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근영·손예진·김소연 누가 먼저 시청자 잡을까
  • 하재근 | 대중문화평론가 ()
  • 승인 2010.04.06 18: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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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상파 3사 새 수목드라마, 동시 막 올리며 경쟁 구도 갖춰

 

▲ KBS 드라마 (왼쪽)는 문근영(사진 왼쪽)의 성인 연기자로서 성공을 가늠하는 시험대이기도 하다. ⓒKBS

 

수목드라마의 패자였던 <추노>가 끝나고 새로운 작품들이 일제히 시작되었다. 경쟁 방송사들이 변칙 편성까지 해가며 <추노>가 끝날 때까지 기다린 덕분에 방송 3사의 새 수목드라마들이 동시에 출발한 것이다. 그 때문에 경쟁 구도가 선명해지고 관심도 이례적으로 고조되었다. 

관심이 더욱 커진 것은 주연 여배우들의 경쟁이 치열하기 때문이다. 공교롭게도 세 편 모두 당대의 여성 스타를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KBS <신데렐라 언니>는 문근영, MBC <개인의 취향>은 손예진, SBS <검사 프린세스>는 김소연이다. 가히 여배우 전쟁이다.

세 명 모두 화제성이 있는 스타이고, 이번 작품을 꼭 성공시켜야 하는 각자의 이유도 분명하다. 거기에 다른 배우도 화려하다. 그 때문에 경쟁 구도가 더욱 흥미롭게 되었다. 매체들은 매우 이례적으로 카운트다운까지 해가며 새로운 수목드라마들의 시작을 기다렸다. 당분간 이 세 작품과 여기에 출연한 배우들의 점수를 매기기 위해 매체들이 바빠지게 생겼다.

■ <신데렐라 언니>는 문근영의 성인식이 될까? | 문근영은 ‘국민 여동생’이었다. 사랑스럽고 귀여운 아역 이미지였다. 언제까지나 그런 이미지로 갈 수만은 없다. 이제는 성인이 되어야 할 때이다. 그런 맥락에서 <신데렐라 언니>는 문근영이 성인 연기자로서 예전에 받았던 사랑을 이어갈 수 있을지를 가늠하는 시험대라는 의미를 지녔다.

문근영의 이전 작품은 흥행 성적이 과히 좋지 않았다. <바람의 화원>이 비록 작품의 완성도는 높다고 평가되었으나 시청률 면에서는 큰 성공을 거두지 못했다. 당시 문근영은 막장 드라마에 대상을 주지 않으려는 SBS의 절묘한 선택으로 연기대상을 수상했지만, 흥행에서 대상에 어울리는 스타파워를 입증해야 하는 숙제를 안았다. 그런 의미에서도 <신데렐라 언니>는 문근영에게 중요한 작품이다.

함께 출연하는 서우도 마찬가지다. 서우는 지난해 <탐나는 도다>로 사랑을 받았다. 그것이 작품 덕이었는지, 아니면 본인의 매력 때문이었는지가 <신데렐라 언니>를 통해 판명된다. 과연 그녀는 <탐나는 도다>의 ‘귀여운 해녀’가 아닌 연기자 서우로서 시청자에게 인정받을 수 있을까?

군대에서 복귀한 천정명, 연기자로 데뷔하는 옥택연에게도 이 작품은 중요하다. 천정명에게는 복귀 후 첫 작품이므로 당연히 중요하고, 옥택연에게는 최근 좋지 않았던 분위기를 반전시킬 수 있는 계기이기 때문에 중요하다. 2PM 재범의 영구 탈퇴 이후 옥택연은 많은 비난을 받았다. 설상가상으로 <패밀리가 떴다2>까지 참패하고 있어 스타성을 의심받고 있다. <신데렐라 언니>를 통해 인정받으면 부진에서 탈출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런 이유들로 <신데렐라 언니>의 성공 여부에 관심이 쏠린다.

1회에서 보인 문근영과 서우의 연기는 일단 합격점이었다. 문근영은 지금까지의 귀엽고 사랑스러운 모습이 아닌, 어두운 모습 즉 ‘다크 근영’으로 변신했다. 그 반대편에 있는 것은 밝은 캐릭터인 서우이다. 사실은 둘 다 애착 대상을 잃은 결핍의 주인공들이다. 그 상처 때문에 문근영은 마음을 닫은 ‘다크 근영’이 되었고, 서우는 반대로 사랑을 받기 위해 귀여움을 떠는 밝은 성격이 되었다. 드라마는 이 대조적인 자매의 치유를 그리게 될 것 같다. 그것이 설득력 있게 그려질 것인가가 관건이다.

■ <개인의 취향>은 손예진을 증명할까? | 손예진은 자타가 공인하는 대스타이다. 하지만 최근 흥행 성적이 좋지 않았다. 전작인 <스포트라이트>나 <백야행>이 그다지 큰 반향을 불러일으키지 못했다. <개인의 취향>에서 손예진은 자신의 가치를 증명해야 한다.

전설적인 로맨스 드라마인 <연애시대>의 영광을 재현할 수 있을 것인가도 관심거리이다. <연애시
대>는 최고의 작품이었고, 그 속에서 손예진도 최고였다. 그 기억이 선명하기 때문에 <개인의 취향>에도 기대를 할 수밖에 없다. MBC가 직전에 성공시킨 로맨스 드라마 <파스타>의 ‘알콩달콩’함을 다시 맛보게 해줄 것인가에도 관심이 간다. 여기에 <꽃보다 남자>의 ‘구준표’, 이민호의 복귀작이라는 점도 초미의 관심거리이다. 이민호는 과연 벼락 스타로 끝날 것인가, 연기자로 자리 잡을 것인가? 여기에 1년 넘게 수렁에 빠져 있는 MBC 수목드라마가 이번에는 살아날 수 있을 것인가도 관전 포인트이다. 이민호·손예진 커플이 <파스타>의 이선균·공효진 커플을 재현한다면 수렁 탈출도 가능할 것이다.

<개인의 취향> 1회에서 이 두 배우는 가능성을 보였다. 손예진은 망가짐과 귀여움을 자유자재로 구사하며 시선을 사로잡았다. 이민호는 압도적인 외모로 그가 뭇 여성들을 설레게 한 ‘꽃남’이었음을 새삼 느끼게 했다. 영상도 가장 화사했다. ‘손발이 오그라드는’ 로맨스를 경쾌하게 그려준다면 모처럼 MBC 수목드라마에 햇살이 비칠 수 있겠다.

▲ MBC 의 주인공 손예진(왼쪽)과 SBS 의 주인공 김소연(오른쪽). ⓒMBC(왼쪽),SBS(오른쪽)

■ <검사 프린세스>는 김소연을 독립시킬까? | 김소연은 <아이리스>와 지난해 연기대상에서의 ‘속사포 소감’을 통해 큰 화제를 모았다. 하지만 주연급 여배우로 자리 잡은 것은 아니었다. <아이리스>에서도, <식객>에서도 그녀는 보조적인 역할이었다. 캐릭터의 성격도 어둡고 우울한 쪽이었다. 그런 그녀가 <검사 프린세스>로 비로소 전면에 나섰다. 이 작품이 성공해야 김소연은 주연급으로 독립할 수 있다.

이 작품이 <찬란한 유산>의 진혁 PD와 소현경 작가의 신작이라는 점도 흥미롭다. <찬란한 유산>은 대단한 성공을 거두며 한효주와 이승기를 반석 위에 올려놓은 작품이었다. <찬란한 유산> 콤비는 또다시 착한 드라마의 찬란한 신화를 써내려갈 수 있을까?

1회에서는 아직 착한 드라마의 성격이 드러나지는 않았지만, 김소연의 연기 변신만은 눈부셨다. 그 전의 우울하고 어두웠던 김소연이 아니었다. 수많은 사람을 즐겁게 했던 ‘속사포 소감’처럼 밝고 귀엽고 명랑한 캐릭터를 너무나 자연스럽게 소화해냈다. 천방지축인 그녀가 성장해가는 모습이 <찬란한 유산>처럼 극적으로 그려진다면 <검사 프린세스>는 성공할 수 있을 것이다.

지금까지 살펴본 것처럼 수목드라마 셋이 모두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최근 수목드라마는 승자가 모든 것을 갖는 양극화 구도였는데, 모처럼 팽팽한 경쟁 구도가 펼쳐지는 것이다. 당분간 수·목요일의 격전 때문에 즐거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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