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 습관 안 바꾸고 ‘동안의 기적’ 어찌 꿈꾸랴
  • 노진섭 (no@sisapress.com)
  • 승인 2009.12.29 1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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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 신체 부위별 노화 예방법 / 햇빛 조심하고 금연·절주는 필수

남성 노화에는 여성과 다른 점이 있다. 남성은 여성보다 잦은 흡연, 음주, 불규칙한 생활 등으로 노화에 취약하다. 최근 들어 노화 예방에 신경을 쓰는 남성이 늘어나고 있지만, 바쁘게 직장 생활을 하면서 노화 예방법을 실천하기는 말처럼 쉽지 않다. 이에 따라 <시사저널>은 전문의들의 도움을 받아 생활 습관을 바꿔 노화를 예방하는 방법을 찾아보았다.

[피부] 노화를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대표적인 조직이 피부이다.

피부가 얇아지고 탄력도 떨어진다. 처지면서 주름도 생긴다. 여성 피부는 폐경 이후 호르몬 결핍으로 노화가 급속히 진행된다. 남성 피부는 일생 동안 꾸준히 늙는다.피부 노화의 주범은 햇볕이다. 자외선은 진피층까지 들어가서 콜라겐을 파괴해 주름살을 만든다. 또 표피층의 색소 세포를 자극해 기미, 흑자, 검버섯이 생긴다. 

피부 노화의 주범은 햇볕이다. 자외선은 진피층까지 들어가서 콜라겐을 파괴해 주름살을 만든다. 또 표피층의 색소 세포를 자극해 기미, 흑자, 검버섯이 생긴다. 

햇볕을 피하는 것이 피부 노화를 예방하는 지름길이다. 외출할 때는 모자, 긴팔 셔츠, 자외선 차단제 등을 이용하면 된다. 뼈 건강을 위해 일부러 햇볕에 신체를 노출시킬 필요는 없다. 봄철 기준으로 10분만 외출해도 신체에 필요한 비타민 D를 충분히 합성할 수 있다.

햇볕은 또 활성산소를 만들어 피부 노화를 촉진한다. 활성산소에는 녹차, 콩, 적포도주와 같은 항산화제 성분이 함유된 음식이 좋다. 콩에는 항산화제는 물론 식물성 여성호르몬도 있다. 적포도주에는 레스베라토롤이라는 강한 항산화제가 있다. 미국 FDA(식품의약국)가 허가한 레티노익산(retinoic acid)과 같은 의약품도 피부 노화를 방지하는 데 좋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피부에 염증이 생기지 않도록 보호하는 것도 노화 예방책이다. 때를 밀거나 박피나 세척 시술처럼 약품이나 외과적 시술을 통해 피부에 자극을 주는 것도 피부 염증이 생기는 원인이다.

흡연이 피부 노화를 가속시킨다는 연구도 있다. 정진호 서울대병원 피부과 교수는 “담배를 하루 1갑씩 30년 동안 피운 사람의 피부는 비흡연자에 비해 3.8배 늙는다. 그 기간이 50년이면 5.5배 늙는다. 햇볕에 노출된 환경에서 일하는 사람이 흡연까지 하면 11배 늙는다. 남성은 여성에 비해 햇볕에 노출되는 경우가 많다. 햇볕 노출을 삼가고 금연하면 피부 노화를 늦출 수 있다”라고 말했다.

생활 습관은 바꾸지 않으면서 노화 방지제만 찾는 사람이 적지 않다. 대표적으로 알려진 노화 방지제가 여성호르몬과 줄기세포이다. 아직 과학적인 근거가 부족하므로 의사와 상담한 후 사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피부 노화 예방은 머리카락도 건강하게 유지한다. 두피에는 머리카락의 근간이 되는 모낭이 있다. 호르몬 영향도 있지만 피부 노화로 모낭이 약해지면 머리카락이 가늘어지고 빠진다.

[눈] 눈의 노화를 노안이라고 한다.

물체를 식별할 수 있는 가장 가까운 거리를 근점거리라고 하는데, 이 거리가 40cm 이상 길어지면 노안이다. 가까운 거리에 있는 글씨가 잘 보이지 않는 노안은 일반적으로 40대부터 시작된다. 카메라의 렌즈 역할을 하는 수정체가 탄력을 잃으면서 상(像)이 망막에 정확하게 초점이 맺히지 않는 현상이다.

노안을 지연시키거나 정도를 완화하는 방법이 최선이다. 돋보기라고 부르는 볼록렌즈 안경이나 콘택트렌즈를 사용해야 한다. 이미 안경을 착용하는 사람은 본인 안경의 아래 부분에 돋보기 렌즈를 삽입하는 방법(2중 초점 렌즈)을 이용하면 된다. 두 렌즈의 경계 부위를 없앤 다초점 렌즈(누진초점렌즈)도 있다.

서경률 연세세브란스병원 안과 교수는 “노안 교정을 위해 돋보기 도수를 너무 올리면 노안이 빨리 진행된다. 눈에 조절력이 남아 있을 때 도수를 천천히 올려야 노안의 진행을 늦출 수 있다. 활성산소가 많은 육류를 섭취하면 노안이 빨리 오고, 채소나 생선 등 불포화지방이 많은 음식을 섭취하면 그 진행을 늦출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치아] 여성과 달리 남성의 치아는 50대 이후 급속히 나빠진다.

관리를 소홀히 한 탓이다. 대표적인 치아 노화로 나타나는 질환이 흔히 풍치라고 부르는 치주염이다. 흡연, 커피, 차를 많이 접하는 남성은 치아 노화에 더 취약하다. 치아 노화는 일반적으로 시리거나 흔들리는 증상으로 나타난다. 치아 마모와 균열 등으로 신경이 있는 치수 조직이 드러나기 때문이다. 노화가 더 진행되면 치아가 손실된다. 침샘이 위축되어 입안이 마르는 구강 건조증, 혀에 백태가 끼는 캔디다증과 같은 구강 점막질환, 입안이 화끈거리는 구강 작열감도 나이가 들면서 생기는 구강 노화 증상에 속한다.치아는 재생되지 않는다. 쓰는 만큼 퇴화되므로 위와 같은 증상이 나타나면 치료 외에 방법이 없다. 치아나 잇몸에 좋다는 약은 효과가 일시적이어서 근본적인 대책이 될 수 없다. 정진우 서울대치과병원 구강내과 교수는 “치주염을 일으키는 세균, 박테리아, 프라그, 치석 등을 기계적으로 제거하는 스케일링을 1년에 한 번 이상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전신 건강도 치아 건강과 밀접하다. 예를 들면, 여러 합병증을 유발하는 당뇨는 특히 잇몸질환의 적이다. 당뇨로 인한 치주염은 치료도 어렵다”라고 말했다.

치아는 재생되지 않는다. 쓰는 만큼 퇴화되므로 위와 같은 증상이 나타나면 치료 외에 방법이 없다. 치아나 잇몸에 좋다는 약은 효과가 일시적이어서 근본적인 대책이 될 수 없다. 정진우 서울대치과병원 구강내과 교수는 “치주염을 일으키는 세균, 박테리아, 프라그, 치석 등을 기계적으로 제거하는 스케일링을 1년에 한 번 이상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전신 건강도 치아 건강과 밀접하다. 예를 들면, 여러 합병증을 유발하는 당뇨는 특히 잇몸질환의 적이다. 당뇨로 인한 치주염은 치료도 어렵다”라고 말했다.

[갱년기] 여성처럼 급격한 호르몬 감소는 아니지만 남성도 나이가 들면서 남성호르몬이 점차 감소한다.

남성호르몬은 10대 후반에서 20대 초반에 가장 왕성하게 분비된다. 20대에서 30대가 될 때 약 26%, 40대가 될 때 약 16%, 40대 후반에는 약 절반가량 남성호르몬이 감소한다. 남성도 갱년기(andropause)를 맞는 것이다. 갱년기 남성에게 남성호르몬을 투여하면 골다공증이 치료되며, 우울증이 없어지고 자신감이 생기고, 치매 예방까지 가능하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또 근력이 향상되고, 복부지방이 감소되는 효과도 보인다고 한다.

민용기 삼성서울병원 내분비내과 교수는 “최근 DHEA제를 노화 방지제처럼 사용한다. 이는 여러 검사에서 성 기능, 근력, 골다공증에는 별 효과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성장호르몬 치료는 성인의 근력을 향상하는 데에는 도움을 주지만, 치료 가격이 남성호르몬제에 비해 다섯 배 이상 비싸면서도 골다공증과 성 기능에는 도움이 안 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남성호르몬제는 전립선에 좋지 않은 결과를 미칠 수도 있으므로 반드시 의사의 진료를 받아 사용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뼈] 여성들에게는 폐경 이후 뼈 손실이 급격히 늘어난다.

여성호르몬 결핍이 주원인이다. 반면, 남성의 뼈는 일생에 걸쳐 서서히 손실된다. 남성의 뼈는 여성의 것보다 크고 굵어서 골다공증에 덜 취약할 것으로 아는 사람이 많다. 그러나 남성도 호르몬 결핍으로 인한 골다공증에서 자유롭지 않다. 최근 골다공증으로 인한 남성 골절 발생률이 여성을 앞지르고 있다. 남성 평균 수명이 늘어나면서 골다공증을 경험하는 사례가 늘어났기 때문이다.

학계에서는 향후 남성의 골절이 사회적 문제가 될 것이라는 주장까지 나오고 있다. 실제로 고관절(엉덩이뼈) 골절 발생률은 1972년부터 1984년까지 약 42% 증가했다. 특히 고관절 골절에 의한 남성 사망률은 여성에 비해 세 배 높은 것으로 최근 보고되었다.

골다공증 예방은 청소년기부터 시작해야 한다. 젊을 때 저축해야 노년에 쓸 돈이 있는 것처럼 청소년기에 운동을 하고 칼슘을 충분히 섭취해두어야 한다. 뼈 노화 예방에 좋은 운동은 줄넘기, 걷기, 조깅, 테니스와 같은 하중 부하 운동이다. 이성원 삼성서울병원 비뇨기과 교수는 “걷기가 남성에게 특히 좋다. 1주일에 네 번 이상, 빠른 걸음으로, 등에 땀이 배일 정도로 20~30분 걸어야 한다. 처음에는 1.5km를 20분 만에 걷기를 시도하고, 차츰 운동 거리를 늘리는 방법을 추천한다”라고 말했다.

골다공증이 생긴 후에 칼슘을 섭취하는 것은 근본적인 대책이 아니다. 골다공증이 발생하기 전에 나타나는 골부족증을 치료하는 것도 골다공증 예방책이다. 뼈가 튼튼해도 넘어져 골절되면 의미가 없다. 낙상 방지도 뼈 노화 예방에 포함된다. 한 번 골절되면 또다시 골절될 가능성이 커진다. 신찬수 서울대병원 내과 교수는 “낙상은 외부보다 집에서 더 빈번하다는 결과가 있는 만큼 욕실 등을 미끄럽지 않고 밝게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술과 담배는 뼈 건강에도 좋지 않다. 담배는 끊고, 술은 하루 맥주 2잔 이상은 삼갈 것을 권한다”라고 말했다.

[뇌] 흔히 늙으면 노망난다고 한다.

노망은 뇌 노화의 대표적인 증상이다. 뇌 노화는 20대부터 시작되지만 30대까지 큰 문제를 일으키지 않는다. 40대 이후부터 뇌 노화가 빠르게 진행된다. 집중력이 저하되어 업무 능력이 떨어지고, 기억력이 감퇴해 방금 들은 전화번호를 기억하지 못한다. 이런 증상은 절망감과 우울증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이런 증상이 오래 반복되면 치매에 걸리기도 한다.

활성산소가 뇌세포를 파괴하고, 뇌세포와 뇌세포를 연결하는 수상돌기 수가 적어지고, 신경 전달 물질의 분비도 줄어들기 때문이다. 흡연, 과음, 스트레스, 잘못된 식습관, 성인병 등이 뇌 노화를 촉진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유라 서울북부노인병원 정신과 과장은 “평소에 쓰지 않는 신체 부위를 사용하고, 손을 많이 움직이고, 머리를 쓰는 활동을 꾸준히 하는 것이 뇌 노화 예방에 바람직하다. 항산화제나 비타민을 꾸준히 복용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물론 충분한 휴식과 숙면, 균형 잡힌 식단, 유산소 운동은 기본이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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