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뀌어야 할 MB 정권의 ‘동종 교배 문화’
  • 소종섭 편집장 (kumkang@sisapress.com)
  • 승인 2010.07.06 1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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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종 교배라는 말이 있다. 같은 종끼리 수정 또는 수분을 한다는 유전학 용어이다. 동종 교배를 반복하면 유전자에 결함이 생겨 결국에는 종이 사멸하는 등 환경 변화에 취약해진다. 이종 교배에서 강한 종이 나온다는 말은 이래서 나왔다. 서로 다른 유전 형질을 갖고 있는 종들이 만나야 환경 변화에 잘 적응하면서 새롭게 발전할 수 있다. 동종 교배의 폐해는 비단 동식물에만 국한된 것은 아니다.

조직도 마찬가지다. 한 회사에서 오래 근무하다 보면 그 조직의 논리와 문화에 자연스럽게 젖어드는 경우가 많다. 한편으로 보면 적응한 것이고, 다르게 보면 배타적이 된다. 자신이 속한 조직과 다른 논리와 문화를 가진 집단과는 좀처럼 소통하기가 힘들다. ‘사상과 문화의 동종 교배’이다. 이들은 우물 속에서 자신들이 보는 세상이 전부라고 믿는다. 자연히 유연성이 줄어들고 보호 본능이 강하다. 바람 부는 광야로 나가 경쟁하는 문화에 익숙하지 않다. 새로운 수혈이 안 되고 생각과 문화가 다른 이들의 말을 듣지 않으니 조직의 경쟁력이 떨어지는 것은 당연하다.

사람은 어떨까? 더하다. 역사적으로 보아도 망국이 가까워지는 왕조의 공통점 가운데 하나는 왕실 친·인척 간 통혼이었다. 근친 결혼이다. 조선 왕조 말기에도 이런 일이 잦았다. 동종 교배는 요즘 말로 ‘끼리끼리’와 통한다. 학연이나 지연, 혈연을 따라 자기들만의 세상을 만드는 것이다. 자신들끼리는 즐거울지 몰라도 다른 이들이 보기에는 꼴불견이다. ‘끼리끼리’는 이익을 위해 존재한다.

최근 ‘영포회’가 화제이다. 경북 영일·포항 출신 고위 공직자들의 모임이다. 국무총리실에 근무하는 영포회의 한 회원이 민간인을 불법적으로 사찰했고, 역시 영포회 회원인 청와대 한 비서관에게 보고했다는 것이다. 영포회도 동종 교배의 한 형태이다. 순수 친목 모임으로 출발해 순기능도 있었겠지만, 이번 사건은 동종 교배의 역기능을 보여준 전형적인 사례이다.

영포회도 문제이지만 이번 사건을 계기로 ‘MB 정권의 동종 교배’ 문화를 한번 점검하고 고쳐야 할 것 같다. 핵심은 사정·정보·인사 라인에 있는 이들의 동종 교배 문제이다. 청와대부터 시작해 이들 라인에는 대구·경북 출신들이 대거 포진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마디로 서로 견제를 할 수 없는 구조이다. 고등학교 선후배, 고향 선후배들이 관련 요직에 있으니 제대로 된 정보가 올라갈까. 제대로 사정 작업을 할 수 있을까. 잘못을 해도 무마할 수 있는 통로를 확보하고 있다고 생각하면 쉽게 부정 부패에 빠질 가능성이 크다는 것은 상식이다.

지금이라도 사정·정보·인사 라인에 이종 교배를 하지 않으면 ‘제2의 영포회 사건’이 또 터질 수 있다. 메기를 투입해야 미꾸라지가 건강하게 자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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