 많아지고 있어서 우주 분쟁이 늘어날 소지는 다분하다.

▲ 일러스트 박현정

■ 총성 없는 우주 전쟁의 초석 ‘첩보위성’

비교적 짧은 시간에 국제적 통신을 가능하게 하는 통신위성은 상당히 중요하다. 그러나 안보상 더 중요한 것은 높은 궤도에 떠 있는 통신위성이 아니라 수백~수천 km의 중·저 궤도를 도는 첩보위성(스파이위성)이다. 저궤도와 중궤도 특히 궤도 경사각이 90도인 극궤도에서는 위성이 북극과 남극을 도는 동안 지구가 자전하게 되어 지구의 전체 표면을 관측할 수 있다. 이러한 특징 때문에 주로 원격 탐사나 지구 관측, 군사 등의 목적으로 중·저 궤도를 많이 이용한다. 우주인들이 머무르고 있는 국제우주정거장(ISS)도 3백50km의 저궤도 상공에 떠 있다.

저궤도 위성은 정보가 공개되어 있지 않을 뿐더러 매우 빠른 속도로 지나쳐가기 때문에 촬영 속도가 느린 일반 광학망원경으로는 추적이 매우 어렵다. 결국, 저궤도의 위성 감시 시스템인 첩보위성은 우주 전쟁의 초석인 셈이다. 첩보위성은 상대편의 정보나 형편을 몰래 알아내기 위해 사용하는 위성이다.

선진국이라면 모두 첩보위성을 띄우려는 요즘의 상황은, 우주공간에서 소리 없는 전쟁이 펼쳐지고 있음을 의미한다. 남의 나라 심장부에 있는 주요한 건물을 촬영한다는 것 자체가 이미 공격이다. 이는 상대방에게 무기를 들이대고 위협하는 것과 같은 효과를 낸다.

북한의 한 시골 도로에서 이루어지는 물체의 이송과 산속에서 벌어지는 미사일 동향을 미국은 훤히 알고 있다. 미국과 러시아 등 강대국은 수백 개에 달하는 첩보위성을 쉴 새 없이 쏘아 올려 지구 상공에 촘촘한 위성 첩보 네트워크를 구축해놓고 다른 나라들을 엿보고 있다.

첩보위성에는 크게 정찰위성과 조기경보위성 그리고 도청위성이 있다. 그중 대표적인 것이 정찰위성이다. 정찰위성은 작전에 필요한 자료를 얻기 위해 고도 6백~8백km의 지구 저궤도 상공에서 지상을 들여다보며 적의 동향이나 지형을 살핀다. 어느 지역에서 누가 무엇을 하는지 알아내려면 가능한 한 고도가 낮아야 하기 때문이다. 위성이 지면과 가까워질수록 영상의 해상도가 높아지므로 정찰위성들은 자기 궤도에서 편하게 셔터만 눌러대는 것이 아니라, 때때로 상당히 급격한 운동을 해 최대한 지구 가까이 내려오는 방식을 사용한다.

예를 들어, 미국 공군우주사령부가 관리하는 KH(Key Hole)-12라는 정찰위성은 평상시에는 6백km의 고도에 있다가 목표가 정해지면 2백?3백km 높이로 내려와 목표 지점의 영상을 촬영하고 다시 제자리로 올라간다. 해상도 10cm급의 최고 광학카메라를 사용해, 지구를 마치 ‘열쇠 구멍’으로 들여다보듯 10cm 크기의 물체까지 정밀하게 식별해낸다. 이 정도의 해상도이면 지상의 남자와 여자를 구별해낼 수 있고, 자동차 번호판도 읽을 수 있다. 미국은 첩보위성, 특히 정찰위성 분야에서 최강자이다.

첩보위성이 고도 3백?6백km에서 지구의 강한 인력에 끌리지 않고 첩보를 수집하려면 대단히 빠른 속도로 지구를 돌아야 한다. 첩보위성은 하루에 지구를 14바퀴 반 정도나 돌 만큼 빠른 속도로 지구를 선회하며 정보를 수집한다. 5백km 상공인 경우 초속 약 8km의 속도를 유지한다.

■ 시급한 것은 우주 교통사고 방지

인공위성이 떠다니는 공간은 허허벌판일까? 아니다. 여기도 주말 교통만큼이나 체증이 심하다. 1957년 옛 소련의 스푸트니크 1호가 발사된 이후 지금까지 6천개의 위성이 발사되어 현재 3천개 정도가 지구 위를 떠돌며 활동하고 있다.

어디 그뿐인가. 미국 항공우주국(NASA)에 따르면 지구 위에 10cm 이상의 물체가 1만8천개 이상 떠돌고 있다. 3천개의 인공위성을 빼면 1만5천여 개의 쓰레기가 지구 주변을 오염시키고 있는 셈이다. 퇴역 인공위성이 폭발해 생긴 잔해나 우주선에서 분리된 로켓 등 10cm 미만의 쓰레기까지 합치면 그 수는 5만~6만개에 이른다. 대도시 못지않은 교통 혼잡이다. 10cm 정도 크기만 되어도 인공위성이나 국제우주정거장을 파괴하기에 충분하다

우주 쓰레기가 발생하는 주요 원인은 수명이 다한 인공위성이 폭발하는 것이다. 인공위성이 태양을 향하고 있는 면의 온도는 1백20℃이고, 그늘 쪽은 영하 1백80℃에 달한다. 평소 인공위성은 통닭처럼 빙글빙글 돌거나 냉각수 파이프를 이용해 온도를 골고루 분산시키는데, 만일 인공위성이 수명을 다해 가동을 멈추면 양쪽 면의 극심한 온도 차로 인해 깨져버리고 배터리나 남아 있는 추진체가 폭발하게 된다. 우주 쓰레기의 40%가량을 차지하는 파편들이 여기서 발생한다.

문제는 이들의 놀라운 속도이다. 이들은 총알보다 10배 빠른 초속 10km 정도로 날아다닌다. 원래 인공위성은 초속 7?8km의 속도로 지구 주변을 돈다. 지구의 중력에 못 이겨 대기권으로 빨려들어가지 않으려면 이 정도 속도로 비행해야 한다. 그런데 인공위성이 폭발하면 이때 발생하는 힘을 받아 파편들의 운동 속도가 인공위성보다 더 빨라지게 된다. 이 파편들에 인공위성이나 우주인이 맞기라도 하면 치명적인 우주 교통사고를 유발할 수 있다.

미국 과학 잡지 <사이언스>의 발표에 따르면, 우주 쓰레기의 대부분은 인공위성을 쏘아 올리는 고도 7백?1천km에 몰려 있다. 새로운 인공위성을 발사할 때 쓰레기로 인한 피해가 우려되는 대목이다. 실제로 지난 2009년 2월10일, 러시아 시베리아 상공 7백90km에서 우주 궤도를 돌던 인공위성 2대가 충돌하는 사건이 일어났다. 서쪽에서 동쪽으로 움직이던 러시아의 군사용 통신위성 코스모스 2251호가 남쪽에서 북쪽으로 비행하던 미국 상업 통신위성 이리듐 33호의 측면을 들이받는, 사상 최초의 ‘우주 교통사고’였다. 전혀 예상하지 못한 충돌이다.

코스모스 2251호는 1995년 이미 수명을 다해 지구 궤도에 버려진 ‘우주 쓰레기’나 다름없었다. 당시 이 충돌 사고로 약 1천8백개의 크고 작은 파편들이 발생해 지구 주위를 떠돌고 있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만약 이런 우주 쓰레기들의 충돌이 잦아지면 파편의 수도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 자칫하면 충돌이 연쇄적으로 일어나는 ‘도미노 현상’이 일어날지도 모른다.

그런데 지난 7월8일 미국이 사상 처음으로 우주 교통사고를 예방할 인공위성을 쏘아 올렸다. 우주 공간에서 지구 주변의 무법자들을 감시할 ‘우주 기반 위성 탐사 위성’(SBSS)이다. 위성 탐사 위성은 지구 주변의 관찰 대상 물체의 위치를 파악하고 이동 경로까지 예측해 그 정보를 지구 기지국으로 전송하게 된다. 충돌할 가능성이 있는 주요 위성의 궤도를 계산해 사고를 미연에 방지하겠다는 노력이다. 지금까지는 어쩔 수 없었지만, 앞으로는 더 이상 쓰레기를 만들지 않겠다는 전략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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