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론에 속은’ 울산·대전
  • 김회권 (judge003@sisapress.com)
  • 승인 2010.05.25 18:36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2002년·2006년 지방선거에서 최종 결과 뒤집어져…비전문 기관 조사가 오히려 맞아떨어진 경우도

여론조사는 출마자들만 일희일비하게 만드는 것이 아니다. 유권자들 역시 요즘 어떤 여론조사를 믿어야 할지, 어떻게 해석해야 할지를 두고 적지 않게 고민한다. 비단 최근만의 일은 아니다. 과거부터 여론조사의 부정확성은 원죄를 가지고 있다. 특히 혼전 양상을 띠는 접전 지역일수록 그랬다. 한 여론조사 결과를 가지고 쉽게 흐름을 판단해서는 안 되는 이유이다.

2002년 지방선거의 최대 관심 지역은 서울이었다. 당시 여당이었던 민주당에서는 김민석 후보가, 야당이었던 한나라당에서는 이명박 후보가 나왔다. 당시 여론조사의 전체적인 흐름을 보면, 박빙 속에 김후보가 조금 앞서는 분위기로 정리되었다. 여론조사 공표 마지막 날인 5월26일 직전에 각 언론사들은 조사된 결과들을 동시에 쏟아냈다. 동아일보는 ‘41.6%(김)-41.0%(이)’, 한국일보는 ‘39.4%(김)-37.7%(이)’, 문화일보는 ‘36.7%(김)-35.0%(이)’, 한겨레는 ‘35.9%(김)-32.6%(이)’. 대다수 언론사가 오차 범위 내 접전이지만 김민석 후보가 약간 앞서고 있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6월13일 투표함을 열어보니 결과는 전혀 달랐다. 이명박 당선자는 52.3%의 득표율을 기록해 43.0%를 기록한 김민석 후보를 9.3% 포인트 차로 여유 있게 제쳤다. 

지방선거 이후 여론조사 전문가들은 “막판 30%대로 추산되던 부동표가 한나라당 쪽에 쏠린 것으로 보인다”라고 해석했다. 한나라당을 선호하면서 투표에 적극 참여하는 50~60대 부동표가 막판에 한나라당 손을 들어준 것이라는 분석이었다. 하지만 여론조사 결과를 보도하던 당시에는 부동표의 규모나 표심의 방향에 관한 분석이 거의 전무하다시피 했다.

경기도 선거에서는 여론조사 지지율과 실제 득표율에 큰 차이 보여

울산 역시 비슷한 결과가 나왔다. 한나라당 박맹우 후보와 민주노동당 송철호 후보가 맞붙은 울산은 한나라당의 영남 석권에 가장 큰 걸림돌로 예상될 정도로 송후보의 돌풍이 거셌다. 5월26일 한국일보의 조사 결과를 보면, 송후보의 지지율은 39.7%를 기록해 박후보(30.4%)를 9.3% 포인트가량 앞선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개표 결과는 정반대였다. 송후보는 43.6%의 득표율을 기록해 53.1%를 얻은 박후보에게 패하고 말았다. 9.5% 포인트 차였다. 여론조사 결과와 무려 20% 포인트 가까이 차이가 난 셈이다.

경기도의 경우 당선자가 뒤바뀌지는 않았지만, 여론조사 지지율과 실제 득표율 사이에 상당한 괴리가 생겼다. 경기도지사 선거의 최종 당선자는 한나라당 손학규 후보였다. 58.4%를 얻은 비교적 안정적인 당선이었다. 민주당 진념 후보는 36.0%를 얻는 데 그쳤다. 22.4% 포인트의 큰 차이였다. 반면, 마지막 공표일 직전까지 실시되었던 여론조사에서는 두 후보 간에 초박빙 접전이 계속되었다. 동아일보 조사에서는 ‘37.4%(손)-34.0%(진)’, 한겨레신문 조사에서는 ‘30.6%(손)-27.2%(진)’, 세계일보 조사에서는 ‘25.6%(손)-23.4%(진)’으로 나타났다. 언론사들 모두 초박빙 접전을 예상한 것이다.

여론조사와 최종 득표 사이의 거리는 2006년 지방선거에도 이어졌다. 당시 지방선거의 최대 접전지였던 대전에서는 열린우리당 염홍철 후보가 앞서 나갔고, 한나라당 박성효 후보가 추격하는 양상이었다. YTN과 문화일보가 최종적으로 내놓은 결과를 보면, 염후보는 34.4%의 지지도를 얻어 26.9%를 얻은 박후보를 오차 범위 밖에서 앞서고 있었다. 하지만 막상 5월31일 투표함을 열어보니 승자는 박후보였다. 박후보는 43.8%를 득표해 41.1%를 얻은 염후보를 누르고 대전시장 선거에서 승리했다.

그래도 광역단체장은 넓은 지역구와 유권자 숫자 때문에 모집단 추출이 수월한 편이다. 그나마 정확도가 기초단체장에 비하면 높은 셈이다. 2006년 지방선거 때는 군산이 시끄러웠다. 지역 언론사의 조사에서 1, 2위가 서로 다른 경우가 나타났기 때문이다. 2006년 5월22일 전주MBC는 열린우리당 함운경 후보(28.9%)가 민주당 문동신 후보(12.7%)를 16.2% 포인트 차이로 앞서고 있다고 보도했다. 다음 날인 5월23일 전주방송과 전라일보 역시 함후보(21.5%)가 문후보(13.5%)를 앞서고 있다고 발표했다. 반면, 비슷한 시기인 5월21일 전주KBS는 전문 기관이 아닌 한 대학 연구소에 의뢰한 조사 결과를 발표했는데, 여기서는 오히려 문후보가 27.2%를 얻어서 함후보(20.3%)를 앞서는 것으로 발표했다. 하루 사이에 1, 2위가 바뀌는 결과가 나오자 당장 지역 정가에서는 여론조사의 신뢰도를 둘러싼 논쟁이 벌어졌고, 전주KBS는 <9시 뉴스>를 통해 전문 기관에 맡기지 못한 이유에 대해서 해명하기에 이르렀다. 그렇다면 최종 결과는 어떻게 되었을까. 문후보(28.4%)가 함후보(21.5%)를 제치고 당선되었다. 전문 기관에서 실시한 조사는 틀렸고, 전문 기관이 아닌 곳에서 한 조사가 최종적으로는 맞아떨어진 셈이었다.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