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사, 심장과 뇌혈관까지 위협한다
  • 노진섭 (no@sisapress.com)
  • 승인 2010.04.06 1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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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근경색과 뇌졸중의 원인’ 연구 결과 나와…중국 공업도시 지나면서 유해 물질 덩어리 되어 국내 유입되기도

 

▲ 올해 최악의 황사가 예보된 3월20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경찰이 마스크를 쓴 채 근무하고 있다. ⓒ연합뉴스


황사로 인한 안과·호흡기·피부 질환에 유의해야 한다는 것은 과거 봄철에 나오는 단골 뉴스였다. 2000년 이후에는 황사가 갖가지 질환을 일으키는 원인이라는 연구 결과가 쏟아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황사가 뇌졸중이나 심근경색의 원인이라는 연구 결과가 나와 충격적이다. 임종한 인하대병원 산업의학과 교수는 관련 연구 보고서를 <시사저널>에 공개하고 “지난 수년간 역학조사를 한 결과, 황사 발생 시기에 인천 지역에서 뇌졸중으로 입원한 환자가 평소보다 13%, 심혈관질환으로 사망한 환자는 6.1% 늘어났다. 황사와 환자 숫자 사이에 보이는 상관 관계는 주목할 가치가 있다”라고 말했다.

황사가 심근경색이나 뇌졸중을 일으키는 과정은 이렇다. 황사 분진이 폐로 들어가서 염증 반응을 일으키며 천식 등을 유발한다. 동시에 사이토카인(cytokine)이라는 염증 유발 물질도 만들어낸다. 폐에서 나와 혈액을 타고 간으로 이동한 이 물질은 간에서 혈액 응고 기능에 문제를 발생시킨다. 이로 인해 혈액이 끈적거리고 피떡(혈전)이 생기기 좋은 상태가 된다. 피가 엉겨붙은 피떡은 심장혈관을 막아 심근경색을, 뇌혈관을 막아 뇌경색을 일으킨다. 이 과정은 황사 발생 후 3~4일 만에 진행된다. 적절한 치료를 받지 않을 경우, 사망에도 이를 수 있다.

임교수는 “황사가 발생하는 시기에 노인이나 혈전이 생길 가능성이 큰 환자는 의사와 상담한 후 아스피린 등을 복용할 필요가 있다”라고 말했다. 아스피린은 혈액을 묽게 해서 혈액이 응고되는 것을 막는다.

중국은 지금 사막화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내몽고·간쑤·신장 지역을 중심으로 사막 지대가 넓어지고 있다. 발생하는 황사 먼지는 저기압의 강한 상승 기류를 타고 상승해서 1~3km 상공의 편서풍을 타고 한반도에 도착한다. 산업화 과정에서 발생하는 납, 크롬, 질산, 다이옥신, 아황산 화합물이 황사 알갱이를 코팅하듯이 덮어 싼다. 이 물질은 이동 중에 산화되면서 유해 물질 덩어리로 변해 국내로 유입되고 있다.  

 

황사 일수 증가 추세…4월에 강한 황사 잦을 전망

지난 3월20일 발생한 황사는 황사특보가 도입된 2002년 이후 최악의 황사로 기록되었다. 인공위성 사진으로는 한반도 형태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심각했다. 갖가지 유해 물질과 결합한 황사는 앞으로 더욱 강한 기세로 건강을 위협할 것으로 보인다.

소방방재청에 따르면 지난 1973년 연평균 5.3일이던 황사 관측 일수가 2005년 이후부터는 8.2일로 약 1.5배 증가했다. 특히 올해 4월에는 황사 빈도가 더 잦고 강도가 심해질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왔다.

박정규 기상청 기후과학국 국장은 “아직 본격적인 황사 시즌이 시작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경계를 늦추면 안 된다. 4월이 전형적으로 황사철이다. 강한 황사가 4월에만 한두 차례 있을 것이다. 바람의 방향이 남서풍으로 바뀌는 5월까지는 황사에 대해 철저히 대비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유해 물질 덩어리인 황사에 대해 국가 차원의 대비도 필요하지만 무엇보다 개인위생을 철저히 유지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 안질환 | 황사에 있는 알루미늄ㆍ철ㆍ나트륨ㆍ아연 등 각종 중금속은 눈동자를 덮고 있는 결막을 자극해 세균이 침투할 수 있는 길을 터줘 결막염과 각막염을 일으킨다. 눈이 가렵고 붓기가 있으면 깨끗한 찬물에 눈을 대고 깜빡거리거나 얼음 찜질을 해주면 증세를 누그러뜨릴 수 있다. 소금물은 눈을 자극하므로 피해야 한다. 안대도 눈의 이물질 배출을 막고 온도를 높여 세균 증식을 키울 수 있다. 콘택트렌즈는 황사 이물질을 들러붙게 하는 진드기 역할을 하므로 착용하지 않는 것이 바람직하다. 안약을 임의로 사용하면 더 큰 병을 불러일으킬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알레르기 결막염에 쓰이는 스테로이드 성분의 안약은 녹내장이나 백내장을 유발할 수 있다.

 

 

 

알레르기성 비염 | 재채기가 계속되고 맑은 콧물이 흐르거나 코막힘 등이 주요 증상이다. 증상이 심하면 항히스타민제를 사용해 증상을 완화시킬 수 있지만, 가렵거나 입이 마르는 부작용이 따른다. 코 점막에 혈관 수축제를 뿌리기도 한다. 면역 주사로 체질을 바꾸는 방법도 있으나 3~5년 장기 치료를 받아야 한다.

 

 

 

 

■ 천식 | 황사가 폐로 들어가면 기도 점막을 자극해 정상적인 사람도 호흡이 곤란해지고 목이 아프다. 특히 기관지가 약한 천식 환자나 폐결핵 환자가 황사에 노출되면 호흡이 곤란해지는 등 악화될 수 있다. 전문의를 찾아 치료해야 한다. 병원에서는 소염제와 기관지 수축을 완화하는 기관지 확장제를 쓴다.

 

 

 

 

■ 피부질환 | 황사로 가려움증과 따가움, 심한 경우 발진이나 발열, 부종 등 피부염과 피부 알레르기가 발생할 수 있다. 황사철 피부 보호는 화장보다 세안이 우선이다. 미지근한 물과 저자극성 클렌징폼이나 미용 비누를 사용하면 좋다. 얼굴을 너무 강하게 문지르지 말고 깨끗한 물에 여러 번 헹구어낸다. 외출 전에는 크림을 발라 피부에 보호막을 만든다.

 

(도움말: 정의상 삼성서울병원 안과 교수, 권오정 삼성서울병원 호흡기내과 교수, 이상일 삼성서울병원 소아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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