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스럽게 녹아든 3D로 입체 영화의 문법 새로 썼다”
  • 반도헌 (bani001@sisapress.com)
  • 승인 2010.01.12 1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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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운대> 윤제균 감독·장성호 모팩 대표·<못> 최익환 감독이 말하는 ‘나는 <아바타>를 이렇게 보았다’


<아바타>는 관객뿐만 아니라 영화 제작 현장 최전선에 있는 국내 영화인들에게도 충격을 안겨주었다. 특히 새롭게 기술을 개발하고 적용하며 할리우드와의 격차를 줄여나가고 있는 국내 상업 영화 제작자들은 <아바타>를 보며 놀라움과 경외감을 느꼈을 법하다. 지난해 국내 최대 흥행작 <해운대>를 연출한 윤제균 감독, <해운대> 쓰나미 CG를 만들어낸 장성호 모팩 대표, 영화진흥위원회의 지원을 받아 3D 단편영화 <못>을 연출한 최익환 감독에게 아바타를 어떻게 보았는지 들어보았다.

 

<해운대> <1번가의 기적> <두사부일체> 연출

“감독 입장에서 십몇 년 동안 <아바타> 하나를 완성하기 위해 모든 것을 바쳤던 제임스 캐머런 감독이 존경스러웠다. 차기작으로 풀 3D 영화를 준비하고 있는 상황에서 할리우드가 한 발짝이 아니라 두 발짝 이상 앞서간 <아바타>를 내놓다 보니 어떻게 그것을 넘어설 수 있을까 하는 고민도 들었다. 모션 캡처가 새로운 것은 아니지만, 그것을 3D로 자연스럽게 구현하는 것이 쉽지는 않았을 것이다. 기술적인 부분에서 놀라웠고, 자극이 많이 되었다. <늑대와 춤을>이나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 영화에서 모티브를 얻은 듯한 스토리가 새롭지는 않았다. 가장 익숙한 이야기를 가지고 새롭게 영화를 창조할 수 있다는 것이 오히려 대단하다고 생각했다. 새로운 기술을 선보일 때는 익숙한 스토리가 장점으로 작용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풀 3D로 제작할 예정인 <제7광구>와 <템플스테이> 중 차기작을 놓고 고민하고 있다. 2월이면 결정될 것이다. 기술적인 부분에서 할리우드를 뛰어넘고 싶은 욕심이 있지만, 제작비 등 현실적인 문제가 있다. 주어진 상황에서 한국적인 새로운 기술과 방법을 찾으려고 노력하고 있고, 분명히 찾아낼 것이다.”


<해운대> <태왕사신기> 등에서 시각효과 담당. 현재 <제7광구> <로보트태권V> 작업 중

“과시하기 위해 3D 기술을 자랑하지 않았다. 철저하게 한 장면을 시각화하기 위해 어떤 기술이 필요한지에 매달렸다. 깊이 있는 공간감을 구현해 실재하는 공간이라는 거짓말을 관객이 믿게끔 하는 데 사용했다.

기계 장치나 무기, 생명체, 배경 등 <아바타>의 작업물은 시간이 지나도 촌스럽다는 느낌을 받지 못할 정도이다. 잔 근육, 동공, 눈꺼풀 움직임 등으로 미세한 감정 묘사를 할 수 있었다. 지금까지 중에는 최고라고 말할 수 있지만 완벽하지는 않다. 인물 캐릭터의 완성도는 시간이 지나면 제일 먼저 어색하게 느껴질 것이다. 모팩 서버 용량은 50테라바이트이다. <2012>는 1천2백테라바이트, <아바타>는 10만테라바이트가 활용되었다. CG 완성도를 구현하기 위해 사면체를 깎아내는 작업으로 설명한다면 수천 각형, 수십만 각형, 수백만 각형에는 분명한 차이가 있다. <아바타>가 나오지 않았다면 <2012>가 아카데미에서 당연히 시각효과상을 탔을 것이다.”


3D 단편영화 <못>, <여고괴담 4> <그녀는 예뻤다> 연출

“제임스 캐머런 감독은 <아바타>를 통해 입체 영화에 관한 영상 문법을 새로 썼다. 당분간 이 작품을 넘을 수 있는 입체 영화가 나올 수 있을지 의문이다. 입체를 드러내기보다는 영화 속에서 음악이나 편집이 차지하는 것처럼 한 부분으로 가져와 이야기와 매치를 매우 잘 시켰다. 기존 2D 영화와 3D 영화는 프레이밍, 편집, 템포 등 모든 면이 다르다. 이야기에 포커스를 맞추기 위한 효과는 무엇인가, 시점을 관리하거나 유지하기 위한 방법들은 어떻게 가능한가, 2D와 어떻게 연결시킬 것인가 등 많은 문제에 모범 답안을 제시한 것 같다.

직접 만들어보니 입체를 영화에 녹여내기가 정말 힘들었다. 입체 영상을 구현하기 위한 스테레오그래퍼가 많이 동원되었지만, 영화에 녹여내는 것은 결국 연출자의 몫이다. 연출자가 3D에 대해 더 많이 알고 이해하고 있었기에 한 획을 긋는 작품이 나올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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