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음 싸인 MBC 일산센터 ‘의혹의 삽질’ 진실 밝혀질까
  • 이석 (ls@sisapress.com)
  • 승인 2010.05.04 14:18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건립 개입했던 업자 수사 과정에서 비리 혐의 불거져…<시사저널> 입수 MBC 내부 보고서에도 정황 기록돼
▲ 지난해 2월 MBC 공정방송노조가 경영진 경영 평가와 관련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시사저널 임준선

검찰이 MBC를 상대로 수사에 나섰다. 그동안 논란을 빚어왔던 MBC 일산 신사옥의 비리 의혹에 대해 칼을 빼든 것이다.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는 지난 4월22일 MBC 일산제작센터 오피스텔 분양 대행업자인 오 아무개씨(45)에 대해 구속 영장을 신청했다. 일산 오피스텔 분양 과정에서 거액의 회사 자금을 횡령한 혐의이다. 이 과정에서 시공사인 SK건설을 선정하게 된 경위에 대해서도 깊숙이 들여다보는 것으로 알려졌다. 법원은 구속 영장 신청을 기각했다. 오씨는 <시사저널>과 통화에서 “할 말이 없다. 나중에 기회가 있을 것으로 본다”라고 말했다.

오씨는 MBC 일산제작센터 개발 초기부터 깊숙이 개입했다. 시공사로 선정된 SK컨소시엄에도 참여했고, 이 과정에서 수백억 원이나 되는 오피스텔 분양권까지 따냈다. 검찰이 오씨를 수사하는 과정에서 MBC의 ‘아킬레스건’으로 알려진 일산 신사옥 비리 의혹이 사실로 밝혀질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MBC 안팎에서는 그동안 SK건설을 시공사로 선정한 것을 두고 적지 않은 잡음이 나돌았다. MBC 선임자 노조인 공정방송노조(이하 공정노)는 성명을 통해 “오피스텔 인·허가 과정에서 MBC 인사들이 SK건설 법인카드를 사용한 정황이 있다”라면서 검찰 수사를 촉구했다. 방송개혁시민연대(이하 방개혁)는 검찰에 고소장을 제출했다.

MBC는 관련 의혹을 부인했다. 의혹을 제기한 공정노 간부들에 대해 정직 3개월이라는 중징계 조치를 취했다. 관련 기자회견을 한 방개혁 인사(김강원·임헌조 공동대표)들을 명예훼손 혐의로 검찰에 고소했다. 당시 일산센터 건립 책임자인 정준 건설기획단장(현 제주MBC 사장)은 “근거 없는 주장으로 명예훼손을 한 것에 대해 법적으로 대응한 것이다”라고 밝혔다. 최근 두 사람은 1심 선고 공판에서 각각 5백만원과 3백만원을 배상하라는 판결을 받았다.

검찰은 오씨 개인 비리 혐의에 대해서만 기소했다. 오씨는 지난 2004년 10월부터 오피스텔 상가를 분양하면서 수수료 명목으로 받은 회사 자금 40여 억원을 개인 주식 투자에 사용하고 지난 2005년부터는 인건비를 과다 계상해 법인세 9억원가량을 포탈한 혐의를 받고 있다. 수사팀 관계자는 “MBC 일산센터 시공사 선정과 관련해 의혹을 추적하는 과정에서 오씨 개인 비리를 포착했다”라고 말했다. 수사가 오씨가 아니라 시공사 선정 과정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것을 시사하는 말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검찰 관계자는 “특정 개인의 비리를 수사하기 위해 특수부가 나서지는 않는다. 현재 SK건설과 관련된 보강 수사를 진행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라고 귀띔했다.

<시사저널>이 입수한 MBC 내부 감사 보고서에는 오씨가 일산제작센터 건립에 관여한 정황이 상세하게 언급되어 있다. 총 15장 분량으로 작성된 이 보고서에는 이긍희 당시 MBC 사장이 서명했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MBC 일산제작센터의 건립은 오씨의 제안에서 시작되었다. 오씨는 지난 2001년 7월 구본홍 당시 MBC 경영본부장(현 YTN 사장)을 만나게 된다. 오씨는 구 전 경영본부장에게 일산 프로젝트의 실현 방안 보고서를 작성해 제출한다. 세 달 후인 10월에 그는, 구 전 본부장의 소개로 박명규 전 MBC 건설기획단장과 면담하게 된다. 일산제작센터의 설계회사인 ㅅ사 역시 오씨가 소개했다. 이후 오씨는 이상로 전 MBC 건설기획부장, ㅅ설계회사 이 아무개씨와 함께 일산 프로젝트를 공동 기획했다. 이같은 구상을 통해 지난 2002년 3월11일 국내 도급 순위 20위 업체들을 상대로 사업 제안서를 받게 된다. 

오씨는 SK컨소시엄 일원으로 프로젝트에 참여했다. 오씨가 소개한 ㅅ설계회사 역시 이 컨소시엄에 포함되었다. 개발 기획을 주도한 이들이 사업권 획득을 위한 컨소시엄에도 참여한 것이다. MBC는 아무 제재를 가하지 않았다. 내부 보고서는 “오씨는 일산 개발의 핵심 정보를 가진 상태에서 SK컨소시엄에 참여하여 사업을 수주했다. 그 대가로 SK로부터 분양 대행권을 부여받는 관계로 변질되었다”라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이어 “여러 정황으로 볼 때 SK컨소시엄이 사업 수주에 성공한 것에 대한 불공정(수의 계약) 의혹이 있다”라고 언급했다. 검찰은 지금 시공사 선정 과정에서 특혜가 있었는지를 면밀하게 들여다보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검찰 관계자는 “시공사 선정과 관련해 지난해 말부터 압수수색과 함께 계좌 추적을 병행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라고 말했다.

우선협상자로 SK건설이 선정된 것에도 의문 제기

▲ 검찰이 SK건설의 시공사 선정 과정에 대해 본격 조사에 나서면서 주목받고 있는 MBC 일산제작센터(위). ⓒ시사저널 임준선

SK건설이 시공사로 선정된 과정도 의문이다. 정상대로라면 SK건설은 이번 사업의 수주가 불가능했다는 것이 MBC 내부의 평가이다. MBC는 지난 1994년 4월 일산 부지(1만5천평)를 6백25억원(평당 4백15만원)에 매입했다. 하지만 외환위기로 인해 개발이 쉽지 않았다. MBC는 2002년 1월 ‘토지 일부 매각 개발’ 방식으로 선회했다. 제작 시설 확보와 함께 일산 부지 투자금 6백25억원을 회수하는 것이 목표였다.

우여곡절 끝에 금호산업, SK건설, 코오롱건설 등 다섯 곳이 사업 협상자로 선정되었다. MBC 내부에서는 코오롱건설이 가장 경쟁력 있는 제안을 한 것으로 평가했다. MBC 일산 부지 1만5천평 중 1만평에 오피스텔 등 수익 시설을 건립·분양하고, 그 개발 이익 중 일부를 MBC에 제공하는 ‘+α(알파)’ 안이었다. 하지만 MBC는 이 ‘+α’의 산출이 어렵다는 이유로 SK건설을 우선협상자로 선정한 것이다. 감사 보고서는 “MBC가 당초 목표인 토지 투자금 회수를 포기하는 오류를 저질렀다”라고 지적했다. 

이 과정에서 또 다른 의문이 제기된다. MBC는 지난 2002년 9월24일 SK건설, 한국토지신탁 등 3자를 당사자로 하는 개발사업 기본약정서를 체결했다. 약정 체결일로부터 1년 이내에 건축 인·허가를 취득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그렇지 못하면 약정이 자동 해지된다. SK건설은 1년 후인 2003년 9월24일까지 인·허가를 취득하지 못했다. 그럼에도 아무런 조치가 없었다. 검찰은 이 의혹에 대해서도 주목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와 관련해 SK건설측은 “오씨가 회사에 사업 참여를 제안해 컨소시엄 형태로 들어가게 되었다”라고 해명했다. 우선 협상권을 유지한 배경도 “회사의 귀책 사유가 아니었기 때문에 법률 자문 등을 거쳐 새롭게 약정을 체결하였다”라고 말했다.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