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 배치표, 과학을 빙자한 ‘유사 과학’
  • 이왕열 | 수학·과학평론가·싸이컴 연구원 ()
  • 승인 2009.12.15 16: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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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학의 형식만 빌어왔을 뿐 근거 데이터는 부실…참고 자료로만 활용해야

▲ 입시 학원이 주최한 2010 학년도 입시 설명회에서 한 참석자가 대학 지원 참고표를 들고 있다. ⓒ시사저널 임준선

지난 12월9일 2010학년도 수학능력시험 점수가 발표되고 수험생들에게 성적표가 쥐어졌다. 수험생들은 이 점수를 갖고 12월18일부터 12월26일 사이에 대입 원서를 작성해야 한다.

현재 대입 제도에서는 입시가 모집 시기별로 정시 (가)군, 정시 (나)군, 정시 (다)군으로 나뉘어 있다. 각 군별 대학 묶음들에 각각 한 번씩 모두 세 번의 응시 기회가 주어진다. 그런데 (가) (나) (다)군이 대학별로 나뉘어 있는 것은 아니다. 한 대학이 각 군에 정원을 나누어 학생을 선발하기도 한다. 심지어 한 과가 군별로 나뉘어 다른 기준으로 학생을 선발하기도 한다. 한마디로 매우 복잡하다.

이 복잡한 입시 체계를 한눈에 살피기 위해 사설 입시 기관에서는 대학입시 배치표를 작성해 배포한다. 숫자가 가득 들어차 있는 배치표의 모습과 해당 입시 기관의 권위는 수학·통계적으로 매우 정확한 분석이 담겨 있는 듯이 보인다. 그러나 각 입시 기관에서 나온 배치표를 보면 특정 대학 특정학과의 합격선이 매우 달라 학생들과 학부형들이 혼란을 겪는다.

배치표는 표준 점수와 학교 및 학과별 표준점수 반영 비율 그리고 수년간의 실제 합격선 등의 자료를 계산해서 만든다. 표준점수라는 것은 국어, 영어, 수학의 경우 [{(내 점수-전국 평균)/전국 표준편차}×20+100]이라는 과정을 통해서 ‘내가 전국에서 어느 정도의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지’를 알아보는 상대적인 점수이다.

배치표는 표준점수 및 통계 등을 토대로 진학에 도움을 주도록 과학적으로 설계되어야 정상이다. 그러나 대다수 사설 입시 기관에서 나오는 배치표는 실제 대입 상황을 반영하기보다는 수학적 계산에서 필요한 변수를 배제한 채 단순하게 결론을 낸다. 한 사설 입시 기관 관계자는 “대다수 배치표는 학교별 다양성을 표준점수와 복합적으로 계산한 것이 아니라 일괄적으로 총점을 기준으로 하는 등 정교하지 못한 것이 사실이다”라고 전했다.

대학이 정확한 자료 공개 안 해 추정치 들어가

또 배치표 공식에서 중요한 토대가 전년도 각 대학의 합격선이다. 그런데 대다수 대학이 정확한 자료를 공개하지 않는다. 따라서 입시 학원의 추정치가 들어간 채로 시뮬레이션된다는 것이 업계 관계자의 말이다.

정량적인 통계가 중심이 되어야 하는 배치표가 주관적이고 부실한 자료에 근거하면서 외부로부터 오염되기도 한다. 중·하위권 대학의 경우 배치표가 학교의 위상과 관계 있다고 보고 배치표를 만드는 측에 영향을 미치는 것이 암묵적인 사실로 받아들여진다.

재수종합반 학원인 강남비상에듀의 이우인 원장은 “배치표는 다양한 기관에서 나온 것을 종합적으로 비교해보고 참고 자료로만 활용해야 한다. 무엇보다도 표준점수와 대학별 요강 그리고 진학 지도 교사와의 맞춤형 상담을 통해서 원서를 작성하는 것이 현명하다”라고 귀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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