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리 시작하고 차곡차곡 쌓자
  • 송승용 | ㈜희망재무설계 팀장 ()
  • 승인 2010.02.09 1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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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대별 노후 준비 전략 / 연금만 믿어서는 곤란, 투자 개념 가지고 적극 임해야

올해부터 베이비붐 세대들의 은퇴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면서 노후에 대한 관심이 늘어나고 있다. 베이비붐 세대는 6·25 전쟁 이후 태어난 1955~63년생들을 말한다. 대기업 정년을 55세로 보았을 때, 이 중 맏형 격인 1955년생들은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은퇴하게 된다.

문제는 이들이 노후 준비가 제대로 안 된 상태에서 은퇴를 맞이한다는 점이다. 집을 빼고 준비해놓은 금융 자산은 많지 않다. 게다가 1955년생들을 기준으로 이들이 국민연금을 받는 시기는 만 61세부터다. 국민연금이 나오기까지 6년 정도를 더 버텨야 한다.

일반적으로 40대가 되면 조기 퇴직에 대한 불안감과 함께 노후 자금에 대한 고민을 많이 하게 된다. 하지만 이때가 되면 시기적으로 늦어버릴 수 있다. 자녀 사교육비 부담도 큰 데다 주택자금 대출이 있는 경우 노후를 준비하기가 힘든 상황이 되어버리기 때문이다. 그렇더라도 각자의 상황에 맞게 최선을 다해 노후를 준비해야 한다.

20~30대들은 노후가 먼 일 같지만 세월은 생각보다 빨리 흐른다. 미리 준비해놓지 않으면 갈수록 길어지는 노후가 축복이 아닌 재앙이 될 수도 있다. 더군다나 30대 이전 세대들은 국민연금 수령액이 지금보다 더 줄어들 가능성에도 대비해야 한다. 젊은 층들은 빨리 노후 준비를 시작한다면 상대적으로 큰 부담 없이 자금을 마련해나갈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준비할 시간이 많기 때문이다. 40~50대 세대도 구체적으로 필요한 노후 자금을 산정해보고 현실에 맞게 대비해야 한다. 

연령대별로 노후 준비가 달라져야 하는 만큼 연령대별로 필요한 노후 준비 방법에 대해 알아보자.   

구체적으로 필요한 노후 자금을 산정해보자

▲ 노후 준비는 선택이 아닌 필수이므로, 20~30대부터 시작하는 것이 좋다. ⓒ신한은행
행복하게 노후를 보내려면 얼마 정도의 자금이 필요할까? 노후 자금은 당연히 많으면 많을수록 좋다. 하지만 10억원 또는 5억원 모으기 등 금액에 대한 목표를 세우기 전에, 구체적으로 얼마 정도의 노후 자금이 필요한지를 생각해보는 것이 중요하다. 한 경제연구소에서 설문조사를 한 결과, 중산층이 원하는 노후 자금은 6억원 정도로 조사되었다. 6억원이면 예금 금리를 5%로 가정했을 때 60세 기준으로 30년간 매월 약 3백만원씩 연금으로 받을 수 있는 정도의 자금이 된다. 4억원이면 월 2백만원씩 연금 수령이 가능하고 2억원이면 월 100만원씩 연금 수령이 가능하다는 의미이다. 이 정도를 생각하고 본인에 맞는 노후 자금을 선정해 보는 데 참고해볼 수 있다. 하지만 향후 금리가 떨어질 경우에는 더 많은 돈이 필요하다는 점도 염두에 두어야 한다. 

매월 100만원의 노후 자금을 받으려 해도 목돈 2억원이 필요한데 퇴직 후 2억원 이상의 금융 자산을 가지고 은퇴하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지 않다. 평균 수명은 늘어나는 반면 정년은 짧아지고 있다. 지금부터라도 상황에 맞게 합리적인 방법으로 노후 준비를 시작해야 한다. 

많은 사람이 공무원들을 부러워한다. 은퇴 후 매월 지급되는 연금 때문이다. 하지만 그들이 20~30년 동안 급여에서 매월 일정 금액(급여의 총 17%, 본인 부담금 8.5%, 정부 지원 8.5%)을 비축해놓았다는 것에 대해서는 깊이 생각하지 않는다.

반면, 국민연금은 매월 소득의 9%(급여 생활자의 경우 본인 4.5%, 회사 부담 4.5%)로 공무원연금에 비해 내는 보험료가 적다. 국민연금 가입자가 공무원연금 가입자에 비해 연금 수령액이 적을 수밖에 없는 구조이다.

따라서 공무원이 아니라면 개인별로 더 많은 금액을 노후 준비를 위해 저축해야 하며 직장 생활의 시작과 함께 실천해야 한다. 그리고 그 기준은 국민연금이 아닌 본인 수입의 17%를 적립하는 공무원연금을 참고로 하면 좋을 듯하다. 공무원연금도 더 내고 덜 받는 방향으로 개혁이 진행 중이지만, 현재까지는 30년 동안 공무원 생활을 했을 경우, 아쉬운 소리를 하지 않고 노후를 보낼 정도의 연금은 받기 때문이다. 즉, 국민연금이 소득의 9%를 보험료로 내고 공무원연금이 17%를 낸다면 그 차액인 최소 8%를 추가로 개인 연금으로 보완한다고 생각하면 된다. 또한, 소득이 늘어나면서 불입액도 함께 늘어나야 한다. 단, 이는 직장 생활을 시작하면서부터가 기준이 되므로 연령이 높아질수록 개인이 보완해야 하는 노후 자금 부담률은 소득과 대비해 높아질 수밖에 없다는 점도 염두에 두어야 한다.  

40대 이상은 그나마 국민연금으로 최소한의 노후 기초 생활비는 해결할 수 있다. 하지만 30대 이하는 국민연금 수령액도 줄어들 가능성이 큰 데다 1인당 부양해야 할 노인(65세 이상)들의 수도 많아진다. 즉, 미리 노후 준비를 해놓지 않는다면 은퇴 후의 긴 노후가 비참해질 가능성이 크다.

노후 준비에 왕도는 없다. 빨리 시작하고 소득의 일부분을 은퇴 전까지 지속적으로 비축해놓는 것이 최선이다. 시간은 우리를 기다려주지 않는다. 미루었다 한꺼번에 마련하려다가는 낭패를 보기 쉬운 것이 노후 자금이다. 행복한 노후를 위해 하루라도 빨리 시작하는 것만이 부담을 줄이는 길이다.         

▒ 20대 / 적은 금액이라도 빨리 시작하라

20대는 노후 준비에 대한 관심이 많지 않다. 노후 준비를 먼 훗날의 이야기로 생각해버리기 쉽다. 하지만 천릿길도 한 걸음부터라고, 이때부터 노후 준비를 시작한다면 나중에 크게 웃을 수 있다. 20대야말로 부담 없는 금액으로 준비할 수 있다는 가장 큰 장점이 있다. 시간의 힘을 빌릴 수 있기 때문이다.

젊은 날은 부양 가족에 대한 부담도 적고 큰돈을 쓸 일이 적어서 돈에 대해 구체적인 목표만 서 있다면 소득 대비 저축 비율을 가장 높일 수 있는 시기이다. 

▲ 주택담보대출 등에 따른 부담으로 인해 노후 대비를 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시사저널 이종현

<사례> 지난해 12월에 입사한 새내기 직장인 장동석씨(26)의 요즘 고민은 결혼과 대학원 진학이다. 4년 후 결혼을 하려면 집도 구해야 하는데 서울에서 전셋집을 구하려면 1억원 가지고도 힘들다. 노후 준비도 걱정이다. 올해 56세인 아버지가 지난해에 은퇴를 하셨지만 집을 제외하고 모아둔 돈이 1억원 정도에 불과하다. 이 돈으로 노후 걱정을 하시는 아버지를 보고 그는 마음이 아팠다.

장씨는 은퇴 전까지 10억원의 은퇴 자금을 마련하는 것을 목표로 삼기로 했다. 노후 걱정이 이르다는 생각도 들지만, 하루라도 빨리 준비해야 원하는 자금을 마련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다. 장씨는 첫 월급으로 결혼 자금과 함께 노후 자금도 준비하기 위해 연금 가입을 계획하고 있다. 문제는 얼마씩, 어떤 상품으로 준비하느냐이다.

장씨는 은퇴 전까지 10억원을 마련하는 것을 목표로 세웠다. 장씨가 60세에 은퇴한다면 앞으로 34년 후가 된다. 연 3%의 물가 상승률을 감안해도 현재의 10억원은 34년 후 27억원과 같고, 최근 장바구니 물가 상승률 4.5%를 적용하면 34년 후에는 무려 44억원이라는 돈을 모아야 현재의 10억원의 가치와 같다. 고령화 시대에는 물가 상승률이 높지 않을 것이라고 가정하고 연 3%의 물가 상승을 감안해 장씨가 34년 후에 27억원을 만들려면, 지금부터 매월 2백60만원씩 연 5%의 복리로 꾸준히 저축해야 한다. 결코 만만치 않은 금액이다. 

현실적으로 실천 가능한 방법은 소득의 10~15%를 은퇴할 때까지 꾸준히 저축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월 소득이 1백50만원이라면 15~20만원 정도로 은퇴 자금을 준비하면 큰 부담이 없이 시작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소득이 늘어남에 따라 같은 비율로 저축 금액도 늘려주어야 한다. 월 소득이 1백50만원에서 2백만원으로 올랐다면 노후 저축도 20만~30만원으로 늘려야 한다는 의미이다. 금액을 늘려주는 이유는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을 감안하는 것은 물론이고, 직장 생활 전 기간의 평균 급여를 반영해 주기 때문이다. 금액을 늘리지 않고 매월 똑같은 금액으로만 저축하게 되면 수십 년이 지난 시점에서 연금으로 사용하려고 할 때 돈 가치 하락으로 생각한 것보다 큰돈이 되지 않는다. 

20대에는 은퇴할 때까지 긴 시간이 남아 있는 것을 감안해 투자형 상품을 적극 활용하는 것이 좋다. 장씨는 월 소득 2백만원 중 15%를 노후 준비를 위해 변액연금과 연금 펀드에 각각 15만원씩 가입하기로 했다. 은퇴 시기를 55세로 잡으면 앞으로 29년간 연금 상품에 불입할 수 있다.

매월 20만원씩 장씨가 55세까지 모을 수 있는 금액은 3억7천5백만원 정도가 된다. 이는 물가 상승을 감안하지 않은 노후 목표액인 10억원의 38%에 육박하는 금액이지만 물가 상승을 감안한 27억원에 대비하면 14%에 그친다. 하지만 수입이 늘어남에 따라 꾸준히 저축액을 늘리면 퇴직 직후까지 받는 수입이 반영되므로 모을 수 있는 금액은 훨씬 늘어난다. 또, 국민연금과 퇴직연금 등을 감안해서 필요한 노후 자금의 50% 정도를 스스로 준비한다고 하면 최소한의 노후 자금 마련은 가능하게 된다. 만약 더 많은 노후 자금을 만들기를 원한다면 위의 내용을 참고해서 저축액을 늘리면 된다.  

▒ 30대 / 소득의 15% 내외를 저축하라

30대는 노후 준비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을 시작하게 되는 시기이다. 하지만 자녀가 생기고 집도 장만하는 시기여서 노후 준비를 미루기 쉽다. 30대에 준비를 제대로 해놓지 않으면 미래에 더 큰 희생을 각오해야 한다. 예를 들어, 60세에 10억원을 마련하려면 30세의 경우 5% 금리로 매월 1백20만원씩 저축해야 하지만, 40세의 경우에는 2배인 2백40만원씩 저축해야 한다. 10년을 잃어버렸기 때문이다. 금액 부담도 커지지만 40세가 되면 자녀 사교육비와 주택 확장 등으로 지출 규모가 커지기 때문에 노후  준비가 더욱 힘들어지게 된다. 더 늦기 전에 30대부터는 노후 준비를 본격적으로 시작해야 한다.

ⓒ시사저널 이종현

준비하는 방법은 20대보다 조금 늘어난 소득의 15~20%씩을 꾸준히 저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리고 시중 금리가 낮다는 점을 감안해서 투자 상품을 적절히 활용해 수익률을 높이는 노력도 병행하는 것이 좋다. 결혼을 했다면 여성이 남성보다 평균 수명이 길다는 점을 고려해 부인 명의로 연금을 우선적으로 가입하는 것도 방법이다. 단, 평생 연금을 지급하는 연금 상품에 한해서이며, 정해진 기간 동안 연금을 지급하는 상품들은 부부가 적절히 분산해서 가입하면 된다. 

40~50대, 자녀에 ‘올인’해서는 안 된다

40~50대 가정의 특징은 자녀 사교육비, 자녀 결혼 자금 지원 등 자녀를 위한 자금 지출이 많다는 점이다. 이로 인해 노후 자금 마련이 힘들어진다. 노후 준비가 부족해지면 은퇴 후 자녀들에게 의존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자녀도 결혼을 해서 가정을 꾸리게 되면 부모를 위해 금전적으로 지원하기가 힘들어진다. 그들도 자녀를 키우고 정신없이 생활해야 하므로 마음먹은 만큼 부모를 챙기기가 어렵다. 이런 현실을 인식한다면 자녀들의 사교육비를 위해 부모의 노후 자금을 희생하는 것이 얼마나 위험한지를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 40대 / 과감히 사교육비를 줄여 노후 대비하라

40대가 넘어서면 노후 준비의 필요성을 절실히 느끼게 된다. 조기 퇴직 등 은퇴에 대한 걱정이 현실로 다가오기 시작하는 시기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자녀 사교육비에 대한 부담에다 주택자금 대출 상환 등으로 실제 저축 여력은 적어진다. 노후의 필요성은 절감하지만 노후를 위해 저축할 수 있는 돈이 많지 않게 된다. 게다가 많은 가정이 자녀들의 교육을 위해 노후 준비를 희생한다. 좀 더 냉정한 관점에서 노후 자금에 대한 비중을 최소한 유지하거나 늘려나가야 한다. 

<사례> 대기업에서 팀장으로 근무하는 47세 한기만씨는 큰딸인 고2 자녀와 중2인 아들의 사교육비로 월1백80만원이 들어간다. 평균 월 급여가 세후 5백만원으로 적지는 않지만, 기초 생활비 2백10만원에 보험료 40만원, 대출 이자 40만원을 제하고 나면 연금보험 30만원 외에는 저축을 거의 하지 못한다. 퇴직금도 3년 전에 중간 정산을 해버려서 퇴직할 때 큰돈을 기대하기도 어렵다. 한씨는 정년 퇴직 때까지 10년도 남지 않았다. 아직도 자녀들을 위한 교육비는 더 들어가야 하고 모아둔 돈도 없어, 노후만 생각하면 걱정이 태산이다.

40~50대 가정이라면 한씨와 비슷한 고민을 하게 된다. 소득은 적지 않지만 자녀 교육비에다 대출까지 있는 경우 제대로 저축을 하기가 힘들다. 특히 사교육비 부담으로 노후 준비는 항상 뒷전이다. 가처분 소득의 대부분을 자녀 교육비로 쓰게 되어 미래를 위한 저축을 하지 못하면 자신은 물론이고 결과적으로 자녀에게 큰 부담이 될 수도 있다. 한씨의 경우 회사에서 대학 자금을 지원해주지만 막내가 대학을 마칠 때까지 직장에 다닐 수 있을지도 걱정이다. 또한 퇴직 후 소득이 없는 상태에서 자녀들의 결혼 자금에 대한 부담도 남아 있다. 결국, 한씨에게는 노후와 미래를 위해 자녀의 사교육비를 줄이고 저축을 늘리는 결단이 필요했다.   

한씨는 가족 회의를 열었다. 자녀에게 자신과 부인을 위한 노후 준비의 필요성을 이야기했다. 이를 위해서는 사교육비를 줄여야 한다는 당위성을 이야기하고 자녀들에게는 꼭 필요한 과목만 선택해서 사교육을 받게 했다. 아울러 불필요한 생활비도 줄여서 저축을 늘리는 데 사용했다. 

자녀들은 한씨의 이야기에 공감했고, 자발적으로 더욱 열심히 공부했다. 한씨도 자녀 지원에 대한 부담감에서 벗어남과 동시에 노후 준비도 할 수 있는 1석2조의 효과를 보았다.   

사교육비 절감액 60만원과 생활비 30만원을 줄이고 부부를 위한 노후 자금을 만들고자 연금 펀드와 변액연금에 가입하고, 자녀들의 학자금과 독립 자금을 위해 정기적금과 적립식 펀드에 저축을 시작하게 되었다. 

40대에는 자녀를 위한 사교육비가 부담스럽기 마련이다. 하지만 부모가 스스로 노후 준비를 하지 못한다면 미래에 자녀들에게 큰 부담이 된다는 것을 감안해서 사교육비에 대한 선택과 집중 그리고 불필요한 지출을 노후 준비로 돌리는 노력이 반드시 필요하다.

30대에 비해 40대에는 더 많은 금액을 노후 준비에 배분해야 한다. 정년까지 준비할 시간이 더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이전부터 꾸준히 노후 준비를 해 오지 않았다면 40대는 원칙적으로 월 소득의 최소 20% 이상을 저축해야 원하는 최소한의 노후 자금을 마련할 수 있다. 현실적으로 힘든 상황이라면 금액에 너무 연연하지 말고 은퇴할 때까지 최대한 자금을 마련하는 데 주안점을 두는 것도 현실적이다. 

▒ 50대 / 보유 주택을 최대한 활용하라

50대는 은퇴를 앞둔 시기이기 때문에 좀 더 세밀한 노후 준비가 필요하다. 무리하게 수익을 추구하기보다는 안전한 상품 위주로 포트폴리오를 가져가야 한다. 

베이비부머의 맏형 세대들인 50대의 경우 자녀 양육과 주택 구입으로 인해 노후를 위한 금융 자산이 많지 않다. 게다가 자녀들의 결혼 지원 자금에 대한 부담이 남아 있다.

50대가 되어서도 노후 자금 마련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다면 현실적인 선택을 해야 한다. 즉, 자녀들에 대한 지원을 최소화 하고 노후 자금에 우선 순위를 두어야 한다. 앞서 60세를 기준으로 30년간 월 3백만원의 연금을 받기 원한다면 6억원의 자산이, 월 2백만원의 연금이라면 4억원의 금융 자산이 필요하다고 했다. 하지만 50대의 경우 국민연금이 큰 도움이 된다는 점을 감안하고, 필요 금액의 절반 정도만 본인이 마련하면 무리가 없을 듯하다. 

<사례> 외국계 제조업체에 근무하는 올해 53세인 신동철씨는 2년 후면 정년이 된다. 그가 보유한 자산은 6억원에 상당하는 주택과 정기예금 등 1억5천만원 정도의 금융 자산이 전부이다. 최소한 4억원의 자산이 있어야 노후 생활이 가능할 것 같은데, 남은 2년 동안 원하는 자금을 마련하기는 불가능해 보인다. 결혼 적령이 된 딸의 결혼 자금으로 최소 5천만원은 지원해줄 예정이어서 활용 가능한 금융 자산은 1억원으로 줄어든다. 부인과 상의 끝에 신씨는 은퇴 후 수도권 외곽으로 이사를 해서 주택 규모를 줄이고 금융 자산을 확보하기로 결론을 내렸다.

50대의 경우 금융 자산은 많지 않더라도 주택을 보유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 그렇다면 신씨와 같이 주택 가격이 상대적으로 저렴한 서울 외곽이나 수도권으로 옮겨서 금융 자산을 추가로 확보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될 수 있다. 

은퇴 시점에서 신씨가 보유하고 있는 6억원의 주택을 처분하고 4억원 규모의 주택으로 이사를 하게 되면 추가로 2억원의 금융 자산이 확보된다. 자녀 결혼 지원 자금 5천만원을 제외하고 현재 은행에 있는 1억원과 주택 규모를 줄인 후 확보되는 2억원을 합친 3억원의 금융 자산이면, 월 1백50만원 정도의 연금 수입을 얻을 수 있다. 거기다 퇴직금과 국민연금으로 수령하는 돈을 합치면 대략 2백40만~2백50만원 정도의 노후 자금이 확보되기 때문에 큰 무리 없이 노후에 대비할 수 있게 된다.

금융 자산이 충분치 않은 상황에서 보유 주택을 활용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주택 가격이 높을수록 재산세도 많아진다. 재산세가 많아지면 매월 내는 건강보험료 부담도 커진다. 소득이 없는 노후에 재산세와 건강보험료는 적지 않은 부담이다. 따라서 노후에 부부가 불편 없이 지낼 정도의 주택으로 이전하면 금융 자산도 확보될 뿐 아니라 재산세나 관리비 등 고정비를 줄일 수 있는 1석2조의 효과를 얻을 수 있다.    

그나마 신씨와 같이 보유한 주택을 줄여서 금융 자산을 확보할 수도 없다면 선택할 수 있는 방법은 많지 않다. 첫째, 은퇴 후의 생활비를 줄여야 한다. 둘째, 일하는 시간을 최대한 늘려야 한다. 셋째, 주택을 자식에게 물려주지 말고 주택연금(역모기지론)을 활용해서 노후 자금화해야 한다. 

참고로 주택연금은 살고 있는 주택을 담보로 맡기고 평생 연금을 지급받는 것을 말한다. 자격은 부부가 동시에 만 60세 이상이 되어야 하고, 1세대1주택이어야 하며 주택 가격이 9억원 이하여야 한다. 한국주택금융공사를 통해 이용할 수 있으며, 3억원의 주택을 가진 만 60세의 경우 매월 70만원의 연금을 평생 받을 수가 있다.

노후 자금, 목돈보다 연금 수령 방식이 안전

금융 상품을 이용한다면 노후 목적 자금에 따라 상품을 구분해 활용하는 것이 좋다. 노후 자금도 목적별로 기초 생활비, 의료비, 여가비 등으로 나누어볼 수 있다.

기초 생활비의 경우 매월 연금식으로 지급받는 상품이 좋다. 기존에 연금 상품이 없는 경우라면 보험사의 일시납 연금 상품에 가입할 수 있고, 정기예금이나 채권을 이용해서 매월 또는 정기적으로 이자를 지급받을 수도 있다.

반면, 의료비나 여가비 등은 목돈으로 사용하게 되므로 만기가 되면 원금과 이자를 함께 수령하는 상품들을 이용하면 된다.

▲ 보유한 주택을 줄여서 금융 자산을 확보하는 것도 좋은 방법인다. ⓒ시사저널 임영무

예를 들어 신협이나 새마을금고, 단위 농협 등에서 가입할 수 있는 정기예탁금은 1인당 3천만원 한도로 이자소득세가 면제(단, 농특세 1.4%만 부담)되어 부부가 각각의 명의로 3천만원씩 이용할 수 있다. 정기예금이나 채권은 앞서 언급한 대로 이자를 정기적으로 받을 수도 있고, 만기 때 원금과 이자를 함께 받을 수도 있다. 또한, 여가비로 쓸 자금에 한해 투자 상품을 이용해볼 수 있는데 반드시 5년 이상의 투자 기간이 되는 경우에만 활용하는 것이 좋다.               

또 한 가지 50대가 염두에 두어야 할 사항이 있다. 목돈을 예치하고 이자를 받는 방법도 좋지만, 가능하면 연금 상품을 이용해서 매월 급여 방식으로 노후 자금을 수령하는 것이 안전하다는 점이다. 목돈을 가지고 있다 보면 투자를 잘못해서 원금을 잃어버리거나 자식들의 사업 자금 지원 등으로 소중한 노후 자금이 없어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전체 노후 자산의 절반 정도는 보험사의 거치식 연금보험이나 즉시연금보험 상품에 가입해서 안전장치를 해놓는 것도 노후 자산을 안전하게 보호하는 방법이 된다. 참고로 즉시 연금보험 상품은 연금을 일단 수령하게 되면 중도 해지를 할 수 없다. 한편으로는 불편할 수 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아무도 건드릴 수 없어서 노후 자금을 보호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과거와 같이 자식에게 의지할 수 없다면 노후 준비는 선택이 아닌 필수이다. 오래 사는 것이 즐겁고 행복해지려면 체계적으로 노후에 대비해야 하며 미루지 말고 지금 당장 실천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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