잇몸 약, 치료 효과는 없다
  • 노진섭 (no@sisapress.com)
  • 승인 2010.06.29 1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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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상만 일시적으로 완화시킬 뿐…약만 믿다 치과 치료 제때 받지 않으면 오히려 ‘악화’ 초래

 

ⓒ시사저널 이종현

회사원 임유공씨(40)는 몇 개월 전부터 이가 흔들리고 잇몸에서 피가 나 최근 치과를 찾았다. 진단을 받아보니 치아 다섯 개가 흔들렸고, 임플란트로 교체하면 치료비가 7백50만원가량 드는 것으로 나왔다. 그러나 그는 치아 한 개만 임플란트로 교체했고, 나머지 네 개는 잇몸을 치료해 흔들림 증상을 해결했다.

치아가 흔들린다고 해서 무조건 임플란트를 고려하기보다는 잇몸질환에 대한 치료를 먼저 받아야 한다. 임플란트 시술을 받는 환자 대부분은 충격에 따른 치아 손상보다는 잇몸질환 때문에 치과를 찾는다. 35세 이후에는 네 명당 세 명, 40세 이상은 80~90%가 잇몸질환에 시달리고 있다고 한다. 잇몸질환의 95%는 잇몸 염증이다. 나머지는 임산부의 호르몬 변화에 의한 것이거나 치아 자체 문제이다. 흔하지는 않지만 백혈병이나 영양 결핍에 따른 것도 있다. 원인이 다양하기 때문에 치아가 흔들린다고 해서 무조건 이를 뽑고 임플란트 시술을 받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잇몸질환을 먼저 치료해서 본래의 치아를 보존하는 것이 좋다.

가장 흔한 잇몸질환인 잇몸 염증은 병의 정도에 따라 치은염과 치주염으로 나뉜다. 비교적 가볍고 회복이 빠른 형태의 질환이 치은염이고, 염증이 잇몸과 잇몸 뼈 주변까지 진행된 경우가 치주염(풍치)이다. 잇몸이 붓고 피가 나며 냄새도 난다. 심해지면 치아가 흔들리고 통증이 생기며 고름이 나기도 한다. 잇몸 염증은 세균에 의해 염증이 생기는 병이다. 세균이 번식하기 좋은 환경이 치태(플라그)이다. 제거하지 않으면 단단해지면서 치석이 된다. 이쯤 되면 잇몸과 치아 사이에 치주낭이 형성된다. 이 주머니 속에 치석과 함께 세균이 번식하면서 염증이 생긴다. 염증은 잇몸과 치아 사이를 벌어지게 해 치조골과 치주인대도 파괴한다. 이때 치아가 흔들리는 느낌을 받는다.

치아가 흔들리거나 잇몸에서 피가 날 때 잇몸질환 치료제를 찾는 사람이 많다. 최근 들어 효도 상품으로까지 인식된 잇몸 약은 잇몸질환 치료에 효과가 있을까. 이에 대해 치과의사들은 손사래를 친다. 류성용 뉴연세치과 대표원장은 “잇몸 약은 골밀도를 높여 일시적으로 잇몸질환이 해결된 것 같은 착각을 일으킨다. 사실은 치료 효과가 없는 구강 영양제에 불과하다. 효도한다고 부모에게 이런 약을 선물하는 것은 오히려 불효하는 행위이다. 약으로 버티다가 결국 시기를 놓친 후에 치과를 찾는 환자를 보면 안타깝다. 치과 수입이 올라가니 울어야 할지 웃어야 할지 모르겠지만 바람직한 현상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더와이즈치과병원

잇몸질환 치료의 기본은 ‘치석 제거’

증상만 일시적으로 완화할 뿐 근본적으로 치료가 되는 것은 아니라는 설명이다. 잇몸질환을 치료하는 기본은 세균이 번식하는 원인인 치석을 제거하는 것인데, 잇몸 약으로는 치석을 제거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치석은 스케일링 등을 활용해 물리적으로 제거해야 한다. 잇몸질환이 있는 사람은 치과 치료를 받은 후에도 3~6개월에 한 번씩 스케일링을 받는 것이 좋다. 임세웅 더와이즈치과 원장은 “환자에게 잇몸 약을 권하지 않는다. 약은 증상을 완화할 뿐이지 치주질환을 치료할 수는 없다. 약을 치료제로 알고 치과 치료를 받지 않으면 오히려 증상을 악화시킬 수 있으므로 유념해야 한다. 치과 치료를 받은 후에도 약을 먹을 필요가 없다. 그보다는 칫솔질을 추천하고 싶다. 구강 건강과 관련한 최선의 예방과 치료는 칫솔질이다”라고 강조했다.

칫솔질은 일반적으로 하루에 세 번, 식후에 하는 것이 기본이다. 3~5분 동안 해야 효과가 있다. 세게, 빠르게 하는 칫솔질은 좋지 않다. 잇몸과 치아 사이 경계 부위를 마사지하듯 가볍게 해야 한다. 시중에는 특정 성분이 들어 있기 때문에 치아 건강에 더 좋다는 치약도 많다. 치과의사들은 치아 건강에 치약이 직접적인 영향을 주지는 않는다고 말한다. 치아 사이, 즉 치간은 칫솔질만으로는 부족하다. 치간 칫솔을 사용하면 편리하다. 이쑤시개를 사용하는 것은 치아와 잇몸에 상처를 줄 수 있으므로 피하는 편이 좋다. 구강 청결제는 사용한 후 입안을 깨끗한 물로 헹구는 습관이 필요하다. 이런 제품은 구강 내 세균 수를 감소시키는 화학 약품이므로 입안에 잔존하면 오히려 구강 건강에 악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잇몸질환 치료로 모든 치아를 보존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자연 치아를 되살릴 수 없을 정도라면 뽑아내고 인공 치아로 교체해야 한다. 임플란트 인공 치아가 대표적이다. 몇 년 전만 해도 틀니나 브리지라는 보철물이 일반적이었지만 단점이 많았다. 다른 보철물의 단점을 보완한 임플란트는 자연 치아에 버금갈 정도로 환자에게서 만족도가 높다. 보험 혜택이 적용되지 않아 치료비가 비싼 것이 단점이다.

의사의 견해에 따라 뽑아야 할 치아의 수가 다르고, 임플란트 비용도 천차만별이다. 무조건 임플란트 가격이 저렴한 치과보다는 전체적인 잇몸 치료를 한 후에도 가망성이 없는 치아만을 발치해 임플란트 시술 계획을 세우는 치과를 선택하는 편이 치료비를 절약할 수 있는 방법이다.

또, 비싼 외국산 임플란트를 고집할 필요도 없다. 7~8년 전만 해도 외국산 제품이 대부분이었지만, 지금은 6천3백억원대에 달하는 임플란트 시장의 80%를 국산 제품이 차지했다. 임플란트를 제조하는 국내 업체만 28곳이 있다. 외국산과 대등한 품질에 가격까지 저렴해 찾는 사람이 많기 때문이다. 5년 전 3백5만원이던 임플란트 한 개 치료비는 최근 1백50만원 미만으로 떨어졌다. 외국산에 비해 50만~100만원이 싸다. 국내 임플란트 제조사인 덴티스의 명재인 부장은 “임플란트를 가공하는 기계가 동일하기 때문에 국산 임플란트 품질은 외국산에 비해 떨어지지 않는다. 해외 시장에서도 국산 제품의 시장 점유율이 점점 높아지는 추세이다. 소비자 입장에서 굳이 외국산을 고집할 이유가 없어졌다”라고 말했다.

ⓒ더와이즈치과병원

턱뼈 자라고 치아 위치 변할 수 있는 청소년은 임플란트 시술 피해야

임플란트를 하기로 결정했다면 치아 수에 따라 자신에게 적합한 방식을 선택하면 된다. 임플란트는 고정형과 가철형이 있다. 고정형은 말 그대로 턱뼈에 인공 뿌리를 박아 인공 치아를 고정하는 방식이다. 자연 치아처럼 고정되므로 사용에 편리하다. 임플란트로 교체해야 할 치아 수가 많을수록 치료비도 증가한다. 치료비를 줄이기 위해 가철형 임플란트를 고려할 수 있다. 김선재 강남세브란스치과병원 보철과 교수는 “입안에 넣었다 뺐다 하는 틀니에 임플란트를 부가적으로 사용해 틀니를 더욱 편리하게 사용하도록 한 것이다. 예를 들어, 치아가 하나도 없는 사람은 2~4개 치아만 임플란트로 하고 나머지 부분은 틀니로 대체할 수 있다. 임플란트와 결합한 틀니는 일반 틀니보다 움직임이 적고 음식을 씹거나 말하기에 더욱 편리하다”라고 말했다.

임플란트 시술은 연령에 관계없이 받을 수 있다. 그러나 성장기 청소년은 턱뼈가 자라고 치아의 위치도 변할 수 있는 만큼 시술을 피하는 편이 좋다. 그 밖에 전신 건강이 약한 사람도 의사와 충분한 상담 후에 시술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한동후 연세치과대학병원 보철과 교수는 “당뇨 등으로 전신 건강 상태가 약화된 사람도 임플란트 시술을 연기할 필요가 있다. 시술 과정에서 2차 감염, 구강 건강 악화 등으로 시술 성공률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골다공증, 갑상선질환이 있는 사람은 혈액응고제 등의 약을 복용하므로 시술 과정에서 자칫 지혈에 어려움이 생길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시술만큼 관리도 중요하다. 임플란트는 반영구적인 인공 치아로 알려져 있는데, 이것은 관리를 철저히 할 경우를 전제로 한다. 임플란트는 턱뼈에 심는 것이므로 평소에 잘 닦지 않으면 주위에 염증이 생겨 피가 나거나 잇몸이 붓는다. 임플란트에는 신경이 없어 통증을 느끼지 못하므로 최소 6개월마다 문제점이 없는지 확인할 필요가 있다. 또, 음식물을 씹을 때나 혀로 임플란트 부위를 눌렀을 때 흔들린다면 곧장 치과를 찾아야 한다. 이근우 연세치과대학병원 보철과 교수는 “임플란트 보철물은 나사나 접착물로 고정하는데, 나사가 풀리거나 접착이 떨어지면 흔들린다. 주변 뼈에 염증이 생겨도 임플란트가 흔들릴 수 있다. 이런 점을 정기적으로 점검해야 임플란트를 오래 사용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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