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논리로 영화제 흔들릴 일 없다”
  • 김진령 (jy@sisapress.com)
  • 승인 2010.07.14 02: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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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빈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집행위원장 인터뷰 / “시민과의 거리를 좁히는 행사에 중점 둘 것”

제14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가 7월15일 개막한다. 지방선거로 지방 정부의 정권 교체가 이루어진 뒤 열리는 첫 행사라는 점에서 부천국제영화제는 하나의 시금석이다. 최근 들어 연예인 블랙리스트 등 정권의 호불호에 의해 공중파 방송 출연 여부가 결정된다는 논란이 일고 있기에 부천영화제의 운영에 대한 관심이 더욱 커지고 있다. 게다가 부천영화제에서는 현 정권의 문화 코드와 정책이 어떻게 파열음을 낼지 보여주는 예고편과도 같았던 상황이 대선 이전에 벌어졌었다.

 

▲ 지난 6월15일 부천영화제 공식 기자회견을 하고 있는 김영빈 집행위원장(왼쪽 두 번째). ⓒ Pifan 제공

 

지난 2004년 12월 당시 부천시장이던 홍 아무개씨(한나라당 소속)는 임기가 2년여 남은 김홍준 집행위원장을 해촉했다. 영화계에서는 ‘관의 외압’ ‘무리한 코드 인사’라고 강하게 반발했다. 급기야는 2005년 부천영화제 보이콧 선언이 나오고, 같은 시기에 서울에서 대안영화제를 여는 국내 영화계 주류와 부천영화제가 등을 돌리는 사태까지 발생했다. 그때 홍씨가 동원했던 카드가 뉴라이트 계열의 정초신씨를 프로그래머로 영입해 사태 수습을 맡긴 것이다. 정씨는 이명박 정부 들어서 영화진흥위원회에 진입해 영화계 정책 결정에 관여하고 있다. 그런데 이번 지방 선거에서 홍씨가 낙마하고 민주당의 김만수씨가 시장으로 당선되면서 상황은 반전되었다.

 

 

다시 정치권에 의한 코드 인사가 부천영화제를 흔들까? 지난 2월 신임 집행위원장에 선임되어 시장이 바뀐 와중에 부천영화제를 치르게 된 김영빈 감독(인하대 교수)에게 들어보았다. 

▶부천영화제에서 일하게 된 인연이 있나?

김홍준 집행위원장이 물러나게 되는 과정에서 잡음이 있었다. 그때 영화인과 부천과의 관계가 악화되었다. 새 집행위원장을 물색하면서 내가 현장 출신이라 영화인과의 관계 설정에 대한 기대가 있어 추천받은 듯하다.

▶유인촌 문화부장관과의 친분설도 있던데.

감독 데뷔작인 <김의 전쟁>에 유장관이 주연 배우로 출연했다. 영화제라는 것이 국고 지원을 받아야 하는 부분도 있고…. 집행위원장 이야기가 나왔을 때 나로서도 고심하게 된 부분이 없지는 않았다. 하지만 내가 정치색이 있는 인물이 아니고, 중요한 것은 영화제를 성공시키는 것이라 수락했다. 정치권의 논리가 영화제를 흔든다는 것 자체가 좋은 것이 아니다.

▶조직위원장인 김만수 시장과의 관계는?

부천은 영화와 만화, 음악으로 도시 이미지가 확립되고 있다. 김시장은 영화제에 대해서만큼은 확실하게 가져가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신임 시장이 부천영화제를 더욱 발전시킬 것으로 믿는다.

▶올해 방향은?

부천영화제는 세계 3대 판타스틱영화제로 평가받을 정도로 외적인 평가가 좋지만, 내적으로는 시민 참여가 좀 미흡하다는 약점도 있다. 그래서 시민과의 거리를 좁히는 그런 행사에 방점을 찍었다. 부천영화제가 마니아 영화제라는 이미지가 강한데 그런 이미지도 좋지만, 시민이 좀 더 많이 보기 위한 행사가 되도록 노력하고 있다.  

 


 

 

아홉 살 유키의 삶이 그렇다. 방학을 맞아 들떴던 유키는, 부모의 이혼 소식을 듣고 혼란에 빠진다. 게다가 아빠의 나라 프랑스를 떠나 엄마의 나라 일본으로 가야 한다. 익숙한 땅을 떠나 낯선 나라로 가는 것도 두렵고, 제일 친한 친구인 니나와 헤어지는 것도 싫다. 마음대로 되는 일이 없는 아이의 삶. 결국, 유키는 니나와 머리를 맞댄 끝에 가출을 감행한다. 내가 사라지고 나면 엄마와 아빠가 생각을 다시 하지 않을까?

스와 노부히로와 이폴리트 지라르도가 함께 만든 영화 <유키와 니나>는 일본인 엄마와 프랑스인 아빠 사이에서 태어난 혼혈 소녀의 이야기이다. 2004년 캐스팅을 위해 지라르도를 만난 노부히로가 지라르도의 소년 시절 이야기에 깊은 인상을 받은 뒤 공동 연출을 제의해 <유키와 니나>가 태어났다. 말하자면 영화 자체가 일종의 혼혈 작업이었던 셈이다. 일관된 영상 톤과 이야기, 정서가 이어진다는 면에서 이 결과물은 꽤 성공적인 듯이 보인다. 숲을 통해 프랑스와 일본을 넘나든다는 판타지적 설정은 지극히 일상적인 영화에 색다른 즐거움을 더해주며, 아이들의 시선에 맞춘 이야기 진행은 느릿하지만 순수하다. 여백이 많지만 지루함을 느낄 틈은 별로 없다.

소녀는 결국 마음대로 되지 않는 삶을 받아들인다. 어른들의 세계는 여전히 이해할 수 없고 이별은 안타깝지만, 엄마가 그랬듯이 소녀 또한 시간이 흐르면 성장할 것이고 그에 따라 아픔도 무뎌질 것이다. 세상은 뜻대로 움직여지지 않지만, 숲을 통과한 유키가 그랬듯이 어쩌면 의지가 통하지 않기 때문에 마법 같은 순간이 더욱 반짝일 수 있는지도 모른다. 다 자란 어른들이 여름 숲을 거니는 유키와 니나를 보면서 행복해지는 것은, 분명 그 때문일 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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