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민주당 이계안 서울시장 예비후보 인터뷰
  • 감명국 (kham@sisapress.com)
  • 승인 2010.04.28 1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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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선은 민주당의 특허품인데… 지금은 전혀 민주당스럽지 못해”

시사저널은 ‘서울시장 예비후보에게 듣는다’ 그 다섯 번째 순서로 이계안 민주당 서울시장 예비후보를 4월14일 만났다. 이 예비후보와의 인터뷰 전문을 싣는다.

 

▲ ⓒ시사저널 이종현

 

한 전 총리가 1심에서 무죄 선고를 받으면서 최근 민주당 내에서 경선 없이 전략 공천으로 가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사실 경선은 민주당 또는 열린우리당의 특허품이다. 경선을 통해 김대중·노무현 두 전직 대통령을 배출한 민주 정당이다. 경선 무용론을 이야기하는 사람들은 지금의 여론조사 결과와 별 차이가 없을 것이라는 말을 한다. 하지만 이것은 잘못된 얘기이다. 만약 2002년 대선 때 경선 없이 그냥 여론조사로 했으면, 이인제 후보가 민주당 대선 후보가 되었을 것이다. 2012년에도 경선을 안 한다면 지금의 지지율로 정세균 대표가 대선 후보가 될 수 있겠나. 여론조사 결과는 대개 인지도를 기반으로 하는데, 전직 총리를 지낸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의 초반 격차가 생기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인지도라는 것은 만들어가는 것이다. 당장 인지도가 높지 않더라도 도전하려는 사람들에게 경선을 통해 기회를 주어야 한다. 이미 당은 경기, 전북, 전남에서 역동적인 경선 치르기에 실패했다. 여기에 서울시장 후보까지 경선 없이 내세운다면 민주당은 국민들로부터 멀어질 수밖에 없다.

최근 김성순, 신계륜 후보 등 한 전 총리를 제외한 민주당 후보들끼리 단일화가 필요하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그 가능성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는가?
단일화 문제는 당이 전담할 수 있는 것이 아니고 후보들 간의 협의가 필요한 부분이다. 당이 할 수 있는 일은 우선 당 후보등록을 받는 것이다. 하지만 현재 후보등록을 받지 않아서 단일화 자체를 할 수 없는 상황이다. 즉 후보가 누구인지 확정짓지도 않은 상황에서 후보 단일화를 하라는 것은 어순이 맞지 않는 말이다. 당이 후보 등록을 받고 경선 일정을 정해야 후보 간 단일화 여부를 결정할 수 있다.

최근 민주당 비주류 모임에 참석하기도 했다. 당 지도부에 대해 하고 싶은 말은 무엇인가?
우선 주류와 비주류를 구분하는 것에 동의하지 않는다. 주류와 비주류의 갈등이 아니라, 원칙 대 무원칙의 갈등이고, 상식 대 비상식의 갈등이다. 내가 모임에 참석했던 것은 단지 발언 기회가 있어서 발언을 했던 것일 뿐이다. 물론 당 지도부에 대한 문제의식은 있다. 지도부가 여러 가지 이유로, 당을 당원들에게서 멀어지게 하고 있다. 지금의 민주당은 마치 정세균 체제의 민주당으로 점철하는 모양새이다. 지금의 지도부는 일반 당원들의 의견을 수렴하지 못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번 지방선거에 대해서 야당이 어렵지 않느냐는 이야기도 나온다. 후보 입장에서 어떻게 전망하는가?
역사는 똑같이 반복하지 않지만 일정한 라임이 있다. 이런 측면에서 볼 때 지방자치장 선거는 늘 현 대통령의 중간평가의 성격을 지녔다. 현재 대통령의 행보를 보면 경제, 대북, 언론문제 뿐만 아니라 국토를 파헤치는 4대강, 신뢰를 져버린 세종시문제 등 실망할 부분이 많다. 따라서 지방선거는 절대적 요건으로 봐도 야당이 이길 수 있고 또한 이겨야만 하는 소명을 지녔다고 할 수 있다.
다만 전제조건이 필요하다. 현재 민주당은 반MB라는 이야기는 하고 있지만 정말 새로운 가치를 논하지는 않았다. 우리가 현 정권을 뛰어넘는 대안과 비전을 내놓을 수 있으려면 스스로 정책적 역량을 살리는 수밖에 없다. 이 부분은 아직 우려스럽기만 하다. 우리당 후보들만 해도 나를 제외하고는 매니페스토를 내놓은 이가 없다. 야당 그리고 범야권이 대안세력이 되기 위해서는 5당과 4시민단체가 서로 역동적으로 대화를 주고받는 공론의 장부터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  

지난 2006년에 이어 또다시 서울시장 후보 경선에 뛰어들었다. 굳이 서울시장에 목표를 두는 이유는 어디에 있나?
서울시는 이제 바뀌어야 한다. 스스로 서울시의 변화를 이끌 인물이라고 자부한다. 서울시장이라는 자리는 두 가지 특성을 지녀야 한다. 고 김대중 대통령의 말씀을 빌리면, 그것은 상인의 현실 감각과 서생의 문제의식이다. 이미 장사치의 현실 감각은 현대자동차 사장과 현대카드, 현대캐피탈 회장을 역임하면서 정주영 회장 밑에서 충분히 배웠다. 정치가의 문제의식 또한 김대중·노무현 대통령 밑에서 쌓았다. 이를 바탕으로, 어떻게 ‘위기의 서울’을 구해내는가를 고민하고 있다. 현재 서울의 합계 출산율은 0.96이다. 이대로는 도시의 성장 잠재력이 위협받을 수밖에 없다. 합계 출산율이 형편없이 떨어진 것은 서울의 다양한 문제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이다. 지금 서울시민은 육아와 보육, 높은 사교육비와 집값, 청년 실업, 불안한 노후 등 위기의 삶을 살고 있다. 그것이 0.96이라는 합계 출산율로 나타난 것이다. 그동안 이런 문제에 대한 고민이 많았다. 때문에 경선을 준비하며 내세우는 가치로 합계 출산율을 2.1로 올리자고 이야기하고 있다.   

이후보에 대해서 지난 2006년 때도 그랬고, 이번에도 결국 ‘경선용’에 그치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많다. 여론조사 지지율이 좀체 오르지 않는 데 대한 고민도 많을 듯하다.
단지 인지도로 말한다면, 최근 우리가 조사한 것을 보면 빠른 속도로 오르는 중이다. 2006년도만 해도 처음에는 인지도가 0.5%였다. 그것이 조금씩 올라가서 MBC <100분 토론>에 출연한 이후에는 34%까지 올랐다. 이것이 시사하는 점은 바로 ‘무대에 세워야 인지도가 만들어진다’라는 점이다. 게다가 인지도가 그대로 지지율로 이어지는 것도 아니다. 만약 베팅을 하는 ‘승부사’들이라면 오히려 나에게 훨씬 더 많이 걸 것이다.

한 전 총리가 민주당의 서울시장 후보로 부적합하다고 생각하는 이유는 어디에 있는가?
단지 이번 재판 과정을 문제 삼는 것이라면 나는 개인적으로 한 전 총리의 서울시장 후보 자격에 전혀 불안 요소는 없다고 생각한다. 나는 그의 무죄를 확신한다. 다만, 한 전 총리에게 불안한 점이 있다면 ‘스스로 서울시장이 되겠다고 한 적이 아직 없다’는 사실이다. 그는 서울시에 대한 포부나 비전, 나아가 정책을 밝힌 적이 없다. 그렇기 때문에 정책이 재정적으로 혹은 기술적으로 타당한지 검증할 기회도 없었다. 이런 불안 요소가 있기 때문에 경선을 하자고 주장하는 것이다.  

이계안 후보의 서울시정에 대한 철학과 가치관을 무엇이라고 집약할 수 있을까?
서울이 사람이 살만한 곳이 되어야 한다고 본다. 사람 중심의 도시가 되었으면 좋겠다. 이것을 집약해서 표현한 것이 ‘합계출산율 2.1의 도시’이다. 서울이 아이를 낳는 게 두렵지 않고 그 자체가 행복할 수 있는 곳이 되는 것이 나의 시정관이다. 공약 역시 이것을 실현하기 위한 것으로 만들어져 있다. 일자리문제, 방과후 학교, 집 문제, 노후 문제 등을 해결하는 인간 냄새가 나는 공약을 내세우는 것도 같은 맥락에서다.

초·중등학생 무상 급식과 5세 이하 아동에 대한 아동수당 공약을 제시하고 있다. 이를 위한 구체적인 재원 마련과 같은 복안을 갖고 있나?
우선 서울시에 넘쳐나는 공사를 줄이는 방향 그리고 공사 중에서도 턴키 공사를 안 하는 방향, 마지막으로 서울시가 마땅히 거두어들여야 하는 세금을 거두는 방향으로 나아간다면 재원 마련은 어렵지 않다. 이런 식으로 마련한 3조원가량의 재원을 초·중학생에 대한 무상 급식과 아동수당으로 사용하겠다는 것이다. 무상 급식은 단순히 시혜적 복지가 아니라 서울시민의 꿈을 실현하기 위해 필요한 것이다. 무상 급식은 우선 교육의 기본이다. 이것은 내 개인적 경험에 따른 것이기도 하다. 내가 서울에서 중학교를 다녔을 당시 너무 가난해서 도시락조차 쌀 수 없었고, 점심을 굶어야만 했다. 그때 학교에서 내게 우유와 빵을 줬다. 하지만 당시 기억으로도 배고픔보다 인간으로서의 존엄성, 자존심에 더 상처를 받고 결국 학교를 그만두었다. 내가 무상 급식을 말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현재의 무상 급식 제도는 그 혜택을 받기 위해서는 학생 스스로가 자신이 가난하다는 것을 서류상으로 증명해야 한다. 그것은 일종의 야만이고 폭력이다. 전면 무상 급식을 도입하는 것은 교육에서의 이러한 야만을 지우자는 시도이다. 또한, 아동수당의 경우는 사회임금의 개념으로 접근해야 옳다. 국가가 사회임금을 통해 보육 문제를 커버한다면 사회적 갈등, 긴장 관계를 모두 해결할 수 있다. 월급만으로도 양질의 교육을 받을 수 있게 된다.

만약 서울시장이 된다면, 현대 출신 대통령에 현대 출신 서울시장이 되는 셈이다. CEO 출신의 정치인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CEO출신 자체가 정치를 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아마도 CEO는 생각하는 방법이 정치인과 다르기 때문일 지도 모른다. CEO는 의사결정 과정에서 최종 결단을 중요시한다. 하지만 정치는 그보다도 과정이나 사회적 통합, 사회적 약자를 배려하는 게 더 중요한 문제다. 이런 CEO 출신으로서의 한계는 분명히 있음에도 불구하고, 나는 다르다. 내가 1997년 IMF 외환위기를 겪으면서 느꼈던 점이 있다. 그 때 생각한 것이 기업 전문경영인이라면 오너를 위해서만 일해서는 안 되고 국가차원에서 일해야 한다는 고민을 시작했다. 다음으로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 양쪽 모두의 러브콜을 받아 정치입문을 하게 되었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나는 정당정치를 보고 열린우리당을 선택했다. 열린우리당에서 ‘따뜻한 사회’를 강조한 것이 눈에 들어왔다. 그 후 4년 동안 입법 활동을 보면 재벌위주의 정치체계를 바꾸기 위한 노력이 엿보일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이 대통령을 보며 CEO출신에 대한 우려를 나타내지만 모든 CEO가 우려한 모습대로인 것은 아니다.

마지막으로 서울시민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서울 시민들의 지금까지 대개 선거 패턴을 보면, 다음에 대통령을 하려고 하는 사람을 뽑은 경향이 많다. 서울시장은 대통령이 되기 위해 거쳐 가는 자리가 아니다. 이런 인식을 가진 사람을 서울 시장으로 뽑는 것은 문제가 있다. 물론 서울시장을 잘해서 그것을 바탕으로 대통령 후보가 될 수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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