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선 넓힌 이동통신사들 ‘와이파이 목장의 결투’
  • 반도헌 (bani001@sisapress.com)
  • 승인 2010.05.11 1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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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 전국에 1만6천여 와이파이존 확보해 앞서나가…SKT, 개방형 정책 내놓으며 KT 뒤쫓아

▲ 서울교대 인근 스타벅스 매장에 KT의 무선인터넷 쿡앤쇼 와이파이존임을 알리는 스티커가 붙어 있다 ⓒ시사저널 박은숙

이동통신 사업자인 SK텔레콤과 KT가 무선인터넷 사용 가능 지역을 넓히는 데 경쟁적으로 나서고 있다. 스마트폰이 선풍적인 인기를 이어가면서 무선인터넷 사용 인구와 빈도가 급격히 늘어났기 때문이다.

서울시, 경기도 등 지방자치단체들도 공공 기관, 공원, 버스정류장 등 공공 장소를 무선인터넷 사용 가능 지역으로 만드는 데 나서고 있다.

소비자들은 사업자와 공공 기관이 이처럼 경쟁하는 움직임을 즐거운 마음으로 지켜보고 있다.

무선인터넷망은 크게 3세대 이동통신망인 WCDMA, 고속 이동 중에도 사용이 가능한 와이브로(WiBro), 무선 접속 장치(AP)를 통해 비교적 좁은 장소에서 사용이 가능한 와이파이(WiFi)로 나뉜다. 최근 가장 치열한 경쟁이 벌어지고 있는 것은 와이파이망 확충이다. 사용량에 관계없이 무료로 이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스마트폰이 활성화된 것도 아이폰이 도입되면서 와이파이가 개방된 것이 큰 영향을 미쳤다. 

와이파이 경쟁에서 한 발짝 앞서 있는 것은 KT이다. KT는 대도시를 중심으로 전국에 1만6천5백여 곳의 와이파이존(쿡앤쇼존)을 확보하고 있다. 유동 인구가 많은 지역에 위치한 커피전문점, 패스트푸드점 등에 쿡앤쇼존임을 알리는 로고가 새겨져 있는 것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KT 스마트폰 데이터 정액요금제 사용자와 네스팟 가입자는 쿡앤쇼존에서 무료로 인터넷 사용이 가능하다. KT는 앞서 있는 와이파이 인프라를 무기 삼아 최근에는 TV 광고를 이용한 마케팅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와이파이, 와이브로 등 무선인터넷망에서 앞선 KT의 2010년 1분기 무선 데이터 매출은 3천3백20억원으로 전년도 같은 시기에 비해 20.6% 상승했다.

이러한 KT의 독주에 제동을 걸고 나선 것은 SK텔레콤이다. SK텔레콤은 지난 4월29일 올해 안으로 1만여 곳에 와이파이존(T스팟)을 설치할 계획이라며 지난 3월부터 구축에 들어갔다고 밝혔다. 극장, 대형 쇼핑몰, 교통 시설, 레저 시설, 패밀리레스토랑, 커피전문점, 헤어숍 등이 주요 대상이다. 젊은이들이 많이 모이는 신촌, 이대, 명동 등에는 거리 개념으로 와이파이존을 구축해 좀 더 넓은 지역에서 무선인터넷 사용이 가능하도록 할 계획이다. SK텔레콤은 그동안 업계에서 무선인터넷 매출 감소를 이유로 와이파이망 구축에 소극적이라는 평가를 받아왔다. SK텔레콤이 본격적으로 뛰어들면서 무선인터넷을 무료로 사용할 수 있는 지역이 계속해서 늘어날 전망이다.

KT는 연말까지 와이파이존을 2만7천 곳으로 늘려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데이터 트래픽을 수용하기 위해 2012년까지 데이터 트래픽을 현재의 50배 이상으로 늘릴 계획도 가지고 있다. 3W(WCDMA, 와이브로, 와이파이)를 기반으로 구축하고 있는 KT 무선인터넷 네트워크 전략 가운데 핵심인 와이파이에서 우세를 굳혀 국내 무선 데이터 시장에서 리더십을 공고히 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와이파이존 숫자를 늘린다고 해서 무선인터넷 경쟁력이 확보되는 것은 아니다. 품질이 선행되어야 한다. 김동우 KT 홍보담당자는 “와이파이는 커버하는 지역이 좁다. 설치를 잘못하면 운영상에 문제가 생긴다. KT는 10년간 와이파이존을 운영하면서 지역별·장소별 트래픽 분석 자료를 가지고 있다. 와이파이존을 효과적으로 구축하는 지역과 공간에 대한 노하우가 있다”라며 경쟁력에 대한 자신감을 나타냈다.

KT, 자사 고객 혜택 위해 ‘폐쇄’ 정책 고수

SK텔레콤은 개방형 와이파이존 정책을 내놓으며 KT를 압박하고 있다. 앞선 와이파이 인프라를 자사 고객에게만 제공하는 KT 정책에 우회적인 비판을 가한 셈이다. T스팟은 SK텔레콤 고객뿐만 아니라 KT와 LG텔레콤 사용자도 이용할 수 있다. 다른 회사 가입자에게 무선인터넷망을 개방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동통신 사업을 총괄하는 하성민 SK텔레콤 MNO CIC 사장은 “선도 사업자로서 전체 이동전화 고객의 편익 제고를 위해 와이파이를 개방형으로 구축하기로 결단을 내렸다. 쾌적하고 유익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최적의 장소를 선별하고, 와이파이를 응용한 서비스를 개발해 무선인터넷 시장에서 질적 경쟁을 주도하겠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KT는 폐쇄적 와이파이망을 유지해나갈 생각이다. 김동우 KT 홍보담당자는 “무선인터넷망을 구축하기 위해 오랫동안 투자해왔다. 와이파이존은 타사와 비교가 안 될 정도이다. 그 혜택을 고객들에게 돌려주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무선인터넷 인프라를 두고 SK텔레콤과 KT가 벌이고 있는 경쟁은 이동통신 도입 초기를 떠올리게 한다. SK텔레콤은 같은 지역을 적은 수의 기지국으로 커버할 수 있는 저주파수 대역을 확보하며 이동통신 품질 경쟁에서 앞서나갔다. 고주파수 대역을 배정받은 KT는 통화 가능 지역을 넓히기 위해 더 많은 기지국을 설치해야만 했다. KT가 통화 품질에 대한 안 좋은 이미지를 떨치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렸다. 무선인터넷 시장에서 앞서 있는 KT가 와이파이존 개방에 대해 민감한 반응을 보이는 것도 이 때문이다. KT는 앞선 인프라가 경쟁력 확보에 얼마나 중요한지를 과거 경험을 통해 습득했다.

▲ 아이폰을 이용한 테더링 서비스로 노트북에서 무선인터넷을 연결해 사용할 수 있다. ⓒ시사저널 이종현
커피전문점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무엇을 갖추어야 할까. 맛있는 커피와 음식을 제공하는 것이 우선일 것이다. 좋은 분위기를 만들어내는 인테리어도 중요하다. 유동 인구가 많은 곳에 위치해 있으면 금상첨화이다.

여기에 얼마 전부터 추가된 항목이 있다. 무선인터넷 환경을 갖추어야 한다는 것이다. 와이파이를 설치해 무료로 무선인터넷을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은 이제 커피전문점의 의무 사항이 되어가고 있다. 와이파이가 설치되지 않았거나 무선인터넷을 유료로 제공하는 커피전문점은 소비자로부터 외면을 받는다. 스타벅스, 커피빈, 투썸플레이스, 파스쿠치 등 대형 커피 전문 프랜차이즈들은 무선인터넷을 사용할 수 있는 점포를 지속적으로 늘려나가고 있다. 전원 장치를 꽂을 수 있는 콘센트 설치도 늘려가고 있다. 배터리 사용 시간이 제한적인 노트북 사용자들이 콘센트가 설치된 자리를 선호하기 때문이다.

개인이 운영하는 일반 커피전문점도 무선인터넷 환경을 만들 필요성을 절감하고 있다. 서울 신림동에서 커피 전문점을 운영하고 있는 한 업주는 “무선인터넷을 사용할 수 있는지를 문의하는 손님이 많이 늘어났다. 대형 프랜차이즈들과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라도 조만간 와이파이를 설치할 계획이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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