접전 끝 ‘대이변’ 일어날까
  • 김회권 (judge003@sisapress.com)
  • 승인 2010.05.18 14: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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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 / 이달곤·김두관 후보, 1.3%P 차로 근접…‘인물 적합도’에서는 김후보가 앞서나가

 

여론조사 전문가 네 명에게 “이번 지방선거에서 가장 관심 깊게 보아야 할 곳을 꼽아달라”라고 물었다. 세 명은 ‘경남’을, 한 명은 ‘경기도’를 꼽았다. 이번 6·2 지방선거의 하이라이트 지역으로 꼽히는 곳은 ‘MB’ 대 ‘노(盧)’의 대리전 양상을 띠고 있는 경남이다. 한나라당의 아성이라 불리는 이곳에 부는 무소속 김두관 후보의 바람이 심상치 않기 때문이다.

<시사저널>의 이번 여론조사 결과에서도 이같은 기류는 그대로 반영되었다. 이명박 정부의 행정안전부장관 출신인 이달곤 한나라당 후보와 노무현 정부 행정안전부장관 출신인 김두관 후보가 초박빙 접전을 펼치고 있다. 5월12일 <시사저널>이 미디어리서치에 의뢰해 경남지사 후보들에 대한 지지도를 조사한 결과 이후보 33.9%, 김후보 32.6%였다. 두 후보의 격차는 불과 1.3% 포인트 차이다. 그야말로 우열을 말하기 힘든 오차 범위(±4.38%p) 내 초접전이다. ‘모름/무응답’이 26.4%여서 아직 마음을 정하지 못한 부동층의 향배도 초미의 관심사이다.

두 후보의 접전은 ‘당선 가능성’과 ‘후보 적합도’를 묻는 질문에서도 서로 한 번씩 카운트펀치를 주고받았다. 당선 가능성에서는 이후보의 강세가 지지율보다는 도드라진다. 김후보는 17.8%로 지지율보다 당선 가능성이 작게 나온 반면, 이후보는 당선 가능성이 58.1%로 치솟았다. 반면 ‘정당이나 정치적 배경을 고려하지 않은 채 인물만을 놓고 본 적합도’를 묻는 질문에서는 32.1%를 얻은 김후보가 이후보(26.8%)를 앞질렀다. 지지 후보별로 자신이 지지하는 후보가 인물면에서 더 적합하다는 의견도 김후보(79.9%)가 이후보(66.5%)보다 더 높았다. 지지율에서 이후보가 약간의 차이로 조금 앞서고 있지만, 김후보측은 ‘인간 김두관’, 즉 ‘인물론’을 바탕으로 경남 도민에게 평가받겠다는 전략을 줄곧 유지하고 있다. ‘무소속’으로 선거를 치르는 이유는 ‘인물’에 대한 자신감이 밑바탕을 이루고 있어서다. 

인물에 대한 경남 지역 유권자의 인식은 각 후보의 지지 이유와 정당 지지도를 대비해 보면 뚜렷이 나타난다. 이후보 지지자들이 가장 많이 꼽은 지지 이유는 ‘소속 정당 때문’이라는 응답이 41.6%였다. 반면, 김후보 지지자들은 ‘경력과 능력을 높이 평가하기 때문’이라는 응답이 31.1%로 가장 높았다. ‘소속 정당 때문’이라는 응답은 7.5%에 불과했다. 이후보가 상대적으로 소속 정당(한나라당)의 덕을 꽤 많이 보고 있다는 얘기이다. 경남 지역 유권자들은 경남지사 선거 투표 때 고려할 사항으로는 ‘능력과 경력’(34.2%)을 꼽은 이들이 가장 많았고, ‘도덕성’(25.3%)과 ‘정책과 공약’(25.1%)은 엇비슷하게 나타났다. ‘소속 정당’은 8.5%에 불과했다.

이번 조사에서 경남 지역 정당 지지도는 한나라당 48.6%, 민주당 11.9%, 민주노동당 6.4%, 국민참여당 1.2%, 진보신당 1.1%, 미래희망연대 0.8% 순으로 나타났다. 이후보는 한나라당 지지율에 비해 개인 지지율과 후보 적합도가 모두 낮은 반면, 김후보는 야권 전체 지지도의 합보다 개인 지지율과 인물 적합도가 모두 높았다.

부동표와 지역별 투표율이 중요 변수 될 듯 

이후보가 지금의 근소한 우세에 대해 결코 안심할 수 없는 이유는 지지도의 내용에 있다. 이후보의 출신 지역(창원)이 속해 있는 마산·창원·진해조차 이후보에게 그리 호의적이지 않다. 이후보는 마산·창원·진해 지역에서 김후보와 같은 36.3%의 지지를 얻었다. 서·남부권(진주·통영·사천·남해 등)은 이달곤 30.9% 대 김두관 34.5%, 동·북부권(김해·밀양·양산)에서는 이달곤 28.5% 대 김두관 31.9%였다. 전통적으로 보수색이 강한 서·북부권(의령·함안·창녕·산청 등)에서만 이후보(46.6%)가 김후보(19.0%)를 앞섰다.

연령별 지지도 분포는 마치 수도권의 결과를 보는 것 같다. 한나라당 정서가 강한 곳이지만 김후보는 20대~40대층에서, 50대와 60대 이상에서는 이후보가 앞선다. 연령대가 낮을수록 야당을, 높을수록 여당을 찍는다는 통념은 이번 경남지사 선거에도 적용된다.

‘반드시 투표할 생각이다’라는 적극적 투표 의향층은 60.8%, ‘웬만하면 투표할 생각이다’라는 소극적 투표 의향층은 26.5%로 각각 나타났다. 여기서는 적극적 투표 의향층이 중요하다. 대개 이들이 투표장으로 들어가기 때문이다. 참고로 지난 2006년 경남 지방선거 투표율은 57.8%였다. 적극 투표 의사층에서 이후보 지지도(41.2%)가 김후보 지지도(30.2%)를 앞서는 것은 김후보 입장에서 고민거리가 될 수 있다. 또, 2006년 지방선거에서 의령군(81.5%), 함양군(80.9%), 산청군(76.9%)의 투표율이 가장 높은 반면 김해시(47.9%), 창원시(51.6%), 마산시(52.6%) 등 도시 지역은 투표율이 낮았는데 공교롭게도 높은 곳은 이후보 강세 지역, 낮은 곳은 김후보 강세 지역이었다. 이번 지방선거에서 투표율이 당락에 결정적인 원인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예측이 가능한 이유이다.

지방선거의 의미를 묻는 질문에는 ‘여야 구분보다는 지역 행정가를 뽑는 선거’라는 답변이 38.5%로 가장 높았다. ‘여권을 견제해야 하는 선거’(12.3%)보다 ‘여권에 힘을 실어주어야 하는 선거’(26.0%)라는 답변이 13.7% 포인트 더 높았고 ‘지방 권력이 교체되어야 하는 선거’라는 응답은 10.9%였다. 지방선거에서 가장 큰 영향을 미칠 이슈로는 부산과 마찬가지로 ‘4대강 살리기 사업’이 31.0%로 가장 높게 나타났다. ‘천안함 사건 원인 규명’(23.2%)은 두 번째 자리를 차지했다. ‘야권 후보 단일화’(4.9%)나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1주기’(3.2%)는 상대적으로 미미했다. 이명박 대통령의 국정 수행에 대해서는 53.4%가 긍정적인 평가를 내렸다. 부정적인 평가는 33.5%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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