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삼구 명예회장 경영 복귀설 ‘솔솔’
  • 이석 (ls@sisapress.com)
  • 승인 2010.06.08 1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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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호아시아나그룹, 채권단 중심으로 논의 중”

금호아시아나그룹 박삼구 명예회장이 그동안의 칩거를 깨고 그룹 경영에 복귀할 것이라는 소문이 재계에 나오고 있다. 박명예회장은 지난해 7월 동생인 박찬구 석유화학 부문 회장과 갈등을 빚으면서 경영에서 동반 퇴진했다. 지난해 말에는 주력 계열사들이 워크아웃을 신청하면서 입지가 더욱 줄어들었다. 대한통운을 포함한 계열사 등기이사직도 모두 내놓았다. 박명예회장과 박찬구 회장은 올 초 채권단과 협의하는 과정에서 일부 계열사 경영권을 인정받았다. 사재를 출연하는 것이 조건이었다. 박명예회장은 채권단으로부터 금호타이어의 경영권을 보장받았다. 대신 금호석유화학의 경영권은 박찬구 회장에게 넘기기로 합의했다. 금호산업이나 아시아나항공, 대한통운 등은 현재 채권단 관리하에 운영되고 있다. 그룹이 세 개의 소그룹 체제로 쪼개진 것이다.

하지만 최근 채권단을 중심으로 금호산업 등을 박명예회장에게 넘기는 방안이 조심스럽게 논의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회사 경영을 조기에 정상화하기 위해서는 박회장의 경륜이 필요하다는 것이 이유였다. 이연구 금호산업 건설사업부 사장도 지난 4월 기자간담회에서 “경영 효과를 극대화하고 시너지를 창출할 수 있는 전문 경영인이 필요하다. 임직원 입장에서는 기존 대주주(박삼구 명예회장)가 참여했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라고 언급한 바 있다. 그는 이어 “박명예회장 복귀와 관련해 현재 채권단에서 검토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라고 말했다.

▲ 금호가 분쟁의 주역이었던 박삼구 명예회장(오른쪽)과 박찬구 회장(가운데)이 5월15일 모친의 노제에서 나란히 앉아 있다. ⓒ연합뉴스

반대 목소리도 커 복귀 때는 진통 예상

금호산업 홍보실 관계자는 “이사장 개인 의견일 뿐이다. 경영을 조기에 정상화하기 위해 오너 경영인이 필요하다는 것을 피력했을 뿐이고, 박명예회장의 의중이 반영된 것은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채권단 대표이자 주 채권 은행인 산업은행도 비슷한 의견이다. 민유성 산은금융그룹 회장은 지난 5월14일 금호 창업주 부인 고 이순정 여사의 빈소를 방문한 자리에서 “박삼구 명예회장은 금호타이어 경영권만 가지고 있으며, 그외 계열사와 관련해서는 경영 일선에 복귀할 상황은 아니다”라고 잘라 말했다. 민회장은 지난 2월 구조조정 당시에도 “금호 오너가의 모럴 해저드(도덕적 해이)가 심각하다. 총수 일가의 경영권 요구는 들어줄 수 없다”라고 밝혔었다. 하지만 결국 2천5백억원의 사재를 출연하는 조건으로 박찬구 회장과 박삼구 회장의 회사 경영권을 보장해준 바 있다. 

좋은기업지배구조연구소 관계자는 “박명예회장이 대한통운 등기이사직에서 물러났지만, 기옥 전 그룹 경영전략본부 사장과 이원태 전 금호산업 사장이 새로 선임되었다”라고 말했다. 겉으로는 등기이사직에서 물러나는 모양새를 취했지만, 여전히 측근들을 통해 그룹을 움직이고 있다는 얘기이다.

이 때문에 박삼구 회장이 복귀한다면 금호그룹은 다시 진통을 겪을 수 있다는 것이 재계의 시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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