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붓한 오솔길로 봄 향기 사뿐사뿐
  • 최미선 | 여행작가 ()
  • 승인 2010.02.27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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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진강 따라가는 봄꽃 맞이 여행

 

▲ 전남 구례 산수유마을은 해마다 봄이 되면 샛노란 산수유에 푹 파묻힌다. ⓒ 신석교


전북 진안 팔공산 중턱에서 발원해 전북 임실과 남원을 지나 전남 구례와 경남 하동을 휘감으며 흐르다 광양만에서 몸을 풀어놓는 섬진강. 봄이 오는 섬진강은 늘 분주하다. 매화가 시작되는가 싶으면 어느새 노란 산수유 꽃이 뒤를 이어 사람들을 유혹한다. 이어서 벚꽃이 시샘하듯 모습을 드러내고 자운영, 진달래, 개나리까지 가세해 섬진강 자락에서는 꽃들의 자리 다툼이 치열하다. 꽃이 만발한 남도 땅을 거닐며 마음 가득 봄꽃의 향기를 채우고 오는 것은 어떨까?

▲ 광양 매화마을도 영화와 드라마의 무대로도 등장했던 곳으로 볼거리가 넉넉하다.

<광양 매화마을> 아름다운 색의 향연을 음미하다

아름다운 색의 향연을 음미하다

아름다운 색의 향연을 음미하다

 

아름다운 색의 향연을 음미하다

 

 

<광양 매화마을> 아름다운 색의 향연을 음미하다

 

봄이면 언제나 가장 먼저 사람들의 눈길을 끄는 곳이 전남 광양시 다압면에 자리한 매화마을이다. 섬진강변의 다른 꽃들이 미처 깨어나기 전 부지런을 떨며 팝콘처럼 톡톡 터지며 피어나는 매화는 긴 겨울 끝에 단연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봄의 첫 작품이다. 봄의 문턱에 들어서면 섬진강변은 온통 매화 천지. 겨우내 숨죽여 있던 매화들이 봇물 터지듯 피어나 화려한 꽃 잔치를 펼친다. 이곳 매화는 특히 섬진강의 은빛 모래와 푸른 하늘과 어우러진 아름다운 색의 향연으로 상큼한 봄 풍경을 선사한다.

매화는 다압면 일대 도로변 어느 산자락에나 지천으로 피어 있지만, 그중에서도 도사리 마을 산 중턱에 자리 잡은 ‘청매실농원’이 꽃구경에 으뜸이다. 따사로운 봄 햇살을 받아 꽃망울을 터뜨리며 5만여 평의 산자락을 가득 메운 매화는 멀리서 보면 뽀얀 안개가 내려앉은 듯하다. 꽃동산이라 해도 좋을 만큼 풍치가 빼어나 <취화선> <다모> 등 영화와 드라마의 무대로도 등장했던 곳이다.

굳이 매화가 아니라도 이곳은 언제 가도 볼거리가 넉넉하다. 특히 2천여 개에 달하는 항아리들이 마당을 가득 메우고 있는 청매실농원의 모습이 이채롭다. 매실장아찌와 매실액이 뭉근하게 익어가는 수천 개의 항아리가 들어찬 청매실농원 마당을 지나면 언덕을 따라 요리조리 오솔길이 나 있다. 푸른 기운이 청아한 청매화, 발그스름한 빛깔이 고운 홍매화 그리고 눈처럼 하얀 백매화…. 빛깔도 다양한 매화 산책로는 걷는 것 자체만으로도 행복함을 안겨준다. 살랑살랑 부는 봄바람에 언덕을 가득 메운 매화 향기를 음미하며 천천히 오르다 보면 발밑으로 넉넉하게 품을 벌린 섬진강 자락이 한가득 펼쳐져 가슴을 시원하게 해준다.

3월13일부터 21일까지 청매실농원을 중심으로 매화마을 일원에서 매화 축제가 열린다. 축제 기간에는 시화전을 비롯해 매화 염색 체험, 섬진강 나룻배 타기, 천연 매실 비누 만들기, 전통문화 체험, 매실 음식 시식회 등 다채로운 행사가 진행된다. 문의 : 광양시청 문화홍보실 061-797-2721

<구례 산수유마을> 노란 수채화 빛 꽃길을 거닐다

산들산들 불어오는 봄바람 끝에 매화가 꽃망울을 터뜨리면 섬진강 한편에서는 노란 산수유도 얼굴을 내민다. 산수유는 꽃잎의 길이가 2㎜ 정도로 아주 작아 낱낱의 꽃송이는 화려한 느낌이 들지 않지만, 수천 그루가 한꺼번에 노란 꽃무리를 지으면 화사하기 그지없다.

먼 길을 달려와 매화만 보고 간다면 아쉬운 일. 내친 김에 전남 구례로 가 산수유의 멋을 감상하는 것도 좋다. 산수유로 유명한 곳은 구례군 산동면. 산동면의 계천리·원촌리·위안리 등지에 산수유 고목이 숲처럼 우거져 해마다 봄이 되면 마을 곳곳마다 샛노란 산수유에 폭 파묻혀 동화 속 풍경 같은 느낌을 안겨준다. 산동면에서도 위안리 상위마을은 마을 전체에 3만여 그루의 산수유가 빼곡하게 심어져 있어 대표적인 산수유 마을로 꼽힌다. 특히 마을 위편에 자리한 정자에 오르면 졸졸 흐르는 냇가, 밭고랑 사이, 허리께까지 올라오는 돌담 사이…. 그 어느 곳이든 가리지 않고 틈을 비집고 나온 산수유가 마을을 온통 노란빛으로 물들여놓은 모습을 한눈에 볼 수 있다. 

산수유 꽃구경은 대개 상위마을만 둘러보고 훌쩍 떠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이곳의 묘미는 굽이굽이 돌담길을 따라 걸으며 여기저기 산수유로 도배된 아랫녘 마을들을 하나하나 둘러보는 맛이다. 상위마을에서 하위마을을 거쳐 반곡마을, 대평마을까지 이어지는 길은 2km 남짓. 소박한 시골집 마당에까지 파고든 산수유 꽃을 슬며시 들여다본다 해도 뭐라 할 사람은 없다. 특히 드라마 <봄의 왈츠> 무대로도 등장한 반곡마을에는 계곡을 가로지르는 다리 밑으로 수십 명이 앉아도 남을 만큼 넓은 너럭바위가 있어 꽃길을 거닐다 수채화 물감을 풀어놓은 듯 노란 꽃잎이 동동 떠다니는 개울물을 바라보며 휴식을 취하기에도 좋다.

3월18~21일까지 산동면 일원에서는 산수유 축제가 펼쳐진다. 축제 기간에는 팔도 품바 경연대회, 민속 윷놀이 대회, 산수유떡 만들기, 산수유 꽃길 걷기, 산수유 기념품 만들기 등 다양한 행사가 펼쳐진다. 문의 : 구례군청 문화관광과 061-780-2390

<하동 쌍계사 십리벚꽃길> 하얀 꽃비 속을 산책하다

 

▲ 하동 쌍계사 ⓒ신석교

매화 마을에서 경남 하동을 거쳐 구례로 이어지는 섬진강변 19번 국도. 그 길목에는 전라도와 경상도를 이어주며 번성했던 화개장터가 자리하고 있다. 지금은 예전의 북적대던 모습을 찾아보기 어렵지만 벚나무들이 일제히 꽃망울을 터뜨리는 4월 초 무렵이면 이곳 역시 전국 각지에서 몰려든 사람들로 북새통을 이룬다. 화개장터에서 쌍계사의 초입까지 이어지는 그 유명한 ‘십리벚꽃길’ 때문이다.

 

구불구불 화개천을 따라 쌍계사까지 이어지는 길은 약 5km. 길 양편에서 머리를 맞대고 있는 벚나무에 꽃이 만개하면 눈꽃처럼 하얗게 피어난 꽃송이들이 하늘을 덮은 모습이 그야말로 장관이다. 벚꽃 터널이 끝없이 이어지는 이 길은 특히 젊은 남녀들이 걸으며 백년해로를 기약하는 경우가 많다 하여 ‘혼례 길목’으로도 불린다.간혹 흐드러지게 핀 벚꽃을 시기한 바람이 세차게 벚나무를 휘어잡으면 나뭇가지에 매달려 하늘거리던 벚꽃이 일제히 흩날리며 하얀 꽃비가 내리는 모습도 환상적이다.

화개장터에서 화개천을 넘어 쌍계사로 가는 길목에는 벚꽃뿐만 아니라 초록빛 야생차밭도 줄줄이 펼쳐져 십리벚꽃길의 멋을 더해준다. 쌍계사는 특히 해질 무렵 산자락에 울려퍼지는 법고와 목어, 은은한 범종 소리를 듣는 느낌이 좋다. 

4월 초에는 화개장터 일원에서 벚꽃 축제가 열린다. 축제 기간에는 각종 민속놀이와 공연, 천연비누 만들기, 도자기 체험 행사와 함께 막걸리 빨리 마시기, 민속 윷놀이 대회, 씨름 대회 등이 펼쳐진다. 문의 : 하동군청 문화관광과 055-880-2360.   

▲ 하동 쌍계사(위 사진)로 가다 보면 화개장터에서 쌍계사 초입까지 ‘십리벚꽃길’이 이어진다. ⓒ신석교

 

 

 

섬진강의 맛 | 섬진강변의 별미는 시원하고 구수한 국물에 부추를 듬뿍 넣은 재첩국과 참게에 시래기, 섬진강 민물새우, 메기 등을 함께 넣고 얼큰하게 끓여낸 참게 매운탕, 군침이 절로 도는 참게장은 물론 새콤달콤한 재첩회무침에 재첩국까지 맛볼 수 있는 참게장정식이 대표적이다. 화개장터 인근에 자리한 개화식당(055-883-2061)을 비롯해 섬진강변에는 재첩국과 참게탕, 참게장정식을 맛볼 수 있는 식당들이 아주 많다.

쉴 곳 |
구례 산동면 일원에 송원리조트(061-780-8000)와 지리산가족호텔(061-783-8100)이, 화엄사 인근에 한화리조트지리산(061-782-2171)이 자리하고 있다. 이 외에도 산수유 마을과 화엄사 인근, 화개장터와 하동 읍내에도 숙박업소가 여러 곳 있다.

가는 길 |
호남고속도로 전주IC에서 빠져 남원으로 향하는 17번 국도를 탄 뒤, 임실을 거쳐 19번 국도로 갈아타고 가다 보면 밤재터널이 나온다. 산수유 마을은 밤재 터널을 지난 뒤, 산동면에서 지리산온천랜드 이정표를 보고 좌회전해 2km쯤 가면 나온다. 매화 마을은 구례에서 하동으로 가는 19번 도로를 타고 가다 하동읍 못미처 오른쪽에 있는섬진교를 건너 우회전해 가도 되고, 섬진강을 끼고 19번 국도 맞은편에 있는 861번 지방도로를 따라가도 된다. 섬진교를 건너 우회전해 가도 되고, 섬진강을 끼고 19번 국도 맞은편에 있는 861번 지방 도로를 따라가도 된다.

 

 가볼 만한 봄 축제

청도 소싸움 축제 | 3월17~21일. 경북 청도 상설 소싸움 경기장. 흥미진진한 소싸움 빅매치전을 비롯해 소사랑 손수건 만들기 및 그릇 빚기, 로데오 체험, 짚 공예 등의 체험 행사와 소사랑 미술대전, 평양예술단·서커스·마술 공연 등을 마련해 관광객들에게 색다른 즐거움을 선사한다. 문의 054-370-6070

영덕 대게축제 | 3월12~14일. 경북 영덕군 강구항과 삼사해상공원. 축제 기간에는 대게잡이 체험, 대게 먹기 대회, 대게 깜짝 경매, 어선 무료 시승 등의 행사가 펼쳐진다. 문의 054-730-6561

서천 동백꽃 주꾸미 축제 | 3월20일~4월2일. 충남 서천 마량리 동백정 일원. 축제 기간에는 다양한 공연과 조개잡이, 널뛰기, 윷놀이, 제기차기 등의 민속 체험 한마당이 펼쳐지고 알이 꽉 차 탱탱한 주꾸미를 이용한 다양한 음식을 맛볼 수 있다. 문의 041-950-4019

진도 신비의 바닷길 축제 | 3월30일~4월1일. 전남 진도군 고군면 회동리. 조수 간만의 차로 드러나는 바닷길은 2.8km. 그 신비로운 모습을 보고 걷기 위해 사람들로 북새통을 이루는 축제 기간에는 진도 씻김굿과 남도 들노래, 강강술래 등의 민속 공연과 선상 농악, 선박 퍼레이드, 진돗개 묘기 자랑, 맨손으로 숭어를 잡는 개매기 체험 행사 등 다양한 프로그램이 펼쳐진다. 문의 061-544-0151

진해 군항제 | 4월1~11일. 경남 진해시 일원. 축제 기간에는 임진왜란 당시 전승을 거둔 이충무공의 호국 정신을 기리는 이충무공 승전 행차를 비롯해 해군 군악대 공연과 의장대의 의장 시범, 다양한 체험 행사가 펼쳐지고 해군사관학교와 해군진해기지사령부 등 군부대가 개방된다. 문의 : 진해시청 문화관광과 055-545-0101

영암 왕인 문화축제 | 4월3~6일. 전남 영암군 군서면 왕인공원, 구림마을, 도기 문화센터, 도갑사, 월출산 등 영암군 일원. 백제 때 일본으로 건너가 아스카 문화를 꽃피우게 한 왕인 박사의 업적과 숭고한 뜻을 기리고자 펼쳐지는 축제 기간에는 왕인박사춘향대제를 시작으로 영암 전통 민속놀이 공연과 구림마을 전통문화 체험과 천연 염색 체험, 구림마을 벚꽃열차 등이 운영된다. 문의 061-470-2255

고령 대가야 체험 축제 | 4월8~11일. 경남 고령 대가야박물관과 왕릉전시관, 대가야역사테마파크 일원. 갑옷, 투구, 칼을 만들어 대가야의 용사가 되어보는 ‘대가야 용사 체험 구역’, 다양한 게임을 즐길 수 있는 ‘대가야 역사게임 구역’, 당시 유물을 직접 만들어 보는 ‘대가야 유물 체험 구역’으로 구성된 축제를 통해 우수한 철기 문화를 자랑했던 대가야의 문화와 역사를 엿보고 체험할 수 있다. 문의 054-950-6424

부산 광안리 어방 축제 | 4월23~25일. 부산 광안리해수욕장. 광안리 어방 축제는 조선 시대 경상좌수영에 설치되었던 어방(어업협동기구)의 전통 민속놀이인 ‘좌수영 어방놀이(중요무형문화재 제62호)’를 비롯한 전통 어촌의 민속 문화를 소재로 한 봄 축제로 수십 척의 어선이 횃불을 밝혀 고기를 잡는 진두어화를 비롯해 관광객들이 직접 그물을 던지고 물고기를 잡는 어방 그물 끌기, 활어 요리 경연대회 등이 펼쳐진다. 문의 051-610-4049

연천 전곡리 구석기축제 | 5월1~5일. 경기도 연천군 전곡읍 선사유적지. 석기 제작 및 사용, 불 피우기, 움집 제작 등의 구석기 문화 체험, 꼬마 돼지 잡기, 창 던지기 등의 수렵 체험을 비롯해 우리 가족  벽화 그리기, 구석기 퍼레이드 등 다양한 체험과 놀이를 통해 구석기 문화와 선사 문화를 즐기는 교육형 축제이다. 문의 : 경기도콜센터 131-120

산청 한방 약초 축제 | 5월4~10일. 경남 산청 전통한방휴양관광지와 경호강 일원. 전통 한방의 고장 산청을 알리는 축제 기간에는 한방 무료 진료와 사상체질 검사, 약쑥 뜸 무료 체험 등의 건강 프로그램을 비롯해 약초 향기 길 걷기, 약초 비누 및 약초 향기 주머니 만들기, 향초 만들기, 한약재 썰기 등 다양한 체험 행사와 함께 한방 음식을 맛보는 코너도 마련되어 있다. 문의 055-970-770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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