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음조차 녹일 절정의 인기 ‘광고 여왕’ 자리도 요지부동
  • 김진령 기자·이석무 | 이데일리 기자 ()
  • 승인 2010.02.23 18: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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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아 선수의 광고 출연 편수·모델료, 지난 2년간 연속 톱…금메달 획득하면 몸값 더 치솟을 듯

 

▲ 김연아 선수가 출연한 광고 장면들.

2008년 이후 국내 광고계의 톱스타는 ‘피겨 여왕’ 김연아(20·고려대)이다. 보통 광고계의 톱스타 자리는 배우 출신의 미남·미녀들이 차지하는 것이 통례이지만 외모와 실력을 겸비한 김연아는, 광고 출연 편수는 물론 모델료에서도 지난 2년간 톱을 지켰다. 국내 광고 역사에서 스포츠 스타가 광고 톱스타에 오른 경우는 전무했지만, 김연아의 절대적인 국민적 인기는 이를 가능케 했다.

김연아는 그동안 많은 기업으로부터 후원을 받았다. 링크 위에서 경기를 펼친 뒤 채점을 기다릴 때 중계 카메라는 김연아의 모습을 잡는다. 이때 경기복 위에 김연아는 항상 후원 업체의 로고가 선명히 새겨진 점퍼를 걸친다. 시청자들은 현대자동차, KB국민은행, 나이키의 로고를 주시하면서 김연아의 채점 결과를 기다리게 된다. 이들이 김연아의 공식 후원 업체이다. 이밖에 김연아의 홈페이지에 공식 파트너로 올라와 있는 기업(브랜드)은 하우젠과 애니콜, 라끄베르, 샤프란, 대한항공, 매일유업 등 아홉 군데에 달한다. 여기에 단발 광고 계약이나, 초상권, 네이밍 라이선스를 활용한 업체까지 더하면 국내에서만 줄잡아 수십 군데의 회사가 김연아 마케팅에 합류해 있는 셈이다. 기업들의 면면도 다양하다. 귀걸이부터, 빵, 우유, 요구르트, 자동차, 에어콘, 휴대전화, 음반, 은행 상품, 할인 마트 등 해당 분야에서 국내 1·2위를 다투는 굴지의 기업들이 모두 참여했다. 김연아가 광고에 나선 제품들은 대부분 큰 효과를 보고 있다. 지난해 발표된 한 연구 논문은 김연아의 광고 효과가 2천2백억원대에 이른다는 주장을 내놓기도 했다. 실제로 김연아가 표지를 장식한 클래식 기획 음반은 2008년 12월 발매 이래 5만장이라는 판매고를 기록했다. 클래식 음반은 시장 특성상 베스트셀링 음반이라고 해도 한 해에 팔리는 양이 1만장 안팎이다.  

김연아를 광고모델로 출연시키는 삼성전자 하우젠은 에어컨 판매량이 전보다 40% 정도 늘어났다. 김연아의 이름을 딴 삼성전자 애니콜의 ‘연아의 햅틱’은 지난해 5월 발매 이후 7개월 만인 지난해 12월 100만대 판매를 돌파했다. 국내 휴대전화 단말기 판매 기록 중 가장 빠른 속도이다.  

▲ 김연아 선수가 출연한 광고 장면들.
 

기업들 광고 효과 ‘톡톡’…“연간 수입 100억원 육박할 것”

당연히 김연아의 몸값도 치솟았다. 최근 김연아의 광고모델료는 10억원을 뛰어넘어 12억원대까지 오른 것으로 추정된다. 그전에도 8억~9억원대로 최고 수준이었지만 동계올림픽을 앞두고 10억원대를 가뿐히 돌파했다. 당연히 김연아가 벌어들이는 수입도 어마어마하다. 최근 미국 경제 전문지 <포브스>는 김연아가 밴쿠버 동계올림픽 출전 선수 가운데 돈을 가장 많이 버는 선수로 꼽혔다고 보도했다. <포브스>가 밝힌 김연아의 수입은 대회 상금과 기업 후원금을 포함해 7백65만 달러, 우리 돈으로 약 88억원에 이른다. 정확한 수치는 공개되지 않았지만, 국내 업계에서도 김연아의 연간 수입이 100억원에 육박할 것이라고 보고 있다.

 긍정적인 것은 김연아가 출연하는 광고의 수가 적지 않지만 해당 기업의 매출과 김연아의 이미지가 지속적으로 상승 곡선을 그리고 있다는 점이다. 때문에 김연아가 스포츠 스타와 기업의 긍정적인 만남을 잘 보여주는 예라고, 업계에서는 평가하고 있다. 하지만 지금까지의 부와 명예는 아무것도 아닐 수도 있다. 만약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 경우 지금까지 얻은 수입보다 몇 배 혹은 몇십 배에 달하는 금전적 열매가 김연아에게 찾아올 수도 있다. 사실 김연아는 피겨 선수로 활약하는 동안 대외적 활동이나 CF를 최대한 자제했다. 연예 활동도 극히 제한적으로만 했다. 물리적으로도 훈련 캠프가 캐나다인 만큼 외부 활동에 노출될 기회가 적을 수밖에 없어 운동에 전념하는 효과도 있었다.   

올림픽에서 금메달에 대한 부담을 덜고 본격적인 개인 활동에 나선다면 김연아의 파급력은 더욱 커질 것이 틀림없다. 기업들은 김연아의 엄청난 상품성에 목을 맬 것이 틀림없다. 그동안에는 입맛만 다셨던 영화·가요·방송 등 연예계에서도 김연아 모시기에 본격적으로 나설 것이 불을 보듯 뻔하다. 이미 김연아는 운동선수뿐만 아니라 모델, 노래 등에서도 빼어난 실력을 자랑해 큰 인기를 모은 바 있다. 김연아가 이번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따면 한동안 광고 출연료가 폭등할 것이 분명하다. 다만, 광고 출연 편수는 줄어들 수도 있다. 지난해 김연아의 광고 출연 편수가 많아지자 광고 효과에 대한 논란이 나왔기 때문이다. 광고계에서는 아무리 빅스타라고 해도 광고 출연 편수가 많아지면 광고 효과가 떨어지는 것으로 평가된다. 하지만 이런 연구 결과가 공개된 이후에도 김연아를 광고모델로 기용하는 회사는 줄어들지 않았다. 최근에는 대형 할인점이 추가되었다.

올해 2월을 끝으로 기존의 에이전트사인 IB스포츠와 김연아의 계약이 끝난다. IB스포츠는 2007년 4월부터 3년간 김연아와 관련된 광고, 후원, 방송 출연, 이벤트 등 모든 사업 영업의 에이전트를 맡아 큰 성공을 거뒀다. 김연아의 대외 홍보 및 경기력 향상 지원 업무도 책임졌다. IB스포츠는 김연아의 매니지먼트 권리를 행사하는 조건으로 연간 5억원 수준의 훈련 지원금을 지급해 온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물론 각종 활동으로 인한 수입은 별개이다.  

IB스포츠는 김연아와의 계약이 끝나는 시점에서 당연히 재계약을 원하고 있다. 하지만 국내 굴지의 대기업을 비롯해 수많은 곳에서 김연아의 계약이 풀리기를 기다리고 있다. 일각에서는 계약금만 100억원에 달할 것이라는 추측도 나오고 있다. 

연아로서는 밴쿠버올림픽의 결과에 따라 지금의 부와 명성이 더욱 치솟을 수 있지만 그 반대가 될 수도 있다. 2008 베이징올림픽 금메달로 주가가 급상승했다가 세계선수권대회에서의 부진으로 곤두박질친 ‘수영 스타’ 박태환이 좋은 예이다.

 성급한 예단이지만 김연아가 올림픽 뒤 프로로 전향한다면 지금과 같은 국민적 관심을 유지할 수 있을지도 미지수이다. 물론 김연아가 연예 활동 등 활동 방향을 완전히 바꾼다면 전혀 다른 신세계가 펼쳐질 수 있다. 하지만 그것은 한국이라는 피겨 불모지에서 갑자기 돌출해 세계선수권대회와 올림픽이라는 큰 봉우리에 도전해, 온 국민의 가슴을 뛰게 했던 한국 최초의 피겨 여왕이라는 이미지와는 다를 것이기에 김연아에게는 새로운 도전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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