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체 성장의 비밀 밝힌 한국 과학의 ‘빛나는 보루’
  • 노진섭 (no@sisapress.com)
  • 승인 2009.12.22 18:39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김빛내리 서울대 생명과학부 교수, 마이크로 RNA의 특수 기능 규명…차기 노벨상 받을 재목으로 꼽혀

ⓒ뉴스뱅크이미지

<시사저널>은 과학 분야 올해의 인물로 김빛내리 서울대 생명과학부 교수(40)를 선정했다. 그녀는 신체 성장의 비밀을 밝힌 공로를 인정받았다. 김교수 연구팀은 세포 성장에 마이크로 RNA가 관여한다는 사실을 증명했다. 지금까지 신체 성장에 대한 메커니즘은 베일에 싸여 있었다.

이번 연구는 당뇨와 암 등 질병 연구에 중요한 단서를 제공했다는 점에서 높게 평가되고 있다. 마이크로 RNA는 말 그대로 매우 작은 단일 가닥 RNA이며, 지금까지 약 7백개가 발견되었다. 김교수 연구팀은 수많은 마이크로 RNA 중에서 성장과 관련된 것을 발견한 것이다. 김교수는 “초파리에게서 발견한 마이크로 RNA가 인간에도 존재하고, 인간의 세포 성장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분석했다는 데에 이번 연구의 의의가 있다”라고 밝혔다. 

이 연구팀은 최근 초파리와 사람 세포주를 이용해 마이크로 RNA가 신체 성장을 조절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초파리의 마이크로 RNA 중 하나인 miR-8이 없어지면 초파리가 성장하지 못해 결국 난쟁이 상태에 머문다는 것을 확인했다. miR-8을 없앤 초파리는 정상적인 초파리보다 30% 작았다. 즉, 초파리 유년기 시절에 마이크로 RNA가 지방세포에서 인슐린 신호 전달을 촉진시켜 신체 성장을 조절하는 것이다. miR-8은 인간의 경우 miR-200에 해당한다.

마이크로 RNA가 많으면 성장 장애 치료에 도움이 될 것 같지만 꼭 그렇지는 않다. 마이크로 RNA가 많으면 세포는 빨리 자라지만 세포 분열이 지나치게 활발해 종종 암세포로 변한다고 한다. 김교수는 “이미 많은 연구를 통해 인슐린 신호 전달이 암이나 당뇨와 밀접한 관계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번 연구는 마이크로 RNA와 인간 질병의 연관성을 밝혀 치료제를 개발할 수 있는 가능성을 제시했다”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세계 최고 권위지인 <셀> 12월11일자에 게재되었다. 

왕성한 연구 활동으로 각종 상 휩쓸어

김교수는 1992년 서울대 미생물학과를 졸업하고, 1994년 같은 대학 대학원에서 미생물학 석사학위를 받았다. 1994~98년까지 영국 옥스퍼드 대학 대학원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분자세포생물학, 생리·생화학·생물물리학이 주전공 분야이다. 1999~2001년까지 미국 펜실베이니아 대학 연구소에서 박사후연구원으로 활동했다. 2001년부터 서울대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왕성한 연구로 상복도 누렸다. 2004년 마크로젠 신진과학자상, 2007년 올해의 여성과학기술자상에 이어 올해에는 호암상 의학상까지 받았다. 비교적 젊은 나이이지만 이미 차기 노벨상을 받을 재목으로 주목되고 있다.

김교수는 2년 전에 위암 선고를 받고 약물로 완치되었지만, 심적 충격이 컸다. 남은 삶을 연구에 몰두하기 위해 시간을 쪼개가며 생활한다. 그녀는 초등학교 5학년인 딸과 일곱 살짜리 아들의 사교육을 걱정하는 평범한 엄마이기도 하다.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